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성의 원리

補助性 - 原理

〔라〕principium subsidiarii officii · 〔영〕principle of susidi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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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보다는 개인을, 상위 집단보다는 하위 집단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원리.

라틴어 '습시디움' (subsidium, 補助, 助力)에서 유래한 보조성(subsidiarity)이라는 말은 원래 로마 시대의 군사 용어로서, 전방에서 싸우는 주력 부대에 비해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예비 부대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 말을 사회에 적용시킬 때는, 보다 큰 사회 구성체, 즉 국가가 개인이나 작은 단체를 위해서 취하는 보충적 · 응급적 조 치를 의미한다. 〔의 미〕 보조성의 원리는 일단 연대성과 공익성의 원 리를 전제한다. 사회가 그 구성원인 개인을 도와야 한다 는 것은 상호 결합과 의무를 강조하는 연대성 원리의 분 명한 표현이다. 이와 관련하여 교황 비오 12세(1939~ 1958)는, "사회 쪽으로부터 기능과 수행은 항상 지원하 는 상태에만 있으며, 다만 개인 · 가족 · 직업의 활동을 뒷받침하고 보조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다. 또한 교황 은 이 보조성의 원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기도 하였다. "인간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또 자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그에게서 박탈하여 사회 기능에 떠맡겨서는 안되는 것처럼, 보다 작은 하위 단체가 능히 치를 수 있 고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는 것을 보다 큰 상위 단체에 속하는 것처럼 요구하는 것은 정의에 위배된다. 동시에 이것은 모든 사회 질서를 극도로 저해하고 혼란시키는 일이다. 모든 사회 기능은 본질적으로나 개념적으로 보 조적이다. 따라서 사회는 그 구성원을 지원해 주어야 하 나, 그 구성원을 파괴하거나 흡수해 버려서는 안된다. 보 조성 원리가 잘 시행되고, 여러 가지 사회화의 계층 질서 가 보다 훌륭하게 준수되면 될수록 그만큼 사회의 권위 와 사회의 작용력이 강화되며, 그만큼 국가는 더욱 좋고 더욱 행복한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보조성의 원리' 라는 말은 사회 윤리학자들에 의해 20세기 중반부터 빈번히 사용되었지만, 이 원리는 내용 적으로 오랜 그리스도교적 전통에 속한다. 왜냐하면 출 애굽기에 이미 이 원리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기 때문 이다. "이렇게 힘겨운 일을 어떻게 혼자서 해내겠는 가. ···천 명을 거느릴 사람, 백 명을 거느릴 사람, 열 명 을 거느릴 사람을 세우게. ···그들과 짐을 나누어 자네 짐 을 덜도록 하게"(출애 18, 18-22). 마키아벨리(N. di B. dei Machiaveli, 1469~1527)는 그의 저서 《군주론》(Ⅱ Principe, 1532)에서 "각 도시의 모든 작은 문제는 직접 황제에 의 해서 결정될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여러 국가, 왕국 및 도시들은 그들의 제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는 특별한 법률에 의해서 고려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 다"(I, 14)라고 하였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도 지나친 획일화와 통제를 비판하면서 "만 일 모두가 같은 음성으로 노래하면 음의 조화가 소멸되 고 마는 것처럼, 여러 가지의 구성체로서 이루어진 공동 체의 존재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된다" 고 하였는데, 이 역시 보조성 원리의 문제를 다룬 것으로 볼 수 있다.
〔근 거〕 보조성 원리의 첫 번째 근거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에 있으며, 두 번째 근거는 보다 더 큰 사회 구성체 는 독자적으로 바람직하게 실현할 수 없는 과제와 권리 를 가지고 있는 보다 작은 생활 공동체(예컨대, 가정)를 보조하는 데에 둔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과 소형의 생활 공동체는 대형의 사회 구성체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에서 보호받아야 하고, 자주권을 존중받아야 한다. 또한 보조 성의 원리는 '위로부터 아래로의 원조' 를 가리킨다. 보 조성의 원리가 요구되는 경우로는, 보다 큰 상위 공동체 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업무가 있을 때, 그리고 개인이나 보다 작은 하위 공동체가 그 기능을 제대로 발 휘하지 못하여 상위 공동체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이다. 우츠(A.F. Utz)는 "보조성이란 상위 단체가 하위 단체 의 활동을 보충 · 촉진시키는 원리이며, 서로 보충 보완 하는 원리로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서 권리를 행사해 서는 안된다" 고 했다. 또 독일의 사회 개혁가 케텔러(W. E. von Ketteler, 1811~1877) 주교는 사회 회칙이 나오기 훨 씬 이전에, 모든 것을 국가에만 맡길 수 없고, 개인이나 단체가 노력을 해도 안되는 것만을 국가가 보충해 주어 야 한다는 원리가 보조성의 원리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모든 개인은 스스로 행할 수 있는 자기 권리를 스스로 행사해도 좋다. 나에게 있어서 국가는 기계가 아니라 살 아 있는 지체를 가지고 있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며, 이 유기체 안에서 각 지체는 각기 자기의 독자적 권리와 독 립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 자신의 삶을 자유롭 게 형성해 나간다. 나도 이러한 지체를 개인, 가족 및 공 동체(지방 자치 단체) 등이라고 생각한다. 하위에 있는 모 든 지체는 자기의 영역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스스 로 자유롭게 결정을 내리고 자기 자신을 다스릴 권리를 누린다. 이 유기체의 하위의 지체가 자기의 목적을 스스 로 달성할 수 없거나 자기의 발전을 위협하는 위험을 스 스로 제거할 수 없는 그런 경우에만 비로소 보다 높은 지 체가 낮은 지체를 위해 활동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족이 나 공동체가 자기들의 자연스러운 목적을 스스로 달성할 수 있을 때에는 그들의 자유로운 자치에 맡겨 두어야 한 다." 그러나 케텔러 주교는 국가 권력과 개인의 자유와 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다. "조직적인 국가 권력과 개인의 자유는 인간의 여러 관계들이 발전 해 나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조직된 국가 권력 없이 는 개인의 참된 자유도 없다. 왜냐하면 만일 국가 권력이 없다면 개인의 자유가 필요한 보호와 도움을 받을 수 없 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국가 권력이 그 합법적 한계를 벗어난다면, 인간 자체를 해치게 된다." 그러나 국가 권 력과 국민들의 개인적인 자유를 같은 위계에 두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국가는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 려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거꾸로 인간이 국가 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자기 의 능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수단에 지나 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는 국가 권력의 적이 아니다. 개인의 자유 는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리고, 국가의 것은 국가 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와 그 밖의 다른 모 든 집단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국가나 정부보 다는 교회 · 가정 · 노동 조합들에 우선적인 권리가 있으 며, 모든 집단들보다 개인의 행복과 개인의 권리가 우선 한다. 국가의 거대한 행정 기관, 각종 단체 등의 상위 집 단은 하위 집단의 능력 부족을 돕고 협력하는 보조적 기 능만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보조성 원리의 근본 원리 이다. 그러나 보조성 원리는 하위 집단이나 개인에게 무 조건적으로 절대적 우위권을 부여하지 않으며, 동시에 국가나 상위 집단의 하위 집단에 대한 관여 또는 간섭을 전적으로 배제하지도 않는다. 보조성 원리는 개인과 모 든 소집단과 중간 집단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강조하지 만, 국가가 개인과 소집단 또는 중간 집단에 대한 정당한 간섭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 간섭은 조건적이며 제한적 이다. 그 조건은 정부의 관여나 간섭이 실제로 개인과 각 종 집단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조성의 원리는 관료주의적 위계 질서와 조합주의적 독점과 전제(專制)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형태와 구조 를 배척하며, 언제나 하위 집단과 중간 집단의 기본적 권 리와 그 역할을 강조한다(사목 86항).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 집단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강압적인 위계 질서와 서열 매김 등은 인간의 존 엄성을 파괴하기 쉽고, 인간을 조직 사회의 한 부분으로 만 간주하기 쉽기 때문에 인간의 고유한 자유와 품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보조성의 원리는 강압적인 위계 질서와 조합주의적 전제를 배척하고, 집단이나 조 직보다는 개인의 우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려고 한다.
〔가톨릭의 공식적인 입장〕 보조성의 원리는 가톨릭 사 회 교리의 핵심을 이루며, 오늘날 사회 복지 정책, 지방 자치 제도, 대기업과 중소 기업 사이의 질서 등의 근간이 된다. 교회가 보조성의 원리에 대해 가장 명쾌한 설명과 더불어 완벽하게 정리한 문헌은 비오 11세 교황(1922~ 1939)이 발표한 <사십 주년>(Quadragesimo Anno, 1931)이 다. 레오 13세 교황(1878~1903)이 발표한 <노동 헌장> (Rerum Novarum, 1891)이 보조성의 원리에 관한 첫 번째 회칙(53항, 64항)이기는 하지만, <사십 주년>에서는 인간 사회의 구조적 체계, 직급 서열 등으로 완벽하게 정리하 면서 이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35항). <어머니와 교사> (Mater et Magistra, 1961)에서 보조성의 원리를 제대로 이 해하고 바르게 적용한다면 국가 개입이나 국가 통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날 일이 없다고 한 교황 요한 23세 (1958~1963)는, 나아가 이 원리를 통해 사회주의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주장이며, 파시즘과 나치즘과 같 은 전체주의 체계가 얼마나 부당한가도 규명된다고 주장 하였다(51~103항). 또한, 국가나 공공 기관의 공유 재산 확대는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야 하며(117항), 이 원리에 따라 개인 기업을 보조하고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52항).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에서는 각 정치 공동체들과 국제 공동의 공권력의 관계는 보조 성의 원리에 따라 통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제2차 바 티칸 공의회는 보조성의 원리가 특히 제2차 교육 및 학 교 제도를 위해서(교육 3항), 국제적 경제 협력을 위해서 (사목 86항)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백 주년>(Centesimus Annus, 1991)에서 <노동 헌장>이 언급한 보조성의 원리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10항), 민주주의 국가가 제도적 · 법적 · 정치적 장치를 통하여 시장 경제 활동을 위해서 떠맡아야 할 세 가지 과 제 중 하나로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경제 분야에 있어서 인권의 행사를 감시하고 조정하는 일을 언급하였다(48 항). (→ 가톨릭 사회 교리 ; 경제 윤리 ; <노동 헌장> ; <백 주년> ; <사십 주년>) ※ 참고문헌  F. Kliiber, Soziallehre, 《LThK》 9, pp. 917~920/ J.K. Höffner, Christliche Gesellschafslelere, Köln, 1975/ 교황 비오 11세, 오경 환 역, <40주년>, 《교회와 사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4/ 김남 수 역, <사목 헌장>,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한국천주교중앙협 의회, 1969/ L. Schneider, Subsidiäre Gesellschaf, Paderborn, Wien, 1985/ A.F. Utz, Das Sibosidiaritätsprinzip, Heidelberg, 1953/ W.E. von Ketteler, Ketteler Schrifenl, 1848. 〔秦教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