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본질과 현상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언어의 본질과 구조를 분석하는 현대 철학의 한 분야. 주로 영국과 미국에서 발전하였다.
〔등장과 그 의미〕 분석 철학은 20세기 초에 관념론의 극복을 시도하던 러셀(B. Russell)과 무어(G.E. Moore)에 의해서 영국 실재론(British realism)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들은 헤겔(G.W.F. Hegel)의 독일 관념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였던 브래들리(F.H. Bradley)의 입장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비판함으로써, 분석 철학이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들은 실재가 분할될 수 없는 하나의 단위로 구성되어 있고 본질적으로 정신적이라는 점을 거부하였고, 존재의 다양성과 이질성 및 물질성 등을 강조하였다. 이 과정에서 특히 분석이 중요시되었는데, 러셀은 논리학에 관심을 기울여 환원적 분석에 치중한 반면, 무어는 상식을 근거로 하는 개념적 분석에 열중하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분석 철학은 1912년 비트겐슈타인(L. Witttgenstin)이 이들과 합류하고 프레게(G. Frege)의 언어 철학적 연구 성과가 여기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그 윤곽이 뚜렷해졌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들의 영향을 받은 '빈 학파'(der Wienerkreis)의 여러 학자들이 활발하게 철학 운동을 전개하였고, 분석 방법과 그 정신이 널리 전파되면서 현대 철학의 중요한 사조로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되었다.
한편 20세기 중반에 비트겐슈타인이 새로운 언어관을 제시하고 포퍼(K.R. Popper)의 논박에 의해 실증주의적 과학관이 흔들리면서 분석 철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논리적이고 형식적인 언어 분석은 일상적이고 자연적인 언어 분석으로 대치되었고, 과학주의적인 경향을 강하게 나타내던 분석의 방법도 이른바 과학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구획의 문제' 와 '합리성 논쟁' 이 가열되면서 문화주의적인 성향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오늘날 분석 철학의 중요한 과제는 철학의 위상을 재수립하는 문제, 바람직한 의미 이론을 창출하는 문제, 언어적 관념론 및 상대주의를 극복하는 문제 등으로 모아졌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든 분석 철학의 공통점은 언어의 본질과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존재의 본질과 현상의 구조를 파악하려는 지적 작업이라는 점이다.
〔실증주의적인 과학관의 붕괴〕 논리적 실증주의의 형성 : '논리적 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는 1900년 초마흐(E. Mach)를 추종하던 빈의 학자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는데, 1922년에 빈 대학교의 슐리크(M. Schlick)가 - 빈 학파' 를 주도함으로써 구체화된 현대의 철학 사조 가운데 하나이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슐리크 외에 바이스만(F. Waismann), 한(H. Hahn), 파이글(H. Feigl), 노이라트(0. Neurath), 카르나프(R. Carnap) 등이 있으며, 후에 에어(AJ. Ayer)가 합류하였다. 이 학파는 흄(D. Hume)과 밀(J.S. Mill)의 경험론적 전통을 이어받았으며 포앙카레와 더헴 및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방법론, 페아노(G. Peano)와 힐베르트(D. Hilberrt)의 공리론(公理論), 그리고 프레게, 슈뢰더(E. Schröder) , 러셀, 화이트해드(A.N. White-head) 등의 수학적 논리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였다. 논리적 실증주의와 검증 원리 : 《논리 철학 논고》에 의하면, 철학의 목표는 사유를 논리적으로 명료화하는 일이다. 따라서 철학은 철학적 명제들로 구성된 이론 체계가 아니라 이 명제들을 명료하게 해명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입장을 수용한 논리적 실증주의에서는, 철학은 진위를 나타내는 명제들을 산출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술들의 의미를 규명하여 의미 있는〔有意味〕 문장과 의미없는〔無意味〕 문장을 가려내는 작업이라고 해석하였다. 의미 있는 문장은 수학적 진술들을 포함한 형식 논리의 문장이나 경험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과학적 문장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험적 문장의 유의미성을 식별하는 이른바 '검증 원리'(檢證原理)이다. 에어의 표현을 빌리면 이것은 "한 문장은 (분석적으로가 아니라) 사실적으로, 그 문장이 표현하고자 하는 명제를 검증할 수 있을 때, 오직 이 경우에만 그 문장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다"는 원리이다. 이 원리가 뜻하는 것처럼, 논리적 실증주의는 언어의 논리적 분석이라는 방법을 택하고 있으며 지식은 반드시 실증적인 관찰을 거친 것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논리적 실증주의에서는 사물의 본질이나 현상의 구조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려는 전통적인 철학, 특히 형이상학은 검증이 불가능한 문장들을 산출한다는 이유로 거부되었다. 슐리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우주는 균일하게 수축된다"라는 문장은 이것을 주장하는 사람 자신도 수축되고 있을 것이므로 그 사실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방도가 없고, 따라서 검증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적인 혹은 윤리적이거나 종교적인 문장들도 개인적인 정서의 표현에 불과하므로 진정한 의미의 지식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논리적 실증주의의 중요한 철학적 주제는 다음과 같다. '어떤 문장이 경험적으로 검증될 수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경험적 문장을 지식의 기초로 간주하는 것은 단순히 인습의 문제인가? 감각 자료의 문장을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경험과 객관적인 세계의 관계는 무엇인가? 분석 명제와 종합 명제를 구분하는 근거는 무엇이며, 논리적 혹은 수학적 명제들과 언어의 활용 규칙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 등이다. 논리적 실증주의자들이 제기한 이러한 문제들의 핵심에는 검증 원리의 적용과 해석의 어려움이 개입되어 있다.
검증 원리의 문제점 : 검증 원리는 의미의 척도이기에,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려면 경험적 관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관찰' 이란 개념을 직접적인 경험의 차원으로 좁히면 의미 있는 문장의 범위는 훨씬 좁아진다. 따라서 간접적인 경험의 수준으로까지 넓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관찰의 범위와 방법이 매우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논리적 실증주의자들이 검증의 기준을 검사나 확증 혹은 반증의 문제로까지 확대하여 논란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검증 원리 자체의 유의미성에도 문제가 있다. 논리적 실증주의에서는 논리적 형식 혹은 정의에 근거한 분석 명제이거나 과학적 검증이 가능한 종합 명제만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검증 원리는 분명히 종합 명제에 속하기에 이 원리를 검증하는 원리와 방법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결국, 에어가 인정하였듯이 검증 원리에 규범적인 색채가 농후하다면 논리적 실증주의의 설득력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는데, 지나치게 형식주의적인 방법론, 경직된 언어관, 그리고 1940년경부터 그 중심 인물들이 각처로 흩어짐으로써 단일한 철학사조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논리적 실증주의의 중요한 이론과 문제 의식들은 이후에 전개되고 발전된 새로운 철학 사상에 흡수됨으로써 현대 철학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면밀한 언어 분석을 통하여 새로운 시각에서 철학적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공헌하였으며, 서로 다른 분야와 관심을 철학적 탐구로 유도함으로써 철학이 어떤 개인의 사상 체계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지적 작업임을 입증해 주었다. 이러한 성과는 논리적 실증주의의 특유성, 즉 철학적 주제에 접근하는 엄격한 기준과 냉담할 정도의 객관적 태도를 끝까지 견지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논리적 실증주의는 현대 사상에서 철학과 과학 및 언어를 밀접하게 연결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반증 이론 : 포퍼에 의해 제시된 반증 이론(falsifiability theory)은 검증 원리에 문제점이 많음을 의식하여 과학의 본질을 규명하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은 과학적 이론의 가설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이다. 가령 반증의 가능성이 높은 이론은 더 많은 것을 배제하므로 반박의 기회가 더 많은
데, 이것은 잠재적 반증 요소(potential falsifier) 즉 이론에 의해서 금지되는 기본적인 명제의 집합이 많기 때문이 다. 다시 말해서 어떤 이론이 논리적으로 가능한 많은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그 이론이 허용하는 경험적 세계의 범위는 좁아지고, 따라서 그 이론은 쉽게 반증될 뿐만 아니라 경험 세계에 대한 좀더 쓸모 있는 지식을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장치를 사용하면 이론의 확증(corroboration)도 가능하고, 과학과 사이비 과학(pseudo-sciene)도 구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론이 엄격한 방법으로 검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반박되지 않았을 때에는 일단 잠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한 과학적 진리로서의 특전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도 검사해 볼 도리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반증의 가능성도 전혀 없다면 그것은 형이상학적인 혹은 종교적인 진리일지는 몰라도 과학적인 진리는 될 수 없다. 포퍼의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프로이트(G. Freud)나 마르크스(K. Marx)의 주장들은 모두 사이비 과학에 속하는데, 이와 같은 입장을 포괄적으로 표현하여 '비판적 합리주의' (critical rationalism)라고 한다. 비판적 합리주의는 진리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주장하기보다는 오류를 발견하고 이것을 제거하는 데 관심을 쏟는다. 포퍼는 지식의 절대적인 원천은 없으며, 전통이나 이성적 판단, 직관과 관찰 등 종합적인 방법에 의해 지식이 형성될 뿐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지식의 원천을 추구하기보다는 그것을 정확하게 가다듬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여기서 추측과 반박으로 특징 지어지는 반증 이론이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패러다임 : 쿤(T. Kuhn)이 과학사를 서술할 때 중심 개념으로 사용한 것이 패러다임(paradigm) 혹은 범례(凡例) 였다. 이것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뜻을 가지고 있는데, 쿤 자신이 여러 가지로 다르게 사용하고 있어서 혼란을 가져오기 쉽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학자 사회의 어떤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신념이나 가치 혹은 기법 등, 말하자면 어떤 과학에서의 학파를 하나로 묶어주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패러다임에 바탕을 둔 연구를 '정상 과학'이라고 한다. 정상 과학은 완성된 과학이 되기 위해서 패러다임을 다듬고 명세화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사실(事實)의 수집, 기구의 사용, 상수(常數)의 결정, 이론의 정식화 등을 통해서 점점 더 확고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이상'이 생기고 '위기'가 오면 이견을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이론들이 난립하고 이러한 이론들을 묶는 또 하나의 패러다임을 예상하게 된다. 쿤에 의하면 이것이 곧 '과학 혁명'인데, 그것은 정치 혁명과도 같아서 기존 질서와 단절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사물을 보는 파격적인 전환이다. 과학의 논리 구조보다 과학자들이 속해 있는 사회의 구조적 분석이 더 중요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쿤의 '패러다임'은 생물학을 비롯해서 역사학 · 경제학 · 인류학뿐만 아니라 문학사 · 미술사 · 정치사 등에서 크게 환영을 받았다. 왜냐하면, 이 학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혁명적인 단절로 점철된 전통적인 기간의 연속' 이라는 서술 방식을 써왔고, 사실 쿤이 여기서 이 개념을 빌려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쿤의 공헌은 과학의 발전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 주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실증주의 과학 철학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지게 되며, 논리 실증주의의 검증 이론이나 포퍼의 반증 이론, 나겔(E. Nagel)의 확률적 견해도 성립될 수 없다. 중립적인 관찰 언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검증을 위한 절대적인 기준도 없을 뿐만 아니라, 패러다임은 많은 경우에 반증되기 전에 대치되기 때문이다. 쿤은 패러다임을 도입함으로써 상대주의, 주관주의, 혹은 비합리주의라는 비난을 받았다. 서로 다른 이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다른 언어 문화 공동체의 구성원과 함께 둘 다 옳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개념은 현대사상의 상대주의적, 비합리적 및 주관주의적 경향을 정당화하고 또 촉진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것은 과학자들 자신의 증언을 통해 오히려 입증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언어관과 분석 철학〕 일상 언어학파(Ordinary Language School) : 분석 철학의 한 조류인 '일상 언어학파'는 일상 언어의 용법과 의미를 규명함으로써 사물의 본질과 현상의 구조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학파는 비트겐슈타인이 《논리 철학 논고》에서 견지하던 자신의 언어관을 1930~1934년 사이에 급격히 전환함으로써 발단되었는데, 주로 옥스퍼드를 중심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옥스퍼드 일상 언어학파' 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라일(Gilbert Ryle)과 오스틴(John Austin)이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쓴 《철학적 탐구》(Philosophical Investi-gations)에 의하면 언어는 세계를 대응적으로 지칭하는 의사 소통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어휘들을 도구로 삼아 삶에 참여하는 행위, 즉 '언어 게임'(language game)으로 이해할 때 그 정체가 가장 잘 드러난다. 여기서 어휘들은 사물들을 지칭하는 이름들이 아니며,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통적인 철학적 문제들은 언어의 기능을 잘못 이해한 데서 파생된다. 가령 심신 이론에 입각한 자아 중심의 인식론, 불변하는 대상을 탐구하려는 존재론, 가치의 실재성을 확립하려는 가치론 등은 잘못된 언어관에 근거한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색과 통찰을 통해 '해결'할 것이 아니라 언어의 습득 과정과 일상적 활용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해소'될수 있다. 고정된 개념의 감옥에서 자신을 해방시킴으로써 의식을 계발하고 좀더 포괄적이고 신축성 있는 세계관을 정립할 수 있다는 것이 비트겐슈타인의 견해이다. 그러나 언어에 관한 한 체계적인 이론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그냥 주어질 뿐인 신비적인 '삶의 형식'(forms of life)에 뿌리를 두기 때문이다. 일상 언어학파는 기본적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이러한 언어관과 입장을 같이하나 철학하는 태도는 다소 다른 것이 특징이다.
① 범주 오류(category mistake) : 라일은 그의 저서 《정신의 개념》(The Concept of Mind)에서 일상 언어 분석의 방법을 통해 심신(心身) 관계에 관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시도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정신적인 존재와 물리적인 존재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존재라고 믿는 이원론자에 의해 이 문제가 생겨났으며, 궁극적으로는 범주를 설정하는 데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가령 우리는 산책하는 사람, 독서하는 사람, 싸우는 사람 등을 바라보면서 눈앞에 나타난 그러한 사람들의 육체나 몸짓 뒤에 그러한 사람들의 정신과 그 작용이 있고, 비록 그것 이 보이지는 않지만 물질적인 법칙을 따라 변화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이 곧 범주 오류' 의 한 예이다. 이러한 오류는 논리적으로 다른 범주에 속하는 어휘들을 같은 범주에 넣고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는 "그는 화가 나서 그 짓을 했다" 든가 "그는 영리해서 그렇게 했다" 라는 표현처럼 화가 났다든지 영리함이 어떤 행동의 원인인 것처럼 우리를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범주 수련' (categorical discipline)에 의해서 고쳐질 수 있고, 따라서 언어적 표현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라일의 견해이다.
② 수행적 발언(performative utterance) : 오스틴에 의하면 우리들의 언어는 매우 다양한 기능을 지니고 있어서, 이러한 기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 용법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철학적 언어의 혼돈과 오류를 좀더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고 동시에 비언어적인 대상, 즉 객관적인 세계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그는 언어 분석을 통하여 전통적인 철학적 과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철학 본래의 임무로 복귀하고자 한 점에서 철학 자체의 성립을 부정적으로 보았던 비트겐슈타인의 입장과 구별된다.
이러한 체계화의 과정에서 오스틴은 특정한 철학적 주제에 따라 대화의 영역을 정하고 이 영역 안에서 관련된 어휘들의 용법을 면밀히 검토한 다음, 다시 이와 관련된 문헌을 참고로 하여 어휘들의 정당한 용법을 규명해 낸다. 예를 들면 "나는···을 자발적으로 했다"는 말을 분석함으로써 전통적인 자유 의지와 결정론 논쟁을 해명하려는 것이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어떤 언어적 표현은 어느 특정한 대상을 지칭하거나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그 발언 자체가 행위나 사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약속을 한다든지, 이름을 짓는다든지, 서약을 한다든지 할 때 사람들은 그러한 상태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태에 참여하거나 행위를 이행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스틴은 "내가 주례 앞에서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할 때 나는 결혼에 관하여 보고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결혼 생활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언어가 존재의 세계와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 차지하는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호론(semiotics) : 언어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 체계화 되면서 언어와 대상, 언어와 언어, 언어와 인간 등의 관계를 나누어 고찰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연구 분야를 넓은 의미로 '기호론' 이라고 한다. 좁은 의미로는 단순히 기호에 관한 이론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미론과 논리적 구문론만을 지칭하지만, 모리스(C.W. Morris)에 의해서 일반적으로도 사용하게 되었다.
의미론(semanices)은 기호와 그 기호가 의미하는 것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가령 '고양이' 라는 말과 그 말이 의미하는 대상과의 관계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해답을 찾고자 한다면 이것은 의미론적 탐구이다. 그러나 그 기호의 해석과는 상관없이 형식적인 체계나 규칙을 탐구할 때에는 통사론(syntactics) 혹은 구문론(syntax)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활용론(pragmatics)은 어떤 기호를 누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했는지에 따라 뜻이달라지는 것을 탐구하는 분야이다. 가령 신호등은 길을 건너려는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의미를 부여하는 기호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활용론에서 기호는 아주 넓게 이해되며 실천적 의미를 지닌다. '수행적 발언' 이나 '언어 행위'(speech act)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개념이다. 이처럼 현대의 언어 철학은 넓은 의미에서의 기호론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 유사성(family resemblances) : 일상 언어를 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어휘들이 고정된 의미를 갖고 있는것이 아니라 제각기 쓰이는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가령 '놀이'라는 말은 하나의 명확하고도 고정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카드 놀이나 공 놀이, 윳놀이 등 모든 종류의 놀이가 공통된 하나의 요소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한 가족의 구성원이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은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이 한 가족으로 간주되는 것은 어떤 점에서 유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을 비트겐슈타인은 '가족 유사성' 이라고 부르고, 이것을 일상 언어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개념으로 생각하였으며, 개념들의 공통적인 요소를 철학적으로 규명하려는 노력이 헛된 것임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일상 언어의 자연스러운 활용 규칙을 서술하고 검토함으로써, 즉 작위적으로 의미를 조작하지 않음으로써 현상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다. (→ 기호학 ; 비트겐슈타인 ; 실증주의 )
※ 참고문헌 Barry R. Gross, Analytic Rhilosophy, New York, 1970/ John Hospers, An Introduction to Philosophical Analysis, London, 1970/ John Passmore, Recent Philosophers, London, 1985/ Michael Corrado, The Analytic Tradition in Philosophy, Chicago, 1975/ J.O. Urmson, Philoso-phical Analysis, Oxford, 1967/ S.G. Shanker ed., Philospohy in Britain Today, London · Sydney, 1986/ Paul Kurtz, American Philosophy in the Twentieth Century, London, 1969/ 한국 분석 철학회 편, 《비트겐슈타인과 분석 철학의 전개》, 철학과 현실사, 1991/ -, 《실재론과 관념론》, 철 학과 현실사, 1993/ 엄정식, 《확실성의 추구》, 서강대학교, 1984/ 一, 《분석과 신비》, 서강대학교, 1987/ 이명현, 《이성과 언어》, 문학과지성, 1982. 〔嚴廷植〕
분석 철학
分析哲學
〔라〕philosophia analytica · 〔영〕analytic philosophy
글자 크기
6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