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서의 복수는 하느님의 분노와 연결되어 있으며, 윤리적인 면에서 인간의 복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복수를 금지하였다. 구약성서에서 복수를 의미하는 용어로는 ‘나캄’ (נָקָם, 민수 31, 2), ‘야샤’ (יָשַׁע, 1사무 25, 31), ‘헤쉐브’ (חֵשֵׁב, 2사무 16, 8), ‘샤팟’ (שָׁפַט, 시편 26, 1) 등이 있고, 칠십인역에서는 ‘엑디케오’ (ἐκδικέω)라는 동사형이 주로 사용되었다.신약 성서에서 복수를 뜻하는 말은 '엑디케오' 와 여기에서 파생된 ‘엑디케시스’ (ἐκδίκησις), ‘엑디코스’ (ἐκδίκως) 등이 있다(루카 18, 3. 5 ; 로마 12, 19 ; 히브 10, 30 ; 1데살 4, 6).
〔구약성서〕 구약성서에서의 '복수' 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복수' 를 뜻한다. 하느님 한 분만이 세상의 창조 주이며 정의의 수호자이다. 따라서 비록 개인이 어떤 일로 피해를 당하거나 국가적으로 다른 나라에 정복되고 수모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모두 하느님이 대신 복수해 주리라는 사상이 구약성서 곳곳에서 발견되며(창세 4, 15. 23 이하 ; 2사무 4, 1-12 : 이사 41, 14 : 43, 1 ;예레 15, 15 : 20, 12 등), '복수의 하느님' 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시편 94, 1). 하느님은 대신 나서서 복수해 줄 사람이 없어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변호하고, 원수를 갚아 주신다. 하느님은 불행에 빠진 이스라엘의 구원자이며, 백성들을 약속한 땅으로 인도하신다(이사 41, 14 ;43, 1. 14 ; 44, 6). 그러므로 하느님께 복수를 탄원하는 일은 구원과 회복, 건강과 병 나음에 대한 기원이다(예레 15, 15 : 20, 12).
'하느님의 복수' 는 철저하게 그분의 분노에서 비롯된 다. 구약성서에서는 하느님을 의인화시켜 그분은 인간처 럼 기뻐하시고,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기도 하며, 질투를 품으시고, 곧잘 분노하시는 분으로 묘사하면서, '목자' 나 '장군' 등 땅 위 사람들의 직업으로 비교하기도 한다 (시편 23, 1). 이런 이유로 복수가 흔히 분노에서 비롯된 다는 인간사에 비추어 '하느님의 복수' 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창세 32, 23-33 ; 출애 4, 24-26 ; 1사무 26, 19 ; 아 모 2, 9-11). 특히 하느님의 복수는 무자비하여, 하느님 의 사람을 누군가 해쳤을 경우 '하느님께서 일곱 배로 갚아 주신다' 는 점이 강조되기도 한다(창세 4, 15). 그러 나 구약성서에 보면 흔히 하느님의 복수를 인간이 맡아 서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복수자는 가족이나 공동체 를 대신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대신하여 복수하는 것 으로 간주된다(창세 9, 5-6). 하지만 복수의 강도는 하느 님의 그것보다 훨씬 약해서 일반적으로 탈리오의 법' (LexTalionis)이 적용된다(레위 24, 20 ; 출애 21, 24 ; 신명 19, 21).
탈리오의 법 : '동태 보복률' (同態報復律)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 법은, 인류 역사상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규정으로는 가장 오래 전에 성문화된 법으로, '탈리오의 법' 이라는 표현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로마법의 집대성인 '12 동판법' (Leges XII tabularum, 기원전 450경)에서이다. '탈리오의 법' 이라는 조항을 보면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이의 갈비뼈를 부러뜨렸을 때, 그에 대해 양자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똑같은 벌(갈비뼈를부러뜨림)을 내려야 한다" 고 되어 있다. 즉 '탈리오의 법'이란 한마디로 자기가 입은 피해, 혹은 남에게 입힌 피해에 대해 같은 양과 질로 갚거나 보상받아야 한다는 법 개념이다. 로마법에서는 탈리오의 법' 에 기초한 벌을 '거울의 벌' 이라 하여 살인한 이에게 사형을 내리거나 범죄에 사용된 몸의 지체를 잘라 내는 벌을 내렸다. '탈리오의 법' 에 들어 있는 기본 정신은 유대교의 구약성서와이슬람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탈리오의 법' 은 로마법뿐만 아니라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함무라비 법전' (기원전 1795~1750)에서도 발견된다. 여기서는 성문화된 법전 형태라기보다는 범죄와그에 대한 벌에 대해 몇 가지 예를 들어 상징적으로 '동태 보복률' 을 표현한다. 그래서 "노예에는 노예, 눈에는눈, 부러진 뼈에는 부러진 뼈, 이에는 이"(함무라미 법전 195~204항)라고 하였다. 다만 '함무라비 법전' 에서는 자유인과 노예, 여자와 남자의 등급을 따로 나누어 이 법 을 적용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탈리오의 법' 이 비록 로 마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최초로 성문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일정 범죄에 대해 동등한 양과 질의 벌을 내림으 로써 그에 따른 문제가 없게 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니 만 큼, 이러한 사고 방식은 시공을 초월해 모든 형법의 기초 가 되었다.
〔신약성서〕 신약성서에서 복수란 주로 하느님에게 맡 겨진다. 하느님은 자신이 택한 백성들이 밤낮으로 부르 짖는 원한을 풀어 주시며(루가 18, 7-3 ; 묵시 6, 10), 심판 의 날에 그의 뜻을 거슬렀던 모든 인간을 멸하실 것이다 (마르 13장 ; 2데살 1, 8). 또한 바오로는 신명기 32장 35 절을 인용하여 "여러분 스스로 복수하지 말고 (하느님 의) 진노에 맡겨 두시오. 실상 (성경에도) '복수는 내 것 이니 내가 갚겠노라 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고 기록 되어 있습니다"(로마 12, 19)라고 하여 하느님이 대신 한 을 풀어 주실 것임을 강조하였다. 신약성서에서 복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내용은 예수 가 복수에 대해 한 말씀(마태 5, 38-42)으로,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이 취해야 할 기본적인 입장이기도 하다. 마태오 복음 5장 38-42절은 크게 보아 '산상 수훈' (마태 5-7장)에, 작게는 율법에 대한 예수의 여섯 가지 '대당 명제' (對當命題, antithesen) 중 다섯 번째 항목이다. 마태 오 복음 5장 38-39a절을 보면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하고 말씀하신 것을 여러분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악한 사람에게 맞서지 마시 오" 라고 하였다. 여기서 38절은 구약성서에 나타난 유대 교의 율법 규정(출애 21, 24 : 레위 24, 20 ; 신명 19, 21)으 로 39a절에 선행하는 원명제(原命題)이다. 이 율법 규정 에 대해 반명제(反命題)인 39a절에서 예수는 규정의 폐 지를 선언하였다. 다시 말해서 비록 어떤 이가 남에게서 피해를 입었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고 복수하지 말라는 의 미이다. '맞서지 말라' 는 의미의 그리스어 '안티스테미'(ἀνθίστημι)는 법적인 용어로, 39a절을 해석하면 "악한자와 법적 투쟁을 벌이지 마시오"가 된다. 그러나 다섯번째 대당 명제의 적용으로 제시된 예들을 살펴보면 복 수 금지가 단순히 법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오른편 뺨을 때린 이에게는 다른 편 뺨 을 내줄 것이고, 속옷을 요구하는 이에게는 겉옷마저 내 줄 것이며, 천 걸음을 강요하면 이천 걸음을 가 주고, 청 하는 이와 돈을 꾸기 바라는 이에게는 속시원히 자기 것 을 내주어야 한다"(마태 5, 39b-42) 예수가 복수를 금한 말씀이나 적용으로 든 예들은 상 식적으로 놀라운 내용이지만, 대당 명제가 가진 전체적 인 성격에 비추어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대당 명제 전체 를 관통하는 주제는 '하느님의 의' 인 '사랑' 이고(여섯 번 째 대당 명제 : 마태 5, 43-48), 올바르게 '하느님의 의' 를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피해-복수' 라는 판에 박힌 도식을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 즉 예수는 '복수 의 포기' 를 통해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부르는 폭력의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유대인 사회에서 복수가 이루어지던 방식을 보면 우선은 구약성서식의 '동태 보복률' (레위 24, 20 ; 마태 5, 39)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예수가 활동하던 1세기경에는 이 규정이 상당히 완화되어 있었다. 요세푸스는 이에 대해 "다른 이의 지체를 잘라 내면 자신도 같은 지체를 잃게 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금전 배상도 가능하다" (《유대 고대사》 4, 8, 35)고 하였다. 사실 탈리오의 법' 이 란 약자 보호법의 성격도 가지는데, 이를테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만으로 복수를 하고 그 이상의 복수를 제 한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율법에서 복수 를 허용하였다는 점만은 분명하고, 예수는 다섯 번째 대 당 명제를 통해 이 규정을 폐지하였다. 복수를 금지한 예수의 말씀을 두고 해석이 구구하다. 초대 라틴 교부들 중 몇몇은 선교적인 의도에서 글자 그 대로 예수의 말씀을 따라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고(Aristid, Apol. 15, 15 : Ep,Diognet. 6, 6), 종교 개혁 이후 루터교에서는 예수가 인간의 무능력한 한계를 미리 알고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예(마태 5, 39b-42)들을 제시했다고 하였다. 따라서 오직 은총에 기대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오늘날의 해석도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어지는데 하나는 가능한 한 예수의 말씀을 따라 복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고(여호와의 증인, A.Schweitzer, 비폭력주의를 표방한 Martin Luther King 등), 다른 하나는 그 뜻을 완화시켜 무조건적으로 '복수' 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결과를 예측하고 '사랑' 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J.Rusch, U. Luz, L. Schottroff) . (->) 사랑)
※ 참고문헌 A. Voegtle, Bibel Lexikon, p. 1402ff/ V. Hamp · J. Schmid · W. Pesch, 《LThK》10, pp. 697~701/ E. Klinger, revenge andretribution,《ER) 12, Pp. 362~368/ U. Luz, Das Evangelium nach Matthaeus, 《EKK》 I-1, Neukirchen, 1985, p. 296ff/ L. Schottroff,Gewaltverzicht und Feindesliebe in der Urchristichen Jesustradition in Mt 5,38~48 Li 6, 27~36, ed. G. Strecker, Jesus Christus in Historie undTheologie, Tübingen, 1975, pp. 214~220/ K. Stendahl, Hate, Non-Retaliation, and Love, 《HTR》 55, 1962, p. 355ff/ R. Schnackenburg, Mattinnaseravomgetim I, Echter Bibel I-1, Wiirzburg, 1985/ 《기독교 대백과 사전》 7, 기독교문사, 1982, pp. 977~979. 〔朴泰植〕
복수
復讐
〔라〕ultio · 〔영〕venge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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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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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대신 복수해 주시라는 사상은 구약성서 곳곳에서 발견된다(왼쪽). 동태 보복률이 적용된 함무라비 법전( 루브르 박물관 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