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제

謝肉祭

[영]carn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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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콜른(왼쪽), 프랑스 니스(가운데), 그리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사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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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콜른(왼쪽), 프랑스 니스(가운데), 그리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사육제.

'고기' [肉]를 '사양하는' [謝] '잔치' [祭]. 사순 시기가 시작되기 전 3일 동안에 행해지는 축제이지만 국가나 지역마다 거행 시기에 차이가 있다.
카니발(camival)이란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고기를 (일시적으로) 제거한다' 는 의미의 라틴어 '카르넴 레바레' (carnem levare)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카니발이 육식을 (한시적으로) 금한다' 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이러한 금기 사항은 실제로는 사육제에 뒤이어 오는 사순 시기에 적용된다. 사육제는 사순 시기의 전야제로 고기를 금하기보다는 오히려 금육을 위한 준비 단계로서 고기가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육제가 속어로 '배불리 먹는 날' 로 표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명절인 예수 부활 대축일조차도 제대로 빵을 먹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이 사육제 동안에는 고급 빵에 비싼 치즈나 햄 같은 음식으로 잔치를 벌인다" 고 할 만큼 사육제는 풍성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축제이다.
〔기 원〕 사육제의 기원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많은 이견이 있으나 대체로 두 가지 입장으로 압축된다. 그리스도교가 라틴 문화권에 뿌리를 내리면서 형성된 축제라고 보는 견해와, 그리스도교가 전래되기 전부터 존속했던 유럽의 고대 민속 축제에서 사육제의 기원을 찾는 입장이 있다. 후자에 따르면 그리스도교가 로마 시대부터 12월에 행해졌던 농신제나 토속 축제를 선교의 목적에서 허용하였고, 그 과정에서 유럽 전통 민속 축제에 그리스도교적 요소가 첨가되어 오늘날의 사육제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기원에 관한 견해는 분분하지만, 사육제는 중세 이후 유럽에서 철저히 그리스도교의 전례력에 따라 움직이는 종교 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시기 및 행사] 사육제는 사순 시기 전 일요일부터 시작하여 짧게는 3일 길게는 7일 동안 열린다. 초기 교회에서는 주님 공현 대축일부터 재의 수요일 전날인 화요 일까지 거행되었는데, 그 기간은 역대 교황들에 의해 한정되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각 지역의 사육제 단체에 의해 주도되는데, 이 조직은 그 지방의 주민을 위해 사육제 놀이를 고안하고 계획할 뿐만 아니라 합창 · 스포츠 등 문화 산업을 하기도 한다. 독일 쾰른(Koln)의 경우는 1234년에 정착되었는데, 그 시기는 11월 11일 11시 11분부터이다. 반면에 뮌헨(Munchen)에서는 주님 공현 대축일부터 시작되며, 프랑스에서는 재의 수요일 전 화요일과 사순 제3 주일 목요일에 거행된다. 중세 이후 유 럽 가톨릭 지역의 중요한 풍속으로 자리잡은 사육제 때에는 다음과 같은 놀이가 마을 축제로서 전승되어 왔다.
칼춤 놀이 : 젊은 미혼 남자들이 마을을 돌며 칼춤을 추는데, 집집마다 다니면서 춤의 대가로 소시지나 달걀, 돈 등을 받는다. 이 놀이는 칼로 인한 사고 때문에 한때
금지되기도 하였고 칼 대신 몽둥이를 사용하는 지역도 있다.
거위 목자르기 : 살아 있는 거위를 거꾸로 매달아 놓고 끈으로 목을 비틀어 머리 부분을 자르는 놀이이다. 거위의 목을 능숙하게 먼저 자르는 사람이 우승의 영예를
안게 된다. 놀이 내용이 잔인하다는 이유로 1799년에 금지령이 내렸지만 후에 닭으로 대치되어 다시 등장하였다. 닭을 끈으로 매어 도로 양편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참가자들이 눈을 감고 긴 칼로 닭의 목을 치는 놀이인데, 지금은 몇몇 지역에서만 행해지고 있다.
나무 공 던지기 : 무거운 납이 들어 있는 주먹만한 크기의 나무 공을 던지는 남성 놀이로, 공을 멀리 던져 출발점으로 먼저 돌아오는 팀이 이기게 되며, 대개 슈냅스(Schnaps, 알코올 성분이 강한 술) 내기를 한다. 팀 구성은 기혼 남성 대 미혼 남성으로 이루어지며, 각 팀의 선수들은 먼저 던진 공이 떨어진 자리에서 다시 공을 던져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이 공은 사육제 기간 중에 집집마다 돌려 가며 만져 보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이웃의 결속을 다지는 의미를 지닌다. 이 놀이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소시지 사냥 : 사육제의 핵심이 되는 마을 공동체 놀이로, 총각들이 거지로 가장하여 마을을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고 소시지를 구걸한다. 이때 이웃집에 있는 미혼 여성들과 엉큼한 농담을 나누기도 하는데, 미혼 남성들은 이 놀이를 통해 마을의 젊은 여성들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구애할 기회도 갖기도 한다.
가장 무도회 : 19세기에 탈과 무도회 의상을 입고 가장 행렬을 한 것을 시작으로, 20세기에 들어와서 본격화 되었다. 1930년대에는 독일의 나치 통치하에서 정치적 선전 도구로 악용되는 불운의 시기를 맞기도 하였으나 1950년대 이후 순수 마을 축제로 다시 활성화되어 지역별로 '사육제위원회' 가 결성될 정도로 규모와 체계가 광 범위하고 조직적으로 변모하였다. 시가지를 돌면서 과자 · 사탕 · 장난감 · 학용품 등을 거리에 나온 어린이들에게 던져 주거나 구경꾼을 '못살게 구는' 모습은 오늘날 흔히 접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의 미〕 사회적인 의미 : 사육제 행사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다. 사육제는 이웃과의 끈끈한 정을 확인하게 하며, 부유층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고, 결혼 적령기의 미혼 남녀들이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탈을 써 일상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등 인간성 회복을 위한 창조적 이상향을 창출해 내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또 사육제가 정치 · 경제적 불만을 희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서, 또는 사회적 윤리 규범에 의해 억제된 욕망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하는 방법으로 활용된다는 입장도 있다.
그리스도교적인 의미 : 그리스도교의 전례력에서 사육제는 전도된 세계를 희화화하는 '혼란' (chaos)의 시기이다. 이때에는 악마, 마녀, 왕 혹은 왕자로 가장한 사람들과 온갖 종류의 광대들이 무법 천지의 세계를 극화시킨다. 질서와 조화를 파괴하려는 이러한 반그리스도교적인 세력은 영원한 안식처를 얻지 못하여 도처에서 기승을 부린다. 그러나 사육제는 단순히 방탕의 축제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사육제는 결국 금욕의 축제로 이행된다는 점에 그 참된 의미가 있다. 전자의 단계가 냉담 ·불복종 · 무절제 · 파괴의 특성을 지닌다면, 후자는 신앙 . 순종 · 절제 · 화해의 단계로 특징지워진다.
한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의 전환, 즉 속(俗)에서 성(聖)으로의 전환은 재의 수요일에서 잘 나타난다. 재의 수요일은 사육제와 사순 시기를 이어 주는 고리로서 전
환, 즉 '회개' (μετάνοια)의 축제이다. 회개의 축제는 현세의 세계를 넘어서서 피안의 존재 방식을 '여기서 그리고 지금' (hic et nunc) 체험하는 현장이다. 그러나 회개는 현세의 세계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축제는 현세의 세계가 보여 주는 죄의 여러 양상을 '긍정적인' 차원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죄의 굴레에서 벗 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난무 · 광기 · 일탈성으로 일관된 사육제의 경험이 회개로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유발시키는 것이다. 사육제 행사가 왜 '악' 의 난장판을 허용하는지는 회개의 상징적 의미에 잘 나타나 있다. '전도된 세계' (die verkehrte Welt)의 교훈은 광대들이 표현하는 욕망(Cupiditas)을 신앙인들의 사랑(Cantas)과 공동체로 질적인 전환을 하도록 요구한다. 사육제에 함축된 두 세계의 대치 양상이 1800년경의 한 동판화에 잘 묘사되어 있다. 한편에는 유골 단지 앞에 합장한 사나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그는 죽음을 야기시킨 장본인으로 등장한다. 동판화의 중앙에는 영접의 벌이 내려진 근본 이유가 묘사되어 있다. 즉 난무의 악기, 기름진 음식, 사방에 흩어져 있는 술잔, 두 개의 가면, 그리고 죄악을 상징하는 사육제 광대의 방울이 새겨져 있다. 다른 한편에는 참회를 위한 금욕적 준비 단계로서 훈제된 생선과 두 개의 채찍이 그려져 있다. 이러한 준비 자세는 신과 인간을 화해시켜 주는 행위이다. 이 동판화에서는 하늘의 성스러운 재가 하느님의 손에서부터 직접 뿌려지고 있다.
사육제의 종결을 의미하는 재의 수요일은 죄와 죽음을 단호히 거부하고 하느님의 보호 아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명백한 회개의 시작이다. 전통 관례에 따르면 사육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음주 가무 기간 동안 걸쳤던 가면과 복장을 던져 버리고 재의 수요일에 생선의 만찬에 다시 모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육제와 사순 시기의 경계선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사육제의 종결부가 사순 시기까지 이어져 사육제의 마무리 행사가 재의 수요일이 지나서 끝을 맺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하느님의 나라' (civitas Dei)와 '악마의 나라' (civitas Diaboli) 사이의 경계선이 흐려지게 되거나 소멸되어 선악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게 되는 위험성을 교회는 강력히 경계하였다. 18세기 이후 유럽 교회는 두 세계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 짓고자 하였다. 한 예로 교황 베네딕도 14세(1740~1758)는 1748년에 공포한 교서에서 사육제의 열기가 재의 수요일이 지나서도 식지 않고 계속되는 악습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 사육제의 광대가 난잡한 복장을 그대로 걸치고 머리에 재를 받기 위해 교회 안으로 들어오는 행위를 불경하고 반교회적이라고 규정하였다. 사육제를 제대로 종결 지을 때에만 비로소 '하느님의 나라' 로 들어갈 자격이 있기때문이다. (⇦ 카니발 ; → 사순 시기)
※ 참고문헌  Eva Aichert · Christine Paxmann ed., Wir feiern Fasching, Fastnacht, Karmeval, Pattloch, 1996/ Jacques Heers, Vom Mummenschanz zum Machttheater : Europaische Festkultur im Mittelalter, Frankfurt am Main, S. Fischer, 1986/ Werner Mezger, Narrenidee und


Fastnachtsbrauch : Studien zum Fortleben des Mittelalters in der europcii-schen Festkultur, Konstanz, Universitatsvlg Konstanz, 1991/ Dietz-Ridiger Moser, Fastnacht-Fasching-Karneval. Das Fest der Verkehrten Welt, Graz ·Wien, 1986/ D. Sauerman, Volksfeste in Westmiinsterland, Bd. Ⅰ ~ II ,Vreden Beitrage des Heimatvereins Vreden zur Landes und Volkskunde 29, 1985. [成始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