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그리스도교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선언문. <그리스도교적 교육에 관한 선언>(Gravisimum Educationis),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Dignitatis Humanae)과 함께 공의회의 3개 선언문중 하나이다. 현대인들 중에는 자기 탓 없이 아직도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종교에서 나름대로의 구원을 확신하고 살아가는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 즉 그리스도교 이외의 타종교와 그 신봉자들"이 있다. 이들이 어떤 의미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함께 '하나의 인류' 로 부름을 받았는지, 그리고 이들은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 역사 안에서 어떠한 운명에 처해질 것인지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이 선언문은 밝히고 있다. 또한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타종교인들의 진리 주장(truth-assertion)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떠한 자세로 이들과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 역시 밝히려고 하였다. 이러한 물음들에 대하여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은 사랑과 존경, 그리고 관용의 마음으로 매우 신중하게 교회의 입장을 밝힌 선언문이다.
〔배경 및 과정〕 처음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리스도교 이외의 타종교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다루려는 의도가 없었으므로, 공의회 준비위원회는 타종교에 대한 문제를 회의의 의제로 채택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의회의 준비 기간 중 로마의 성서 연구소는 공의회에 유대인의 문제를 상정해 주도록 요청하였다. 이에 교황 요한 23 (1958~1963)에 의해 1960년 1월 5일 설립된 '그리스도교 일치 사무국' 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독립된 초안을 작성하여 공의회 준비 중앙위원회에 제출하였으나 거부되었다. 하지만 이 초안은 공의회 제2 회기 중 제69~71차 총회(1963. 11. 18~20)에서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Unitatis Redintegratio)의 제4장(표제어는 '비가톨릭 특히 유대교 신자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태도에 관하여' )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이때 '유대교도에 대한 논의만이 아니라 많은 민족의 역사에 영향을 미쳐 온 타종교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그들 안에 내포된 하느님의 계획으로 복음에로의 길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 가지 참된 것과 선한 것에 대한 존경의 태도를 표명해야 한다' 는 주장도 있었고, 이 초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교부들도 있었다.
이 초안을 정정한 후 1964년 9월 25일에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에서 분리되어 단독 선언으로 제출되었는데, 유대인에 관한 것과 종교 자유에 관한 두 가지의 초안이 작성되었다. 이후 유대인에 관한 선언은 수정되었으며, 타종교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었다. 또 타종교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연구하는 '비그리스도교 사무국' 이 설립되었으며, 대다수 교부들의 희망에 따라 유대인에 대한 선언의 초안은 유보되었다. 그리고 그 해 11월 중순 타종교에 대한 결정적인 초안이 배부된 데 이어 이듬해 9월 제4 회기가 시작되면서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 선언을 둘러싸고 민족적 · 정치적 · 문화적 · 종교적으로 첨예한 논란을 거쳐 수정을 거듭한 후, 같은 해 10월 28일 최종 표결을 거쳐 선포되었다.
〔구성 및 내용〕 타종교와 타협하려는 것이 아니라, 타종교의 존재 의미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한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은 다음과 같이 모두 5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1항 : 인류 일치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기 위하여 선언문을 공포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면서 현대사회에서의 교회의 임무와 인류 공통의 목적, 상호 이해의 공통점 등을 검토한다.
2항 : 먼저 타종교에 대해 검토하는 선언문은 세계의 중요한 종교의 요점만을 언급하고 그 좋은 점을 강조하였다. 원시 시대의 종교, 힌두교, 불교, 기타 종교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이 선언을 하게 된 진의를 밝혔다. 즉 타종교의 교리와 계율을 배척하고 거절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와 다른 점이 있을지라도 존경할 만한 것이 있고 사람을 비추는 진리의 광선이 포함되어 있다고 언급하였다.
3항 : 타종교 중에서 그리스도교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이슬람교에 대하여 언급한 이 항에서는, 그리스도교와의 유사점을 설명하면서 전통적인 대항 의식을 배제하고 협력할 것을 당부하였다.
4항 : 이스라엘에 대한 교회의 태도를 분명하게 밝힌이 항에서는 이스라엘과 교회는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고찰하였다. 또한, 개인으로서의 유대인이 아니라 민족으로서의 유대인을 다루면서 이스라엘을 하느님의 인류 구원사 안에서 파악하려고 하였다. 즉 하느님의 계획에 의한 교회의 신비 안에서 이스라엘이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5항 : 모든 인간과의 상호 관계, 특히 그리스도교 신자와 타종교 신자들과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다른 공의회 문헌과의 관계〕 이 선언문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공의회의 다른 문헌과의 연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교회 헌장>(Lumen Gentium)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해 언급하면서 하느님의 밭인 교회에 유대인과 이방인이 속해 있다고 설명하였으며(6항),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당신 백성으로 뽑으시고, 그들과 계약을 맺으셨으며, 그들의 역사를 통하여 당신과 당신의 계획을 드러내시며 그들을 거룩하게 하심으로써 그들을 서서히 교육하시었다"(9항)고 하였다. 또한,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하느님 백성에 관련되어 있으며, 유대인 · 이슬람교 신자들 · 타종교의 신자들도 하느님의 백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밝혔다(16항). <주교 교령>(Christus Dominus)에서는 주교의 의무는 목자들의 으뜸을 이미 따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어떠한 모양으로든지 진리의 길을 떠났거나 혹은 그리스도의 복음과 구원의 자비를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돌보는 것(11항)이라고 밝혔다.
<평신도 교령>(Apostolicam Actuosiatem)에서는 가톨릭이외의 사람들과도 협력해야 한다(22항)고 강조하였으며, <사목 헌장>(Gaudium et spes)에서는 종교 문제에 관해 견해를 달리하고 다른 행동을 취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존경과 사랑을 잊어서는 안된다(28항)고 역설하면서,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평등하다는 것, 모든 차별 대우-그중에는 종교에 바탕을 둔 차별 대우도 포함된다-를 피하라고 하였다(29항). 그리고 모든 사람들과의 대화 를 요청하였다(92조). <그리스도교적 교육에 관한 선언>은 비그리스도교 신자와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신학부에서는 모든 종교에 대한 연구를 깊이 하도록 권하였다(11항). 이와 관련되어 <선교 교령>(Ad Gentes)은 사제 양성에 있어 모국의 전통 · 종교 · 그리스도교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파악하도록 가르치고, 신학생은 비 그리스도교 신자들과의 형제적 대화를 준비해야 한다(16항)고 요청하면서, 대학과 기타의 교육 시설에서 사람들과 타종교의 이해를 촉진하고 비그리스도교 신자와의 대화의 장을 만드는 평신도를 찬양하였다(41항)
〔평가 및 의의〕 과거의 교회는 일반적으로 매우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종교로 평가되어 왔다. 오늘날처럼 다양한 신앙 · 종교 · 사상 체계가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교회가 과거의 배타적인 자세만을 고수한다면 그 본연의 사명을 완수할 수 없음은 지극히 자명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사에서 교회의 자기 쇄신, 현대 세계와의 대화에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듯이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은 뒤늦게라도 교회가 타종교 전통 안에서 발견되는 하느님의 심오한 구원의 섭리를 깨달아, 그들이 지닌 '참되고 옳고 선한 것' 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은 지극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 선언문은 여러 가지 문제점도 안고 있다. 우선 타종교를 상세히 묘사하지 않았으며, 그리스도교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타종교가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지도 않는다. 이 점은 그리스도교가 종전과 같이 독선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오히려, 교회가 타종교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음을 보다 더 겸허하게 선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선언이 열거하는 여러 문제는 추상적 · 철학적 문제뿐이며, 타종교와의 우호적 관계 또는 대화를 중요시한 탓에 타종교가 가진 좋은 점만을 열거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교회가 지닌 진리를 타종교와의 대화와 협력이란 측면 때문에 굽히고 영합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비난을 받게 할 수도 있다. 이 선언문은 그리스도교외의 타종교를 믿는 이들이 더 많은 현 상황과 타종교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였음을 보여 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가 더 촉진되어야 함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언이 발표된 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선언문에서 유대교를 종교로서 평가하지 않았고,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유대인 박해에 대해 후회나 반성하는 말이 없어 많은 유대인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기도 하였다. (→ 교회와 타종교 ; 교회 일치 운동 ; 대화 ; 바티칸 공의회, 제2차)
※ 참고문헌 H. v. Straelen 외, 현석호 역,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해설 총서》 1, 성바오로출판사, 1987/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69/ W.M. Abbott, S.J., The Documents of Vaticam Ⅱ with Notes and Comments by Catholic, Protestant, and Ortho-dox Authorities, New York, 1966/ W.F. Albright, From the Stone Age to Christianity, New York, 1957/ J. Neumer ed., Christian Religion and World Religions, London, 1967/ R.E. Whitson, Coming Convergence of World Religions, Paramus, N.J. 1971/ G.F. Moore, Judaism in the First Centuries of the Christian Era, vols. 3, Cambridge, 1954. 〔吳將均〕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 非 一 敎 一 關 一 宣言 〔라〕Nostra Ae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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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