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

〔라〕lux(lumen) et obscurum · 〔영〕light and dark

글자 크기
6
<빛의 창조>(G. 리치먼드 작) .
1 / 2

<빛의 창조>(G. 리치먼드 작) .


세계 모든 민족들의 신화에 등장하는 개념. 단정적으 로 정의를 내리기는 불가능하지만, 자연적인 현상에서의 빛과 어둠이란 의미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세계에 대한 깨우침과 하느님의 영광이란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의 미〕 빛과 어둠은 많은 신화나 종교에서 낮과 밤, 생과 사, 선과 악 등과 같이 서로 교체 · 대립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세계 모든 민족들의 신화가 빛과 어둠의 기 원을 다루는데, 대부분 어둠으로부터 빛이 발생하였다는 신화로 되어 있다. 폴리네시아의 신화는 태초의 혼돈에 서 우주가 발생하였다고 하며, 중국에도 어둠의 카오스 (Chaos)에서 우주가 생겨났다는 신화가 있다. 마오리족 은 천부신(天父神) 랑기와 지모신(地母神) 파파가 서로 포옹함으로써 어둠이 생기고 그곳에서 자손들이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아프리카 쥬르족은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태양과 달을 주었다고 한다. 이처럼 빛과 어둠이란 주 제를 갖지 않은 종교가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데, 특히 빛 이 종교적인 의미를 획득한 것은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일상 회 화에서 "너는 인류의 빛이 되어라" 하고 말할 때 그 깊이 를 알 수 없는 정신적인 것에서 오는 빛을 말하지만, 이 는 대단히 속화되어 있어 그 의미를 알기 어렵다. '인류 의 빛' 은 누구나 존경할 만큼 경탄스럽고 인간에게 희망 을 주며, 또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한 사람에 게 붙여지는 말이다. 그 개척이 정신적인 영역일 때, 가 령 석가모니 부처와 같이 정신계의 캄캄한 어두운 밤에 깨달음의 빛을 비추었을 때, 그 빛은 시공을 초월하여 온 누리를 비추며 삶의 길을 밝혀 주는 길잡이가 된다. 석가 모니의 깨달음은 빛 이외의 다른 상징을 사용할 수 없다.
〔빛의 종교적 의미〕 민간 신앙적인 의미 : 빛의 가장 오래된 대표적인 사례는 번개와 관련된 하늘의 빛이다. 원시인들은 번개 빛을 신성시하였다. 번개나 벼락을 하 늘의 분노의 표시로 알아들은 민족도 있고, 벼락이 떨어 져 나무가 부러지거나 타는 것 혹은 벼락에 맞아 죽는 것 은 흔히 하늘의 신이 발사 무기인 활로 이 땅을 때리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벼락에 맞아 죽은 사람은 하 늘로 올라간다고 믿은 민족도 있고, 한국 사람들처럼 하 느님의 벌을 받아 하늘의 발사 무기인 벼락이라는 화살 에 맞아 죽었다고 믿은 민족도 있다. 또 어떤 종족은 벼 락에 맞아 죽은 사람의 두개골을 신성시하고 숭배하였 다. 반면에 벼락에 맞고도 무사한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 니고 비상한 인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야쿠트족들은 이러한 사람을 완전히 변화를 경험한 사람 혹은 새로 태 어난 사람이라고 믿었다. 벼락을 맞고도 산 것은 "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나의 몸을 소생시킨 것이다"라고 믿고 샤먼(shaman)이 된 사람의 예도 있다. 이 벼락에 맞은 것 을 계기로 그에게 신통력 혹은 천리안과 같은 비상한 능 력이 부여되었다고 여기기도 하였다. 에스키모족들은 이 번개를 가리켜 천리안 혹은 '하늘에서 계시하는 빛 (qaumanek)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빛과 범아일여 : 인도의 고대 문헌에 나타나는 빛은 번개와 같은 물리적인 빛에서 상당히 형이상학적인 의미 로 해석되었는데 그 표현도 다양하였다. 우선 빛에는 창 조라는 기본적인 관념이 있다고 하였다. '빛이 생식한 다' 는 빛에 생식의 힘이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타이 티리야 삼히타》 Ⅷ 1, 1, 1). 이는 빛은 만물을 낳고 자라게 한다는 관념, 혹은 태양은 만물의 삶에서 근원이 된다 (《리그 베다》 Ⅰ , 115, 1)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이런 경우 의 빛은 내면화된 빛이라기보다는 물리적인 세계의 빛이 라는 관념을 반영하는 말이다. 그런데 《우파니샤드》에는 마음의 내적인 빛과 우주적인 빛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 는 관념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중요한 말이다. "이 하 늘의 저쪽, 모든 것의 저쪽, 그 위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최고의 천상계에서 빛나는 빛은 바로 인간 안에서 빛나는 빛과 동일하다"(《우파니샤드) Ⅲ, 13, 2). 이러한 표현은 명백히 아트만과 브라만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상을 나타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트만과 브라만 은 단지 형이상학적인 인식의 행위만이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 영역 안에 감추어진 실재하는 것과 관련된 것임 을 알 수 있다. 내 안에 있는 빛과 우주 안에 있는 빛이 하나라는 것을 체험하는 것은 가장 높은 예지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최고 예지에 도달하게 되면 존 재 양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노래도 《우파니샤드》 에 많이 등장한다. 그것을 흔히 죽음에서 삶으로 인도하 는 것, 어둠에서 빛으로 인도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여 빛을 불사(不死)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부처와 빛 : 내적인 빛과 우주적인 빛이 결국 하나라 는 것을 몸소 성취한 사람이 부처이다. 그는 빛으로 상징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눈부신 빛을 발산한다. 빌(S. Beal)은 이것을 "색계(色界)에서 명상이나 깨끗하지 못 한 욕망 일체를 떠남으로써 신들은 화정계(火定界, agnidhatu samadhi)라 불려지는 삼매(三昧, samadhi)에 들어가 고, 신들의 몸은 일월(日月)을 능가할 만큼 빛난다. 그 절묘한 빛은 그 마음이 청정한 결과이다"라고 묘사하였 다. 여기서 빌이 표현한 빛은 상징적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앎, 즉 깨달음이란 실제로 일월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빛을 발산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구사론》(俱舍論)에 의하면, 색계에 속하는 신들은 황색 이지만 범천 세계의 신들은 은빛보다 더 희다고 묘사하 였다. 이와 같은 생각들은 《구사론》뿐만 아니라 여러 경 전에 널리 표현되어 있으며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므로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 자신이 빛으로 표현되는 것 은 당연한 일이다. 간다라 예술 작품에서는 흔히 부처의 몸, 특히 어깨에서 화염처럼 발산되는 빛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중앙 아시아의 어떤 벽화에서는 부처뿐만 아니 라 아라한들도 어깨로부터 불타는 화염을 발산하는 것으 로 묘사되어 있다.
그리스도교에서의 빛 : 그리스도교에서 빛은 하느님과 동일한 것이 아니고,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것이다. 브 라만과 아트만이 빛 안에서 하나로 융합하는 인도적 관 념이나 도교 수행자들이 경험하는 빛은 특별히 창조된 것이라는 관념이 없다면, 그리스도교의 빛은 유일신관 (唯一神觀)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나 빛을 얻은 자, 빛 을 발하는 자, 즉 광인(光人)은 그리스도교에서도 특별 한 위치를 가지고 있고, 그 빛은 하느님 자신으로부터 주 어지는 것이라는 관념을 갖는다. "한 번 빛을 받아 천상 선물을 맛보고 성령을 나누어 받은 사람들이, 그리고 하 느님의 선한 말씀과 앞으로 올 세상의 능력을 맛본 사람 들이 떨어져 나간다면 다시는 회개하여 새로워질 수 없 습니다. 그것은 그들 스스로 하느님의 아들을 거듭 십자 가에 못박고 욕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히브 6, 46). 여기서 빛이란 명백히 하느님 자체로 표상될 수는 없 고, 말씀의 빛, 성령이 가져다 주는 빛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여러분은 빛을 받은 후 고난의 숱한 싸움을 견디 어 냈던 지난날을 기억하십시오"(히브 10, 32)라는 구절 이다. 빛을 받았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았다는 것, 하느님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세례 를 받은 사람은 바로 빛을 받은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 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빛의 근원이라는 것은 유명한 다볼 산에서의 변모에서 잘 나타나 있다. '다볼 산의 변모' (마태 17, 1-9 ; 마르 9, 2-10 ; 루가 9, 28-36)는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가 빛을 발하는 근원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예수 이전에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 과 대화하고 있을 때 얼굴에서 빛이 났는데(출애 34, 2935), 모세가 경험한 광인으로서의 빛은 하느님과의 대화 중 탈아 상태에서 얻어진 빛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 대-그리스도교적인 관념을 요약한다면, 빛은 하느님으로 부터 오는 것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나타내며, 하느님과 의 만남은 빛 가운데서 이루어진다는 것, 본래 아담은 빛 으로 창조되었지만 죄로 인하여 그 영광의 빛을 잃어버 렸다는 것, 그러나 그 영광의 빛이 메시아(예수)와 함께 출현하는데 그 메시아는 빛이고 빛을 가져옴으로 태양처 럼 빛난다는 것이다. 그 빛을 본 자는 모세나 예수에게서 처럼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는 점, 그러므로 세상에서 도 정의로운 자는 하느님의 영광의 표시로 그 얼굴이 빛 날 것이라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다. (⇦ 어둠)
※ 참고문헌  M. Eliade, Myth and Reality(李恩奉 역, 《神話와 現實》, 成均館大學校 出版部, 1984)/ 전유미 역, 《성서에 나타난 밤》, 가톨릭 출판사, 1994. 〔李恩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