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H. Junker, BibelLexikon, pp. 408~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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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창세기의 '낙원과 타락 설화' 가 이스라엘 고유의 유일신 신앙을 그 근간으로 삼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 흐르는 사상은 주변 근동 지역의 종교 설화들과 일치하는 점들이 많다. 특히 바빌론의 유명한 <길가메쉬 서사시>에는 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불사초를 구하는데, 간교한 뱀 한 마리가 훔쳐 가 영원한 생명은 결국 뱀의 몫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낙원과 타락 설화' 는 간교한 뱀의 유혹으로 지식을 얻게 되지만(3, 4), 그것은 자신들의 알몸 즉 나약함에 대한 지식으로 드러난다(3, 7). 따라서 뱀이라는 표상을 비록 주변 종교 세계에서 빌려 왔더라도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뱀은 단순히 이야기 구성에 필요한 조연이었지만, 창세기에서의 뱀은 '악한 세력' 을 대변하는 주연이었다.
민수기 21장 4~9절 :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 이후 광야에서 40년을 보낸다. 그러던 중 그들이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을 늘어놓자, 하느님은 이들을 벌주기 위해 불뱀을 보낸다. 이때 백성들이 살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잘못을 뉘우치고 모세의 손에 들려진 '청동 뱀' 을 보는 것이었다. 신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이야기는 '하느님을 거슬러 벌받는 백성-백성을 돌보는 하느님' 이라는 구원사적인 도식을 보여 준다. 그러나 민수기 21장에 나오는 청동 뱀이 모세가 들고 다녔던 지팡이가 뱀으로 변하였다는 기록(출애 4, 2 이하 ; 7, 8 이하 ; 17, 8 이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신약성서] 신약성서에서 뱀은 무엇보다도 상징적인 의미에서 꺼림칙하고 위험한 동물로 표현되었다(마태 7, 10 ; 마르 16, 18 ; 루가 10, 19 ; 11, 11 등). 요한 묵시록에서는 불과 유황과 연기를 입으로 뿜어내는 말의 꼬리가 마치 뱀과 같았다고 하며, 말이 가지는 힘의 근원이 바로 꼬리에 있다고 하였다(묵시 9, 19). 요한 복음 3장 14-15절에도 뱀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하는 모습이 마치 모세의 손에 들려졌던 청동뱀과 같다는 것이고, 바오로는 인간의 교만을 설명하면서 광야에서 불뱀에 물려 죽은 사람을 예로 들어 은유적으로 설명하였다(1고린 10, 9). 구약성서의 '낙원과 타락설화' 에 등장하였던 뱀이 요한 묵시록에서는 엄청난 힘을 가진 용으로, 악마(사탄)로 변해 천사들과 일대 결전을 벌인다(묵시 12, 9). 신약성서에 나타난 '뱀' 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며, 뱀과 관련된 구약성서의 표상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그 의미를 발전시킨 형태로 사용되었다.
※ 참고문헌  H. Junker, Bibel Lexikon, pp. 408~409/ P. van Inschoot · H. Haag, 9, p. 1539ff/ J. Fichtner · W. Foerster · R. Meyer, 《rhwnT》 5, pp. 566~590/ G. Lanczkowski, Einfuelumg in die Religions- geschichte, Darmstadt, 1991, pp. 10~15/ 《기독교 대백과 사전》 7, 기독교문사, 1980, pp. 376~379. [朴泰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