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도 규칙서》

- 規則書

〔라〕Regula Sancti Benedicti 〔영〕Benedictine R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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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베네딕도 규칙서》.

초기의 《베네딕도 규칙서》.


성 베네딕도(480~560?)에 의해 작성된 수도승 생활의 규칙서. 유럽 수도원 생활의 규범이 되었다. 〔특 징〕 성 베네딕도의 유일한 저서인 이 규칙서의 저술 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생애의 후반기 (530~540)에 마지막 편집을 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레고리오 대 교황(590~604)이 '베네딕도의 전기' 로 저술한 《대화집》(Dialogus) 제2권에 보면, 규칙서의 저술에 관한 내용이 성인의 죽음 바로 앞장(36장)에 나온다. 이것이 꼭 시간적인 순서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레고리오 교황이 규칙서의 특징을 묘사하는 내용은 베네딕도가 오랜 경험과 심사숙고 끝에 규칙서를 저술하였음을 암시한다. "하느님의 사람 베네딕도는 뛰어난 분별력과 명쾌 한 표현으로 규칙서를 저술하였다. 그분의 성품과 생활을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사람은 그분이 행동으로 가르 친 모든 내용을 이 규칙서 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분은 자신이 직접 생활하셨던 것과는 다른 어떤 것도 가르칠 수 없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짤막한 언급에서, 후반부가 베네딕도의 제자들이 그레고리오 교황에게 스승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 말을 토대로 한 것이 라면, 전반부 특히 "뛰어난 분별력과 명쾌한 표현" 이란 설명은 그레고리오 교황 자신이 규칙서를 읽고 느낀 소감일 것이다. 사실 베네딕도는 단순한 이상가만은 아니었다. 오랜 기간의 수덕 생활 그리고 비코바로(Vicobao) , 수비아코 (Subiaco), 몬테카시노(Monte Casino)에서 수도 장상으로서 겪은 좋고 나쁜 여러 가지 경험과 체험들이 규칙서 안에 결정화되어 있다. 즉 《베네딕도 규칙서》에는 수도 생 활에 요구되는 핵심 사항들이 상당히 체계적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이론과 규율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규칙서에 언급된 내용은 대부분 이전의 수도 규칙서들에서 언급한 것들이다. 베네딕도 당시에 이미 여러 수도 규칙들이 있었으며, 베네딕도가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였고 자기 수도승들에게 꼭 읽어 보라고 권한 규칙서는 《바실리오 규칙서》(Regula Sancti Basilii)였다. 그러나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스승의 규칙서》(Regula Magistri) 였으므로, 《베네딕도 규칙서》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스승의 규칙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베네딕도는 이러한 수도 유산들을 단순히 인용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수도승들의 수준과 여건에 맞게 조정하고 재구성하 였다. 베네딕도 당시에는 각 수도원의 필요에 따라 여러 규칙서를 같이 지키는 경향이 있었는데, 《베네딕도 규칙 서》의 우월성이 인정되면서 점차 이 규칙서를 지키는 수도원들이 늘어났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레고리오 교황이 《대화집》 제2권을 통해 베네딕도를 서방 교회의 가장 뛰어난 수도승으로 소개한 것이 크게 작용하였다. 그리 고 카알 대제 시대에 아니아네의 베네딕도(+821) 아빠스는 제국 내의 모든 수도원들이 《베네딕도 규칙서》를 준수하도록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구조와 내용〕 규칙서는 '머리말' 과 함께 73개의 장 (章)으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규칙서를 두 부분으로 나누는데, '머리말' 부터 7장까지는 영성적이고 이론적인 성격이 강하고, 후반부인 8장부터 끝까지는 제도적이고 규율적인 성격이 강하며, 각 장의 순서는 일반적으로 서로 연관된 주제별로 배열되어 있다. 수도 생활의 이상과 목표를 제시한 '머리말' 은 하느님과 부름을 받은 수도승과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1~3장은 수도원의 기본 구조, 즉 수도승들의 종류(1 장), 아빠스(2장), 형제들과 그들의 의견(3장)에 대해 설 명하였고, 영적 비결 즉 수덕 생활에 대해 언급한 4~7 장은 수덕을 위한 74가지의 짤막한 권고들을 열거한 다음(4장), 세 가지 기본 덕행인 순명(5장), 침묵(6장), 겸손 (7장)에 대해 비중 있게 설명하였다. 베네딕도는 영성 부분을 설명한 후 바로 이어 수도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공동 기도를 언급하였다. 8~20장은 공동 기도에 대해 규정한 '전례집' 인데, 야간에 바치 는 기도(8~11장)와 낮 시간에 바치는 시간경들의 절차와 시편 배열(12~18장) 그리고 기도하는 태도(19~20장) 에 대해 규정하였다. 21~52장은 수도원 내의 생활 규율과 조직에 관한 제반 규정들로 되어 있다. 이 규율 부분은 형제들의 실제 생활의 기본 조직인 십인장 제도(21장)로 시작되며, 이어 잠에 대한 규정(22장)이 나온다. 잘못한 형제들의 교정 문제를 다루는 23~30장은 '형법집' 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태오 복음 18장 15-17절에 언급된 교정 절차를 토대로(23장) 대 · 소 파문벌(24~26장), 벌받는 형제에 대한 아빠스의 염려(27~28장), 재입회(29장), 그리고 미성년자를 위한 교정 방법(30장)을 규정하였다. 31~34 장은 수도원의 제정에 관한 부분으로서 재무 담당관(31 장)과 물품 관리인(32장) 그리고 개인의 소유 금지와 분배(33~34장)를 규정하고 있다. 35~41장은 식사에 관한 부분으로서 주간 봉사자(35장), 병자(36장) 노인과 어린이(37장) 식당 독서자(38장), 음식과 음료의 분량 (39~40장), 식사 시간(41장)을 규정하였다. 42장은 하루 일과(日課)의 마지막인 끝 기도와 침묵에 대해 규정하였고, 43~46장은 잘못에 대한 여러 가지 속죄 절차를 규정하였는데, 성당과 공동 식사에 늦게 온 형제(43장), 파문받은 형제(44장), 성당에서 잘못한 형제(45장), 그 외 다른 일에 잘못한 형제(46장)의 속죄 절차를 규정하였다. 그리고 47장은 시간을 알리는 타종 문제를 규정하였으며, 48~52장은 수도원 생활의 하루 일과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인 일 · 독서 · 기도를 배정하였다. 즉 일과 독서의 시간 배정(48장), 사순 시기(49장), 수도원 밖에서 일할 때의 기도(50장), 세속으로부터의 격리 (51장), 수도원 성당(52장)에 대해 규정하였다. 53~57장은 수도원과 세속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부분이다. 수도원을 찾아오는 손님(53장), 외부로부터의 편지와 선물(54장), 필요한 이들에게 물품을 나누어 줌 (55장), 손님을 염두에 둔 아빠스의 식탁(56장), 수도원 에서 만든 물품을 밖에 내다 파는 상거래(57장)에 대해 규정하였다. 58~66장은 수도 공동체의 인적 사항을 규 정한 부분으로 우선 58~61장은 수도원 입회자들의 여러 경우를 다루는데, 평신도 출신의 성인 입회자(58장), 평신도 출신의 미성년 입회자(59장), 성직자 출신의 입회 자(60장), 수도자 출신의 입회자(61장)에 대해 규정하였다. 그 다음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 형제들 중에 성직자를 세우는 문제(62장), 공동체의 차례(63장), 아빠스 선출 (64장), 원장 임명(65장), 수도원의 문지기와 봉쇄(66장) 를 규정한다. 66장 끝 부분의 "우리는 이 규칙서가 공동체 안에서 자주 읽혀지기를 바라는 바이다"라는 권고는, 여기서 규칙서의 1차 편집이 끝나고, 67장 이하는 2차 편집으로 첨가된 것임을 알려 준다. 67~72장은 앞의 규정들에서 미진한 점들을 보충하는 보완 규정들로서 특별히 형제들의 상호 관계를 언급하였다. 여행하는 형제들에 대해 규정하는 67장은 66장 의 봉쇄 규정과 연관됨과 동시에 50장(수도원 밖에서의 일)과 57장(상거래) 이외의 상황에 대해 보완하였다. 불 가능한 명령을 받은 형제에 대해 규정하는 68장은 5장 (순명)을 보완하는 내용이다. 69~70장은 형제들 상호간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태도인 월권 행위를 금하였고, 71 장(형제들간의 상호 순명)과 72장(형제들 서로에 대한 좋은 열정)은 이상적 형제 공동체를 묘사하는 가장 아름다운 장이다. 끝으로 73장은 규칙서를 끝맺는 권고의 말이다. 〔영 성〕 베네딕도는, '수도승' (monacus)은 "하느님을 찾는" (RB 58, 7) 사람이며, 수도원은 "주님을 섬기기를 배우는 학원" (RB 머리말 45)이라고 하면서 수도승들은 수도원 안에서 살면서 규칙과 아빠스 밑에서(RB 1, 2) 최선을 다해 분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부르듯이, 하느님께서 수도승을 당신 장막에 살도록 부르시면서 찾아오시고, 수도승은 그 부르심을 듣고 찾아가서 서로 만나는 삶이 바로 수도 생활이라는 것이다. 베네딕도는 규칙서 5~7장에서 수도 생활의 기본적인 덕으로 순명과 침묵과 겸손을 제시하였다. 원조 이후부터 인간은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아 그분을 떠났는데, 이제 '자기 뜻' 을 버리고 그분께 순종함으로써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장상을 통해 나타나는 하느님의 뜻에 순명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적으로 말하지 않음으로써 혀로 죄짓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듣 기 위해 잠심(潛心)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어 두는 내적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 베네딕도는 특별히 12단 계로 되어 있는 겸손의 장에서 순명과 침묵의 덕까지 포 괄하여 수도승의 기본 자세와 수덕 방법을 제시하였다. 겸손은 하느님의 현존 앞에 자신의 죄스러운 모습을 먼저 인정하고 그분 앞에 합당하게 설 수 있도록 부단히 자신을 정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 정화는 한꺼번에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마치 하늘에 나 있는 사다리를 올라가듯 한 단계씩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베네딕도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기도하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었다고 하는 예루살렘의 초대 공동체 생활(사도 2, 43-47 ; 4, 32-37 ; RB 33-34)에서 수도 생활의 이상을 찾았다. 그는 수도승의 하루 일과를 기도와 독서와 노동으로 구성하였다. 수도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 전례' 또는 '하느님의 일' (opus Dei)이라고 하는 공동 기 도는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목적을 띠며, '독서' 또는 '성독' (聖讀, lectio divina)이라 하는 성서 독서는 하루에 적어도 2~3시간 하도록 되어 있어 수도승 생활의 중요한 요소로 삼았다. 성서를 읽고 그중에 마음에 와 닿는 어느 구절을 계속 되뇌이고 반추(反芻)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이 자신 안에 내면화되도록 하는 이 성독은, 개인 기도의 성격을 띠며, 공동 기도(시간 전례)와 함께 영성 생 활의 기초를 이룬다. 베네딕도는 "교부들과 사도들처럼 자신의 손으로 노동하면서 생활할 때 비로소 참다운 수도승이 된다" (RB 48, 8)고 강조하면서 노동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는 노동이 원조에 대한 벌이라는 부정적인 시각, 또는 죄를 피하기 위해 기도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 노동해야 한다는 소극적인 시각을 결코 갖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기도와 노동의 조화를 꾀하였다. 베네딕도의 이러한 노동 정신을 이어받은 베네딕도회 회원들이 황무지를 개간하고 찬란한 문화를 이룩 한 것은 역사가 증명해 준다. "기도하고 일하라" (ora et labora)는 표현은 규칙서에 나오지 않지만 규칙서의 정신을 잘 대변해 주는 말이다. 초기 수도 규칙서들에는 수도자 양성과 수도 서원에 대해 분명한 언급이 없지만, 베네딕도는 이에 대해 매우 체계적으로 규정하였다(RB 58-61). 수도 서원에서 정 주 (定住)와 '수도승다운 생활' 은 베네딕도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정주 서원에는 실제로 수도원 안에 머물며 살아야 한다는 외적 정주의 의미도 있지만, 하느님을 향해 항구히 정진해야 하는 내적 정주에 더 큰 비중이 있다. "수도승다운 생활"의 서원은 '생활 개선' (conversio morum)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규칙서의 정신과 수도 이상을 향해 전향적으로 노력하는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평 가〕 《베네딕도 규칙서》의 모든 장이 의미가 있지만, 특히 수도 이상을 말하는 '머리말' . 아빠스에 관한 2 장과 27장과 64장, 사순 시기에 관한 49장 그리고 형제적 사랑에 관한 71~72장은 베네딕도의 영성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을 수 있다. 《베네딕도 규칙서》 이전의 수도 규칙서로서 현존하는 것은 12개가 있는데, 《베네딕도 규칙서》는 현재 전해져 오는 고대 규칙서들 중에서 많은 점에 있어 월등히 뛰어나며, 분량 면에서도 《바실리오 규칙서》와 《스승의 규칙서》 다음으로 길고, 구조와 내용 면에서는 어떤 규칙서보다도 더 조직적이고 완전하다. 《베네딕도 규칙서》는 현대 교회에서도 대표적인 수도 규칙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베네딕도 이후에 생겨난 서방 교회의 규칙서들 대부분이 이 규칙서로부터 영향을 받았 기 때문에 베네딕도를 "서방 수도 생활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다. (→ 베네딕도 ; 베네딕도회 ; 《바실리오 규칙서》) ※ 참고문헌  A. de Vogüé, La Règle de saint Benoît, Sources Chrétiennes 181~186, Paris, 1971~1992/ La Règle de saint Benoît Ⅶ, Commentaire Doctrina et Spirituel, Paris, 1977/ RB 1980, Collegeville Minnesota, 1980/ 이형우, 《성 베네딕도 수도 규칙》, 교부 문헌 총서 5, 분도출판사, 1991. [李瀅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