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초

復活一

〔라〕candela paschalis · 〔영〕paschal ca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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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인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부활 초.

세상의 빛인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부활 초.

크고 아름답게 장식되어 부활 성야의 '제1부 빛의 예식' 때에 특별한 예식과 함께 축복된 초로서, 세상의 빛인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한다. 이 초는 보통 밀랍(蜜蠟)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이유는 부활 성야의 전례가 시작될 당시 벌〔蜂〕은 동정성을 지닌 피조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교부들은 벌을 그리스도의 정배인 교회와 동정 마리아에 비유하였고, 벌꿀에서 추출한 밀랍은 동정 잉태의 결실로 생각하였다. 따라서 밀랍은 성령으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잉태되어 탄생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가장 적절하게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벌은 동정녀 마리아를, 밀랍으로 만들어진 밀초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게 된 것이다.
촛불은 원래 어두움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촛불이 전례에 도입되면서 그리스도 십자가의 희생이나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그리스도의 빛을 상징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비추며 앞장서 인도한 불기둥(출애 13, 21-22 : 14, 24)을 의미하게 되었다. 하느님이 불기둥의 형상으로 당신 백성 가운데서 그들과 함께 길을 가시며 마침내 그들에게 해방의 기쁨을 누리게 하셨듯이, 오늘날에도 촛불은 하느님이 언제나 우리 가운데에 계시면서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인도하셨음을 생각나게 한다. 불기둥이 파스카의 가장 근원적 사건인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을 인도하였기 때문에, 그 불기둥을 상징하는 촛불 역시 부활초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
부활 초가 부활 성야 전례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4~8세기 갈리아 지방의 전례에서였다. 새 불에서 부활초를 켜는 예식은 8세기에 시작되었고, 새 불을 축복하는 예식은 12세기 이후에 도입되었다. 그 후 중세에 와서 성지 행렬(聖枝行列), 파스카 금요일의 십자가 경배, 파스카 목요일의 수난 감실과 성체 조배 등과 함께 부활초의 예식도 빛의 상징으로 부활 성야 전례에 정식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그 후 오랜 기간 동안 폐지되었다가 1955년 전례 개혁으로 다시 전례에 도입되었다.
부활 초에는 십자가가 새겨져 있고, 그 십자가 위에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인 알파(Α), 그리고 아래에는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Ω)가 쓰여져 있으며, 그 해의 연수(年數)가 표시되어 있다. 이는 "처음과 마지막이며 시작이요 끝이신 그리스도께서 오늘도 내일도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시며,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인도하신다"는 표지이다. 그리고 피를 흘리신 그리스도의 영광스런 다섯 상처〔五傷〕를 기념하기 위한 다섯 개의 상흔(傷痕)이 십자가의 중앙과 끝 부분에 있다. 예전에는 여기에 향을 넣었으나 지금은 다섯 개의 붉은 향 덩이를 꽂음으로써, 부활초가 불기등의 상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파스카 신비의 양면인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더 잘 드러내 준다.
사제가 새 불꽃에서 부활 초에 불을 붙이는 것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이 결합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결합은 성탄의 신비인 육화와는 다르다. 사제나 부제가 부활 초를 높이 들고 "그리스도 우리의 빛" (Lumen Christi)을 3번 외치며 제단 앞까지 행렬하는 동안, 신자들의 초는 차례로 부활 초에서 점화된다. 이 행렬은 불기둥의 뒤를 따라 사막으로 들어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행진을 상기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세상의 빛입니다. 나를 따라오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오히려 세상의 빛을 얻을 것입니다"(요한 8, 12)라는 예수의 말씀을 더 상기시킨다. 또한, 어두움 속에 켜져 있는 단 하나의 촛불은 죄악과 어두움을 물리친 그리스도의 부활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때 신자들은 온갖 어두움을 쳐 이긴 그리스도의 열렬한 사랑의 불로 활활 타올라 밝은 빛 안에서 거닐게 되며, 그리스도가 영광 중에 다시 오실 때 그분과 함께 영광을 누릴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득 차게된다.
행렬과 마지막 환호와 응답이 끝나면 이어서 부활 초는 독서대 옆에 마련된 촛대에 꽂혀지고, 하느님께 초를 봉헌하는 기도이자 기쁨에 찬 감사로써 부활을 선포하는 찬가인 '부활 찬송' (Exultet)이 시작된다. 이 찬송 가운데 "이 밤은 주 친히 우리 조상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시어, 홍해 바다 마른 발로 건네주신 거룩한 밤, 거룩한 이 밤은 불기둥의 빛으로써 죄악의 어두움 몰아낸 밤, ···주님께 이 초를 성대하게 봉헌하오며, 벌들이만든 것을 성직자의 손으로, 성교회가 봉헌하나이다" 라는 우의적(寓意的)인 표현은 부활 초의 의미를 잘 나타내 준다.
사제는 부활 성야 전례 중에 부활 초를 한 번 또는 세번 물에 담그면서 세례수를 축복한다. 그리고 부활 초는 부활 시기 동안 부활 초 촛대에 계속 세워져 미사와 성무일도 등 전례가 거행될 때마다 밝혀진다. 이 초는 관습적으로 주님 승천 대축일 미사 중 복음 선포 후 껐으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개정된 전례서에서는 부활 시기가 성령 강림 대축일로 끝나므로 이때까지 켜 두도록 하였다. 그 후 부활 초는 적절한 곳에 보관하여 세례식이 있을 때마다 불을 켜 영세자들의 초에 붙여 주는데, 이때 사제는 "그리스도의 빛을 받으시오"라고 함으로써 세례 성사를 받은 이들이 빛의 아들로 살라고 권고한다. 이 밖에 장례 미사 중에도 관 근처나 제대 옆에 부활 초를 켜놓는다. (→ 파스카 삼일)
※ 참고문헌  《가톨릭 사전》 최윤환, <예수 부활의 신비와 부활초의 상징>, 《경향잡지》 1284호(1975. 3), pp. 34~36/ 김보록, <부활 대축일一최대의 축일>, 《경향잡지》 1441호(1988. 4), pp. 105~106/ 최형락 편, 《천주교 용어 사전》, 도서출판 작은 예수, 6판, 1994, pp. 483~484/ 백 플라치도, 《전례 주년과 파스카 신비》, 분도출판사, 1983, p.30. 〔崔炯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