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독일 문학사와 현대 종교 문학의 대표적인 인물. 1892년 9월 16일 지금의 라트비아 공화국(Lat-vian Republic) 수도인 발트해 연안의 리가(Riga)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1914년 8월까지 뭔헨, 베를린, 마르부르크 대학등에서 법학 · 역사학 · 문예학 · 자연 과학 등을 두루 연구하여 작가로서의 소양을 쌓았으며, 1919년에 샤를로테 헨셀(Charlotte Hensel)과 결혼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때에는 자원 입대하여 동부 전선에서 독일을 위해 싸웠고, 전쟁이 끝난 후 1924년부터는 신문사와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자유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첫 작품 《아툼의 법칙》(Das Gesetz des Atum)을 1936년에 발표한 그는, 베를린에 거주할 당시 프로테스탄트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는데, 자신과 작품 경향이 유사할뿐만 아니라 역시 가톨릭으로 개종한 슈나이더(Reinhold Schneider, 1903~1958)와 계속적인 친교를 맺었다.
국가 사회주의 노동당의 히틀러(A. Hitler)가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여 대폭군으로 등장하면서 가톨릭적 인도주의를 내세운 그의 작품들은 만(Thomas Mann, 1875~1955), 헤세(Hermann Hesse, 1877~1966),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 르 포르(Gertud von Le Fort, 1876~1971), 안드레스(Stefan Andres, 1906~1970), 슈나이더 등의 작품들과 함께 분서(焚書)로 낙인찍혔다. 이후 그는 국내 망명 작가로 뮌헨 교외의 졸른(Solln)에서 생활하면서 역사 소설을 집필하는 데 전념하였는데, 그것은 나치 정보 기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제2차 대전이 끝난 후 1946년에 독일을 떠나 1958년까지 취리히(Zürich)에서 계속 창작 생활을 하였으며, 1951년에 빌헬름-라베(Wilhelm-Raabe) 상을, 1962년에는 쉴러(Schiller) 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영원한 질서의 명시자' (der Offenbarer der ewigen Ordnung)로서 끊임없이 하느님의 계시를 전파하려고 노력하였던 가톨릭 문학 사상의 거성(巨星) 베르겐그륀은 1964년 9월 4일 바덴바덴(Baden-Baden)에서 사망하였다.
〔작품과 사상〕 베르겐그린의 대표작 《대폭군과 재판》(Der Groβtyrann und das Gericht, 1935)은 히틀러가 정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난 후에 나온 작품으로, 그의 수많은 소설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오래 애독되는 작품이다. 더욱이 이 작품은 제3 제국 시대에 히틀러의 가혹한 종교 탄압에 항거하면서 쓴 레지스탕스 문학으로서, 독서 금지 령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제목에서 '대폭군' 이란 표현은 전제(專制) · 독재 · 억압 · 부자유 등의 어휘와 함께 히틀러를 암시하고, '재판' 은 그에 의해 움직여지는 특수 범죄 조직을 상징하기 때문에 금지령을 받았다. 히틀러가 자신을 '영도자' (Führer)라고 부르게 했듯이, 대폭군은 자신을 '각하' (Herrlichkeit)로 부르게 하였다. 이 밖에도 대폭군에게 자식이 없다는 점, 미천한 출신, 그리고 그가 건축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는 점 등은 히틀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전기적 요소들이다. 또한, 대폭군과 주교와의 화해에 관한 부분은 1933년 7월에 히틀러 정부와 교황청 사이에 맺어진 정교 조약을 연상시킨다. 비밀 경찰의 총수인 네스폴리의 비밀 경찰 제도와 공작 정치도 독일의 나치 정권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수 있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대폭군이 통회하는 모습과 히틀러의 자살은 유사하다고 할 수 없다.
《대폭군과 재판》은 나치스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창작된 역사 소설로서, 작품의 무대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가공 도시 국가인 킷사노이다. 이 작품은 캇사노의 군주인 대폭군이 자신의 측근인 수사(修士)를 살해하는데서 시작된다. 대폭군은 그 수사를 암살한 범인을 빨리 체포하라는 명령을 시(市)의 보안 경시 총감(保安警視總監)인 네스폴리에게 직접 하달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왜냐하면 마지막 재판 과정에서 대폭군 자신이 밝혔듯이 범인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대폭군의 간계와 조작으로 인해 캇사노 각계 각층의 시민들은 무질서한 혼돈 속에서 방황하게 되고 비밀 경찰의 총수 네스폴리 자신도 자신의 지위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범인을 마구 조작해 낸다. 이런 간계와 조작은 대폭군의 직계인 네스폴리뿐만 아니라 죽은 자인 판돌포 콘피니와 그의 아들인 디오메데 신부, 심지어는 창녀에 이르기까지 유혹과 위험을 자아내며 양심의 위기를 조성한다. 온갖 위험은 내적 · 외적으로 이루어지며 시민들은 익숙한 생활의 균형을 잃게 되고, 마침내 자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상호간에 간계와 조작이 이루어진다. 한편 대폭군은 자신이 연출한 위기의 무질서를 절대자라는 위치에서 여유 만만하게 내려다보면서, 그 속에서 난무하는 인간들의 베일을 하나씩 벗겨 나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자기 자신을 세계의 재판관, 즉 하느님의 위치까지 올려 놓고는 인간의 양심이 상황에 따라서 얼마나 가변적일 수 있는가를 시험해 보려고 하였던 것이다.
이 무질서한 위기의 극한 상황을 자신의 천국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대폭군이 이끌어 낸 결론은 "인간은 얼마나 유혹되기 쉬운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인식이 바로 자신에게도 해당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대폭군에게 '양심' 이란 말에 대해 눈을 뜨게 한 사람은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도 아니고, 성직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산이 많은 사람이나 학식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과는 거리가 먼 계층의 인물로서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는 단순소박한 성격의 소유자인 염색공 수페로네(Superone)였다. 법정에서 수페로네의 인류애적인 희생 정신은 대폭군의 간계와 그로 인해 오염된 킷사노시(市)의 모든 위험을 없애며, 이런 극도의 위기 상황 속에서 대폭군은 물론 시민들은 모든 마스크와 갑옷을 벗고 자신들의 실존인 본래의 모습을 공개한다. '긍정' 이 아니면 '부정' 의최후적 결단이 요구되는 극한 상황에서 타인을 위해 자기의 생명을 하느님과 운명에 맡기려는 수페로네의 가식없는 단순성과 희생 정신은 대폭군에게 자신의 죄를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스로 고백할 수 있는 단순성을 지니게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행위 자체가 유혹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자신을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위치와 동등한 위치에 올려 놓고 인간의 존엄성을 한껏 모독하였던 자기 자신이 어느 누구보다도 유혹에 약한 존재였음을 깨닫게 된다. 보잘것없는 근로자인 수페로네로 인해 대폭군은 영원한 질서 속에서 성스러운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1940년에 출판된 대장편 《천국에서도 지상에서도》(Am Himmel wie auf Erden)에서도 《대폭군과 심판》에서 제기되었던 문제가 다시 언급되어 있다. 어느 유명한 점성술사가 대홍수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예언한다. 이 에 동요하는 모든 시민들은 캇사노의 시민들처럼 불안과 공포에 빠진다. 최고의 통치자였던 선제후 요하킴 1세도 한때 산꼭대기로 피신하지만 자신의 의무와 사명을 깨닫고 다시 내려와서 그 최후의 날을 신앙으로 극복한다. 이 책에서도 인간과 사회의 무력함과 굳건한 신념만이 어떠한 환경에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사랑스러운 단편이라고 일컬어지는 《스페인의 장미》(Der spanische Rosenstock)는 베르겐그륀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리게 한 단편이다. 10년 동안에 23만 부가 판매되었고, 또 이 책을 원작으로 오페라로 공연되었던 동화와 같은 이 이야기는 아름다운 환상과 낭만 속에서 무엇보다도 강한 사랑의 힘을 보여 준다. 자신의 모습을 은은하게 보여 주는 《기병 대위》(Rittrmeister) 외에도 많은 소설과 서정시 그리고 번역 작품들이 있다.
[평 가] 본(Bonn) 대학과 인스부르크(Innsbruck) 대학에서 주로 가톨릭 문학을 강의하였던 그렌츠만(Werner Grenzmann) 교수는 그의 저서 《문학과 신앙》(Dichtung und Glaube)에서 현대 전전(戰前) 독일 문학을 작가들의 대세계적(對世界的) 해설 내지 대세계적 태도에 따라서 3단계로 나누었다. 그 첫째 단계는 만, 헤세를 중심으로한 회의와 불신의 문학이고, 둘째 단계는 이 회의와 불신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려다 끝내는 절망 · 변신 · 난파되어 버린 카프카의 문학이며, 마지막 셋째 단계는 신이 창조한 영원한 질서의 실제성(實際性)에서 세계 구조의 전체성(全體性)을 인식하여 끊임없이 명시(明示, die Offenbarung)하려고 했던 가톨릭 문학이라 하였다. 이 세 번째 단계에 속하는 대표적 작가들로는 베르겐그륀, 르 포르, 안드레스이다. 이 '신앙의 작가들' 중 국내외에 가장 많이 알려지고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작가가 베르겐그륀이다.
베르겐그륀은 형이상학적인 보편성 즉 가톨릭적인 신앙과 신념에서 창작하여 널리 존경과 사랑을 받는 현대 독일 문학의 거인적 존재로서 그에게 있어서는 신앙에 대한 정열이 모든 창작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시공적(時空的)인 면에서 광활한 안목을 가지고 해박한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현대에서 고대에 이르는 시대상을 주도 면밀하게 재현시켰다. 또한, 장편과 단편 그리고 시작(詩作)을 통해서 그의 고향 리가를 중심으로 유럽 각 지역은 물론 동양에까지 작품의 무대를 광범위하게 확대하면서 인간과 하느님의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하였다. 그는 많은 지역을 여행함으로써 창작의 생명력을 얻었고 여행에서 접한 모든 작품의 대상들을 하느님에 의해서 이루어진 영원한 질서로서 간주하였다. 다시 말해서 절망과 위기의 시대에 신앙을 간직하고 관념에 빠지지 않고 구체적인 명시로서 인간의 위치와 영원한 질서를 끊임없이 고지(告知)하였던 것이다. '영원한 질서의 명시자' 로서 베르겐그륀의 사명은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영원한 질서를 받아들이도록 그 질서를 명시하여줌과 동시에 그들로 하여금 복잡한 시험과 유혹 속에서 투쟁하게 한다. 즉 인간은 위기가 만연된 유혹 속에 던져진 자연의 티끌이지만 그리스도적 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투쟁함으로써 하느님의 영원한 은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가톨릭 문학, 독일의)
※ 참고문헌 Werner Grenzmann, Dichtung und Glaube, Bonn, 1964/C.J. Burckhardt, tiber Werner Bergengruen, Ziirich, 1968/ H. Bainziger, Werner Bergengruen, Leben und Werk, Bern und Miinchen, 1983/ Dietz-Riidiger Moser Hrsg., Neue Handbuch der Deuschsprorachigem Gegemwarts-literatur seit 1945, Miinchen, 1990/ Gero von Wilpert, Lexikon der Weltliteratur, Bd. 1, Autoren u. Be. 2 Werke, Stuttgart, 1975/ Manfred Kluge . Rudolf Radler Hrsg., Hauptwerke der deutschen Literatur, Miinchen, 1974/ Brockhaus Enzyklopäidie, Völlig neubearbeitete Auflage des groBen Brockhans, Nannheim, 1990. 〔金光堯〕
베르겐그륀, 베르너 (1892~1964)
Bergengruen, We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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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베르너 베르겐그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