프랑스의 소설가. 본래 이름은 오노레 발사(Honoré Balssa). 황금 만능주의가 팽배했던 19세기의 사회를 배경으로 점점 복잡해져 가는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치밀하게 그린 사실주의적 소설들을 발표하였는데, 그의 작품으로 말미암아 소설 영역이 철학 · 과학 · 역사 · 정치 · 사회학으로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근대 사회에 있어서 인간 생활의 종합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이 되었다. 그래서 발자크는 정통적인 사실주의 소설 양식을 확립하는 데 이바지한 가장 위대한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 애〕 1799년 5월 20일에 투르(Tours) 지방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1807~1813년 방돔(Vendôm)에 있는 오라토리오회(Oratoriens) 중학교에서 공부하였다. 아버지는 남프랑스의 농가 출신으로 루이 16세와 나폴레옹 시대에 걸쳐 43년 동안 관리로 일하였고 어머니는 파리의 부유한 직물 상인의 딸이었다. 1814년에 나폴레옹이 몰락하자 그의 가족들은 파리로 이사하였다. 그곳에서 2년 동안 더 공부한 발자크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1816년에 법률 공부를 시작하여 법률 사무소의 서기가 되었으나 일이 끝나면 소르본 대학에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이때 철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결국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부모의 허락을 얻어 파리의 레디기에르가(Rue Lesdiguières)의 한 다락방에서 창작에 몰입하였다. 그러나 1819년에 발표한 그의 첫 작품인 운문 희곡 《크롬웰》(Cromwel)은 참담하게 실패하였다. 이후 소설로 전환하여 1828년경까지 잡다한 경향의 보잘것없는 태작(馱作)들만 발표하였다.
발자크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은 1829년에 발표된 《올빼미당》(Les Chouans)과 《결혼의 생리학》(La Phy-siologie du mariage)이다. 《올빼미당》은 그의 본명으로 발표한 첫 번째 소설로 그만큼 자부심을 느낀 역사 소설이 었고, 《결혼의 생리학》은 익살이 넘치는 풍자 에세이이다. 이러한 명성을 얻기까지 그는 작가 수업만을 한 것은 아니었다. 작가 생활에 필요한 경제적 여유를 확보하려고 인쇄업 · 출판업 · 활자 주조업 등 사업에 손을 냈으나 기대와는 달리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또 막대한 부채만지게 된데다가 사치 버릇이 있어 한량처럼 사교계를 드나들며 자신이 벌어들일 돈을 미리 받아 써버리는 등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그는 사업에서 진 막대한 부채와 미리 받아 쓴 원고료를 갚기 위해서라도 창작 생활에 전념해야 했다.
1832년에 그는 나이 많은 우크라이나 지주와 결혼한 폴란드의 백작 부인 에블린 한스카(Hanska)와 사귀게 되었다. 발자크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한스카 부인의 편지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1833년에 스위스에서, 그리고 1835년에는 빈에서 직접 만남으로써 더욱 깊어졌다. 그들은 한스카 부인의 남편이 죽으면 결혼하기로 약속하지만 이 소망이 이루어지기까지는 18년이라는 오랜시간이 필요하였다.
1834년은 발자크의 문학적 생애의 절정기였다. 이해에 그는 자신의 소설들을 하나로 묶어 당시 프랑스 사회 전반을 묘사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자신의 소설들을 인간의 생활과 사회를 지배하는 원리를 다룬 '분석적 연구 (Études analytiques), 인간 행동의 원인을 다룬 '철학적 연구' (Études philosophiques), 인간 행동의 원인이 가져오는 결과를 밝힌 '풍속의 연구' (Études de moeurs) 등 세 범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그는 일정한 인물군을 설정해 이들을 서로 다른 작품에 재등장시킴으로써 현실 세계에 바탕을 둔 소설의 상상 세계에 일체감과 일관성을 부여하는 독창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1834~1837년에 12권으로 된 전집을 출판하였으며, 1837년에는 더 많은 소설들을 썼고, 1840년에는 이 소설 전체를 한꺼번에 발표하는 《인간 희극》(La Comédie Humaine)을 구상하였다. 그는 1842~1848년에 걸쳐 이 제목으로 17권으로 된 《인간 희극》 전집을 출판하였다.
1842년 1월 발자크는 한스카 백작 부인이 미망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지만 그녀는 선뜻 결혼을 결심하지 못하였다. 발자크가 지고 있는 엄청난 부채 때문에 결혼을 망설였던 것이다. 발자크는 한스카 부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더욱 창작 활동에 열중하였고, 이로 인해 그의 건강은 점차 악화되었다. 1847년 가을부터 1848년 2월까지 발자크는 한스카 부인의 성(城)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지냈으며, 그 해 10월 다시 방문하여 1850년 봄까지 체류하였는데, 이때 그곳에서 그는 중병에 걸리게 되었다. 마침내 한스카 부인의 마음이 누그러져 1850년 3월 결혼을 하고 파리로 이주하였으나, 발자크는 그 뒤 몇 개월 동안 병상 생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그 해 8월 18일 파리에서 사망하였다.
〔작 품〕 《인간 희극》은 발자크가 평생 동안 저술한 137편의 장편 · 중편 · 단편을 총괄해서 붙인 제목으로, 이 가운데 96편만 발표되었다. 1869~1876년에는 전 24권으로 된 '결정판' 이 출판되었다. 《인간 희극》에 수록된 모든 소설은 1810년에서 1835년까지 루이 필립(Louis Philippe) 치하의 왕정 복고 시대라는 동일한 사회를 배경으로 일단의 인물들이 여러 작품에 반복 등장한다는 점에서 연작 소설의 효시로 간주된다.
발자크 자신이 분류한 범주에 따라 작품들을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제1부 '풍속의 연구' 는 모두 97편으로, 사생활을 소재로 한 《결혼 계약》(Le Contrat de mariage, 1835), 《베아트릭스》(Béatix, 1839), 《고리오 영감》(Père Goriot, 1834) 등 32편, 지방 생활의 정경을 다룬 《외제니 그랑데》(Eugénie Grandet, 1833), 《골짜기의 백합》(Le Lys dans la Vallée, 1835), 《잃어버린 환상》(Illusions Perdues, 1837~1843) 등 17편, 그리고 파리 생활의 정경을 다룬 《월급쟁이들》(Les Employés, 1837), 《사촌 누이 베트》(La Cousine Bette, 1846) , 《사촌 퐁스》(Le Cousin Pons, 1847), 《황금색 눈을 가진 소녀》(La Fille aux yeux d'or, 1834) 등 20편, 정치 생활의 정경을 다룬 《공포 정치 시대의 삽화》(Un Episode sous la Terreur, 1841), 《암흑 사건》(Une Ténébreuse affaire, 1841), 《아르시 출신 의원》(Le Députe d'Arcis, 1847) 등 23편, 마지막으로 시골 생활의 정경을 다룬 《농부들》(Les Paysans, 1844), 《시골 의사》(Le Médecin de Campagne, 1833), 《마을의 사제》(Le Curé de Village, 1839~1846) 등 5편이 있다.
제2부 '철학적 연구' 에는 《신비로운 샤그렝 가죽》(La Peau de Chagrin, 1831), 《알려지지 않은 걸작》(Le Chef-d'oeuvre inconnu, 1834), 《절대자의 탐구》(La Recherche de I'Absolu, 1834), 《루이 랑베르》(Louis Lambert, 1832) , 《세라피타》(Séraphita, 1832) 등 27편이 있으며, 제3부 '분석적 연구' 에는 《결혼의 생리학》 등 5편이 있다.
〔평 가〕 발자크는 인간의 본성을 인간이 살고 있는 사회 환경 즉 물질적 · 정신적 환경과 결부시켜 그것이 인간 내부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였다. 그의 소설 주제는 주로 시골 출신의 젊은이가 파리라는 타락한 경쟁 사회에서 출세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다. 주인공들의 성공과 실패는 환경의 차이나 사회 제도의 모순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인물의 의지와 성격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발자크에게는 교훈적인 권선징악의 결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는 무자비하고, 약삭빠르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회적 · 경제적으로 출세한 사람들을 공공연히 두둔한다. 그의 작품에는 악한(惡漢)이 선한 인물보다 훨씬 정력적이고 재미있는 인생을 사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나 발자크는 물질적 풍요와 재산을 중시하는 부르주아 가치관이 귀족 사회의 도덕적 가치관의 자리를 서서히 차지하기 시작하던 당시 프랑스 사회 체제에 매혹되면서도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물질적 곤란에서 탈출하여 사회에서 출세하고자 하는 발자크의 주인공들은 사회나 자신들에게 파괴적인 방식으로 정력을 소모한다. 그는 의지, 사상 등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파괴력에 인물의 내면에 응축되어 있는 생명력을 연결시켜 독특한 개념을 만들어 냈다. 즉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자신의 생명력을 축적할 수도 있고 낭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욕망이 커질수록 생명력은 점차 약화되고, 반면에 자신의 욕망을 억제할수록 생명력은 그만큼 더 강화된다. 발자크의 주인공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징은 그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욕망 때문에 이 같은 생명력을 탕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인물들은 어느 한 가지 욕망의 화신인 동시에 그 희생양이 되는 편집광적(偏執狂的)인 성격을 드러낸다. 생명력을 단축시키는 욕망은 권력이나 금전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지나친 부성애(父性愛)나 복수심, 예술가의 완벽주의, 지나친 호기심 등 일단 집착이 시작되면 이성과 절제의 눈을 멀게 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인간을 불행한 죽음으로 몰고 간다. 발자크는 인간의 정신이 인간과 세상사를 압도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 작가 중 한 사람이었다. (→ 가톨릭 문학, 프랑스의)
※ 참고문헌 A. Lagard L. Michard, Les grands auteurs français du programme, XXᵉ Siècle, Bordas, 1969/ G. Lanson . P. Tuffrau, Manuel illustré d'histoires de la Littérature française, Classique Hachette, 1974/Pierre Brunel etc, Histoire de la Littérature française, tome 2, Bordas, 1981/J.-P. de Beaumarchais · D. Couty · A. Rey, Dictionnaire des littératures de Langue française, tome 1, Bordas, 1987/ Petit Robert Dictionnaire Universel des Noms Propres 2, Le Robert, 1986. 〔曺圭哲〕
발자크, 오노레 드 Balzac, Honoré de(1799~1850)
글자 크기
5권

오노레 드 발자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