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3세(1878~1903)가 1890년 1월 10일에 발표한 사회 회칙. "그리스도인의 지혜" 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회칙은 국민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의 주요 의무에 관한 회칙이다.
〔배경과 동기〕 19세기 말엽 교회는 세계의 발전과 근대 문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레오 13세 교황은 이러한 부당한 비난을 반박하면서 교회가 복음을 가르치며 여러 사회 안에서 수행해 온 문화적 역할들을 제시하였다. 교황 재임 동안 86개에 이르는 회칙을 발표한 교황 레오 13세는 유럽 각국의 정부와 교회의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였으며, 여러가지 정부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들은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고찰하여 그리스도교 가치들이 인간 문명을 어떻게 수호할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 교황은 참으로 문명이라는 말이 올바로 이해된다면, 교회는 "문명의 아내이며 어머니"라고 언급하였다. 특히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 Aleksandr Nikolaevich, 1818~1881)의 암살 사건을 계기로 국가의 권위에 관한 회칙 <디우투르눔 일룻>(Diuturnum Illud, 1881. 6. 29)을 발표하여 국가의 권위는 하
느님께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였으며, 그리스도교 국가의 이상에 관한 회칙인 <임모르탈레 데이>(Immortale Dei,1885. 11. 1)에서는 복음의 철학이 사회를 변모시킨다고 역설하였다. 교회가 발전을 등지고 있다는 비난과는 다르게, 교회는 국가의 번영과 인간 문명에 커다란 혜택을 가져다 주고 있다고 교황은 주장하였다. 또 비록 교회의 사명이 영신적 질서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교회는 현세 질서에 진보를 가져다 주며, 영원한 행복을 위하여 세워진 교회는 마치 국가의 번영을 위하여 세워진 것처럼 새로운 문명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하였다. 레오 13세 교황은 이러한 맥락에서 회칙 <사피엔시에 크리스티아네>를 발표하였던 것이다.
〔내 용〕 시대 상황에 대한 언급 : 그리스도인의 지혜가 현재처럼 절실하게 요청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현대 물질계의 발전이 인간의 영혼을 만족시킬 수 없으며, 현세의 진보가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목적인 하느님을 인식하고 사랑하도록 이끌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개인에게 적용되는 이러한 진리는 가정은 물론 국가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대의 그리스도교 신앙을 위협하는 유해한 주장들은 가정을 비롯하여 시민 사회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 이에 대한 유일한 치유책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신앙의 실천이다. 가정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가톨릭 신자의 의무를 충실하게 준수하는 것이 사회의 공동선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이므로 신자들은 결코 진리의 길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의무 : 그리스도가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라고 하였으니 신자들은 복음을 철저히 배우고 배운 것을 믿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의무를 실천하여야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신자들은 조국을 사랑하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거룩한 도읍인 교회를 더욱 사랑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교회에 대한 초자연적인 사랑과 조국에 대한 자연적인 사랑은 창조주 하느님이 세운 동일한 원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의 이러한 의무는 결코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지상의 통치자들이 교회의 신성한 권리를 무시하고 이를 장악하려 든다면 신자들은 물론 먼저 사람보다는 하느님께 복종하여야 한다. 국가의 정당한 권력은 하느님의 권위와 가르침 그리고 최고선에 어긋나는 일에 복종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국가 권력이 신정법(神定法)에 명백히 어긋날 때에는 그것에 저항하는 것이 적극적인 의무가 되며, 반대로 그것에 복종하는 것은 범죄가 된다. 그러나 평화로울 때이든지 전쟁 때이든지 자신의 시민적 의무를 깨닫고 있는 그리스도인보다 더 훌륭한 시민은 없다. 그리스도인은 국가의 권위를 마치 하느님 권위의 상징처럼 여기며, 지상의 조국과 천상의 조국을 사랑하여야 할 의무를 지닌다.
완전한 사회인 교회 :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맡긴 진리와 사랑의 고귀한 유산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회는 완전한 사회이다. 이 완전한 사회는 구성원들의 공동 노력과 의견의 일치를 요구한다. 구성원 모두의 의견 일치가 이루어져야 교회는 교회에 맞서는 적들을 이길 수 있다.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온갖 악이 기승을 부린다. 교회를 위한 투쟁은 그리스도인의 도리이며 영광이다. 신자는 누구나 신앙을 수호할 준비를 갖추고, 신앙을 고백하고 전파하여야 한다. 이렇게 그리스도교 진리는 올바르게 제시되어야 하며 이성의 동의를 요구한다. 완전한 사회인 교회는 모든 국가 체제를 인정하고, 시민 사회의 지도자들이 그 나름의 규범을 확립하도록 도와 주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시민법도 도덕 질서를 존중할 의무가 있으니, 온갖 사회악에 대한 치유책이 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덕행 또한 존중하여야 한다.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랑의 새 계명을 놀랍도록 실천에 옮겼으며,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이 계명 실천이 요청되고 있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가정에서 자녀들을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키워야 한다.
[영 향] 교황 레오 13세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리스도교 국가의 이상을 전하였다. 과거 유럽 사회와 관련된 이러한 사회 모델은 그 후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교황 비오 11세(1922~199)는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 건설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사회 통치' 라는 개념을 주장하였고, 교황 비오 12세(1939~1958)도 레오 13세 교황의 '그리스도교 문명' 이라는 개념을 활용하였다. 오늘날 이 말은 교회의 사회 교리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 헌장>은 교회가 세상에서 추구하는 유일한 목표가 '하느님의 나라' 라고 거듭 천명하였다(45항) 공의회의 이러한 정신에 따라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는 현대 문화의 그리스도교화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78~ )은 문화의 복음화와 사랑의 문화를 역설하였다. (→ 교회와 국가 ; 레오 13세)
※ 참고문헌 Acta Leonis IV-2, PP. 6~271 Herve Carrier, S.J., The Social Doctrine of the Church Revisited A Guide for Study, Pontifical Council for Justice and Peace, 1990(강대인 역, 《사회 교리란 무엇인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2)/ J.M. Meyeur, Leo XⅢ, Pope, 《NCE》 8, pp. 647~649. [姜大仁]
<사피엔시에 크리스티아네>
〔라〕Sapientiae Christian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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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