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헌절

奉獻節

〔히〕חֲנֻכָּה · 〔그〕ἐγκαίνια · 〔라〕Encaenia · 〔영〕Ded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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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하누카 램프'들(왼쪽)과 오늘날 유대인 가정에서의 봉헌절 축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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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하누카 램프'들(왼쪽)과 오늘날 유대인 가정에서의 봉헌절 축제 모습.

유대인의 절기 중 하나. 기슬레우(Kislev) 월(月) 25일(대략 12월 초)에 시작해서 8일 동안 진행되는 연례 축제.
〔역 사〕 봉헌절의 기원은 이스라엘 통일 왕국의 두 번째 왕인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지어 야훼께 바치던 때로 여겨진다(1열왕 8장). 야훼는 통일 왕국의 위업을 이룬 다윗이 아니라 그의 아들 솔로몬에게 예루살렘 성전을 지을 수 있게 해주었고(1열왕 8, 18-19), 이에 따라 솔로몬은 성전을 지어 계약의 궤를 모셔 왔다. 이로써 솔로몬은 야훼를 예루살렘 성전에 모시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고, 이스라엘은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명실상부한 위용을 갖추게 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그는 야훼께 성전을 드리는 봉헌 제사를 드렸다(1열왕 8, 62-66).
그러나 봉헌 축제가 연례 행사로 거행된 것은 훨씬 후의 일이었다. 기원전 165년에 유다 마카베오는 '마카베오 가(家) 독립 전쟁' 에서 승리를 거두어 예루살렘 성전을 되찾았는데, 당시 팔레스티나 지역을 통치했던 셀레우쿠스 왕조의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기원전 175~164)는 이보다 3년 전부터 예루살렘 성전에서 이방신을 모시는 제사를 드리게 하였다. 따라서 마카베오의 승리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淨化)한 사건이었다. 리시아(Lysia) 군대를 물리친 뒤(1마카 4, 26-35) 성전에 올라가 황폐해진 성전을 보고 통곡을 하였던 마카베오는, 성전이 제 모습을 회복하자 같은 해 기슬레우 월, 즉 9월 25일 이른 아침에 봉헌 제사를 지냈다(1마카 4, 36-61). 마카베오 하 10장 1-8절에 이 사건을 요약한 기록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는 전에 이방인들이 성전을 더럽힌 바로 그날, 즉 기슬레우 월 25일에 성전을 정화하였다. 초막절과 마찬가지로 이 즐거운 축제는 8일 동안 계속되었다. 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막절을 제대로 지내지 못하고 산과 동굴에서 들짐승처럼 지내던 일을 회상하였다. 그들은 나뭇잎으로 엮은 화환과 아름다운 나뭇가지와 종려나무 가지를 손에 들고 성전의 정화를 성취케 해주신 주님께 찬미드렸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공적인 결의를 하여 포고령을 내리고 온 유대인은 누구든지 해마다 이 축제를 지키라고 명하였다" (2마카 10, 5-8).
위의 내용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 축제의 외형은 연례 행사로 8일 간 지내고 초막절을 본뜬 것이다(2마카 1, 9). 봉헌절은 또한 '빛의 축제' 로도 불리는데, 8일 간 계속되는 축제 기간 중 매일 하나의 촛불을 더하여 축제 마지막 날에는 모두 여덟 개의 촛불이 밝혀지게 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전통적으로 '할렐루야 시편' (시편 112-117편)이라는 찬미가를 부르고, 종려나무 가지를 앞세운 행진이 벌어지며, 매우 흥겨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2마카 1, 8 ; 1, 18-2, 18 : 요세푸스, 《유대 고사》 Ⅶ, p.316 이하). 여기서 촛불을 밝혀 두는 의식은 마카베오가 지낸 봉헌 제사에서 등경에 불을 밝혀 놓았던 것과 관련이 있다(1마카 4, 50). 그러나 봉헌절 축제를 지내는 위와 같은 방식은, 유대인 고유의 방식이 아니라 주변의 고대 이방 종교 축제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디오니소스 축제나 동지를 기념하는 축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의 미〕 봉헌절 축제가 모양을 갖추고 정착하게 된 시기는 보통 기원전 165~100년경으로 여겨지는데, 특히 기원전 103년에 시작된 하스모네 왕가에서는 이를 주변의 이방 세계와 비교해 유대인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오늘날 유대인 사회에서는 봉헌절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전통이 생겼는데, 우선 유대인 가정에서는 봉헌절 기간 동안 여덟 개의 손이 달린 촛대를 마련해 창문이나 문 앞에 두고 하나씩 불을 붙여 나가기도 하고, 현재 집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대로 촛불을 밝혀 두기도 한다. 그리고 8일 동안 민수기 7장 1절부터 8장 4절까지를 읽어 나가고, '할렐루야 시편'을 부른다. 그 외에 가족 단위로는 이 기간에 감사를 나누고, 그림 맞추기 등 갖가지 놀이를 즐기는데 이 기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난감이 '하누카 트랜들'(Hanukkah Trendel)이다. 봉헌절은 유대인에게는 경전이 아닌 마카베오서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이 금지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봉헌절이 비록 율법으로 규정된 축제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지켜져 왔으며, 오늘날까지 유대인 사회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는 종교 축제임은 분명하다.
〔신약성서의 봉헌절〕 신약성서에는 봉헌절이 요한 복음 10장 22절에 단 한 번 언급된다. "그때에 예루살렘에서는 성전 봉헌절 축제를 지내고 있었는데 겨울철이었다." 이는 복음서 작가 요한의 편집구일 가능성이 높으며, 예수의 행적을 보다 정확히 보도하려는 의도에서 유대인의 절기를 빌려 상황 묘사를 한 것으로 여겨진다. 요한은 새로운 단락이 시작할 때 그에 걸맞는 도입문으로, 흔히 예수가 있었던 장소와 때를 제시하였다(요한 5, 1 : 6, 1 등). 여기서 봉헌절 축제에 촛불을 밝히는 전통에 빗대어 예수를 '세상의 빛'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지만 설득력은 없고, 단지 한 단락의 도입문에 들어 있는 절기에 대한 정보쯤으로 여기는 것이 무난하다.
※ 참고문헌  G.W. MacRae, 《NCE》 4, pp. 714~715/ Eckart Otto, 《TRE》 11, 1983, pp. 96~106/ D. Schötz, 《LThK》 2, pp. 1014~1015/ J. Gnilka, Johannesevangelium, Echter Bibel, Bd. 4, Stuttgart, 1979/ R. Schnackenburg, Das Johannesevangelium, 《HThK》 4-2, Freiburg, 1982/ 《기독교 대백과 사전》 7, 기독교문사, 1980, pp. 1117~1118/ 《성서 백과 대사전》 5,성서교재간행사, 1980, pp. 118~119. 〔朴泰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