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나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어떤 정보를 남에게 감추는 것. 비밀은 단순히 어느 한 사람이 주관적으로 비밀로 하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비밀로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남에게 알리지 않음으로 해서 본인에게 일정한 이익이 있는 것을 말한다. 비밀은 '따로 떼어 놓는다' 는 의미의 라틴어 '세체르네레' (secernere)에서 유래되었다.
〔구 분〕 비밀에는 사생활이나 가족의 비밀, 영업이나 기업의 비밀, 군사 · 외교 등 국가의 비밀, 직업상의 비밀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이를 크게 나누면 다음 세가지로 구분된다.
자연적 비밀(secretum naturale) : 폭로되면 관련된 사람들에게 명예나 재산의 손해, 고통이 주어지는 개인적인 일에 관한 비밀이다. 사람은 자연적 존엄성과 사회 공동체 안에서의 독립성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사사로운 지식을 감출 권리, 자기 일을 수행할 권리, 타인의 간섭이나 참견 또는 사찰을 받지 않을 자유가 있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 가족이나 친밀한 사람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사사로운 진실을 감추는 경우도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비밀을 존중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권리 보호는 개인이나 공동체의 복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비밀의 권리를 존중할 의무는 교환 정의, 더 나아가서 사회 정의의 문제이다.
사람은 각자 비밀을 가지고 있으므로 타인은 그것을 불의하게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도청이나 남의 편지를 몰래 읽는 것도 불의한 침해이다. 만일 타인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면, 그 비밀 소유자의 뜻을 거스르는 방법으로 그 비밀을 이용하거나 폭로해서는 안된다. 비밀을 알게 된 방법이 우연이거나 속임수이거나 또는 정당하였든 불의하였든 마찬가지이다.
약속된 비밀(secretum promissum) : 비밀을 알게 된 후 그것을 폭로하지 않기로 약속하였다면 그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는데, 이를 '약속된 비밀' 이라고 한다. 비밀 준수의 약속은 자진해서 할 수도 있고, 정보를 제공하는 자의 요구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소죄의 문제이나, 약속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정의와 중죄의 문제로 여긴다면 예외적으로 그 약속 위반에 중대한 결과가 따르는 경우 중죄가 될 수도 있다. 약속된 비밀은 그 내용상 '자연적 비밀' 일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자연적 비밀에 관한 원칙이 적용된다.
신임된 비밀(secretum commissum) : 소유자가 타인을 신임하여 드러낸 비밀, 즉 정보 수령자가 비밀을 타인에게 폭로하지 않으리라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나 양해 아래 털어놓은 비밀이다. 이때의 비밀 준수 의무는 명시적이거나 함축적인 계약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신임된 비밀은 정의의 중대한 의무를 포함하는 가장 엄격한 비밀이다. 일반적으로 정보를 들려주는 조건으로 비밀을 지켜야 하는 합의가 이루어지는데, 그 합의는 정식으로 요청하고 수락하는 명시적 약정일 수도 있고, 관련된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에 함축되는 묵시적 약정일 수도 있다.
신임된 비밀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통상적인 것이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 환자와 의사 사이, 양심상의 문제를 자문하는 신자와 사제 사이 등에서 이루어지는 직업상 비밀(professional secret)이다. 고해자와 고해 사제 사이는 최고 수준의 독특한 관계이기 때문에 고해성사의 비밀은 신임된 비밀 중에서 가장 중대한 것이다. 또한 고해 비밀은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초자연적 영역에 속하므로 이를 누설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비밀 준수의 의무〕 비밀 준수의 문제는 윤리나 도덕 분야에 속한다. 비밀 소유자가 독점적으로 비밀을 소유하고 있는 한, 일반적으로 윤리 문제는 나타나지 않으나, 감춘 진실을 폭로하지 않으면 안될 특수한 상황에 처할 경우도 있다. 즉 비밀을 폭로하는 것이 공익에 필요하거나 무죄한 사람들에게 심각한 손해가 미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비밀 폭로가 비밀 소유자에게 불균형적 손해가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비밀을 폭로할 의무가 있다. 비밀이 소유자로부터 타인에게 옮겨 갔을 때 비밀 폭로의 문제는 윤리적 문제로 대두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 온 윤리 신학에서는 "비밀은 폭로되지 말아야 될 남에게 속하는 감춰진 지식의 소유" 라고 정의하였다.
자연적 비밀 : 타인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은 그 자신의 권리가 위태롭게 되거나 공동체가 피해를 받지 않는한, 그것을 숨길 의무가 있다. 타인의 비밀을 존중할 의무는 사물의 본성에서 나오고 자연법에서 직접 유래되었다. 그러므로 비밀 준수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정의와 애덕을 거스른 죄에 해당한다. 만일 비밀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그 소유자에게 심각한 고통이나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한 죄는 객관적으로 중대하다. 자연적 비밀을 지킬 의무의 경중은 그 비밀의 경중에 따라 다르다. 왜냐하면 중대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그만한 손해를 끼치기 때문이며, 이는 대죄에 해당한다.
약속된 비밀 : 약속된 비밀의 준수는 정의뿐만 아니라 명예와 정직, 현명의 사항이다. 현명한 행동의 표준은 이성과 자연적 윤리 도덕의 표준에 따라 판정된다. 약속한 비밀을 지킬 의무의 경중은 약속한 당사자의 의사에 달려 있다. 신용상 지키겠다고 약속하였으면 가볍고, 중대한 사정이 있어서 엄격히 지키겠다고 약속하였으면 무겁다. 그렇지만 다른 편으로 비밀을 폭로할 의무가 있을때, 예를 들어 장상이나 법관이 물을 때에는 그 비밀을 지킬 의무는 없다.
신임된 비밀 : 이 비밀을 지킬 의무는 공의와 공익이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의 경우에는 비밀을 지킬 의무가 해제된다. 첫째, 비밀이 이미 누설되어 다른 이들도 알게 된 때이다. 둘째, 비밀을 부탁한 사람의 동의가 짐작될 때인데, 예를 들면 끝까지 비밀을 지키다가는 큰 손해를 보게 될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부탁한 사람이 비밀 누설을 허락할 것이요 합리적으로 비밀 누설을 싫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부탁한 사람의 영혼상 중요한 손해를 막기 위하여 비밀 누설이 필요한 때이다. 예를 들면 누가 혼인 장애를 감추고 혼인하려 한다면 그 장애를 아는 사람은 그것을 사목자에게 고발할 의무가 있다. 넷째, 부탁한 사람이 제3자에게 불의한 손해를 끼치려는 것을 막기 위하여는 비밀을 누설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애덕은 가해자의 손해가 있을지라도 무죄한 자를 구출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 무죄한 제3자가 손해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으며, 반드시 가해자로부터 그가 불의하게 손해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갑이 불의하게 을을 죽이려는 비밀 계획을 병이 알았다면, 비록 갑으로부터 비밀을 지켜 줄 것을 부탁받았을지라도 을에게 조심하라고 일러주어야 한다. 또한, 갑이 을을 죽였고 이것을 비밀에 붙여 달라고 병에게 부탁하였다면, 무죄한 정이 살인 혐의자로 잡혀 가는 경우에라도 병은 끝까지 비밀을 지켜야 한다. 정이 잡혀 가는 것은 수사관의 잘못이지 갑이 불의하게 손해를 끼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병 자신이 살인 혐의를 받게 된 경우이면 비밀을 지킬 의무는 없다.
직업상 비밀 : 공익이나 무죄한 제3자 또는 비밀의 주인에게 중대한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진정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그 비밀을 지켜야 한다. 직업상 비밀 준수는 공동선을 위하여 필요하다. 이 직업상 비밀 준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직업상 자문을 받기 위하여 자유로 이 접근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하므로, 이를 위반하는 것은 사회 정의 또는 법적 정의에 대한 위반이다. 또 이것은 국법에 의하여서도 인정되고 교회법에 의해서도 보호된다. 직업상 비밀 준수의 의무는 중대한데, 만일 사람들이 의사나 변호사에게 사생활의 비밀까지 안전하게 의논할 수 없다면 사회 공동체는 큰 손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비밀 : 국가 공동체의 선익이 개인의 안전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군사 비밀이나 외교 비밀 등이 국가의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면, 개인적 생명이 위협을 당하더라도 비밀 준수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나 교회의 큰 손해를 막기 위하여 비밀을 누설할 수 있다. 이러한 손해를 묵인하겠다는 계약은 근본적으로 불가하고 무효한 것이므로 비밀을 지킬 의무가 없다. 만일 벌써 손해를 끼친 다음이라면, 부탁받은 대로 이런 과거에 대하여는 비밀을 지켜야 한다.
고해 비밀 : 이 비밀은 교회와 고해성사의 선익을 위하여 절대로 필요하다. 하느님의 섭리로 교회 역사상 고해 비밀이 직접 누설된 예가 없을 정도로 사제들은 고해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 왔다. 예를 들어 성 네포묵의 요한(St. Joannes de Nepomuk, 1345~1393)은 목숨을 바쳐서 고해 비밀을 지켰다.
〔비밀 불가침의 예외〕 고해 비밀 이외의 모든 비밀은 절대적 불가침의 것이 아니며,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다. 즉 비밀을 알려 준 사람이 그 비밀의 폭로를 동의하는 경우와 비밀의 주인이 비밀을 준수할 권리를 상실하는 경우이다. 또한, 그가 비밀의 폭로를 동의하지 않더라도 공동체나 무죄한 당사자들이나 비밀을 지키는 자에게 중대한 해악을 예방하기 위하여 진실을 폭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비밀 폭로는 합법적이고 때로는 의무적이라는 것이 윤리 신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를 들면 국가 반역의 비밀을 알거나 들은 자는 이를 당국에 알려야 된다. 의사는 전염병에 걸린 환자에게 그 사실을 통고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국가 법률이 비밀 폭로를 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밀 준수와 합법적이고 의무적인 비밀 폭로를 판정하는 데는 이성에 따른 현명함이 요구된다. 공익이나 무죄한 사람들에게 불균형적 중대한 직접적 해악을 예방하기 위하여 비밀 폭로가 유일한 마지막 수단인지 여부를 판별하여야 한다.
〔교회법상의 비밀〕 동의나 자문 : 장상이 유효한 행위를 하기 위하여 어느 특정한 단체나 집단의 동의나 자문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동의나 자문이 요구되는 모든 이는 자기의 의견을 성실히 표명하고, 업무의 중요성이 비밀을 요구하면 이를 엄격히 지킬 의무가 있다. 이 비밀 준수의 의무는 장상에 의하여 강제될 수도 있다(교회법 127조 1항, 3항).
교회 직무상 비밀 준수 : 교구청 근무자들은 법으로나 교구장에 의하여 규정된 양식에 따라 직무상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471조 2항) 또한, 교구 법원의 직원들과 보조자들은 직무상 비밀을 지킬 의무가 형사 재판에서는 항상 있고, 민사 재판에서는 비밀 누설로 당사자들에게 손해가 되는 경우에 비밀 준수 의무가 있다(1455조, 1457조). 그리고 재판에 관련된 문서, 재판 기록 등은 비밀히 보존되어야 한다 (1546조 1항, 1602조 2항, 1609조 2항)
고해 비밀 : 고해성사의 비밀 준수는 불가침이다. 따라서 고해 사제는 말이나 어떤 방식, 그리고 어떤 이유로도 고해 비밀을 누설하지 말아야 한다(983조). 고해 비밀을 누설하면 처벌을 받는다(1388조) .
증언 : 교회 법정에서 증언할 의무에서 면제되는 이는 다음과 같다. 성직자들은 성직 때문에 알게 된 사항에 관하여, 그리고 국가 공무원, 의사, 조산원, 변호인, 공증인 및 그 외에 직무상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이들은 그 비밀 준수 사항에 관하여(1548조 2항 1호, 1559조) 증언 면제를 받는다. 또 자신의 증언으로 자기 자신이나 배우자나 가까운 혈족이나 인척에게 불명예나 위험한 학대 또는 기타 중대한 해악이 미칠까 두려워하는 이들(1548조 2항 2호)은 면제를 받는다.
투표 : 투표가 유효하려면 자유로워야 하고, 비밀이고, 명확하며 절대적이고 확정적이어야 한다(172조 1항 2호).
성직 후보자의 선임 : 교회법에 비밀을 지킬 사항으로 명시된 경우는 주교 후보자의 명단(377조 2항)과 교구장 임시 대행의 명단(413조 1항)뿐이다.
수도자 : 수련원 지원자(645조 4항)와 수도자의 제명(699조 1항)에 대해서는 교회법으로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혼인 : 비밀 혼인(1130~1133조)과 단순 유효화의 혼인 합의(1158조 2항, 1159조 2항)에 대해서는 비밀이 엄수되어야 한다. (→ 고해성사 ; 정의)
※ 참고문헌 J.L. McCarthy, 《NCE》 13, pp. 29~30/ E. Higgins, 《CE》 10, pp. 10~11/J.A. Coriden · T.J. Green · D.E. Heintschel, A.A., The Code of Canon Law : A Text and Commentary, The Canon Law Society of America, Paulist Press, New York, 1985/ 윤형중, 《상해 천주교 요리》 중, 가톨릭출판사, 1960, pp. 171~175/《법률학 사전》, 법문사, 1985/ 정진석, 《교회법 해설》7,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7. [鄭鎭奭]
비밀 秘密 〔라〕secretum 〔영〕secret
글자 크기
6권

비밀 준수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정의와 애덕을 거스른 죄에 해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