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가톨릭 철학자. 그리스도교 종교 철학의 관점에서 '행동의 철학' 을 정립한 인물.
〔생 애〕 1861년 11월 2일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지방의 디종(Dijon)에서 태어난 블롱델의 가문은 법학자의 집안으로서, 엄격한 교양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부르주아 가문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 가정이었다. 블롱델은 디종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는데, 그곳 시골 마을의 정서와 가정의 분위기는 그의 어린 시절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자연과 곤충, 신앙과 종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어 한때 가톨릭 사제가 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품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당시 사실주의와 상징주의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그 후 어떤 피정을 계기로 철학 교수가 되려는 결심을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는 그에게 엄격한 철학적 특성들과 종교적 영감을 체득하게 해주었던 것이다. 또한 1893년 6월 7일에 통과되어 철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의 박사 학위 논문 <행동>(L'Action)에 대한 기초적이며 다양한 작업이 이 시기 동안에 마무리되었다.
블롱델이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철학 교수인 베르트랑(Alexis Bertrand)에서 교육을 받으면서부터였다. 그의 지도 아래 라틴어 논문을 썼고, 라이프니츠(G.W. von Leibniz)와 멘 드 비랑(M.-F-P. Maine de Biran)에 대해 공부하였다. 1881년에 고등 사범 학교(l' École Normale Supérieure)에 입학하여 1885년에 교수자격을 취득한 그는 이때 델보스(Victor Delbos), 베르제(Gaston Berger)와 친분을 맺었으며, 고등 사범 학교의 철학 교수 부트루(Émile Boutroux, 1845~1921)와 올레 라프륀(Léon Ollé-Laprune, 1839~1898)으로부터 직접적인 지도를 받으면서는 인격적 · 철학적으로 크게 성숙되었다. 이들은 블롱델의 고등 사범 학교 시절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신적 지주이자 의지처가 된 사람들이었다. 학문적으로 볼 때 부트루는 그에게 철학사를 가르치며 확고한 기초를 심어 주었고, 스피노자(B. de Spinoza), 라이프니츠, 칸트(I. Kant)에 대해 깊은 인식을 갖게 해주었다.
이 시기에 블롱델이 어려움을 겪었던 여러 사건들 중 하나는, 이성적으로만 종교를 이해하려는 당시의 유명한 고등 사범 학교 교수들의 철저한 합리주의에 맞서는 일이었다. 후에 이 일로 인하여 몇 년 간 일자리를 얻지 못하기도 하였지만, 그의 철학 목표는 종교적 지향 안에서 허락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종교적 지향을 더욱 유효하게 만드는 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었다. 학문과의 연관 안에서도 그의 종교적 신념과 철학적 사고는 한결같았다. 그의 고등 사범 학교 때의 스승이자 논문 지도 교수이기도 한 올레 라프륀은 "블롱델이야말로 철학을 음미하고 그것을 실생활 안에서 효과적으로 실천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그는 그 누구도 깨닫지 못했던 본질적인 문제를 간파하였다. 사고의 살아 숨쉬는 계획 속에서 실제의 행동과 평가 불가능한 실재를 상호 융합시킨 것은,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블롱델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가톨릭 학자였던 라베르토니에르(P. Laberthonniére)는 "당신은 소르본의 무신론자 교수들에 대응해서 당신의 신앙을 쟁취하였습니다. 그때 나는 신학과 관련된 무신론자들과 맞서 나의 신앙을 쟁취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습니다" 라는 글을 써 보내어 그에 대한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교수 자격 취득 후 쇼몽(Chaumont) 몽토방(Montau-ban),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등의 고등학교에 재직하다가 1895년 4월에 릴(Lille)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1896년 12월부터 1927년까지 31년 간 엑상프로방스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많은 저술과 제자를 배출하였으며, 시력 악화와 청각 장애로 학계에서 은퇴한 후, 1949년 6월 4일 엑상프로방스에서 사망하였다. 그를 일컬어 엑스(Aix)의 철학자 또는 디조네(Dijonnais, 디종 사람)라고 부르는 것은 오랜 기간 엑상프로방스에서 생활하였기 때문이다.
〔사상과 저술〕 블롱델의 가장 핵심적이며 중요한 저서는 그의 학위 논문 <행동>이다. 파스칼(B. Pascal)적인 단호한 형식과 엄격한 변증법에 입각하여 쓰여진 이 글은 훗날 출판하기 위해 세 번 정도 교정되었는데, 철학 입문서로서 '철학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또한 블롱델을 '행동의 철학자' 로 보는 이유와 설명이 담긴 이 저서는 무엇보다도 '행동' 의 본질적 · 근원적인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 철학자 라크루아(J. Lacroix)는 '행동' 이라는 용어는 후대로 오면서 '실존' (existence)이라는 말로 바뀌어 나타났다고 주장하면서, 불롱델을 실존주의자로 이해하기도 하였다. 블롱델은 그의 저서 《행동》을 통해 어려운 곤경에 처하기도 하였는데, 가톨릭측으로부터는 그리스도교 사상을 이성적 차원으로 끌어내렸다는 비판을, 일반 학계로부터는 반대로 철학의 자율성을 종교적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갈등과 오해가 풀린 것은 여러 다른 저서들을 통해 글을 발표하면서 다소 시간이 흐른뒤였다.
1896년에 《그리스도교 철학의 연대기》라는 잡지에 블롱델이 게재한 <호교론의 내용에 입각한 현대적 사고의 요청과 종교 문제의 연구 안에서 철학의 방법론에 관한 편지>(Lettre sur les exigences de la pensée contemporaine en matière d'apologétique et sur la méthode de la philosophie dans l'étude du problème religieux)는 《행동》으로 야기되었던 논쟁이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 한번 격렬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또 다른 저서 《역사와 교의》(Historie et dogme), 《편지》(Lettre) 그리고 새롭게 편집된 《행동》이 출판되면서 누그러지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보면 이때까지가 구이에(Henri Gouhier)가 평가하는 블롱델 사상의 제1기에 해당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이후 약 20년 동안 존재와 행동, 그리고 사고의 삼위일체적인 개념에 대한 논문과 저술을 출판하였는데, 이시기가 그의 제2기 활동 기간에 해당된다. 그리고 1934년 12월 이후가 제3기에 해당되는 사상적 활동을 한 시기이다. 이때 《사고》(La Pensée, 1934) 첫째 권에 이어 둘째 권이 출판되었고, 이듬해에는 새로운 시리즈의 걸작이란 평을 받은 《절대 존재와 존재자들》(I' Étre et les êtres)을 펴냈으며, 초기의 《행동》을 교정하여 1937년에 두 권으로 출판하였고, 1944~1946년에는 《철학과 그리스도교 정신》(L'Espint chrétien et la philosophie) 등을 출판하였다.
블롱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적 삶의 완성은 행동과 사고, 그리고 존재의 3중적 실재의 이해를 통해 충만되고 완성된다. 그러므로 인간은 사고, 존재, 원의(의지)의 세 가지 요소가 고갈될 때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밖에 또 하나의 힘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초자연적인 것이어야만 하고 어떤 '요청' 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곧 철학의 모든 것이 보여 주는 것처럼 실재 안에는 자신의 고유한 힘만으로는 온전히 채울 수 없는 어떤 '부름' 과 '공백' 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밖으로부터 즉 자신의 고유한 힘 외에 또 다른 어떤 것을 통해 완전하게 완성되게 할 수 있는데 이것이 곧 '초자연성' (le surnaturel)이다. 이 초자연성이란 개념의 전제는 일단 일련의 가정으로서 처음 철학 안에 설정되어진다. 또 이런 설정 안에서 언급될 수 있는 것은 '종교란 과연 어떻게 초자연적 근원을 갖는가' 하는 문제의 이해이다. 이것은 한걸음 더 나아가 그리스도교 신과도 연결된다. 이런 과정 안에서 철학의 내용은 현실 안에 국한시켜 위의 종교적 사실들을 비판하고 검토하는 작업일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블롱델의 저서 《행동》에서부터 《철학과 그리스도교 정신》에 이르기까지 어느 책에서든 그의 의도가 비추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그의 저서들 안에서는 비평가들의 혹독한 질타와 비판으로 때로는 고심하고 연연한 흔적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의 궁극적 진로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4부작, 즉 《행동》, 《절대 존재와 존재자들》, 《철학과 그리스도교 정신》, 《사고》는 블롱델주의의 모든 결점을 포함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 시대를 대변하는 철학적 반성의 주요 작품이 되고 있다.
〔평 가〕 블롱델의 경우 인간적인 삶은 '행동에 관한 형이상학' (metaphysique en action)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비판 철학을 주장하며 '삶의 형이상학' 을 주장한 현대 스페인의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José Ortega y Gasset)와 어떤 부분에 있어 닮았다. 뒤메리(H. Duméry)는 "블롱델은 철학적 탐구 안에서 행동의 의미를 회복시켜 주었고, 따라서 실제적인 행동은 우리의 지향들을 구체화시켜 그 지향들이 보다 확실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나게 해주었다"고 평가하였다. 다시 말하면 그가 행동의 문제를 선택함은 행동이 함축하는 것을 명백히 밝혀 내는 것, 곧 행동에 대한 '본질적 영성' (spiritunalité essentielle)이 존재와 가장 친밀하게 밀착되어 있음을 분석하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블롱델의 근본적 지향은 리슐리외(Richelieu)가 설명하는 것처럼 "철학의 역할이란 모든 것, 종교까지도 이해하는 것"에 있다.
블롱델의 위대함은 그의 철학의 선명한 '불충분함'(insuffissane)이나 '미완성품 자체' (inachèvement même)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 곧 인간의 삶은 충만된 공간 또는 완벽한 작품을 통해서가 아니라 빈 공간과 미완성인 상태를 통하여 '열려진 세계' 로 드러난다. 어떻게 보면 철학이 완벽하게 풀어낼 수 없는 문제의 암시일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블롱델은 자신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철학의 '참된 불충분성' (véritable insuf- fissance)을 드러냈다고 하겠다. 블롱델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행동의 철학이 종교 철학이 되기를 원하였기에 '정신의 그리스도교 철학자' (philosophe chrétien del'esprt)이기보다는 '그리스도교 정신의 철학자'(philosophe de l'esprit chrétien)라는 평가를 받는다. (→ 철학 ; 실존 철학)
※ 참고문헌 M. Blondel, L'Action, Paris, Alcan, 1893/ 一, Une énigme historique, Paris, Beauchesne, 1930/ 一, La Pensée I ~ II , Paris, Alcan, 1934/ 一, L'Étre et les êtres, Paris, Alcan, 1935/ 一, Laphilosop-hie et l'esprit chrétien Ⅰ ~ Ⅱ , Paris, PUF, 1944, 1946/ H. Bouillard, Blondel et le christianisme, Paris, Seuil, 1961/ H. Dumery, La philosophie del'action, Paris, Aubier, 1948/ 一, Raison et Religion dams la Philosophie de I'action, Paris, Seuil, 1963/ J. École, La Métaphysique de l'être dans la philosophie de M. Blondel, Louvain, 1959/ J. Lacroix, Maurice Blondel, Paris, PUF, 1963/ M. Renault, Déteminisme et liberté dans l'action de Marice Blondel, Lyon, Vitte, 1965. 〔洪勝息〕
블롱델, 모리스 Blondel, Maurice(1861~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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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모리스 블롱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