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3세(1878~1903)의 <노동 헌장>(Rerum Nova-rum, 1891. 5. 15) 반포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교황 비오 11세(1922~1939)가 1931년 5월 15일에 발표한 사회 회칙. 이 회칙은 두 번째로 위대한 사회 회칙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대적 배경〕 이 회칙을 발표한 교황 비오 11세는 재임 기간 동안 그리스도적 사랑, 가정 공동체의 소중함,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계속 역설하였으며, 참 평화는 전쟁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간의 관계가 복음에 바탕을 두었을 때 비로소 확립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국가가 교육을 독점함으로써 생기는 폐해를 지적하면서 가정과 교회의 교육권 회복을 주장하였으며, 세계 평화를 위해 민족주의나 인종 차별을 반대하고 국제 조직의 결성을 격려하였다.
이러한 입장에 있던 교황 비오 11세가 <사십 주년>을 발표하던 시대 상황은, 우선 윤리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그 후유증으로 인간 사회의 질서를 지탱해 주던 도의심(道義心)이 타락하여 사회 혼란과 무질서가 만연하였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사회 혼란으로 말미암아 역으로 강력한 사회 구속력을 갈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 스탈린의 공산주의 · 무솔리니의 파시즘 · 히틀러의 나치즘이 등장하였으며, 경제적으로는 1929년의 세계 경제 대공항으로 전세계적인 빈곤이 심화되었다. 이 같은 윤리적 · 정치적 · 경제적 위기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회칙 <사십 주년>이 발표되었던 것이다.
〔내용과 구성] 교황 비오 11세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 <노동 헌장>을 적용시키려고 하였다. 교황은 <노동 헌장>이 제안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교회 관계자들, 즉 성직자나 평신도들의 헌신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는 전기를 마련하였다고 설명하면서, <노동 헌장>이야말로 사회 교리의 대헌장이라고 극찬하였다.
<사십 주년>에서 교황 비오 11세는 그리스도교의 전통과 시대 변천에 따라 끊임없이 제기되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바로 사회 교리라고 설명하면서, 사회 교리의 기본 가치는 복음에서 드러난 그리스도교적 성찰의 열매라고 하였다. 아울러 경제와 윤리의 관계를 규명하면서, 교회는 현세적 · 기술적 문제에서는 적임자가 아니지만 경제 질서에 대한 윤리적 평가와 해석은 교회 본연의 사명임을 밝히고, 사회 경제 문제에 대해 교회가 지닌 권위와 한계를 명확하게 정리하였다.
이 회칙은 크게 세 부분으로 요약할 수가 있다. 첫 부분에서는 <노동 헌장>이 이루어 놓은 구체적인 성과를 교회가 이룩한 업적(7~11항), 국가가 이룩한 업적(12항), 고용자와 노동자, 즉 노동의 당사자가 이룩한 업적(13~15항) 등으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둘째 부분에서는 사회 경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교회의권위를, 사유 재산 제도(18~23항), 노사 관계(24~29항), 적정 임금의 기준(30~34항), 사회 질서의 재건(35~39항) 등 구체적인 분야별로 나누어 검토하였다. 그리고 셋째 부분에서는 자본주의 제도의 잘못된 적용 실례와 독점 등 경제력 집중의 문제(40~43항), 사회주의 분화 및 팽창의 문제와 이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반대 입장을 레오 교황 시대 이후부터 정리(44~51항)하고 있다. 특히 공산주의는 무자비한 계급 투쟁과 사유 재산 제도의 철폐를 주장하고 있으므로 일고의 가치가 없는 사회 경제 제도라고 단죄하였다. 끝으로 회칙은 사회 개혁에 있어 '정의와 사랑' 으로 신자들이 앞장설 것을 권장하면서, 전세계 인류에게는 복음 정신으로의 복귀와 윤리 의식의 회복을 통해 진정한 사회 개혁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52~62항).
첫째 부분 : 이 부분은 <노동 헌장>의 반포 40주년을 기념하고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노동 헌장>이 발표된 1891년 무렵에는 산업 혁명과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으로 인해 세상의 부(富)는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빈곤이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었다. 이때 교황 레오 13세는 전세계 노동자들이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은 사회주의나 자유 방임주의라는 이념적 해결책이 아니라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근본 치유책을 주저 없이 제시하였다. 당시의 사회 ·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레오 13세 교황의 구체적인 원리 제시를 환영하였으나, 보수적 편견에 사로잡힌 일부 가톨릭 신자들은 이 같은 교황의 노력을 지나치게 진보적이라고 비난하였을 뿐만 아니라 내용의 수용을 거부하기까지 하였다. 사실 레오 13세 교황이 제시한 내용은 시대를 훨씬 앞선 사회 철학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시점에서 교황 비오 11세는 <노동 헌장>이 맺은 결실을 기념하며 가르침의 원리들을 음미 · 회상하였던 것이다.
둘째 부분 : 이 부분에서는 <노동 헌장>에서 제시된 내용과 원리들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며 계승 · 발전시키고 있다. 첫째, 노동자의 문제' 가 레오 13세 교황의 관심 주제였고 뒤이은 사회 회칙들은 이러한 전통에 따라 노동 문제를 주제로 다루었는데, <사십 주년>에서는 비록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1항에서 노동자 문제'
대신 '사회 문제' 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해결해야 할 노동 문제를 거시적으로 접근하였다. 이와 함께 교회가 노동이란 주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명 없는 물질은 공장에서 값 있는 상품이 되어 나오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인간은 그곳에서 한갓 쓰레기로 변하고 만다" (55항)라는 구절을 통해 분명하게 제시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노동하는 인간>(Laborem Exercens, 1981. 9. 14)에서 노동이란 주제를 노동자의 문제' 나 '사회 문제' 대신에 단도직입적으로 노동 문제'라는 용어를 선택함으로써 같은 주제에 대해 미시적으로 접근하였다.
둘째, 노동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임금 수준이 당시의 자유 방임 경제 체제에서는 일반적으로 합리적 근거로 통용되고 있었으나, 적정 임금의 판단 기준으로 레오 13세 교황은 '가족 임금' 즉 노동자와 그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사십 주년>에서는 레오 13세 교황의 '가족 임금' 의 기준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그 위에 '기업의 지불 능력' 과 '국가의 경제 상태' 등 경제 대공항을 거치면서 공동선을 위해 필수 고려 사항으로 떠오른 내용을 30항에서 상세히 발전시키고 있다.
셋째, '보조성의 원리' 에 대한 완벽한 정리와 명쾌한 설명을 <사십 주년>의 특징으로 손꼽을 수 있는데, 비록 보조성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놓은 이는 교황 레오 13세이지만 이에 대한 완결 작업은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회칙 35항에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보완되었다. 교황 비오 11세가 보완한 '보조성의 원리' 내용은 한때 본래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해석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지만, 인간 사회의 구조 질서나 직급 서열 등이 현대에 와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로 이 업적 때문에 <사십 주년>은 각국에서 '사회 질서 재건에 대한 회칙' 으로 통용되기도 하였다.
넷째, 교황 레오 13세 당시에는 좌파 이념 체계가 미분화된 상태였으므로 <노동 헌장>에서는 '사회주의' 라는 하나의 용어로 좌파 이념 체계를 지칭하였다. 그러나 〈사십 주년> 45~47항에서 교황 비오 11세는 이를 세분하고 과격파 공산주의에서부터 온건한 사회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주의 분화 현상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어떠한 형태의 사회주의이든지 가톨릭 사회 교리에 어긋나는 한 교회가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70여 년이 지난 현재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상황이 바뀐 지금은 새로이 검토 · 정리되어 재해석이 필요함을 인정해야 한다.
다섯째, <노동 헌장>에 나타난 임금 제도, 시장 제도, 경쟁 및 이윤에 대한 입장과 해석으로 미루어 볼 때 레오 13세 교황은 묵시적으로 자본주의적인 요소를 수용하고 있다. 이 같은 전통을 계승 · 발전시키고 있는 사회 회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내용을 주시하던 사람들, 특히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던 좌파 인사들은 <사십 주년>이 발표되자 한마디로 자본주의 옹호 회칙이라고 비오 11세 교황의 작업을 혹평하였다. 그들은 <사십 주년>이 시장 제도와 임금 제도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계급 투쟁을 주창하는 그들에게는 직급 서열의 인정이 바로 계급의 존속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사유 재산 제도의 철폐를 주장하는 그들은 사유 재산의 소유와 사용 기능에 대한 교회의 분명한 구분 설명에도 불구하고 회칙이 사유 재산의 소유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만을 확대 해석하여 자신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라고 곡해 · 비난하였다. 교황 비오 11세는 자본주의의 여러 제도와 현상이 윤리 질서 안에서 길들여져 인간을 위한 제도로 봉사할 때 비로소 교회는 자본주의가 올바른 질서 체계로 인정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한정하여 언급하고 있음에도, 그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악의적으로 선전하고 공격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36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실 <백 주년>(Cente-simus Annus, 1991. 5. 1)을 포함하여 모든 사회 회칙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교회는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나 어느 이념 체계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는 않다.
여섯째, <노동 헌장>에서 교황 레오 13세는 사회주의자들의 '사유 재산 제도 철폐' 를 단호하게 배격하고, 사유 재산의 필요성을 여러 각도에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전통은 뒤이어 발표된 사회 회칙들 특히 <사십 주년>을 통해 더욱 잘 정리되고 구체화되어 가톨릭사회 교리의 주된 내용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유 재산권은 소유와 사용으로 나누어 이해하고 실천에 옮겨야 함을 가르치고 있어 관리 운영의 사적 소유와 재산 사용의 공적 기능이 조화를 이룰 때 사유 재산 제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갖추어진다는 가르침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27~34항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즉 보다 공정한 부의 분배는 사유 재산 제도의 철폐가 아니라 노동자가 기술과 숙련, 근면과 절약으로 자신의 재산을 소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는 것이다.
셋째 부분 : <사십 주년>은 전체주의 이념 체계를 단호하게 배격하고 있는데, 전체주의에 대한 경고는 무솔리니의 파시즘 · 히틀러의 나치즘 · 스탈린의 공산주의 등, 겉으로 드러난 형태는 비록 다르지만 한결같이 그 바탕에는 가톨릭 사회 교리가 인정하고 있는 인간관과 정면 대립되는 인간관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오 11세 교황은 60항에서 신자는 물론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러한 정치 체제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구조 개혁' 과 '의식 변혁' 을 통해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의 의〕 <사십 주년>은 사회 교리의 본질과 목적을 명시적으로 다룬 최초의 문헌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즉 교황 비오 11세는 복음 정신에 바탕을 두고 항상 가난한 사람을 보호하며, 사회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서 교회는 <노동 헌장>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배우고 익혀야 하며,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교회가 사회 · 경제 문제에 구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회 교리의 내용과 목적을 밝히고 있다. 또한 교회는 사회 · 경제 문제 실무자와 학자들의 도움을받아 현재 관심을 가진 단체나 인사들이 연구하고 있는 '가톨릭 사회 과학' 을 개발하는 한편, 이미 가톨릭 교회의 사회 교리는 인간 사회 분야에 필수적이며 그 실용성의 권위가 인정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과드라제시모 안노> ; → 가톨릭 사회 교리 ; <노동 헌장> ; <노동하는 인간> ; <백 주년> ; 사회 회칙)
※ 참고문헌 C.J. Dollen · J.K. McGowan · J.J. Megivern eds., The Catholic Tradition, 2000 Years of Great Writings, Social Thought 2, A Consortium Book, U.S.A., 1979/ Hervé Carrier S.J. The Social Doctrine of the Church Revisited, a Guidefor Study, Pontifical Council for Justice and Peace, Vatican City, 1990/ J.T. Paulikowski O.S.M., Contemporary Catholic Social Teaching, Washington D.C., 1991/ D.J. O'Brien . T.A. Shannon, Catholic Social Thought, the Documentary Heritage, Orbis Books, Marykoll, New York, 1992/ Die Eigenart des Kirchlichen Dienstes, Zur Entscheidung der katholischen Kirche fiir den dritten Weg, Echter, Wiirzburg, 1983/ Anton Rauscher . J.P. Bachen Verlag eds., Christichess Menschenbild und Soziale Orientierung, Koln, 1993. 〔金漁相〕
<사십 주년>
四十週年
〔라〕Quacragesimo An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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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칙 <사십 주년>은 나치즘 등장 세계 경제 대공황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발표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