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

Vero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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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성녀(베르니니 작, 베드로 대성전 소장) .

베로니카 성녀(베르니니 작, 베드로 대성전 소장) .

성녀. 예수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천과 관련된 전설적인 여인. 축일은 7월 12일. 성녀의 이름은 그리스어로 '베르니케' (Βερνίκη) 또는 '베로니케' (Βερoνίκη)이다. 중세 시대에 베로니카라는 이름은 예수의 얼굴이 새겨진 천을 전해 준 사람을 가리키는 동시에 그리스도의 참모습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역사가 지랄두스 캄브렌시스(Giraldus Cambrensis, 1147/1148~1223)는 자신의 저서《교회상》(Speculum ecclesiae)에서 베로니카란 이름이 진실한 성화상' (vera icon)에서 기인하였다고 주장하면서이 말이 대중적으로 사용되던 중에 베로니카가 되었으며, 예수의 얼굴이 새겨진 천과 관련된 전설상 여인의 이름으로 추정되었다고 하였다.
〔전 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로 가는 것을 보고 한 여인이 마음이 아파 이마를 닦으라고 머리에 쓰는 천을 주었는데, 예수가 받아 얼굴을 닦고 돌려주었을 때 예수의 얼굴이 그 천에 찍혔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그 전설 속의 인물이 바로 베로니카라는 여인이다. 베로니카는 여러 인물들로 추정되었는데, 예루살렘 출신의 신심 깊은 부인으로서 루가 복음 23장 27절에 나오는 예수를 보고 통곡하는 여인들 중 한 사람이라기도 하고, 마태오 복음 9장 20-22절에 나오는 하혈하는 여인으로 생각되기도 하였으며, 베다니아의 마르타라고도 하였다. 프랑스에서는 자캐오(루가 19, 1-10)의 부인이라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 전설의 시초는 외경에서 전해진 아브가르(Abgar) 전설이다. 이 전설에 따르면, 예수의 얼굴이 찍힌 천이 아브가르에게 전달되었다고 하는데 이 천에 대한 이야기는, 6세기 이후 에바그리우스 스콜라스티쿠스(Evagrius Scholasticus, HE IV 26f)가 당시 페르시아 원정 참가자였던 가이사리아의 프로코피오스(Prokopios)의 증거를 인용하면서 더욱 확실한 것이 되었다. 그 후 다른 전승에 따르면, 예수의 얼굴이 찍힌 천은 아브가르가 아니라 그의 딸 베로니카가 전한 것으로 되었다.
이렇게 변화되어 온 아브가르-베로니카 전설은 6세기 이후 빌라도의 전설 속에 나타났다. 그중 가장 먼저 나온 《빌라도의 술책》(Mors Pilati)이라는 책에 따르면,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을 갖고 싶어한 베로니카라는 부인이 화가에게 그것을 그려 달라고 무명옷을 주었는데, 바로 그때 예수가 나타나 그녀가 원하는 바를 듣고 그의 얼굴이 무명 천 위에 나타나도록 하였다고 한다(M.R.Jamest trans., The Apocryphal New Testament, Oxford, 1926).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그 후 로마로 가서 이 천으로 티베리우스 황제(14~37)를 치유한 그녀가 임종 때 이 천을 교황 글레멘스 1세 (90/92~101?)에게 주라고 유언하였다고 한다. 14세기에와서는 예수가 골고타로 가는 길에 동정심 많은 한 부인이 그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거론되었는데, 이 사건 속의 여인은 초기 전설의 베로니카와 동일시되었다.
예수의 얼굴이 찍힌 천은 944년까지 에데사(Edesa)의 만들리온(μανδίλιον)에 보관되어 오다가 그 후 동로마 제국의 황제 로마누스 1세(920~944)가 전리품으로 콘스탄티노플로 가져 갔다고 한다. 10세기 말 혹은 11세기 초부터 로마에서 공경을 받았고 중세 때에는 대단한 신심이 일기도 한 이 천은, 현재 교황청에 보관되어 있으나 식별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경과 의의〕 베로니카는 여러 곳에서 성인으로 공경을 받았다. 전례 속에서 기념되기도 하였으나, 성 보로메오(St. Charles Boromeo)는 밀라노의 암브로시오 전례 중에 베로니카에 대한 전례적인 공경을 금지하였다. 베로니카라는 이름은 초기 순교록들뿐만 아니라 《로마 순교록》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전례 안에서가 아니라 대중적인 신심 안에서 그 자리를 지켜 왔을 뿐이다. '십자의 길' 기도에서 거론되는 성녀의 이야기는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묵상을 도와 주는 것으로 여겨져 18~19세기에 도입되었다. 역사적 근거가 없는 전설상의 인물인 베로니카 성녀의 이야기는 단지 예수의 얼굴이 찍힌 천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참고문헌  P.K. Meagher, 《NCE》 14, p. 6251 J.H. Emminghaus, 《LthK》 10, pp. 728~7291 David Hugh Farmer, The Oxford Dictionary of Saint, Oxford, 1987, pp. 421~4221 최정오 편, 《가톨릭 성인 사전》, 계성출판사, pp. 366~367. 〔편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