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재화(社會財貨), , 특히 사회의 경제적 생산물의 합리적 분배 형태.
〔개념 정의〕 분배 정의는 생산 요소의 합리적 또는 효율적 배분이라는 순수 경제학적 개념과 구분된다. 따라서 분배 정의는 사회에 유효한 질서 규범이나 정의에 관한 기준에 의하여 경제적 · 사회적 재화의 분배 형태를 규정하거나, 기존의 분배 구조 내에서 구성원간의 물질적 불평등을 조절해야 한다는 규범적 가치를 의미한다. 즉 분배 정의는 사회 질서나 사회 윤리적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 평가와 분배 구조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갖는다. 또한 소득 불평등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 갈등을 조절하는 기제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지만, 분배 구조의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측면도 있다. 사회 재화의 분배는 사회에 유효한 도덕적 질서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 질서에 대한 구성원의 인정이나 비판적 입장에 따라 분배 정의는 대립적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분배 구조를 정당화하는 정의관은 보편 타당한 이론으로 확증될 수 없다는 윤리학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조와 분배 정의〕 분배 정의는 순수한 윤리적 당위로서는 논증되기 어렵다. 사회의 분배 형태는 단지 형이상학적 비례 관계나 보편 타당한 도덕적 규범으로 확증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분배 형태는 특정 사회의 생산이나 소비의 경제적 순환 구조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분배 정의는 사회 경제적 범주와 그 구조에 대한 도덕적 평가에 의해 규정된다. 따라서 분배 정의는 사회 윤리적 측면과 사회 경제 구조의 상호 침투적 개념인 것이다.
분배 정의는 자본주의에 기초한 근대 사회에 주요 문제로 등장하였다. 경제적 영역에서 자유 시장 원리는 소득의 불평등을 초래하였고, 이에 대한 도덕 철학적 반성은 사회 안정성을 위한 물적 형성을 지향하였다. 자유 시장 이론가들은 시장의 기능으로, 로크(J. Locke)나 밀(J. Mill) 등 고전적 자유주의자는 최소한의 국가 권력의 개입으로, 마르크스(K. Marx)와 같은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분배 그리고 소비의 유기적 관계를 국가의 통제로써 사회 형평을 지향하는 분배 구조에 대한 이론을 전개하였다.
공정성과 분배 정의 : 분배 정의를 다른 최근의 대표적 자유주의 이론가인 롤즈(J. Rawls)의 분배 정의는 '정의의 두 가지 원칙'과 그에 합당한 '정치 제도나 규율 체제'에 의해 분배의 몫이 규정됨을 의미한다. 그에게 있어 '정의의 두 가지 원칙' 중 첫째는 한 제도에 의해 통제되는 각 사람이 누리는 광범위한 자유에 평등한 권리를 갖는 것이다. 둘째는 제도적 구조에 의해 규정되거나 그로 인해 조장되는 불평등은 그것이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작용하리라고 합당히 기대되고, 그런 불평등과 결부되는 직책과 직위는 모든 성원에게 개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합당한 정치 제도와 규율 체제'는 사회 구조에 의해 각 구성원의 권리와 의무를 통제함으로써 분배의 측면을 조절해 준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타인의 처지를 악화시키지 않고 한 개인의 처지를 더 이상 향상시켜 줄 어떤 재분배도 없는 것을 최적의 상태로 규정하는 파레토 원칙(Pareto's principle)을 제도화한 것으로, 특정 사회 질서에 따른 분배의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이다. 롤즈에게 있어서 분배 정의는 사회의 기본 구조와 권리 및 의무에 대한 선택에 달려 있고, 선택의 원리는 최소 극대화(maxmin)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초한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에 의해 '정의의 두 가지 원칙'에 합리적인 개인은 이에 동의하며, 모험을 기피하는 정상적인 사람은 사회의 최소 수혜 집단에 이로운 정책을 시행한다. 결론적으로 롤즈에게 있어서 분배 정의는 자유 민주주의 질서에서 용인되는 분배의 불평등을 인정하고 최소 수혜 집단의 분배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규범으로 귀착되었는데, 이는 자유 민주주의 제도에 따라 이루어지는 공정으로서 정의와 그 분배 구조를 옹호하였기 때문이었다.
마르크스의 관점 : 마르크스에게 있어서 분배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의 비판에서 출발하였다. 자연권으로 규정되는 사적 소유권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시장 질서는 분배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그는, 이에 대한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소위 분배 관계는 역사적으로 규정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재생산하기 위한 사회 관계와 생산 과정의 사회적 형태와 상응하면서 나타난다. 따라서 분배 관계의 역사적 특징은 곧 생산 관계의 역사적 특성이다.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에서 소비 수단의 분배는 생산 수단의 점유 관계에 따라 결정되므로, 분배의 불평등 구조는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분배 정의는 분배의 불평등이 없는 공산주의 사회, 즉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사회를 지향하였다. 하지만 그런 상태는 분배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분배의 불평등이 사라지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옛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생산 수단을 사회화함으로써 분배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였으나, 생산 수단의 사회화는 경제 제반에 대한 국가적 통제를 초래하여 경제적 효율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분배와 사회 정의〕 분배 정의는 형이상학적 비례 관계로 논증될 수 없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Ethica Nicomachea)에서 정(正)을 비례적(比例的)으로 간주하면서 분배 정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 하였다. "올바른 분배에 있어서는 사람과 사물 사이에 동일한 균등성이 존재한다. ··· 사물 사이의 비율 관계와 동등한 사람들의 비율 관계가 존재한다. 만약 당사자가 균등한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들은 균등하게 분배되어서는 안된다. 동등한 사람이 불균등하게 분배되거나 균등하지 않은 사람이 균등하게 분배받는다면 투쟁과 알력이 생긴다." 여기서 문제는 사회의 분배 구조나 분배 정의가 기하학적 비율로 정의(定義)될 수 있으며, 동시에 사회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형식 논리적 분배 정의는 분배 구조와의 관계에서 순수 규범적일 수밖에 없다.
롤즈는 규범적 분배 정의를 형이상학적 입장이 아니라 정치적 입장에서 설명하면서 분배 정의의 규범성을 극복하려고 하였다. 자유 민주주의 정치 제도와 절차에 따른 규율 체제는 사회의 최극빈자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그의 이론에 있어 도덕적으로 합리적인 인간관이나 분배 정의를 현실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최소 극대화 원리를 가능하게 하는 원초적 입장이 사회 관계 속에 존재하는 인간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구상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런 개념은 경험적으로 제시하기 어렵고, 분배 정의나 분배 관계의 역사성을 간파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국 분배 정의는 형이상학적 원리나 윤리적 규범성으로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통용되는 사회 정의나 도덕적 원리에 의해 정의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사회성과 사회적 삶의 안정성과 대립되는 분배 불평등이 유효한 도덕적 평가에 의해서 사회 문제로 쟁점화됨으로써 분배 정의는 결정된다. 이것은 사회의 특성과 사회 정의에 따라 분배 정의가 다양하게 규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분배 정의의 실현은 정치 제도의 특성과 정치 권력의 정당성에 의존한다. 분배 정의는 사회의 갈등 관계에 의해 표출될 수 있으며, 정치적 세력 관계에 의해 실현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분배 불평등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한 정치적 대응 방식은 곧 현실 정치의 역학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현대 사회의 분배 정의〕 근대 산업 사회의 주요 문제로 분배 정의가 대두될 정도로 근대 사회와 분배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자본주의적 산업화는 마르크스가 분석한 것처럼 일정 부분 불평등한 분배 구조와 상응한다. 따라서 근대 국가의 주요 문제는 경제적 효율성과 분배 정의의 실현이라는 두 가지 과제였다. 그러므로 근대 사회의 정치 권력은 사적 소유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동시에 사회적 형평과 분배 정의를 위하여 경제 영역에 일정 부분 개입하였다. 이는 근대 사회가 자본주의적 질서와 입헌 민주주의적 정치 질서 사이에서 긴장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분배 정의는 사회적 형평에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
분배 정의는 윤리학적 규범 원리에 의해 사회에서 통용되는 도덕적 규범과 사회 정의에 의해 규정되고 실현된다. 이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탈산업 사회나 탈근대성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탈근대성으로 표현되고 있는 현대 사회는 탈도덕화를 포함한다. 물론 공리주의적 개인주의에 기초한 근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인간의 사회성과 개인의 소유권이나 자유 사이의 조화를 모색하였으며, 현실 정치에서도 사회 형평에 기여하는 분배 정의가 기능하였다. 그래서 분배 정의는 인간의 사회성 강조와 사회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사회 정책의 시행으로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붕괴와 더불어 나타나는 전세계의 자본주의화 및 경제 관계의 심화, 그리고 탈근대적 사회의 극단적인 개인주의화는 분배 정의에 위협의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여러 가지 형태의 개인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사회적 의존도는 증가하고 있으며, 환경이나 여성 문제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가 등장하고 있으나 분배의 갈등 구조나 전(全) 지구적 분배 구조의 불평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분배 정의의 사회적 기능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할수 있다. 문제는 분배 정의를 위한 도덕적 규범의 형성과 현실적 정당화,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 · 경제적 제도와 행위이다.
결론적으로 "오늘날에 와서 생산 수단의 사유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적 과제이지만 잉여 가치의 공평 분배야말로 산업 평화의 기본이다. 이러한 재분배를 통한 평화와 안정은 무엇보다도 자연 상태로 회귀하는 우리 모두의 소망인 것이다." 이는 초대 교회 공동체에서 확인되는 재화의 공유 정신과 상응한다. 즉 "믿는 사람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각자 필요한 만큼 나누어 주었다" (사도 2, 44-45). "신도들의 무리는 한마음 한 정신이 되었고 아무도 자기 재산을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 가운데 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사도 4, 32-34). 현대 사회에서도 사회 안정을 위한 분배 구조의 형평성 유지를 위해 사회의 가치, 특히 종교 윤리나 정의감이 중심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 가톨릭 사회 교리 ; 정의)
※ 참고문헌 윤여덕, <가톨릭 敎會가 본 勞動과 資本〉, 《가톨릭 社會科學研究》 6집, 한국 가톨릭 사회 과학 연구회, 1989/ Aristo-teles, Nikomachische Ethik, Stuttgart, 1963/ A. Gidens, Modernity and Self-Identity, Oxford, 1991/ K. Marx, Das Kapital Ⅲ , MEW 25, Berlin, 1983/一, Kritik des Gothaer Progrcmm, MEW 19, Berlin, 1983/ OECD, Social Expenditure 1960~1990. Problems of Growth and Control, Paris, 1985/ A.M. Okun, Equality and Efficiency. The Big Tradeoff, Washington D.C., 1989/ J. Rawls, A Theory of Justice, Cambridge, 1971/ 一, 황경시 외 역, Justice as Fairness, 서울, 1988/ Th. Thirmeyer Hrsg., Theoretische Grund-lagen der Sozialpolitik, Berlin, 1990. 〔尹汝德〕
분배 정의
分配正義
〔라〕justitia distributiva · 〔영〕distributive justice
글자 크기
6권

1 / 2
자본주의적 시장 질서는 분배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