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지은 사람이 교회나 교회의 거룩한 장소로 피신해 온 경우, 그를 처벌하려는 세속의 권력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교회의 권리.
역사 :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목숨은 목숨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야 한다"는 동태 복수법을 제정해 주었는데(출애 21, 23-25 ; 레위 24, 20 ; 신명 19, 21), 이러한 복수는 상해를 입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친족의 의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수로 상해를 입히거나 살인한 경우에도 보복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었으므로, 모세는 비고의적인 살인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6개의 성읍을 도피 성(逃避城)으로 지정하였다(민수 35, 6 ; 신명 4, 43 ; 여호 20, 7). 하지만 고의적인 살인자는 도피 성으로 피신하여도 보호받지 못하였다(출애 21, 12-14 ; 신명 4, 42). 이러한 제도는 유대인들에게만이 아니라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에도 있었다.
그리스도교를 로마 제국의 종교로 공인한 콘스탄틴 대제는 성당을 죄인들의 도피처로 제공하는 비호권을 교회에 부여했으며(Codex Theodosianus, XVI, 2. 4 : Codex Justinianus Ⅰ, 12, 2) 312년에는 주교에게 국가의 사법권을 이양하였다. 따라서 살인자를 제외하고는 원고와 피고는 주교에게 그들의 소송을 제기하여 중재와 판결을 요청할 수 있었고, 주교와 그의 법정이 내린 판결은 자동적으로 국가의 승인을 얻어 상소가 필요 없었다(Codex Theodosianus Ⅰ, 27). 결국 범죄 용의자는 누구든지 교회 건물을 피신처로 삼을 수 있었으며, 주교는 비호권으로 국가의 결정을 무시하고 성당을 정치범의 보호소로 제공할 수 있었다.
중세 시대에는 성당뿐만 아니라 수도원과 사제관에도 비호권이 인정되었으며, 거룩한 장소에 부여된 비호권은 성직자의 중재 여부와 상관없이 인정을 받았다. 비호권에 관한 교회법이 제정된 것은 12세기였다(교회법 전집 17조 4항). 그러나 피신처로 도망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범죄가 증가되지 아니하도록 특정한 중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비호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교회가 비호권을 강력히 주장하였던 시기가 있었다. 즉 교회의 비호권을 침해하면 교황으로부터 파문을 받도록 규정하였었다. 특히 교황 그레고리오 14세(1590~1591) 이후의 교황들은 비호권을 사실상 인정하고 각 국가에 대해 이 특권의 인정을 요구하였고, 그로 인해 1917년 교회법전까지 이 특권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
면속권 : 비호권과 비슷한 성격의 면속권(免屬權, immunitas)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특정한 장소를 면속 구역으로 정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국제법상 외교관의 공관은 주재국에서 치외 법권(治外法權, extra-territorial right)을 누리는 세속적 형태의 면속권이 있다. 반면에 종교적으로 거룩한 장소를 세속 권력이 침범할 수 없는 성역(聖域, sanctuarium)으로 인정하는 종교적 형태의 면속권이 있다.
교회법 규정 : 1917년 교회법전에서는 "거룩한 장소는 국가의 관할권에서 면속되고, 그곳에서는 교회의 합법적 권위가 그의 관할권을 자유로이 행사한다"(1160조)고 규정하였다. 또한 "교회는 비호권을 가진다. 따라서 교회 안에 피신해 온 범인은 긴급한 필요성이 없는 한, 직권자 또는 적어도 성당 책임자의 동의 없이는 체포되지 말아야 한다"(1179조)고 규정하면서, "교회의 비호권이 침해되면 교구장에 의하여 처벌된다" (2325조)고 밝혔다. 그러나 새 교회법전에는 교회의 면속권에 대해서 "교회는 거룩한 장소에서 국가의 권력에서 독립하여 교회의 독자적 권력과 임무를 자유로이 집행한다"(1213조)고 규정함으로써 비호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졌다. (→ 교회와 국가)
※ 참고문헌 J.E. Steinmueller, Asylum, Cites of, 《NCE》 1, pp. 993~9941 M.M. Sheehan, Asylum, Right of, 《NCE》 1, p. 994/ N.C. Scipioni, 《EC》 2, pp. 136~139/ S. Sipos, Enchiridion Iuris Canonici, Orbis Catholicus-Herder, Romae, 1954/ M. Coronata, Institutiones Iuris Canonici, 1~5, Marietti, Romae, 1957/ E.F. Regatillo, Institutiones Iuris Canonici, 1~2, Sal Terrae, Santander, 1963. 〔鄭鎮奭〕
비호권 庇護權 〔라〕ius asyli 〔영〕right of asy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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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