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설가. 수필가. 평론가. 제1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의 보수 지식인들의 여론을 이끈 인물
〔생 애 와 작 품〕 1852년 9월 2일 아미앵(Amiens)의 지적인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부지런하고 학구적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매우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특히 클레르몽(Clermont) 법과 대학의 교수였던 그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논리적인 감각과 과학적인 명증성은 훗날 그가 스승이라고 부른 텐(Hippolyte Taine)의 영향과 더불어 일생 동안 그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파리 코민(Commune de Paris)에 가담하여 국민군을 지지하였던 부르제는, 파리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하면서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1875년에 시인 코페(Frangois Coppée)의 방식을 모방한 시집 《불안한 삶》(La vie inquiète)을 발표한 데 이어 같은 해에 사실주의적인 성향을 띤 시집 《에델》(E㎉)을 발표하였으며, 1882년에는 상징주의적 색채가 가미된 시집《고백》(Les Aveux)을 발표하였다. 동시에 그는 여러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하였는데, 당시 부르제는 우아하면서도 우수에 차 있었고, 딜레탕티슴(dilettantisme)과 여행에 심취한 멋쟁이였다고 한다.
1883~1886년에 걸쳐 발표한 평론집 《현대 심리 시론》(Essais de Psychologie Contemporaine)은 주요 작가들에 대한 방대한 연구서로서, 현대인의 정신적인 초상을 만들겠다는 부르제의 의지가 반영된 작품이다. 이 평론집이 거둔 성공과 사회에 일으킨 반향으로 그는 일약 당대의 앞장선 기수로 각광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분석가로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것은 소설 분야에서였다. 《현대심리 시론》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게 된 그는 그때부터 《잔인한 수수께끼》(Cruelle Énigme, 1885), 《사랑의 죄》(Un Crime d'amour, 1886), 《앙드레 코르넬리스》(André Cornelis, 1887), 《거짓말》(Mensonges, 1887) 등의 소설들을 계속 발표하였는데, 이 소설들은 모두 작가의 통찰력 있는 분석이 돋보이는 심리 소설들로 작가의 명성을 높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연주의 사조가 쇠락한 프랑스 문학계에 새로운 시도를 보여 주었다.
심리 분석의 시기를 거치면서 인간 영혼의 병에 대한 탐구를 하게 된 부르제는 1889년에 그의 대표적인 소설《제자》(Le Disciple)를 쓰면서 윤리 도덕가(moralist)로서의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 소설에서 결정론자인 대철학자 식스트(Adrien Sixte)와 그의 제자 그렐루(Robert Greslou)라는 두 주인공을 통해 유년기에서 성년에 이르기까지의 성격을 결정하는 모든 상황과 영향을 설명하면서 여러 가지 도덕적인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였다. 또한 그는 과학적 학설이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신봉하는 한 젊은이에게 미칠 수 있는 폐해를 고발하였으며, 그의 스승이 자기 학설의 결과를 보고 놀라 자기 소년 시절의 신앙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는 그가 이후에 쓰게 될 소설들의 방향을 암시하는 것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이분(二分)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또한 많은 여행을 다닌 그는 이를 통해 여행지에 대한 인상을 기록한 글이나 짧은 소설들을 집필하였는데, 《이탈리아의 인상》(Sensations d'Italie, 1891), 《여행하는 여자들》(Voyageuses, 1897), 《코스모폴리스》(Cosmopolis, 1892), 미국 여행의 기록을 담은 《바다 너머로》(Outre-Mer, 1895)등이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1894년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émine Française) 회원으로 선출된 부르제는, 1901년에 가톨릭으로 귀의하면서 더욱더 윤리 · 도덕적인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오직 자신의 재능만으로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정직하고 영리한 한 젊은이의 실패를 보여 주는 《숙영지》(宿營地, L'Etape, 1902), 《이혼》(Un Divorce, 1904), 《망명자》(L'Emigré, 1907), 《대낮의 악마》(Le Démon de Midi, 1914), 《죽음의 뜻》(Le Sens de la Mort, 1915),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우리를 뒤따른다》(Nos actes nous suivent, 1927)와 같은 작품들은 그의 수필들과 마찬가지로 민족주의적이고 왕당파적이며, 가톨릭 사상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의 기수로 여겨지던 그가 1880년에 보수적인 계열의 작품을 발표하자 그의 독자들은 줄어들었고, 너무 편협하며 판에 박힌 소설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1935년 12월 25일 파리에서 83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사상과 평가〕 윤리 도덕가인 부르제는 자연주의적인 물질 만능 시대에 살면서 전통적이고 정신적인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였던 사람이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전통과 사회 질서에 대한 옹호의 장(場)이었으며, 자신의 소설을 통해 이혼을 반대하였고, 각 민족이 지니는 인종적 특성은 영원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하였으며, 귀족주의와 군주제를 옹호하였다. 또한 그는 과학적 실증주의와 무신론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였으며 가톨릭으로의 귀의를 역설하였을 뿐만 아니라, 엘리트를 균등화시키고 계급을 대립시키며, 늘 분노하고 야심에 찬 개인들을 양산한다는 이유로 민주주의를 비난하였다. 이처럼 그는 자신의 소설 속에서 발자크(Honoré de Balzac)와 텐(H. Taine)에게서 발견한 정치적 · 사회적 학설의 구체적인 실례를 보여 주었던 것이다.
부르제는 '주제 소설' (roman à thèse)을 쓰는 것을 거부하며 자신이 쓰는 소설은 '사상 소설' (roman à idées)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그는 어떤 정해진 주장을 펼치기 보다는 하나의 가정을 제시하였는데, 설령 그 가정이 거짓일지라도 그의 탁월한 심리 분석은 모든 비난을 상쇄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그는 에밀 졸라(Emile Zola)식의 생리학적 결정론을 거부하였고, 각 개인들을 그 내면의 삶을 통해 설명하였다. 개인들이 지니는 복잡한 감정들에는 모두 원인과 결과가 있기 마련이며, 그것을 분석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믿었던 그는, 텐의 제자로서 엄격한 방법론을 사용하였다. 실제로 그에게는 복잡한 감정의 연쇄망을 구분하고 그 속에서 도덕적인 세계의 통일성을 추출해 내는 기교가 있었으나, 스스로 사회악이라고 여겼던 결정론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행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심리학자였던 부르제는, 물질적인 세계에 대해서는 제대로 관찰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행하는 묘사들을 모두 도덕적인 탐구에 종속시켰는데, 그가 행한 분석은 세심하고 명확하며 힘이 있고 논리적인 일관성을 지녔다. 그러나 문체는 추상적이고 다소 무거우며, 소설 속의 인물들은 때때로 너무 인위적인 느낌을 주었다. 현대 심리학의 성과를 알고 있었던 부르제는 자신의 소설들 속에서 인간 의식의 복잡성을 조명해 보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분석을 남용하여 자신의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폭발시키고 성격을 드러내게 하는 위기 상황을 야기시키는 기교를 가졌으며, 극적인 긴장감을 그려 보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영혼이 느끼는 고통과 번민을 묘사할 줄 알기 때문에 부르제는 여전히 훌륭한 소설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 가톨릭 문학, 프랑스의)
※ 참고문헌 André Lagard · Laurent Michard, Les grands auteurs français du programme, ⅩⅩ^e Siècle, Bordas, 1969/ G. Lanson · P. Tuffrau, Manuel illustré d'histoires de la Littérature francaise, Classique Hachette, 1974/ Pierre Brunel etc, Histoire de la Litterature française, tom. 2, Bordas, 1981/ J.-P. de Beaumarchais · Daniel Couty · Alain Rey, Dictionnaire des littératures de Langue française, tom. 1, Bordas, 1987. 〔曺圭哲〕
부르제, 폴(1852 ~ 1935)
Bourget, 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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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폴 부르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