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만든 상징물 혹은 그 징표. 현세의 행복이나 이익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민간 신앙의 처방 중에서 가장 간단한 형태이다.
〔개 념〕 한자의 '부' (符)라는 글자는 '대 죽'(竹)자에 '줄 부' (付)자를 합성한 것으로, 본래의 뜻은 "대나무 쪽에 표시를 해서 절반씩 나누어 가졌다가 다른 한 편에게 주어 도움을 청하면, 붙여 보고 확인한 후에 도울 수 있게 만든 증거물"이다. 부적의 사용은 원시 시대 암각화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동굴의 암벽에 그려진 해 · 달 · 별 · 샘물 · 짐승 · 새 등의 그림은 바로 원시인들의 소망 · 기원 · 예방 · 제거의 수단으로 그려진 상징적인 주물(呪物)들이다. 이러한 부적은 시대의 흐름과 사회 구조의 변천에 따라 바뀌어 왔다.
《삼국유사》 권1 진흥왕조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죽은 임금의 혼백과 도화녀 사이에서 비형이 태어났는데, 그가 귀신의 무리들을 다스렸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성제의 혼이 나으신 아들, 비형의 집이 여기로구나. 날고 뛰는 잡귀들아, 행여 이곳에 머무르지 말아라" 라는 글을 집에 붙여 귀신의 침범을 막았다고 한다. 신라 시대 처용이 그의 아내를 범한 역귀를 노래와 춤으로 감복시킴으로써, 처용의 상을 그려 붙인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고도 전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주술적인 부적의 예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민간 신앙에서도 이러한 주술적인 사고의 실제 사례는 흔히 발견된다. 제주도 한라산 산방굴사 아래에 있는 붙임 바위나 서울세검정의 붙임 바위〔付岩〕가 그러한 예이다. 바위의 오목한 부분에 돌멩이를 붙였을 때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으면 득남을 한다든가 하여 재수가 좋고, 떨어지면 나쁘다고 해석한다. 1988년 가을에 필자가 서울 시내 모 대학생들 중 무작위로 남학생 50명과 여학생 50명을 상대로 부적 소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남학생의 21명과 여학생의 11명이 부적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평균 3분의 1에 해당하는 대학생들이 부적을 소지한 동기는 대부분이 어머니의 강권이라고 대답하였고, 부적을 지닌 목적은 반정부 시위 등 어수선한 당시 대학가의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부적은 하늘의 뜻과 사람의 뜻이 부합하면 신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생겨났다.
부적은 대부분 종이에 쓰여진 것이 많으나, 나무 조각이나 돌 혹은 쇠 등에 새겨진 것도 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여 종이에 그려진 것을 부적이라고 하고, 그 외의 것을 부작(符作)이라고 한다. 부적은 현세의 행복이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신앙의 한 형태이지만, 무속뿐 아니라 민간 도교나 민중 불교에서도 사용된다. 인생사 전반의 길흉 및 특히 농경의 풍흉을 관장하는 신들에게 빌기 위하여, 도교에서는 일찍부터 《옥추경》(玉樞經)이라든지 《자미결》(紫微訣) 등의 도장(道藏)에 적힌 비법에 따라 작성된 부적이 널리 사용되었다. 신라 시대 고찰인 기림사에서 발견된 사례에서처럼, 불상 안에 불경을 넣어 두는 복장(腹藏)은 관세음보살의 보호로 일체의 복덕과 지혜를 희구하는 염원의 표시이다. 그 밖에도 불교에서는 구도부(求道符) 당득견불부(當得見佛符), 염불부(念佛符), 왕생정토부(往生淨土符) , 금강부(金剛符), 관음부(觀音符) 등 구도의 방편(法輪)으로 수없이 많은 종류의 부적이 발달하였다. 유교의 경우에도 민간 신앙의 요소를 받아들여 권선징악(勸善懲惡)이나 적덕(積德)을 목표로 부적을 쓰기도 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든지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등을 써서 집에 걸어 두는 것은 일종의 유교식 부적이다. 부적은 불교 승려나 도교의 도사, 그리고 무당들에 의하여 작성되는데, 무당들이 작성하는 경우에도 대개 도교적이거나 불교적인 전통에 맞추어서 쓴다. 신종교인 천도교나 증산교의 영부(靈符)도 일종의 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 성〕 부적은 엄격한 의례 절차를 밟아 만들어진다. 부적을 만드는 사람이나 지니는 사람이 모두 바른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적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몸 정성' 과 '마음 정성' 이 통해야 한다고 민간에서는 말하게 되었다. 무당의 경우에는, 방문자나 신봉자가 부적 쓰기라는 처방에 동의할 때에만 부적을 만들기 시작한다. 강신무의 경우에는 빙의(憑依) 상태에서 부적을 쓰며, 무의 위계에 따라 부적의 형태도 달라진다. 즉 각자가 모시는 신령의 모습이 상징적인 문자의 형태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천신을 주로 모시는 무당인 선관(仙官)은 하늘 · 땅 · 바다를 배경으로 별을 상징하는 모양의 별 부적' 을 많이 쓰고, 주로 중국 계통의 외래신을 모시는 무당인 전내(殿內)는 한자로 합성된 부적을 쓴다.
부적의 작성 절차나 방법은 일정하지 않으나, 대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부적을 몸에 지닐 사람의 나이에 따라서 부적을 쓸 날짜를 택일하고, 부적을 만들기로 한 전날 만드는 사람과 사용할 사람이 모두 목욕 재계하여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상가(喪家) 등 부정한 곳에 가거나 개고기를 먹는 등의 부정한 일은 피해야 한다. 택일한 날이 되면, 부적을 만드는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정결하게 하고, 동쪽을 향하여 정화수를 올리고 분향한 뒤, 이를 세 번 딱딱딱 마주치고 나서 "이제부터 부적을 쓰겠습니다" 라고 신령들에게 고하는 축고(祝告)를 한다. 다음에는 신주(神呪)를 외우면서 괴황지(槐黃紙), 물, 붓, 벼루, 먹, 경면 주사(鏡面朱砂) 등 부적의 재료들을 축성하여 영력(靈力)으로 감화시키는 절차를 행하고 나서 부적을 만든다. 경면 주사를 기름이나 설탕물에 잘 개서 괴황지에 정성을 들여 그리는데, 괴황지란 회나무〔槐木〕로 만든 종이에 노란 색을 입힌 것이다. 부적의 색채는 주사로 쓴 빨간 색이 주종을 이루지만, 검은 색이나 노란 색, 혹은 파란 색을 쓰기도 한다. 주로 노란 색 바탕에 붉은 색으로 쓴다는 것은 강한 색채 상징성을 지닌다. 밝은 광명을 뜻하는 노란 색은 어두움의 세력인 잡귀 잡신들이 가장 싫어하는 색이다. 피나 불을 상징하는 붉은 색은 사람이나 귀신 모두 꺼리는 대상이다. 불은 정화하는 힘을 지닌 것이기에 붉은 색은 잡귀를 쫓는 주술력을 지닌 셈이다. 부적의 모양과 크기는 일정하지 않지만, 보통 직사각형 모양에, 크기는 가로 5~10cm 세로 15~25cm 정도이다. 신년 정초같이 정기적으로 또는 자주 사용되는 부적의 경우, 무당들 중에는 미리 다량으로 부적을 작성해 놓고 염가로 단골들에게 분배하는 경우도 있다.
〔종 류〕 부적은 목적과 기능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부적의 주술적인 힘으로써 복을 증가시키거나 소원을 성취하도록 하는 기복(祈福) 목적의 부적이다. 이런 부적으로는 오래 살기 위한 명부(命符), 재물을 벌어들이기 위한 재부(財符), , 자손을 얻기 위한 구자부(求子符), 높은 직책과 명성을 얻기 위한 구직 공명부(求職功名符), 대학 입학을 목적으로 하는 합격부(合格符), 가정 화목과 가족의 안녕을 위한 안택부(安宅符) 등이 있다. 둘째는 재액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부적이다. 이런 부적으로는 불 · 물 · 바람에 의한 재난〔火災, 水災, 風災〕인 삼재를 막는 삼재부(三災符), 부정(不淨)을 물리치고 잡귀의 침범을 막는 축사부(逐邪符), 횡액을 당하여 우연히 죽도록 만드는 등의 나쁜 영향력인 살(煞)을 제거하기 위한 제살부(除煞符) 혹은 도살부(度煞符) 그리고 가장 흔한 부적으로 병을 고치고자 하는 병부(病符)가 있다. 병부에는 일반적으로 모든 병을 포괄하여 치료하고자 하는 목적의 부적이 있는가 하면, 병의 종류에 따라 구체적으로 대응하는 부적도 있다. 두통 · 위통 · 복통에 대한 부적, 눈 · 코 · 귀 · 이 · 목구멍의 병, 부인병, 소아과 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한 부적 등 무수히 많다. 심지어는 피로 회복 부적이라든지 식욕 촉진 부적도 있다.
부적의 종류를 형태에 따라 구분하면, 그림형으로 된 것과 글자형으로 된 것이 있다. 그림형도 구상형과 추상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부적의 그림은 용 · 호랑이 · 독수리 등의 동물과 해, 달, 별 등이 많다. 글자로 된 부적에는 일월(日月), 천(天), 광(光), 왕(王), 금(金), 신(神), 화(火), 수(水), 용(龍) 등 한자어가 파자(破字)되거나 합성되어 많이 쓰인다. 이런 글자 부적의 윗 부분에는 칙령(敕令)이라는 글자를 적음으로써, 강력한 신통력에 의하여 귀신을 꼼짝달싹 못하게 하거나 완전히 둘러싸여 힘을 못쓰게 하는 형국을 나타낸다. 부적의 사용 방법은, 병부의 경우 탈이 난 곳에 붙이거나 불살라서 마시고, 다른 부적의 경우에는 벽이나 문 위에 붙이거나 몸에 지니고 다닌다. 부적을 지니는 자세는 믿는 이의 정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주술적인 기도와 함께 정성된 마음으로 지니기를 권고받는다. 누군가가 어느 무당을 처음으로 방문할 경우, 대부분 처음에는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부적을 받아가게 된다. 그로 인해 부적은 민간 신앙 체계 안에서 가장 간단한 임시 변통의 미봉책으로 여겨진다.
〔그리스도교에 주는 영향〕 암각화가 그려지던 옛날부터 최근의 대학생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부적과 관련한 의식은, 오늘의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부지불식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든다면 십자고상이나 성모 마리아의 패(기적의 메달 등) 또는 묵주를 승용차 등에 부착하는 행위이다. 이는 많은 경우 다분히 부적에 대한 사고 방식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들은 단순히 주술적인 힘을 빌려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기복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고 또한 이러한 성물들은, 자신을 끝까지 비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겠다는 마음을 다짐하고, 성모 마리아나 성인들을 모범으로 삼아 더 나은 그리스도인이 되겠다는 신앙의 결단을 돕고 되새기는 본래의 의미를 깨우치는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村山智順, 《朝鮮の 鬼神》, 朝鮮總督府, 1929/ 赤松智城 · 秋葉隆, 《朝鮮巫俗の 研究》 下, 大阪屋號書店, 1938/ 成門財, 《萬法靈符秘傳》, 聖文書籍, 1974/ 韓定燮, 《神秘의 符籍一韓國符籍信仰研究》, 法輪社, 1975/ 韓重洙, 《靈符大典》, 明文堂, 1977/ 龍潭閣藏版, 《民符叢典》, 金剛出版社, 1980/ 盧台俊 譯解, 新譯 周易》, 弘新文化社, 1985/ 尹宰嶽, 《萬法靈符豫防秘傳》, 韓林院, 1986/ 金玟基, 《韓國의 符作一丹의 美術符作을 통해서 본 基層文化》, 保林社, 1987. 〔朴日榮〕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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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둥에 붙인 부적(왼쪽)과 물 · 불 · 바람에 의한 삼재를 막기 위한 삼재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