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후 문학(戰後文學)의 대표적인 가톨릭 작가. 197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1917년 12월 21일 라인 강변의 고도(古都) 쾰른(Köln)에서 조각가의 아들로 태어나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까지 서적 판매원으로 일하였다. 1938년 노무자로 징용된 후 독일군 병사로 6년 동안 여러 전투에 참가하였는데, 이때의 체험이 그의 초기 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1945년 미군 포로 수용소에서 포로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잠시 동안 쾰른 대학교에서 독일 문학을 연구하다가 중도에 포기하였다. 그 후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에 들어가 1947년부터 전쟁 체험을 중심으로한 짧은 단편들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20세기 독일 현대 문학은 카프카(F. Kafka, 1883~1924)가 각혈을 하기 시작한 1920년대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70여 년 간의 문학사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분수령으로 그 이전은 전전 문학(戰前文學), 그 이후는 전후 문학으로 나뉜다. 전전 문학을 대표하는 독일 가톨릭 작가가 베르겐그륀(W. Bergen-gruen, 1892~1964)이고, 전후의 대표적 작가는 뵐이다. 그의 문학은 제2차 세계대전의 불길이 전 유럽을 뒤덮었을때, 그가 동부 전선에 투입되면서 시작되었다. 즉 소련, 프랑스 등의 전선에서 온갖 전쟁의 무의미함과 허무를 체험하였던 그는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한 휴머니즘(humanism) 문학으로 출발하였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전쟁과 물질 문명에 대한 고발 문학이라고는 하지만 그 고발 문학의 토대는 어디까지나 가톨릭 신앙과 휴머니즘에 있었고, 여기에다 사회주의적 특성을 띠고 있었다. 뵐은 '47 그룹'의 기수로서 카프카, 베르겐그륀, 헤세(H. Hesse, 1877~1962), 만(T. Mann, 1875~1962) 이후 단절되었던 독일 문학의 전통을 다시 연결하는 데 현저한 공헌을 했다. 그리고 1951년 이후 보르헤르트(W. Borchert, 1921~1947), 디킨슨(E.E. Dickinson, 1830~1886), 스위프트(J. Swift, 1667~1745), 조이스(J. Joyce, 1882~1941), 헤밍웨이(E.M. Hemingway, 1899~1961), 포크너(W.C. Faulkner, 1897~1962)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하여 1967년에는 뷔히너 상(Büchner-Preis)을 수상하였다.
반(反)나치와 진보적 인도주의자임을 자처한 뵐은 1960년대 말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서독 사회당(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SPD)을 지지하면서 그 운동에 참여하였고, 1970년에 서독 펜 클럽 회장, 1971년에는 국제 펜 클럽 회장으로 선출되어 일약 국제적인 명사가 되었다. 또한 진보적인 가톨릭 정신으로 공산주의 세계와 자본주의 세계에서 핍박받는 작가들의 인권을 위해 정치에 참여하였고, 브란트(W. Brandt)의 동유럽 정책(Ostpolitik)에 견인차적인 역할을 하였다. 1972년에 발표한 대작 《여인과 군상》(Gruppenbild mit Dame)으로 빌은, 1946년 헤르만 헤세의 수상 이후 26년 만에 전후 독일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베르겐그륀 이후 단절되었던 가톨릭 휴머니즘을 진보적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부활 · 전파시켰던 그는, 1985년 7월 16일 본(Bonn) 근처에서 사망하였다.
〔작 품〕 뵐은 처녀작 《검은 양들》(Die schwarzen Schafe)이후, 전후 문학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단편 소설 《정각 열차》(Der Zug war piinktich)를 1949년에 발표함으로써 일약 전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등장하였다. 이 소설은 군용 열차를 타고 동부 전선으로 향하는 병사 안드레아의 이야기로, 전쟁에서 오는 무의미 · 허무 · 절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안드레아는 절망의 돌출구를 찾기 위해 거리의 꽃 올리아나와 탈출을 시도하지만 빨치산에 의해 사살되는데, 이 두 연인은 승고한 정신적 사랑을 통해 모든 지상의 고통을 초월한다. 또 다른 전쟁 고발 작품 《아담, 너는 어디 있었는가》(Adam, WO warst du, 1951)에서는 전후 독일의 폐허에 가옥과 교량이 들어서는 등 도시가 활발하게 재건되는 상황에서 동부 전선에서 4년간 시달린 건축가 출신의 파인할스의 상처 입은 영혼을 통해, 인간은 도시처럼 재건되어 활기를 찾기에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있다. 영혼을 재건하는 것이야말로 현대인의 공동 과업이며 뵐의 문학 저변에 흐르는 가톨릭 정신이다. 전쟁의 무의미함과 어리석음이 간결한 문체로 표현된 이 작품은 작가로서 뵐의 위치를 확고 부동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하고 노벨 문학상 후보로까지 물망에 오른 뵐은, 여전히 전쟁을 주제로 한 것이거나 전후의 피해, 그 희생자들, 비참한 환경, 자본의 횡포에 시달리는 민중들, 위선자들, 사회의 모순 등을 고발해 나갔다.
또 1953년에 발표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Und sagte kein einziges Wort)에서는 혼인성사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주인공인 프레드 보고너 부부는 전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으나, 전후의 황폐, 물질적 궁핍 그리고 허탈감은 이들의 부부 생활을 파괴해 버렸다. 집을 나간 프레드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성당 전화계에서 받은 돈은 전부 도박으로 잃어버렸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혼자 사는 부인은 더욱 비참해져 결국 결혼은 파국 직전에까지 이른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단 하나의 믿음이란 신부의 따뜻한 충고였다. 신부가 들려주는 황금 같은 신앙의 언질은 이들 부부로 하여금 끝까지 정조를 지키게 하였으며, 차츰 그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신부의 충고를 받아들인 프레드는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뵐은 여기서도 비참한 현실 사회의 퇴폐와 허위를 날카롭게 해부하였지만, 진실한 신앙과 따뜻한 인간성은 잊지 않고 있다.
전쟁 고아인 두 소년이 어른 세계의 허위와 이기주의를 날카롭게 관찰한 《보호자 없는 집》(Haus ohne Hiiter, 1954)과 5편의 시대 비판적인 작품을 실은 《무르케 박사의 침묵 수집》(Doktor Murkes gesammeltes Schweigen, 1958)등을 발표한 뵐은, 전쟁은 물론 신앙을 소재로 한 《9시반의 당구》(Billiard um half zehn, 1959)를 또다시 발표하였다. 이 작품의 소재는 쾰른에 거주하였던 한 건축업자 가정의 50년 역사이지만, 이 가정의 역사는 바로 최근 50년 간의 독일 현대사의 반영이다. 페멜 가문의 할아버지에 의해 설계 · 건축된 성 안토니오 수도원은 전쟁이 일어나자 공병 장교로 군에 복무하게 된 아버지 로베르트에 의해 폭파된다. 전쟁이 끝나자 폐허와 잿더미로 변한 성 안토니오 수도원은 로베르트의 아들에 의해 복구되는데, 이는 한 세대에 의해 건축되고 다음 세대에 의해 파괴되고 또 다음 세대에 의해 복구되는 독일적인 변증법의 과정이며 지난 반세기 동안 가톨릭 전통을 끈기 있게 이어나가는 독일 시민 사회의 강인한 신앙사(信仰史)인 것이다. 뵐은 여기서 폐허의 잿더미 속에서도 불꽃처럼 피어 오르는 '파우스트'적인 독일 정신을 강조하였음은 물론, 독일 정신을 뒷받침해 주는 가톨릭적인 부활 정신을 확대 · 부각시켰다. 성 안토니오 수도원은 현재에도 계속 복구되고 있는 쾰른 대성당을 상징한다.
1960년대에는 서독 국방군의 스캔들을 주제로 한 《공용(公用) 여행의 종말》(Ende einer Dienstfahrt, 1966)과 장편 소설 《어느 광대의 의견》(Ansichten eines clowns, 1963)을 발표하였는데, 특히 이 소설은 가톨릭 신자인 그가 가톨릭 사회의 보수적인 면과 비민중적인 요소를 가차없이 비판한 것으로 후에 영화로 만들어져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1970년 7월에는 가장 방대한 대작(大作)인 《여인과 군상》을 내놓았는데, 출판된 지 1개월 만에 재판된 이 작품으로 뵐은 1972년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이 작품에서 50대의 여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 여인이 겪어 온 사건과 사랑을 통해 20세기 서유럽의 타락된 도덕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주인공 레니 그루이텐은 1922년 쾰른 출생의 50대 여인이다. 이 여인을 둘러싼 군상(群像)은 백만장자에서 오물을 치우는 하층민까지를 포함하고, 시대는 1930년대와 1940년대에서 현대에 이른다. 인물 · 소재 · 묘사 면에서 이처럼 다양한 작품은 그의 것으로는 첫 작품이다. 레니는 주위의 사람들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양친, 오빠, 레니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수녀, 레니와 관계를 가졌던 세 남자들로 하여금 레니와 그녀와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에 관해 보고하게 한다. 레니는 '나치즘' 이 무엇인지, 유대인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이러한 인물을 시대 비평 소설의 중앙에 놓는 것이 적당한지 의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는 뵐은 지극히 평범하고 나약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폐허와 잿더미 속에서 레니는 양키 달러로, 로스케 루블로 전락하고 만다. 전후 독일은 라인 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부흥과 함께 터키는 물론 동유럽, 심지어는 한국으로부터도 인력을 수입한다. 또다시 레니의 주위에는 군상이 몰려든다. 드디어 레니는 터키 노동자의 육체 상품으로 이리저리 팔린다. 전쟁 전처럼 무지에 의해서도 아니고 전후처럼 빵에 의해서도 아니다. 1960년대 이후부터는 향락과 나태에 의해서 타락되었으며, 레니의 앞길에는 몰락과 멸망만이 보일 뿐이다. 한 문화권의 몰락은 여성의 몰락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뵐은 진단하였다. 아테네의 멸망이 그러하였고 로마의 멸망도 그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레니의 몰락은 게르만 민족의 임종(臨終)을 상징하는 것일까? 확실히 독일 여성, 더 나아가서 서유럽의 여성들은 타락의 길을 거듭하고 있다. 가정의 주인으로서 사회의 모체로서의 여성의 위치는 좌표를 상실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뵐은 50대 나이에 접어든 늙은 창녀 레니에게 항생제를 투약한다. 지금까지 뵐은 전쟁 작가 또는 가톨릭 작가라고 하였다. 그러나 《여인과 군상》을 시점으로 완전히 가톨릭 작가로 군림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뵐은 멸망 위기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도덕 부재의 세계에 가톨릭 신앙을 이식시키려고 노력하였으며, 지극히 풍자적인 수법으로 신앙의 순수성과 도덕의 가치성을 인상적으로 강조하였다. 전쟁 전의 레니의 방황은 정신의 빈곤에서 온 것이고 전후의 타락은 영혼의 부재에서 온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타락과 몰락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앙과 일(노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후 진보적 인도주의자를 자처한 뵐은 1974년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를 내놓아 다시 한번 다른 각도로 세인의 이목을 끌었다. 사망하기 한 달 전에 발표한 그의 마지막 소설 《강 풍경 앞의 여인들》(Frauen vor Flulandschaft, 1985)에서 뵐은, 서독의 수도 본을 배경으로 하여 정치의 이면 에 숨겨진 추악함을 정치가들의 부인들을 통하여 적나라하게 고발하기도 하였다. (→ 가톨릭 문학, 독일의)
※ 참고문헌 W. Martin, Heinrich Boll, Eine Bibl. seiner Werke, Hildesheim, 1975/ Diet-Rüdiger Moser Hrsg., Neues Handbuch der Deutschsprachigen Gegenwartsliteratur seit 1945, München, 1990/ Manfred Kluge · Rudolf Radler Hrsg., Hauptwerke der deutschen literatur, München, 1974/ W. Lengning Hrsg., Der Schriftsteller Heinrich Böll, Ein biographisch-bibliographischer Abriβ, München, 1977/ Bernd Balzer, Heinrich Bölls Werke, Anarchie und Zärtlichkeit, Köln, 1977/ Text · Kritik, H. 33, 3. Aufl., 1982/ Christian Linder, Heinrich Böll, Köln, 1986. 〔金光堯〕
뵐, 하인리히(1917~1985)
Böll, Hein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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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하인리히 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