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인 것처럼 꾸며 하는 말. 일반적인 형식에 있어서 거짓말은 '말' 뿐만 아니라 '글' 이나 다른 의사 소통 방식(몸짓, 동작 등)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거짓말은 '틀린 말' 과는 구별된다. 거짓말의 내용이 사실과 일치할 수 있지만 틀린 말은 말하는 사람이 그 사실을 알 때까지 거짓말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거짓말에 있어서 다른 사람을 속이려는 의도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노에 의하면 다른 사람을 속이려는 의도가 바로 거짓말의 본질에 해당된다. 그러나 토마스와 스코투스는 명백히 다른 사람을 속이려는 의도 그 자체가 거짓말의 형식적 본질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학자들은 토마스의 이런 견해를 따라 의도적으로 틀리게 말하는 것이 거짓말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을 속이려는 의도가 거짓말의 본질이 아니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을 속이려는 의도가 없이 거짓말을 할 수가 있다. 반면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서도 다른 사람을 속일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틀린 말을 하지않기 위해 진실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밝히기 싫어하는 진실을 애매하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이 말의 내용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지만 아직도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종 류〕 어떤 사실을 적절하게 표현하였는지에 따라 거짓말을 구분할 수 있다. 과대 선전과 같이 진실을 너무 과장하거나 또는 너무 축소시키는 냉소적 표현 같은 거짓말이 있다. 또는 말하는 사람의 의중이나 그 결과에 따라 거짓말을 분류할 수 있다. 단순하게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농담' 은 가장 사소한 거짓말에 해당된다. 문학적 표현에 있어서 어떤 이야기가 명백하게 허구적이라면 이는 거짓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시적 표현 방식에서 표현된 말을 그대로 이해해서는 안되고 그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문학적인 표현이라 할지라도 그 내용이 상대방을 허구와 사실 사이에서 혼동시킨다면 이는 역시 정직함에 반대되는 거짓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어떠한 이익을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도덕적으로 커다란 피해를 미치게 된다. 그 밖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유용한 거짓말도 있다. 이런 경우에 거짓말의 동기는 도덕적으로 권장되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거짓말 그 자체가 본래 죄를 짓는 것이라면 그 동기가 아무리 도덕적으로 인정된다 할지라도 그 수단은 정당화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가장 사악한 거짓말은 명백하게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치명적인 거짓말이다.
〔학 설〕 플라톤은 그의 주저인 《국가》에서 거짓말은 사회를 타락시키는 나쁜 습관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을 인정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거짓말이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마땅히 비난받아야 된다고 주장하였다.
신구약 성서는 거짓말하는 것이 곧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거짓말이나 하며 돌아다니는 불량배, 협잡꾼들은... 갑자기 재앙을 만나 순식간에 아주 망하고 만다"(잠언 6, 12-15). "야훼께서 미워하시는 것··· 거짓말하는 혀"(잠언 6, 16-17). "거짓말쟁이를 멸하시며"(시편 5, 6). "서로 거짓말하지 마시오"(골로 3, 9). 그러나 성서가 거짓말 그 자체를 비난하였는지는 명백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아마 성서 저자들은 치명적 피해를 입히는 거짓말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러므로 거짓말에 대한 성서의 애매성은 교부 철학과 현대에도 계속 논란의 여지를 남겨 주었다.
909년의 트로슬리(Trosly) 종교 회의는 거짓말을 통해 비록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라도 거짓말 그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였다. 초기 스콜라 학파에서는 거짓말을 상황에 따라 허용해야 되는지를 논의하였다. 아우구스티노는 거짓말 그 자체가 본래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아우구스티노의 입장은 스코투스, 스아레즈 그리고 토마스 등에 의해 계속 계승, 발전되었다. 특히 토마스는 거짓말이 그리스도의 진리, 사랑 그리고 정의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거짓말하는 것은 큰 죄에 해당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교리와는 달리 도덕론자들은 거짓말하는 본래의 의도와 관련하여 거짓말을 평가하였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거짓말이 살인이나 절도 또는 간음 등에 비해 가벼운 죄에 해당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거짓말이 도덕적으로 정의와 진실에 피해를 입힌다면 큰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특히 거짓말이 어떤 추문을 일으키거나 도덕성을 파괴하고 진실을 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이는 아주 치명적인 죄를 짓는 것으로 보았다.
현대에는 진실을 숨겨야만 되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서 거짓말을 허용해야 되는지를 논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이 진실을 정당하게 알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말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정한다. 프로테스탄트의 그로시우스(Grotius), 푸펜도르프 (Pufendorf)와 몇몇의 가톨릭 신학자들은 도덕적으로 과오를 범하지 않는다면 필요한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틀린 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때 틀린 말을 도덕적인 거짓말이기보다는 심리적인 거짓말에 해당된다. 왜냐하면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된다는 의무는 진실을 알 권리와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관계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진실을 말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진실을 말해야만 된다는 의무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만 한다는 의무가 더욱더 우위에 있다. 그러므로 이런 입장은 무엇보다도 거짓말 그 자체가 본래 죄를 짓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전통적인 입장을 포기하는 것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사회적 질서는 인간 상호간의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거짓말은 이러한 상호 신뢰를 무너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인간 상호간의 의사 소통에 대한 가치를 약화시키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의사가 의도적인 이유로 불치의 병에 걸려 있는 환자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짓말이 환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면 환자는 의사가 하는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는 환자를 안심시키고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적절한 표현 방식을 찾기가 어렵게 된다. 이와는 달리 거짓말하는 것을 묵인하는 경우가 있다. 말의 내용이 비록 사실과 일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관례에 따라 이를 거짓말로 보지 않는 표현 방식이 있다. 예를 들면 편지에서 '당신의 헌신적인 종으로부터' 라는 표현이나 예의상 하는 찬사의 말들은 의례적인 표현 방식으로 인정한다. 또 직업상 비밀을 지켜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들(성직자, 변호사, 의사 등등)이 있다. 이들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가 있다. 이런 직업상의 비밀 외에도 진실을 밝히게 되면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피 해를 주어 죄를 짓는 경우도 있다. 즉, 전시 중에 점령 지역에서 지하 활동을 하다가 포로가 된 사람이 지하 활동에 대해 문초를 받게 될 때 이를 숨기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그러므로 상황에 따라 진실을 숨겨야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물론 거짓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의사소통 방식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 독백식으로 틀린 말을 할 경우에는 거짓말을 한다고 볼 수 없다. 또는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부득이 진실을 숨기고 틀린 말을 하는 것도 거짓말이라 할 수 없다. 그렇지만 틀린 의사 소통 방식은 인간 상호간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극단적으로는 이를 무너뜨리는 비도덕적인 방식이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진다면 거짓말의 본래적인 의도, 즉 상대방을 속이려는 의도 역시 이룰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미 상대방은 말하는 사람의 말을 전혀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인간 상호간에 의사 소통이 불가능하다면 거짓말도 역시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진실을 말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곤란을 초래할지는 모르지만 이런 곤란을 극복한다면 개인과 사회에 더욱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거짓을 버리고 각자 자기 이웃에게 진리를 말하시오. 우리는 서로 지체들이기 때문입니다" (에페 4, 25)
※ 참고문헌 J.A. Dorszynski, Catholic Teaching about the Morality of Falsehood, Washington, 1948/ J.H. Newman, Apologia pro vita sua, New York, 1956/ W. Golinski, La doctrine de St. Augustin sur le mensonge, Lublin, 1948/ R. Cabot, Honesty, New York, 1938/ G. Müller, Die Wahrhaftigkeitspflicht und die Problematik der Liige, Freiburg, 1962. 〔洪性河〕
거짓말
〔라〕mendacium · 〔영〕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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