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그리스도교 전승에서의 악한 영의 왕이며 하느님의 대적자. '방해하다' · '반대하다' 라는 의미를 지닌 히브리어 '사탄' (7pp)에서 유래되었다. 구약성서에서 이 동사는 사람의 길을 '막다' (민수 22, 22. 32), 전쟁에서 '대적다' (1사무 29, 4), 법정에서 '송사하다' (시편109, 6-7)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주로 '대적하다' (시편 38, 20 ; 109, 4. 20. 29)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사탄이란 명사를 '적' (敵)으로 번역하여 '개인 또는 국가에 반대하는 자 또는 '원수가 되는 자' 를 가리키기도 한다(민수 22, 22. 32 : 1사무 29, 4 : 2사무 19, 23; 1열왕 5, 18 : 11, 14. 23. 25 : 시편 109, 6). 칠십인역 성서에서는 사탄을 악마(διάβολος, 중상 · 비방자)로 번역하였으나, 열왕기 상 11장 14절, 23절, 25절에서는 예외적으로 사탄이라는 고유 명사가 그대로 사용되었다. 라틴어역 성서(Vulgaa)에서는 보통 사탄을 디아볼루스(da-bolus)로 번역하였으나, 세 군데(1역대 21, 1 ; 욥기 1-2장; 즈가 3, 1-3)에서는 초자연적인 존재로서의 대적자, 즉 악마의 고유 명사로 사용되었다.
〔구약성서〕 구약성서에서는 사탄 혹은 악마를 보이지 않는 존재 그 자체로 특징짓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나 영향력은 다른 존재(악령이나 부정한 영들)의 활동 또는 유혹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구약성서는 후기 유대교 또는 고대 근동의 문학과는 달리, 사탄 및 악마의 존재와 그 간계, 아울러 그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매우 제한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을 위한 하느님 계획의 반대자 : 구약성서 가운데 사탄이 구체적으로 하느님에게 대적하며 악을 행하는 악마적 존재로 등장하는 곳은 없다. 사탄은 고유 명사가 아닌 보통 명사로 사용되어 초인적 존재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하게 된 역할에 대해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하느님의 대적자라든가 하느님과 경쟁하는 관계에 있는 영역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신하로서 하느님의 권위와 통제 밑에서, 또 하느님이 정한 한계 안에서 행동해야만 하는 천상의 존재이다. 이렇게 특별한 행동을 위임받은 존재로서의 사탄은 기원전 520년경에 욥기(1-2장)와 즈가리야서(3장)를 통하여 처음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욥기에서 사탄은 하느님의 천사들과 함께 야훼 앞에 모여 믿음이 좋은 우스 사람 욥의 온전함에 의심을 품고 야훼로부터 그의 온전함을 시험할 수 있는 허락을 받는 '천상의 시종' (בְּנֵי הָאֱלֹהִים, 혹은 '하늘의 영' )으로 나온다(1, 1-12). 여기서 사탄은 고유 명사나 역할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본질적으로 악한 자를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하느님 자신에게는 아닐지라도 인간과 하느님의 정의에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하나의 의지를 감지할 수 있다. 사탄은 유혹자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욥이 쓰러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즈가리야서 3장 1-2절에서 사탄은 바빌론에서 귀환하여 여호수아가 대제사장의 직분을 맡게 된 것을 막으려는 천상의 존재로 묘사된다. 여기서 사탄은 고발자로서 하느님 사랑의 계획에 반대하는 자로 나타난다.
역대기 상 21장 1절에서는 사탄이 이스라엘을 괴롭히려고 다윗으로 하여금 이스라엘의 병적(兵籍)을 조사할 마음을 품게 한다. 여기서 사탄은 불운을 초래하게 하는 하나의 영을 칭하는 보통 명사이다. 묵시 문학 작품인 에녹서 40장 7절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미로 '사탄들' 이라는 복수형이 사용되었으며, 콤란 두루마리와 <탈무드>등에도 마찬가지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사무엘 후서 24장 1절에서는 같은 다윗의 이야기를 두고 야훼께서 이스라엘에 진노를 내릴 일이 있어 다윗에게 이스라엘과 유대의 병적을 조사할 마음을 품게 하였다고 했다. 이 일로 다윗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야훼는 이스라엘에서 재앙을 거두었다. 이 서술에서 사탄은 하느님의 대적자가 아니라 하느님의 도구로 간주된다.
〔후기 유대교 문학〕 유대 묵시 문학에서는 사탄이 명시적으로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단지 하느님을 반대하는 세력, 악의 세력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탈무드》는 수툰(sutun)라는 존재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데, 이 악마는 기도의 날인 음 키푸르(YomKippu)를 제외한 1년 내내 인간을 타락시키려고 유혹하는 자이다. 《미드라쉬》에서 사탄은 이사악을 희생 제물로 바치도록 하면서 아브라함을 시험에 들도록 한 자였다(창세 22, 1-30). 《희년서》(Jubiles)에서 그자는 마스테마(Mastema)라고 불렸
다.
사탄이 하나의 인격체로 등장한 것은 구약성서의 제2경전에서인데, 사탄이 인격체로서 발전하게 된 이유는 이스라엘의 국운이 쇠퇴하여 가던 그리스-로마 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연유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스라엘이 겪는 재난이 하느님을 저버린 데 대한 징벌이라는 전통적인 이론은 재난을 당하는 사람들의 자기 반성 없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재난이나 하느님의 공의를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기 어렵다. 유대교는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원론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이 이원론이란 하느님의 노여움을 산 죄와 이스라엘을 억압하는 자들의 횡포의 책임이 사탄에게 있으며 세상은 이 사탄의 세력에 사로잡혀 있다는 원리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재난이란 하느님의 벌이라기보다는 악한 자와의 싸움을 계속하는 도중에 일시 후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싸움은 결국 하느님의 승리와 믿는 이들에게는 구원, 그리고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은 약속의 궁극적인 성취로 끝나게 될 것이다.
[신약성서] 신약성서에서 사탄은 히브리어를 음역한 '사타나스' , '훼방자' 나 '악마' 라는 의미인 '디아볼로스' , '마귀' 혹은 '귀신' 등의 악한 영을 의미하는 '다이몬' (δαιμον)으로 언급되어 있다. 신약성서에서 보여 주는 초자연적 '악마' 로서의 사탄이라는 개념은, '선악 이원론' 의 입장에 있는 페르시아 종교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신약성서에서 사탄은 예수를 시험하는 자로 나타나고(마태 4, 1), 하느님의 나라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는 자(마르 4, 15), 허위(사도 5, 3 : 묵시 12, 50), 살인의 선동자(요한 13, 27), 신체적인 고통을 일으키는 자(루가 13, 16)이다. 사탄은 악한 영의 왕이며, 본래부터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원수로 빛의 천사인 체 가장하는 자이다. 그는 끈질기고 집요하게 사람을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하고 멸망으로 인도하는 자이다. 사탄이 인간을 타락시키는 수단과 방법은 세 가지인데,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유혹이고, 두 번째는 사람들에게 들러붙어 용기를 잃도록 만드는 것이며, 세 번째는 마귀 들림이라고 불리는 현상으로서 구마(exorcism)의 대상이 된다.
신약성서에서 사탄은 사람에게 들어갈 수 있고 그를 통해 행동할 수 있는데, 그들은 '마귀(귀신) 들린 사람'(마태 4, 24 ; 8, 16 : 8, 28 : 9, 32 : 루가 9, 42) 혹은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악령 들린) 사람 (마르 5, 2)이라고 불린다. 복음서에서 주로 마귀 들림과 관련해서 언급된 마귀의 두목 이름은 배엘제불(βεελζεβούλ)이다.(마태 12, 24; 마르 3, 22). 신약성서에서 사탄이 활동하는 범위는 제한이 없다. 사탄은 베드로를 한때 자신의 세력권 안에 넣기도 하였고(루가 22, 32), 예수를 팔아 넘기도록 유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루가 22, 3 ; 요한 13, 27),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리기도 한다(사도 5, 3 : 26, 18). 사탄은 세상의 두목으로 일컬어지며(요한 16, 11), 하느님에 대항하여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묵시 20, 2. 7). 그러나 사탄은 결코 하느님을 능가할 수 없으며, 궁극에는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루가 10, 18 : 묵시 20, 20).
〔그리스도교 전승과 미술〕 초대 그리스도교 저술가들에게 있어 사탄이라는 것은 악의 본질, 구원의 의미, 그리스도의 속죄 행위의 목적과 효력을 논할 때에 주요한 요소로 등장하였다. 초기와 중세 교회의 저술가들은 전능하고 전지하며 전애(全愛)한 하느님이 창조하여 섭리하는 우주 안에 사탄 같은 영적 존재가 있다는 믿음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을 장황하게 토론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교회는 "당신들은 당신들의 아비인 악마에게서 났으니"(요한 8, 44)와 같은 신약성서의 구절을 근거로 해서 유대교인들이 '사탄의 자식' 이라는 이론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론은 유대교인들의 권리를 부정하고 박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으나 18세기 이후 그리스도교 신학은 사탄에 관한 성서의 언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될 허구로 취급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즉 우주 안에 있는 악의 실재와 범위를 인간의 외부에서 인간과는 별도로 존재하면서 인간 영역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표현하려는 것을 신화적인 시도로 취급하였다. 전통적으로 교부들은 신약성서에서 사탄을 훼방자 내지는 고발자, 악마, 마귀로 부르는 것을 그대로 답습하였다.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신학은 사탄의 세력은 성체성사 거행으로 인해 파괴되었고, 그리스도는 자신의 몸값을 치르고 인간을 구원하였다고 전한다.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처음으로 사탄이 묘사된 것은 6세기경에 소품과 프레스코화에 천상의 인물로 그려진 때부터이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라벤나(Ravena)의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S. Apollinare Nuovo)에 있는 모자이크 <염소들에서 양을 구분해 내는 그리스도>인데, 이 그림에는 천사와 염소들이 함께 그려져 있다. 하지만 중세 미술에서는 사탄이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괴물로 묘사되어 중세의 대중적인 민간 전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11세기의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의 그림 <최후의 심판>에서 사탄은 동물의 머리를 한 반쪽 인간의 모습으로 묘사된 무시무시한 괴물로 등장한다. 그 후 사탄은 날개나 뿔, 꼬리가 달린 동물적인 본성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사탄의 그림이 절정을 이룬 시기는 15~16세기로서 사탄은 검은 색으로 채색되어 나타났다. 대표적인 그림이 1513년 뒤러(A. Diirer, 1471~1528)의 판화<기사(騎士), 죽음 그리고 악마>와 그뤼네발트(M. Griine-wald, 1455?~1528)의 <성 안토니오의 유혹>이다. 또 구스(Hugo van der Goes, 1440?~1482)는 <하와의 유혹>에서 사탄을 사람의 머리를 가진 뱀으로 묘사하였으며, 그 밖에도 용이나 사자와 같은 동물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 마귀 ; 마귀 들림 ; → 귀신 ; 베엘제불 ; 사탄주의 ;악마)
※ 참고문헌 Victor P. Hamilton, 《ABD》 5, PP. 985~989/ Bauer·Arndt Gingrich · Danker, Greek-English Lexicon ofthe New Testament and Other Early Christian Literature, Chicago, Chicago Univ., 1979/ P.L.Day, An Adversary in Heaven : Satan in the Hebrew Bible, 《HSM》 43,Atlanta, 1988/ R.S. Kluger, Satan in the Old Testament, trans. by H. Nagel, Evanston, 1967/ R. Yates, The Powers of Evil in the NT, 《EvQ》 52, 1980, pp. 97~111/ J.Z. Smith ed., The HarperColins Dictionary of Religion, Harper, San Francisco, 1996, p. 962/ W.F. Barnett, 《NCE》 12, p. 1094/ 《EJ》 14, pp. 902~905/ Peter & Linda Murray, The Oxford Compamion to Christian Art and Architecture, Oxford, New York, 1996, p. 136/ 《성서 신학 사전》, 광주 가톨릭대학 전망 편집부, p. 264. 〔孫志始〕
사탄
〔히〕שָׂטָן · 〔그〕Σατανᾶς · 〔라 · 영〕Sa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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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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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에서 사탄은 예수를 시험하는 자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