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기 排定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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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신부가 보낸 1887년 10월경의 배정기.

로베르 신부가 보낸 1887년 10월경의 배정기.

본당 신부가 관할 공소를 순방하기에 앞서 미리 공소 방문 일정을 배정(排定)해서 각 공소에 보낸 사목 서한. 박해 시대에는 발각될 위험 때문에 주로 인편으로 소식을 전하였으므로 많이 이용되지 않았으나, 신앙의 자유를 얻은 뒤부터는 봄 · 가을 판공에 앞서 거의 모든 본당에서 사용되었다. 배정기에는 우선 본당 신부의 공소 순방 일정과 공소 이름, 방문 날짜와 시간 등을 기록하였으 며, 아울러 판공 방법, 찰고 내용과 이를 위해 신자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들, 그리고 교회 소식의 일단도 기록하였다. 현재 남아 있는 배정기로 오래된 것은 1880년 이래 경상도와 충청도 지역을 맡아 순방하던 두세(Doucet, 丁加彌) 신부가 1880년 5월 6일자로 관할 공소 회장들에게 보낸 배정기 1통, 대구 본당의 초대 주임으로 활동하던 로베르(Robert, 金保祿) 신부가 남긴 1883년 12월 20일과 1887년 10월경의 배정기 2통을 들 수 있다.
아울러 1888년 이래 수원 갓등이(현 왕림) 본당의 주임으로 재임하던 알릭스(Alix, 韓若瑟) 신부의 배정기 2통, 초대 미리내 본당 주임으로 있던 강도영(姜道永, 마르코) 신부의 1900년 배정기 1통, 그리고 안성(현 구포동) 본당의 초대 주임으로 활동한 공베르(A. Gombert, 孔安國) 신부가 1901 1906년 사이에 배포한 배정기 6통도 남아 있다. 이 중에서 공베르 신부의 배정기는 안성 본당의 초기 현황과 공소의 형편에 대해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편 이후의 배정기들은 대부분 산일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최근 것으로는 1947년에 잠실리(지금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성심원(聖心園)을 설립한 뒤 이곳에 거처하면서 주변에 있던 광주 · 과천 일대(지금의 서초구와 강남구 지역)의 공소들을 순방한 이우철(李宇哲, 시몬) 신부의 1957년 배정기(등사본)가 남아 있다.
※ 참고문헌  《배정기(1901~1906)》, 천주교 안성 교회 발전사 자료 4집, 구포동 천주교회, 1981. 〔편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