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장-폴 Sartre, Jean-Paul(1905~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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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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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


프랑스의 문필가. 철학자. 무신론적 실존주의의 대표자. 〔생 애〕 1905년 6월 21일 파리에서 태어나 어려서 아 버지를 여의고 외할아버지 집에서 성장한 사르트르는, 대체로 불안정하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주로 독서와 글 쓰기에 전념하였으며 1929년에 고 등 사범 학교(Ecole Normale Supérieure) 를 졸업한 후 1931년부터 교편을 잡아 르아브르(Le Havre), 랑(Laon), 파 리의 고등학교에서 1945년까지 학 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결혼에 반대 하는 입장을 취하였지만 일생 동안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 1986)와 계약 결혼 관계를 유지했다. 1939년에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참전하였지만 이듬해 독일군의 포로 가 된 사르트르는 1년 뒤 건강 악화 로 석방되었다. 그리고 1943년에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하기 도 했던 그는, 독일 철학자 후설(E. Husserl)의 현상학적 방법을 매우 능숙하게 접목시킨 작품들을 발 표하였다. 사르트르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 람들에 대해 관심을 보였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사회적 책임' 이라는 개념 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를 자신의 작품들을 통하여 표출하였다. 또 1945년에는 월간 지 《현대》(Les Temps Modernes)를 보부아르 와 함께 창간하여 이 잡지를 통해 자신의 작품들을 발표 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정치 운동에 보다 적극적 인 관심을 보인 그는, 비록 프랑스 공산당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소련의 열렬한 찬양자가 되었다. 그러나 1956 년에 소련 군대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침공하자 공산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개인에게 독재적인 이념에 순 응하도록 강요하는 소련식 사회주의는 진정한 사회주의 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르트르는 실존주의적 인 식과 공산주의의 응용을 추구하였으며, 1970년대까지는 "참여는 행위이지 말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며 정치에 적 극적으로 가담하였다. 프랑스 소설가 플로베르(G. Flaubert, 1821~1880)의 전기를 다룬 《플로베르》 제3권인 《집 안의 바보》(L'Idiot de la famille)를 1972년에 마지막으로 출판한 이후 그가 발표한 작품수는 현저하게 줄었다. 그 후 건강이 악화되고 눈이 멀어 1980년 4월 15일 파리에 서 폐암으로 사망하였다.
〔주요 작품과 사상〕 작품 : 사르트르의 철학은 그의 생 애와 작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주요 철학 작품 《상상》(L'Matinaire, 1940), 《존재와 무(無)》(L'Être et le Néant, 1943), 《변증법적 이성 비판》(Critique de la raison dialectique, 1960) 외에도 사르트르는 《말》(Les Mots, 1963) , 《구토》(La Nausée, 1938) ,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L'Existentialisme est un humanisme, 1946), 《자유에의 길》 (Les Chemins de la liberté, 1945), 《이성의 시대》(L'Âge de raison 1945), 《집행 유예》(Le Sursis, 1945), 《영혼의 죽음》 (La Mort dans l'âme, 1949) 등 수많은 작품들을 저술했으며, 희곡 작품으로는 《파리 떼》(Les Mouches, 1943), <닫힌 방》(Huis-clos, 1944), 《더러운 손》(Les Mains sales, 1948) , 《악마와 선신(善神)》(Le Diable et le bon dieu, 1951) 등을 남 겼다. 또한 소련의 침공과 모스크바의 독재에 굴복한 프 랑스 공산당을 비난한 《스탈린의 환상》(Le Fant6me de Staline, 1956)과 《플로베르》(1960~197) 등이 있다. 부르 디유(P. Bourdieu)가 사르트르를 철학자라기보다는 작가 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사르트르는 다양하고 수 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그의 작품들은 역사적인 상황 과 그 상황 속에서의 정치적인 이론까지에도 관련이 되 어 있다.
현상학에서 실존주의로 : 그는 철학적인 출발점으로서 현상학적인 방법을 채택하였으며 형이상학에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존재와 무》에서도 후설의 현상학적 방법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데, 그는 '모든 의식은 무엇 에 대한 의식' 이라는 의식의 지향성에 더욱 철저한 의미 를 부여하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것은 의식의 밖에 있으며, 의식은 '나' 까지 포함하여 모든 존재에 대해 거리를 둔다. 이러한 주장은 그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주 장이다. 사르트르에 의하면 첫째, 모든 것이 의식의 밖에 있다면 의식은 아무것도 아니며 그것은 무(無)라고 주장 하였다. 사르트르는 의식이 감각을 갖기 전에는 무와 같 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하였다. 의식은 언제나 '어떤 것' 에 대한 의식이다. '어떤 것' 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환경에 달려 있다. 따라서 한편에는 존재인 즉자(卽自)가, 다른 한편에는 대자(對自)인 의식 이 있게 된다. 둘째, 의식은 본래 의식이다. 사르트르에 게 있어서 의식의 환원은 반성이 아니라 무화(無化)이 며, 따라서 그것은 반성 이전의 의식으로 인도한다. 셋 째, 의식은 본질 없는 실재로서 의식에는 본질이 없다. 의식은 투기(投機)일 뿐이므로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 는 명제가 성립된다. 넷째, 의식은 자유이다. 따라서 인 간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한다.
사르트르 철학의 핵심 개념은 '실존' 이라는 단어이다. 그래서 그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 이라고 하였는데, 이 는 실존주의는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게 근거를 두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실존이란 단순히 인간이 현재 있다 는 것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인간은 자기의 존재를 의 식하는 유일한 생물이다. 사르트르는 형이하학적인 사물 은 '즉자적' (卽自的)이지만, 인간은 '대자적' (對自的)이 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인간의 존재는 존재가 처한 그때그때의 의미에 선행한다고 주장하였다. 내가 '무엇' 이냐는 것보다 내가 '있다' 는 것이 앞서는 것이 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실존이 본질에 선행한다' 고 하 였던 것이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본래 있는 본질이란 없으며, 실존은 아무런 존재 이유도 없고 어떤 외부 원인이나 존재와 어떤 관련도 없는 단순한 우연성 이라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 자신의 본성이 나 본질을 스스로 창조해야 하며, 결국 인간에게는 그 자 신이 되돌아가야 하는 '영원한 본성' 이란 없다는 것이 다. 따라서 사르트르에게는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 역시 무의미한 것이다. 오히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즈스 로 결정해야 한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고 또 자기가 언젠가 죽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식할 때, 그리 고 삶에 대해서 어떤 의미도 인식할 수 없을 때 불안을 느낀다고 하였으며 또한 인간은 세계에서 자신이 무의미 하게 소외되어 있다고 느낀다고 주장하였다. 사르트르가 인간의 '소외' 를 언급한 것은 헤겔과 마르크스의 주장을 동시에 받아들인 것이다. 사르트르는 세상에서 낯선 자 로 존재한다는 인간의 느낌이 회의 · 권태 · 구토 · 부조 리의 감정을 유발한다고 하였다. 이는 사르트르가 20세 기의 현대인들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행동과 자유 :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를 선고받았 다' 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자신을 스 스로 창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자유를 저주로 체 험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유로운데, 그 이유는 인간은 한 번 세상에 던져지면 자기가 한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자 유는 스스로에게 전생애 동안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선고를 내렸다. 영원한 가치나 규범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인간 자신의 결정과 선택은 더욱 중요하다. 반 면에 인간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결코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익명의 대중 속에 휩 쓸려서 어쩔 수 없이 순응하며 사는 사람은 인격을 상실 한 군중의 일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참된 자기 에게서 도피해 거짓된 삶으로 숨어 버린다. 그러나 인간 의 자유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행할 것을, 즉 참되고 본래 적인 실존을 영위할 것을 명령한다. 이런 점들은 윤리적인 결정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인간의 본성 즉 인간의 본래적인 약점 따위에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사르트르는 삶이 본래적인 의미를 지 니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였지만, 결코 그는 허무주의자 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삶이 의미를 가져야만 한다고 보았다.
무신론적 실존주의 : 사르트르는 인간이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도덕적인 질서 안에서 모든 가치 들의 원천이고 최고 심판자라고 하였다. 인간의 자유에 대한 이러한 개념으로 인하여 사르트르는 창조적이고 입 법권이 있는 신(神)을 자신의 사상 체계에서 배제하였 다. 그에 의하면 그러한 신은 인간 고유의 창의력과 궁극 적인 책임성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사르트르에게 있어서 는 인간이 신을 자동적으로 추방시키는 절대 존재와도 같은 어떤 것이 된다. 또 그는 《존재와 무》에서 즉자와 대자라는 존재의 두 형태에 대한 분석에서 생겨날 수 있 는 '형이상학적인 관계' 를 언급하고, 그 형이상학을 전 체적으로 의심하는 주장을 펼쳤다. 그에게서 신은 대자 의 근거 존재로 요청되는 존재이며, 그런 존재는 인간이 자기 자신의 대자를 즉자-대자로 변형시키려는 직접적 인 움직임의 산물일 뿐이다. 즉 인간은 존재에 근거를 갖 기 위해 또 자신의 근거에 의해 우연성에서 탈출하는 즉 자를 구성하려고 한다. 결국 대자-즉자, 다시 말해서 신 이라고 하는 '자기 원인자' (Ens Causa Sui)를 구성하려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이런 존재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 였다. 왜냐하면 그는 즉자만을 존재로 규정하였고 대자 를 비존재로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신은 존재하 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존재의 개념조차 없다고 하였다.
〔평가와 비판〕 사르트르의 철학은 자신도 인정하듯이 명백하게 무신론적 실존주의이다. 그의 실존주의는 신을 거부하며, 신을 적극 배제하는 인간 중심주의, 즉 휴머니 즘이다. 현대의 비평가들은 사르트르의 신 개념이 부정 과 무로서의 대자에 대한 그의 설명으로 인한 모순된 개 념이라고 평가한다. 사르트르는 전통적인 신관에 대해 아주 피상적인 지식밖에는 갖지 못하였으며, 그의 신 개 념은 의인적인 개념일 뿐 존재론적 신 개념 자체에는 이르지 못한 개념이었다. 돌아갈 신을 모시지 못하고 있으 면서 사르트르는 스스로를 존재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 문에, 그는 지상의 존재라는 좁은 한계 안에 갇혀진 인생 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두려운 것인지를 발견하기 위해서 오직 인간에게로 회귀하고 있다. 이것은 그의 무신론적 자세가 논리상으로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비극적인 결론이다.
유신론적 실존주의자의 대표자인 마르셀(G. Marcel)은 사르트르의 철학에서 핵심 주제인 인간의 자유 개념이 날카롭고 파괴적이라고 비판하였다. 마르셀은 사르트르 가 도덕의 영역에서 무엇인가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자유 의 개념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유와 방종 사이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인 구별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따라서 마르셀은 사르트르의 철학이 인간들을 심연으로 몰아가는 데 협박을 가하는 일종의 자멸의 폭력 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였다. 인생에 대한 사르트르 의 비관적인 견해는 자기 자신과 사회를 불신하는 이들 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겨 줄지도 모른다. (→ 무신론 ; 실존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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