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린목(有鱗目, Squamata)의 뱀 아목(亞目, Serpentes)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 남극과 북극 지방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에 분포되어 있으며, 더운 지방으로 갈수록 그 종류가 많다. 전세계에는 3,000여 종이 서식하고 있고, 한국에는 16종이 서식하고 있다. 몸통이 길고 사지가 퇴화하여 배 부분의 비늘과 늑골의 운동으로 움직이며, 매년 한 번 이상 허물을 벗는데 만약 허물을 벗지 못하면 자연사한다. 가늘고 길며 끝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 혀는, 대단히 민감하여 먹이가 지나간 자국을 혀로 더듬어서 추적할 수 있다. 대부분 알을 낳아 부화시키지만 살모사나 무자치는 새끼 뱀을 출산하기도 한다.
I . 민간 신앙에서의 뱀
〔뱀 신앙의 종교학적 배경〕 뱀은 동서고금의 종교나 민간 신앙, 신화 그리고 풍습 등에서 매우 엇갈리는 평가를 받는다. 대체적으로 중 · 근동 지역처럼 유목을 주로 하는 이동형 문화권에서는 뱀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악마의 상징으로 여긴다. 뱀은 유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목초지를 해치고 유목민들이 말을 타고 이동할 때 밟혀 미끌어지게 하는 해로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반도처럼 농경을 주로 하는 정착형 문화권에서는 농경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물과 관련이 있는 동물로 간주된다. 그래서 뱀은 풍요의 상징이며, 동양 문화권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고 상서로운 동물로 여긴다.
종교학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자기 꼬리를 물고 둥근 형태를 만든 뱀 모양은 원초적인 혼돈, 즉 태초 이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형상들은 아프리카의 베닌(Benin)이나 이집트의 콥트(Copt)인들이 상정하는 뱀, 그리고 그리스의 우로보로스(Uro-boros) 뱀이라든가 불교의 윤회를 상징하는 뱀의 모양 등에서 나타난다. 또한 뱀의 생태상 구멍이나 동굴 속에 사는 것은 생명체가 최초로 발현하는 장소로서의 자궁(子宮)을 연상시키며,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는 일은 재생(再生)을 통한 불사(不死) 즉 영생(永生)을 상징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최초의 인간은 뱀(kekrops)이었다. 뱀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흙으로 빚은 인간' 의 원형인 것이다. 즉 원초적인 생명의 율동을 뱀의 움직임에서 연상해 낸 것이다. 또한 뱀은 영생의 황금 사과나무를 지키는 수호자이며, 사랑의 신 에로스(Eros)는 본래 땅속에 사는 뱀으로 저승의 주신(主神)이었다는 설도 있다. 뱀은 땅속에 사는 동물의 전형으로서 모든 생명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고대 그리스에서 뱀은 지혜의 신 아테네(Athenai)의 상징이었으며, 그 후에는 논리학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메두사(Medusa)는 태초의 혼돈을 드러내는 상징으로서 머리카락이 모두 뱀으로 되어 있고, 자기를 쳐다보는 사람을 돌로 변하게 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뱀의 형상을 한 바빌로니아의 대지의 신 에아(Ea)와 엔키(Enki)는 인간에게 세계의 질서에 관한 지식을 전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이 젊게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죽음을 만들었다고 한다. 고대 근동 지방의 풍요의 신 이슈타르(Ishtar)를 숭배하는 의례에서는 나무와 더불어 뱀은 지구의 재생(즉 綠化)을 상징하였다.
겨울잠을 자는 뱀은 가을에 사라졌다가 봄에 다시 나타나는데, 이러한 생태는 찼다가 기울기를 반복하는 달의 이미지와 부합한다. 그래서 뱀은 달의 현현(顯現)이며, 출산과 재생의 기능을 달과 같이 수행한다고 믿었다. 그로 인하여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는 달과 뱀이 연관되어 있다고 믿는 민족들이 많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는 뱀을 손에 들고 있다. 뱀은 남근(男根)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다산과 풍요에 관한 뱀 신앙은 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토착 신앙에서도 발견된다. '뱀-여인-풍요' , '뱀-비-풍요' , '여성-뱀-주술' 과 같은 등식이 형성될 정도로 뱀에 대한 상징성은 세계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뱀은 또한 치유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지기도 하였는데, 쌓아 놓은 돌무더기(hermaion)로 길가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안내한 헤르메스(Hermes)신은 의료의 신이었다. 서양에서 의술의 상징이 두 마리의 뱀이 얽혀 있는 헤르메스의 지팡이인 것도 이런 연유이다.
불교에서 뱀은 윤회를 나타낸다. 윤회를 상징하는 뱀은 제 꼬리를 입으로 문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우주의 통일, 자연계의 자기 충족, 양성 구유(兩性具有), 생명의 지속, 육체와 물질의 소멸을 의미한다. 황하 유역에서 발생한 중국 문화에서도 신화는 뱀과 관련이 있다. 《열자》(列子) <황제 편>(黃帝編)에 등장하는 복희(伏羲)와 여와(女媧)는 뱀의 몸에 사람 얼굴을 하고 있는데, 천지 개벽과 문화 창조를 수행한 존재들이다. 하늘과 땅을 잇는 가장 훌륭한 다리인 무지개를 뜻하는 한자 '홍' (虹)은 뱀 또는 용이 승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다리라는 뜻이다. 동아시아 일대에서 정력 강장제로 선호되는 뱀탕은 하늘과 땅과 인간이라는 우주의 세 가지 기본 구성 요소 즉 삼재(三才) 사이에서 조화를 통하여 힘을 얻으려는 동양적 종교 심성의 발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의 건국 신화에도 뱀은 신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아마데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의 남동생 스사노 오노미코토(素戔嗚尊)는 머리가 여덟 개인 구렁이를 죽였는데, 그 구렁이의 몸에서 보검(寶劍)이 나왔다고 한다. 아메노무라 쿠모노쓰루기(天叢雲劍)라는 이 보검은 일본의 3대 국보 중 하나이다.
〔한국 민간 신앙에 나타나는 뱀 신앙〕 뱀은 예로부터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땅을 맡은 신령으로 여겨져 왔으므로 숭배의 대상인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5~6세기경에 만들어진 고구려 고분의 벽화에는 뱀의 형상이 많다. 고구려 고분 천왕지신총(天王地神塚) 북쪽 벽에는 인두사신상(人頭蛇神像)의 지신(地神)이 그려져 있다. 몸은 하나인데 얼굴은 둘이고 다리는 넷이다. 두 얼굴 중 하나는 남자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이다. 이러한 모습은 중국의 창조 신화에서 천지를 개벽하고 문화를 이룩한 복희와 여와의 상을 연상시킨다. 이 지신은 천왕(天王)과 함께 그려져 있어 하늘과 땅에 대한 원시 신앙의 일단을 엿보게 한다. 또 삼실총(三室塚)의 벽화에 나타나는 <교사도>(交蛇圖)는 두 마리의 뱀이 서로 감겨서 매듭을 이루어 교합하는 모습으로, 출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형 태이다. 같은 고분의 <장사도>(壯士圖)에서는 장사가 원팔에 뱀을 감고 있는데, 이 역시 뱀이 지신(地神)으로서의 수호신 역할을 하였음을 알려 주는 것이다.
신라의 토기(土器) 중에는 뱀이 개구리를 물고 있는 모습을 흙으로 빚어 놓은 것이 있다. 경주 노동동 제11호 북분 출토품과 경주 황남동 미추왕릉 지구 계림로 제16 지구 제30호분에서 이러한 흙 인형인 토우(土偶)가 출토되었다. 이러한 장식의 바탕에는 사격자(斜格子) 무늬 속에 여러 개의 원권(圓圈)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이러한 문양은 천체(天體)를 표시한 것으로, 고구려 고분 벽화의 <천상도>(天上圖)와 일치한다. 고구려 고분 벽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하늘과 땅에 대한 토속 신앙의 일단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권1 <기이>(紀異) 1 '신라 시조혁거세왕조' (新羅始祖 赫居世王條)에는, "혁거세 왕이 나라를 다스린 지 62년 만에 하늘로 올라가더니, 그 후 7일 만에 유체(遺體)가 땅에 떨어져 흩어졌으며, 왕후도 따라서 세상을 떠났다. 나라 사람들이 왕과 왕후를 합장하고자 하였으나 큰 뱀이 쫓아와 방해하므로 오체(五體)를 각각 장사지냈다. 그래서 그 능을 오릉(五陵) 또는 사 릉(蛇陵)이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에서 혁거세 왕은 신성한 존재이므로 시신을 나누어 묻는 것은 풍요의 공유로 해석할 수 있으며 뱀의 등장은 풍요의 분배를 뜻한다. 많은 알 또는 새끼를 낳는 뱀이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라는 내용은 특히 제주도 무속 신화에서도 나타난다. 부와 재물의 신인 칠성신(七星神, 뱀)은 자식 일곱을 한꺼번에 낳았는데, 인간에게 풍요를 줄 수 있는 능
력을 받아 신격(神格)으로 인정되었다.
뱀의 신성은 또한 불사(不死)의 존재라는 인식과 연관되어 있다. 허물을 벗는 뱀의 모습 때문에 죽음으로부터 재생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한 것으로 여겨지는 무가(巫歌)가 있다. 제주도 서사(敍事) 무가인 <차사 본풀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 그때 마침 담 구멍에 있던 뱀이 저승 차사인 까마귀의 적패지(赤牌旨)를 받아 음짝 삼키고 들어가 버렸 다. 그래서 뱀은 죽는 법이 없어 아홉 번 죽었다가도 열번 다시 살아나는 법이다."
뱀에 대한 민간 신앙으로는 '업' 이라는 것이 있다. 업은 흔히 '집안 살림이 그 덕이나 복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믿고 소중히 여기는 동물이나 사람' 이다. 일종의 생업(生業) 수호신인 셈이다. 업 동물로 대표적인 것이 구렁이이다. 그래서 집에서 업이 나가면 망하고, 집안으로 업이 들어오면 흥한다고 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뱀 신앙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제주도이다. 제주도의 뱀 신앙은 개별 가정에서 모시는 '칠성신' 과 마을 공동으로 모시는 '여드렛당신' 으로 나누어진다. 칠성신은 뒤꼍 정결한 곳에 '칠성눌' 이라는 주저리를 씌워 모시는 '밧칠성[外七星] 혹은 뒷할망' 과 집안 고팡[庫房]의 쌀독에 모신 '안칠성(內七星) 혹은 안할망' 이 있다. 밧칠성은 집안의 부를 늘려 주고, 안칠성은 곡물을 지켜 준다고 여겨졌다. 제주도 신화인 <칠성 본풀이>에 따르면, 본토의 귀한 집 외동딸이 중의 자식을 갖게 되어 집에서 쫓겨난 후 제주도에 들어와서 뱀이 되었다. 그리고 일곱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어미 뱀은 안칠성이 되고 새끼 뱀은 밧칠성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 칠성신은 집안에서 큰굿을 하면 본풀이의 구송(口誦)과 함께 모시는 거리가 있고 명절이나 생일에 음식을 만들면 각각 상을 차려 대접한다. 연 1회 '밧칠성눌' 을 갈아 덮고 신곡을 갈아넣는 '철갈이' 라는 의례도 거행한다.
'여드렛당신' 은 본풀이에 보면 전라도 나주(羅州) 금성산의 뱀신인 여신이 제주도에 들어와 남제주군 표선면 토산리에 좌정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당신은 잘 모시면 은혜를 베풀지만, 잘 모시지 못하면 질병을 일으키는데, 여계(女系) 세습으로 전승된다. 따라서 이곳 여성은 타 지방으로 시집을 가도 반드시 뱀신을 모시고 가야 한다 고 믿는다. 뱀신은 보통 여신, 즉 '할망' 으로 모셔지며, 신체는 수목 · 암석 · 옷 · 깃발 등 다양하다. 이 뱀신의 제사일이 매월 매 8일(8일, 18일, 28일)로 되어 있어서 이 신을 모시는 당을 '여드렛당' 이라고 한다. 이는 대개 암석이나 수목의 형태로 되어 있는 속칭 '괴' 라는 석굴(石窟) 구멍이다. 이 같은 제주도의 사신 숭배는 역사가 오래되어 《동국여지승람》이라든지 김정(金淨)의 《제주 풍토록》(濟州風土錄), 이건(李建)의 《제주 풍토기》(濟州風, 土記) 등의 문헌에도 언급되어 있다. 조선 시대에는 한경면 고산리의 차귀당(遮歸堂) 대정읍의 광정당(廣靜堂)등 많은 당에서 뱀신을 숭배했다고 전해진다. (→ 용)
※ 참고문헌 《三國遺事》/ 村山智順, 《朝鮮의 鄉土神祀 : 釋奠 · 祈雨 · 安宅》, 朝鮮總督府, 1938/ 현용준, 《제주도 신화》, 서문당, 1976/ 《제주도 무속 자료 사전》, 신구문화사, 1980/ 《한국 민속 대관》 6(구비 전승 · 기타 편),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2/ 현용준, 《제주도 무속 연구》, 집문당, 1986/ 진성기, 《제주도 무가 본풀이 사전》, 민속원, 1991/ 백남극,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 사전》 9,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2/ 서정범 외, 《한국 문화 상징 사전》, 동아출판사, 1992/ M. Eliade, Die Religionen und das Heilige, Salzburg, Otto Müller Verlag, 1954/ K. Goldammer, Wörterbuch der Religionen, Stuttgart, Alfred Kröner Verlag, 1985/ H. Biedermann, Knaurs Lexikon der Symbole, München, Droemer Verlag, 1989. 〔朴日榮〕
II . 성서에서의 뱀
근동 지역에서 뱀은 흔한 동물이다. 팔레스티나 지역에는 33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그중 몇 종은 맹독을 가지고 있다(H.B. Tristram, The Fwuna and Flora of Palestine, The Survey of Westerm Palestine, vol. 4, p. 140). 뱀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명칭은 히브리어에서는 '나하쉬' (נָחָשׁ), 그리스어로는 오피스 (ὄφις)이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뱀들은 종류에 따라 어느 정도 구분되기는 하지만, 생물학적인 분류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구약성서〕 구약성서에 보면 뱀을 뜻하는 일반적인 명칭인 '나하쉬' 외에도 시나이 광야에 사는 뱀인 사라프(שָׂרָף, 민수 21, 8 ; 신명 8, 15)와 치프오니(צִפְעוֹנִי, 이사 11, 8), 에프에(אֶפְעָה, 욥기 20, 16), 스피폰(שפיפן, 창세 49, 17), 아크슈브(אכְשׁוּב, 시편 140, 3), 키포츠(קַפּוֹן, 이사 34, 15), 에파(אֶפְעָה) 등이 있다. 이들 모두는 독성을 가지고 있는 뱀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칠십인역 성서에서는 '오피스' 로 통일되어 사용되었다. 이 단어는 욥기에 사용된 '에프에' 의 그리스어 번역이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뱀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창세기의 '낙원과 타락 설화' (창세 2, 4b―3, 24)에 나오는 뱀과 민수기 21장의 '청동으로 만든 뱀' 이다.
창세기 : '낙원과 타락 설화' 에서 뱀은 하느님이 만든 들짐승 중에서 가장 간교하였다(3, 1). 이러한 뱀은 여자를 유혹하여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를 따먹게 만들고 여자는 아담에게 이 열매를 먹게 하여 '눈이 열리게' 하였다(3, 7). 하느님은 명령을 어긴 아담과 여인을 벌하고, 이들을 교묘하게 속인 뱀에게도 벌을 내린다(3, 14-24). 뱀에게 내려진 벌은 배로 땅바닥을 기어 다녀야 하고 뱀과 여자가 원수지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벌의 내용은 뱀이 이동하는 모습에서 유추된 것이고, 또한 뱀에 물리면 독이 옮겨진다는 점에서 여자가(혹은 사람이) 꺼리는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리고 뱀이 사람에게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를 범하도록 유혹하였기에 뱀을 악한 세력의 대변자로 볼 수 있는데, 오늘날까지도 근동 세계에서는 뱀을 악마와 동일시하는 경우들이 있다(H. Junker, Bibel Lexikon, pp. 408~409). 비록 창세기의 '낙원과 타락 설화' 가 이스라엘 고유의 유일신 신앙을 그 근간으로 삼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 흐르는 사상은 주변 근동 지역의 종교 설화들과 일치하는 점들이 많다. 특히 바빌론의 유명한 <길가메쉬 서사시>에는 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불사초를 구하는데, 간교한 뱀 한 마리가 훔쳐 가 영원한 생명은 결국 뱀의 몫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낙원과 타락 설화' 는 간교한 뱀의 유혹으로 지식을 얻게 되지만(3, 4), 그것은 자신들의 알몸 즉 나약함에 대한 지식으로 드러난다(3, 7). 따라서 뱀이라는 표상을 비록 주변 종교 세계에서 빌려 왔더라도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뱀은 단순히 이야기 구성에 필요한 조연이었지만, 창세기에서의 뱀은 '악한 세력' 을 대변하는 주연이었다. 민수기 21장 4~9절 :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 이후 광야에서 40년을 보낸다. 그러던 중 그들이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을 늘어놓자, 하느님은 이들을 벌주기 위해 불뱀을 보낸다. 이때 백성들이 살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잘못을 뉘우치고 모세의 손에 들려진 '청동 뱀' 을 보는 것이었다. 신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이야기는 '하느님을 거슬러 벌받는 백성-백성을 돌보는 하느님' 이라는 구원사적인 도식을 보여 준다. 그러나 민수기 21장에 나오는 청동 뱀이 모세가 들고 다녔던 지팡이가 뱀으로 변하였다는 기록(출애 4, 2 이하 ; 7, 8 이하 ; 17, 8 이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신약성서〕 신약성서에서 뱀은 무엇보다도 상징적인 의미에서 꺼림칙하고 위험한 동물로 표현되었다(마태 7, 10 ; 마르 16, 18 ; 루가 10, 19 ; 11, 11 등). 요한 묵시록에서는 불과 유황과 연기를 입으로 뿜어내는 말의 꼬리가 마치 뱀과 같았다고 하며, 말이 가지는 힘의 근원이 바로 꼬리에 있다고 하였다(묵시 9, 19). 요한 복음 3장 14-15절에도 뱀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하는 모습이 마치 모세의 손에 들려졌던 청동뱀과 같다는 것이고, 바오로는 인간의 교만을 설명하면서 광야에서 불뱀에 물려 죽은 사람을 예로 들어 은유적으로 설명하였다(1고린 10, 9). 구약성서의 '낙원과 타락 설화' 에 등장하였던 뱀이 요한 묵시록에서는 엄청난 힘을 가진 용으로, 악마(사탄)로 변해 천사들과 일대 결전을 벌인다(묵시 12, 9). 신약성서에 나타난 '뱀' 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며, 뱀과 관련된 구약성서의 표상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그 의미를 발전시킨 형태로 사용되었다. ※ 참고문헌 H. Junker, Bibel Lexikon, pp. 408~409/ P. van Inschoot · H. Haag, 《Lthk》 9, p. 1539ff/ J. Fichtner · W. Foerster · R. Meyer, 《ThWNT》 5, pp. 566~590/ G. Lanczkowski, Einfuerung in die Religions-geschichte, Darmstadt, 1991, pp. 10~15/ 《기독교 대백과 사전》 7, 기독교문사, 1980, pp. 376~379. [朴泰植]
뱀 蛇 〔히〕נָחָשׁ 〔그〕ὄφις 〔라〕anguis, serpens 〔영〕snake
I . 민간 신앙에서의 뱀 · II . 성서에서의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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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왼팔에 뱀을 감고 있는 <장사도>(왼쪽)와 남제주 토산리의 여드렛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