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死者)를 위한 사후 세계(死後世界)의 안내서. 동서양에는 이러한 <사자의 서>가 많이 있는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은 이집트 · 티베트 · 그리스 · 로마의 <사자의 서>이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이집트와 티베트의 <사자의 서〉이다.
〔이집트의 <사자의 서>〕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자의 부활과 영생을 돕는 사후 세계의 안내서로, 파피루스에 여러 가지 주문(呪文)이나 서약을 적었다. 이것은 고대 이집트인들의 내세관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며, 신(新)왕조 시대(기원전 1500~1150) 이래 파피루스에 기록되어 부장(副葬)되었다. 그러나 그 기원은 오래되어 고(古)왕조 시대(기원전 2700~2200)의 '파피루스 텍스트' 나 중(中)왕조 시대(기원전 2050~1800)의 코핀 텍스트 (Coffintexts, 棺本)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장을 볼 수 있다. 한편 <사자의 서>라는 명칭은 근대에 붙인 것이며, 그 정본(定 本)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용되는 주문은 파피루스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중 제18 왕조 때의 '아니(Amin)의 파피루스 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자의 서〉는 영계(靈界)를 보고 온 '아니' (Ani)를 비롯한 몇 명의 영계 체험담(體驗談)을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니령(Ani靈)의 고백, 사하도하(死河渡河) 새
로운 세계의 입구, 영계의 구조, 오시리스(Osins)의 전투, 영들의 생활, 흉령(凶靈)의 나라, 극락(極樂), 신들의 나라, 라(La)의 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새의 모습을 한 바(Ba)라는 영혼이 되어 저 세상에서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지상에서의 선하고 악한 행동에 따라 영계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느냐 지옥에 떨어지느냐가 결정된다고 믿었다. <사자의 서>에서 말하는 영계 구조(靈界構造)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상(地上)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나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자가 영계에 들어가면 거기서부터 인간계의 나이와는 관계없이 영계의 갓난아이가 된다고 하였다. 또 사자가 처음 영계에 들어서면 정령(精靈, Ka)의 상태에서 영(Ba)이 되기 위한 영계 입문식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영계의 주(主)이며 태양신인 라(La)에게 영계에서 살아갈 생명력의 근원인 케파라(Kepala)를 받는 것이다. 이처럼 '라' 로부터 정령에서 영이 되는 변신의 세례(洗禮)를 받은 뒤, 그는 영들을 지도하는 신이자 영계의 질서를 지키는 신인 오시리스에게 가서 심판을 받게 된다. 심판은 정의와 진리의 여신인 마아토트의 방에서 이루어지며, 심판을 받을 때는 자신의 심장을 그 신에게 바친다. 심장은 인간으로 살아 있을 때의 양심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그것을 가지고 심판하는 것이다. 신은 저울의 한 쪽에 심장을 올려 놓고, 다른 한쪽에는 영계의 정의와 진리의 상징인 마아토트의 깃털을 올려 놓는다. 그때 깃털보다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은 운명의 신인 아누비스(Anubis)의 인도로 지옥에 떨어지고, 죄가 없는 사람은 그때부터 정식으로 영계의 신이 되어 오시리스의 세계에 살게 된다. 그래서 <사자의 서>의 주인공인 아니는 '오시리스 아니'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티베트의 <사자의 서>〕 동양권에서 널리 알려진 티베트의 <사자의 서>는 사람이 죽었을 때 승려를 초청하여 죽은 이의 귓전에서 독송하는 경전이다.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에 인도 밀교(密敎)의 대가인 파드마 삼바바(Padma Sambhava)가 티베트에 와 저술한 것으로, 원래의 제목은 <바르도 퇴돌>(Bardo thodo)이다. '바르도' 란 사람이 죽은 다음에 다시 환생할 때까지 머무르는 사후의 중간 상태를 말하며, '퇴돌' 은 듣는 것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바르도 퇴돌>은 '사후 세계의 중간 상태에서 듣는 것(聽聞)만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가르침' 이라고 번역된다.
<바르도 퇴돌>에서는 바르도의 단계를 죽음 직후에 체험하는 '치카이 바르도' (Hchikhahi Bardo, 죽음의 순간의 바르도), 사후 3일 반이 지나서 시작하는 '초에니 바르도' (Chosnyid Bardo, 존재의 근원을 체험하는 바르도), 사후 22일째부터 시작하는 '시드파 바르도' (Sridpahi Bardo, 환생의 길을 찾는 바르도)로 나누고, '시드파 바르도' 단계에서 의식체는 인간계나 다른 세계 또는 천상의 극락 세계에 환생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와 함께 사자도 구분하여 뛰어난 영적 능력을 지녀 청문(聽聞)을 통한 해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 청문을 통하지 않고 포바(轉移, Po-ba)의 의식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사람, 청문을 통한 해탈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나누고, 이들을 해탈의 길로 이끌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자 안내 방법은 티베트 불교에서 마음은 생명의 본질이며, 그 마음의 본체를 순수한 빛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즉 살아 있는 동안에는 육체나 마음도 다층 구조를 이루고 있어 그 본질인 광명이 쉽게 나타나지 않지만, 죽은 직후에는 그 순수한 광명이 누구에게나 나타난다고 보았던 것이다.
제1 광명 체험 : 사자가 체험하는 첫 번째 광명은 사람의 숨이 멈추려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그때 의식이 광명을 따라서 몸을 떠나야 가장 좋지만, 그것이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승려의 독경에 귀를 기울여 그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사자는 자기 앞에 나타난 광명이 생명의 근원을 만들고 있는 본질이며, 우주와 같이 광대한 허공, 즉 빛이 가득 찬 공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중심도 경계도 없는 순수한 상태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그 속에서 편안함을 찾아야 한다. 승려는 죽음을 맞이한 자가 호흡을 멈출 때까지 <사자의 서>의 내용을 그의 귓전에 반복하여 독송함으로써 그 말씀이 죽어 가는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도록 한다. 숨이 멈추면 몸의 오른쪽을 아래로 향하게 눕혀 사자(獅子)의 모습을 취하도록 하고, 잠을 유도하는 두 개의 맥관(脈菅, Dati)에서 맥이 뛰지 않을 때까지 힘껏 누른다. 그렇게 하면 중앙 맥관에 들어간 푸라나(Purana)라는 생명력이 되돌아오지 못하고, 정수리의 브라만공(Brahman孔)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게 된다.
제2 광명 체험 : 사자가 최초의 광명을 깨달았다면 반드시 해탈할 수 있다. 그러나 최초의 광명을 깨닫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두 번째 광명이 찾아오는데, 두 번째 광명은 숨이 멈춘 후 식사를 한 번 하는 것보다 약간 긴 시간이 지나서 찾아온다. 그때 푸라나는 사자가 생전에 어떤 업(業)을 지었느냐에 따라서 왼쪽이나 오른쪽의 맥관으로 들어가 신체 어딘가의 구멍으로 나간다. 이 단계에서 사자의 의식은 분명해져 그 자신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잘 모르게 되며, 그는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친했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이 우는 소리까지 듣는다. 이러한 첫 번째 광명과 두 번째 광명은 '치카이 바르도' 단계에서 나타나는데, 이와 같은 근원적인 진리는 죽는 순간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나타난다.
제3 광명 체험 : 세 번째 광명은 '치카이 바르도' 와 같이 절대 진리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자가 전생에 행했던 행위나 그의 의식 자체가 반영된 실재하지 않는
공(空)이 나타난다. 즉 '초에니 바르도' 에 들어갔을 때 사자의 의식은 몸에서 빠져 나와 주위를 떠도는데, 이 광명의 바르도에서는 심한 혼란을 야기시키는 '업' 의 환상이 나타난다. 그리하여 사자는 친척들의 모습과 음성을 보고 들을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그의 모습과 음성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여기서 사자는 공포에 질려 서서히 의식을 잃게 되며, 이때부터 '초에니 바르도 의 길 안내가 이루어진다.
사자가 의식을 잃은 후 4일째 되는 날부터 14일 간에걸쳐 강렬한 광선과 약한 광선으로 이루어진 두 줄기의 빛이 일곱 가지 환상으로 나타난다. 처음 일주일 간은 온화하고 자비심 넘치는 적정존(寂靜尊)이 출현하고, 후반의 7일 간은 무서운 모습을 한 분노존(忿怒尊)이 주역을 맡는다. 그때 사자의 의식은 공포로 실신하거나 몽롱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 단계까지 해탈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오히려 분노존의 환영(幻影)으로 의식을 집중시켜 해탈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바르도는 '치카이 바르도' 에서 해탈하지 못한 사자가 어떻게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야마 왕의 심판 : '초에니 바르도' 의 마지막에는 초에니 바르도' 속에서 죽음의 세계를 관장하는 신(神)인 야마(Yama)가 출현한다. 야마는 인간 의식의 암흑 면을
상징화한 불(佛)로, 이의 출현은 바르도의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지금까지 바르도는 사자가 깨달아서 해탈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으나 이날 이후는 환생(還生)
으로 향하는 '시드파 바르도' 가 시작되며, 여기서 해탈이냐 환생이냐 하는 심판이 내려진다. <사자의 서>에 의하면 야마는 손에 사자의 선업과 악업을 기록한 장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외부의 절대자인 야마는 사자를 심판하지 않으며, 사자를 심판하는 듯이 보이는 것은 바로 사자 자신의 의식이다. 이와 관련해서 <사자의서>에서는 공(空)을 사자에게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는 모두 의식에 의해서 만들어진 공한 존재라고 말한다. 즉 무지와 공포, 그리고 두려운 감정이 자신의 의식 속에서 마(魔)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현상 속에도 근원적인 불성(佛性)과 광명이 있으며, 이러한 의식 속의 광명을 깨닫는 찰나에 완전한 성불(成佛)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심판을 내리는 것은 어떤 별개의 초월적이거나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며, 하늘을 가득 채운 야마까지도 자기의 의식이 생성한 실체 없는 환영(幻影)이라고 한다. 또 적정존과 분노존의 환영을 통해 불(佛)까지도 자기 속에 있으며, 자신을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사자의 서>가 등장하게 된 것은 누구든지 죽어 가는 순간에 그다지 높은 수준까지 수행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단숨에 비약하여 해탈할 수 있다는 티베트인들의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죽어 가는 자를 위한 안내서가 등장하게 되었고, 오늘날 <사자의 서>라는 이름으로 남게 된 것이다.
※ 참고문헌 今村光一, 《エジプト死者の書》, たま出版, 9판, 1988/ 川崎信定, 《チベット死者の書》, 筑摩書房, 1989. 〔許一範〕
<사자의 서>
死者 - 書
〔영〕Bookofthe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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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부활과 영생을 돕기 위한 사후 세계의 안내서로, 파피루스에 적은 이집트의 <사자의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