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계 종교 철학자. 독일의 시온주의(Zionism) 지도자. 1878년 2월 8일 오스트리아의 빈(Wien)에서 태어나 3세 때 부모가 이혼하자, 갈리치아(Galicia)에 있는 할아버지 솔로몬(Solomon Buber)의 집에서 14세 때까지 성장하였는데, 그의 할아버지는 유대교 계몽 운동인 하스칼라(Haskalah)의 뛰어난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부버는 이때 유대교의 경건주의적 분위기와 고전적 히브리인의 전통을 배울 수 있었다. 빈 대학에서의 생활을 시작으로 베를린 대학, 라이프치히 대학, 취리히 대학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그는, 1904년에 베를린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20세에 정치적 시온주의에 반대하고 유대인의 문화적 르네상스를 옹호하는 순수한 시온주의에 열중하였다. 1901년에 시온주의 운동의 기관지인 《세계》(Die Welt)의 편집인이 되었으나 곧 사임하고, 이듬해 잡지 《선민》(Der Jude)을 창간하여 1924년까지 간행한 그는, 1926~1930년에는 가톨릭 신학자인 비팅(Joseph Witting)과 프로테스탄트 심리학자인 폰 바이재커(Viltor von Weizäcker)와 함께 정기 간행물 《피조물》(Die Kreatur)을 발간하였다.
부버는 1923~ 1933년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처음에는 유대교의 종교 철학을 가르치다가 후에는 종교사를 가르쳤으나, 나치 정권이 그의 공식 강의뿐만 아니라 교육 활동까지 모두 금지하자 1938년에 독일을 떠나 팔레스티나로 이주하였다. 1951년까지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 대학에서 사회 철학 교수를 역임한 그는, 정년 퇴임 후에는 정부의 요청으로 1953년까지 성인 교육에 종사하였다. 부버는 1965년 6월 13일 예루살렘에 있는 자택에서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삶과 업적을 정리하여 완성하였다.
〔부버와 하시디즘〕 부버에게 있어 하시디즘(Hasidism)은 그가 평생을 통해 추구한 종교 사상인 동시에 종교 운동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하시디즘의 모임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으며, 세상은 진정한 '돕는자'와 '완전한 지도자'를 요청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시대의 학문과 사조에 휘말려 유대교와 하시디즘에 무관심한 시기도 있었지만, 20대 초반에는 다시 하시디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헤르출(Theodor Herzl)이 쓴 《유대 나라》(Jewish State)를 읽고 시온주의 운동에 뛰어든 부버는 약 5년 후 서우크라이나에서 하시디즘을 창설한 바알 셈 토브(Baal Schem Tov, 1700~1760)의 《유언》을 읽고 감동하여 하시디즘 연구에 몰두하였으며, 26세 때에는 하시디즘의 지도자인 차딕(Zaddik, 義人)들의 전설 · 설화 · 문헌들을 수집하고, 교정 · 번역하는 등 하시디즘의 문헌 정리 · 보존 및 전파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그는 하시디즘에 관한 《랍비 나하만의 이야기들》(Die Geschichten des Rabbi Nachman, 1906), 《바알 셈의 전설》(Die Legende des Baal Schem, 1908), 《대강론》(Der Grosse Maggid und Seine Nachfloge, 1922), 《숨겨진 빛》(Das verborgene Licht, 1924) , 《하시디즘으로 가는 나의 길》(Mein Weg zum Chassidismus, 1928) 등을 발간하였다. 이와 같은 하시디즘의 추구에 의해 얻어진 그의 고유한 결실이 불후의 걸작인 《나와 너》(Ich und Du, 1923)이다. 하시디즘에 관한 그의 후기 작품으로는 《하시디즘의 가르침에 의한 사람의 길》(Der Weg des Menschen, nach der chassidischen Lehre, 1948), 《하시디즘의 메시지》(Die chassidische Botschaft, 1952) 등이 있다.
하시디즘은, 당시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당한 박해와 학살로 이루어진 반유대주의(ant-semitism) 등 현실적 문제에 관한 종교 지도자 랍비들의 무능과 시대 외면, 거짓 메시아(Sabbatai Zwi, Jacob Leiboviz Frank 등)의 출현과 혹세무민(惑世誣民), 스피노자적인 범신론(pantheism)의 영향을 받은 유대 신관의 반(反)의인화(anti-anthropomorphism)라는 신관의 위기 등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하였다. 부버는 논문 <하시디즘의 정신과 신체>에서 하시디즘의 '정신'을 율법(Torah)과 카발라(Kabbala)라는 두 가지 히브리 전통에 두었고, '신체'를 하시디즘의 지도자인 차딕과 구원을 갈망하는 신자의 강력한 사랑의 관계로 보았다.
하시디즘에서 하느님의 특성은 세 가지로 고찰된다. 첫째는 유대교 신관의 특성인 대화성이고, 둘째는 하시디즘의 중요한 가르침인 무차별 만물 성별론(無差別萬物性別論)이며, 끝으로 하느님은 세계 구원을 실현하는 데 인간을 부르신다는 것이다. 한편 하시디즘의 신론이 카발라의 신비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말하는 '신의 내재'는 범재신론(汎在神論, panentheism)을 의미한다. "신의 본질인 엘로힘(Elohim)은 피조물과 떨어져 있고, 신의 현존인 쉐키나(Shekina)는 사물 속에 맺어 있다. 구원은 이 둘을 영원 속에서 재결합시키는 것이다." 인간은 세계와 하느님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담당한다. 하시디즘은 영원이라는 시간 속에서 성화(聖化)될 인간과 세계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이루어질 성(聖)은 초월자를 향한 개방이요, 속(俗)은 초월자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한다. 섬김(avoda,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신을 섬기는 것)의 다양성은 인간 개개인의 고유성 · 독자성 · 대치 불가능성 등과 같은 특이성과 결부된다. 그러나 이 인간의 개별성은 개성들의 상호 연관성과 대화성 그리고 책임성이 강조된다. 결국 개성은 사회적 자아 실현에서 최고의 자아 성취를 이룬다.
하시디즘은 악(惡)을 선(善)의 낮은 단계로 보며, 선과 악의 대립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무차별 만물 성별론은 일정 시간 일정 장소 · 일정 행동의 성화 내지 성별을 부인한 데서 나온다. 하시디즘에 있어서는 일체가 구원의 때요, 일체가 구원의 장소요, 일체의 행동이 구원의 행동이다. 만인이 행한 바른 행위 모두가 다 구원의 행위요, 메시아적인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시디즘은 일인(一人) 메시아론을 부정한다.
〔사 상〕 나와 너 : 부버의 대화의 원리는 그의 주저인 《나와 너》에서 비롯한다. 이 책 외의 그의 모든 저서는 대부분 이 대화 원리를 각 분야에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 부버가 사용한 대화에 관한 용어는 다음의 네 가지 일상적인 용어, 즉 대화, 관계, 만남, 사이(between)로 표현된다. 이 용어의 반대는 진정한 만남의 상실, 엇갈림 등으로 표현된다. 부버는 그의 관계 용어를 근원어 속에 함축시켰는데, 근원어는 다시 '나와 그것'(I and It)과 '나와 너'(I and Thou)로 나누어진다. '나와 그것'의 관계의 특징은 이용과 경험을 위한 관계 즉 이용 가치를 따져 이(利)를 얻고자 하는 목적적 관계이며, 나의 감정과 생각의 기준에다 남(他)을 맞추는 주관과 객관의 관계를 의미한다. 또한 타동사의 영역에서 타동사가 목적으로 취하는 것에서 이 관계가 잘 표현된다. 한편 '나와 너'의 관계는 상호성(相互性)이 그 특징이며, 주체성과 주체성과의 관계요, 제3자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밀도 있는 만남의 관계를 말한다. 우리는 흔히 '나와 그것'의 관계를 비인격적인 관계, 사물과의 관계, 감정적 관계로 본다. 이런 관계는 정치 · 제도 등 조직의 세계에서 형성되며, '좋다 싫다', 내 맘에 든다 안든다'로 구별되는 감정의 세계에 적용된다. 경제 · 문화 · 학문 · 과학 · 생활의 향상과 진보 · 지식의 세계, 이들은 다 '나와 그것'의 관계에 속한다. 하지만 '나와 너'의 관계는 인격적인 관계이며, 사랑의 관계이다.
그런데 '나' 에 대한 '그것'은 무엇이며, '나'에 대한 너'는 무엇인가? 부버에 따르면, '나'에 대한 '그것'은 구체적인 '나'가 만나는 대상적 세계 모두를 의미한다. 그 대상에는 자연 세계, 인간 그리고 신이 포함된다. '나'에 대한 '너' 역시 구체적인 '나'와 관계하는 모든 자연 세계, 인간 그리고 신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나'에 대한 '그것'의 관계와 '나'에 대한 '너'의 관계는 질적인 차이를 갖는다. 부버는 이들 관계들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였다. '나'와 '그것'의 관계는 우리의 생활 속에 너무나 깊이 스며 있어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와 너'의 관계는 우리와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 부버는 '나'와 '너'의 관계에 있어 자연과 관련하여 괴테(J.W. von Goethe, 1749~1832)와 장미꽃과의 대화 관계를 들었으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갖는 '나와 너'의 관계의 예로 소크라테스(Socrates, 기원전 470?~399)를 들었다. 그리고 '나와 너'의 관계에 있어 갖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요한 복음 17장에서 보여지는 예수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들었다. 한편 '나와 그것'의 관계에서 보여지는 하느님과 의 관계, 즉 비인격적인 관계는 하느님을 나의 욕구의 기준에 맞추어 놓고 대하는 부당한 관계에 비유하였다. 그러면 '나와 그것'의 관계는 우리에게 불필요한 관계요, '나와 너'의 관계만으로 이 세상이 가득 채워져야 할 것인가? 부버는 "그것 없이 사람은 살 수 없다. 그러나 그것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모든 참 삶은 만남이다"라고 하였다.
영원한 너 : 부버에게 있어 하느님은 '영원한 너'(eternal Thou)이다. 대화의 구도에 있어 관계의 표시는 '나와 영원한 너'가 된다. 다른 '너'의 경우 너'로서의 지속적 보장이 없다. '너'와 '그것'의 빈번한 교체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느님으로서의 '너'에는 그런 교체가 없다. 여기에다 부버는 '영원한'이라는 말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영원한 너'로서의 하느님은 진정한 관계가 지니는 여러 가지 특성을 그대로 간직한다. 그러면서도 결코 '그것'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생성의 과정 속에서 영원자 너의 옷자락을 만지며, 영원자 너의 숨결을 느낀다.···이 영역은 모두 영원자 너에게 포섭되어 있다. 그러나 영원자 너는 그 어느 것도 포섭당하지 않는다."
그리스도교에 대한 입장 : 《신앙의 두 유형》에서 부버는, 예수 그리스도는 바오로에 의해 그리스도교의 중심 인물이 되었으며, 동시에 그리스도교의 신앙의 대상으로 신격화되었다고 하였다. 부버가 본 예수는 어떤 존재인가? 스미스(R.G. Smith)가 올덤(J.H. Oldham), 엘리엇(T.S. Eliot) 등과 함께 부버에게 예수를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부버는 "그것은 비현실적인 물음인데요"라고 말하고, "내가 당신들에게 당신의 형님이 어떤 분인가를 묻는다면 당신들은 어떻게 대답하겠소?"라고 반문하였다. 그리고 그는 《신앙의 두 유형》에서 "나는 나의 젊은 시절부터 예수를 나의 위대한 형제라고 느꼈다"면서 "나는 이스라엘의 신앙 역사에 있어서 그가 하나의 위대한 위치를 확보하였으며, 그것은 어떤 일반적인 범주에 의해서도 묘사될 수 없는 성질의 것임을 확신한다"고 하였다.
바오로가 예수를 그리스도, 메시아로 본 데 대하여 부버는 다음의 인용문으로 이를 조심스럽게 일축하였다. "왜 나를 선하다고 합니까? 하느님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선하지 않습니다"(마르 10, 18). 이 표현은 하느님은 분명히 인간이 아니요, 인간은 분명히 하느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함으로써 예수를 구세주이며 참 인간인 동시에 참 하느님이라고 믿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수용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시온주의)
※ 참고문헌 Martin Buber, Der Glaube der Propheten, Zurich : Manesse Verlag, 1950(남정길 역, 《예언자의 신앙》, 대한기독교서회, 1991)/ 一, Ich und Du, Heidelberg : Verlag L. Schneider, 1958(김천배 역, 《나와 너》, 대한기독교서회, 1991)/ 一, Pfade in Utopia, Heidel-berg Verlag Lambert Schneider, 1950(남정길 역, 《유토피아 사회주의》, 현대사상사, 1993)/ 一, Das Problem des Menschen, Heidelberg : Verlag Lambert Schneider, 1948/ 一, Zwei Glaubensweisen, Zürich : Manesse Verlag, 1950/ 一, Gottesfinsternis, Zürich : Manesse Verlag, 1953(남정길 역, 《신의 일식》, 전망사, 1991)/ 一, 남정길 역, 《사람과 사람 사이》, 전망사, 1991/ 一, 남정길 역, 《인간이란 무엇인가》, 대한기교서회, 1991/ 一, 남정길 역, 《선과 악》, 전망사, 1991/ 一, 남정길 역, 《하시디즘과 현대인》, 현대사상사, 1994/ 남정길, 《마르틴 부버》, 대한기독교서회, 1977. 〔南正吉〕
부버, 마르틴 (1878~ 1965)
Buber, 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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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마르틴 부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