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가>

思鄉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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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가> .

<사향가> .

박해 시대에 가장 애송되던 대표적인 천주 가사(天主歌辭). 본래의 제목은 한글 고어체인 <ᄉᆞ향가> 또는 〈샤향가>이다. 최양업(崔良業, 토마스) 신부의 저작으로 기록한 필사본들도 있지만, 그 작자나 저작 시기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현존하는 천주 가사 중에서도 가장 이본(異本)이 많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신자들 사이에서 널리 전해져 왔음을 알 수 있으며, 그 분량이 가장 풍부할 뿐만 아니라 내용의 수준도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저작 목적은 일반적인 경우처럼 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여 일반 신자들을 교화하려는 데 있었고, 작자 자신의 신심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짐하려는 데 있었으며 일반인들에게 교리를 전하려는 데도 있었다.
〔이본과 특징〕 교회 서적이 부족했던 박해 시대의 신자들은 신심이나 교리 지식의 함양을 위해 틈만 나면 혼자 혹은 가족이나 교우들과 어울려 천주 가사를 암송하였다. 특히 <사향가>는 구전으로 전해지거나 서로 필사하여 나누어 줌으로써 이본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필사본으로는 김동욱본(金東旭本), 장(張) 아뤽수본(本), 서종웅본(徐宗雄本) , 엄성순본(嚴聖順本), 김진소(金眞召) 소장본, 김옥희(金玉姬) 소장본, 《경향잡지》 453~457호(1920. 9. 15~11. 15)에 연재되다 중단되었던 것 외에도 여러 종이 전해지고 있다. 이 중에서 대표적인 몇 종의 이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김동욱본 : <사향가>가 교회 안팎으로 주목을 끌게된 것은 김동욱이 1969년에 이것이 함께 들어 있는 천주 가사첩을 소개하면서부터였다. 이 김동욱본 천주 가사첩은 표지에 쓰인 책 이름이 잘 보이지 않고 본문의 글씨도 치졸하다. 표지 안쪽에는 신자들의 이름이 달필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에 주목되는 것이 '손(孫) 방지거' 라는 이름이다. 그리고 그 안에 "연기현마병소지마화성책" (燕岐縣馬兵所持馬禾成冊)이라는 파지(破紙)가 들어 있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실로 보아 충남 연기군 마병에 살던 마화성이라는 사람이 소지하였던 책이 아닌가 여겨진다. 비록 글씨는 치졸하지만 이 가첩(歌帖)에는 <ᄉᆞ향가>를 비롯하여 제목이 일탈된 <영세가>, <삼세대의>, 〈텬당이라〉〔天堂講論〕, <디옥가>〔地獄講論〕 <십계강론> 등 6편의 가사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② 장 아뤽수본 : 현재 한국교회사연구소에 소장되어 있는 <사향가> 단일본이다. 1965년에 <경향신문> 사장을 지낸 한창우(韓昌愚)가 기증한 것이라고 하는데, 앞표지에는 "무신 오월 일 샤향가라" 라고 표기되어 있고, 속표지에는 "쵝쥬 장 아뤽수 등셔" 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가사 첫머리에는 "사향가 샤향가라"라 기록되어 있다. 글씨는 비교적 달필이다.
③ 서종웅본 : 한국교회사연구소에 소장되어 있는 천주 가사첩에 수록되어 있다. 이 가첩은 청색 괘지에 필사된 것인데, 뒤 표지에 "자연 3-2 명례교 제4 학년 서종웅"이라고 연필로 기록되어 있고 도장이 찍혀 있으며, 그 지질로 보아 1945년 이후에 필사된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도 일부만이 필사되어 있고 맞춤법도 틀린 것이 너무 많지만, 이 가첩은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ᄉᆞ향가>의 제목을 "재이위 사양가"라고 적고 있는데, 이는 곧 <ᄉᆞ향가>의 작자가 최양업 신부라는 것을 간접 적으로 암시하는 것이다. 이 가첩에는 1909~1910년 사이에 <경향신문>을 통해 발표되었던 <성의학교>, <경세가>, <경세종화답>(警世鍾和答), <경세종>, <주타령>,<상애가>(相愛歌) <동포가>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④ 엄성순본 : 경기도 양평 본당에 소장되어 있으며, 표지에는 "엄성순이책"(嚴聖順而冊)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가첩에는 <사향가>, <신덕>, <애덕>, <제성>, <십계>, <영세>, <견진>, <고해> 등이 필사되어 있고, <사향가) 첫머리가 두세 장 찢겨져 나갔다. <사향가> 끝에 "김베두류" 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필사자는 김 베드로인 것 같다.
이상의 각 이본들을 대조해 보면 그 내용이 서로 다른 곳이 많이 있으며, 다른 이본에 없는 내용들이 첨부된 것도 있다. 그 이유는 <ᄉᆞ향가>가 오랫동안 구전되어 오면서 필사자가 임의로 다른 내용을 첨가하기도 하고, 더러는 삭제하기도 한 데서 온 까닭일 것으로 생각된다.
〔작 자〕 서종웅본에서는 <ᄉᆞ향가>의 작자를 '최양업 신부' 라고 기록하였으나 이것은 구전일 뿐으로, 현존하는 다른 이본에는 그 작자를 최양업 신부로 기록한 것이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설혹 최양업 신부의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진 천주 가사라고 할지라도 "교회의 관행상 어떤 유식한 신자가 가사를 지은 뒤 성직자의 이름으로 배포한 것이 아니냐"는 친저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한국 천주교회 창립에 박해자 이기경(李基慶)의 벽이가사(闢異歌辭)인 <낭유사>(浪遊詞)의 끝 구절에 보면 "허랑이 노지 말고 우리도 고향으로 오리라" 하는 곳이 있는데, 이 '고향' 이라는 말과 <ᄉᆞ향가> 첫머리에 "어화 벗님네야 우리 본향(本鄕, 고향) 찾아가세"의 '고향'이 미묘한 대조를 이루는 점으로 보아 <ᄉᆞ향가>의 작자가 혹 이기경과 같은 시대의 인물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한다.
한편 김약슬본 가첩의 첫머리에 가사 1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가사는 책장이 다 찢겨져 나가 그 내용을 전혀 파악하기 어렵지만, 그 내용 끝에 한 행을 띄어 "대한국 탁덕 최 도마 져슐"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 한국 순교 복자 수녀원 소장의 박동헌본(朴東憲本) 가첩에 수록된 <선종가>(善終歌)의 제목 밑에도 "최 도마 신부 져 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최양업 신부가 이런 가사를 직접 지었거나 아니면 어떤 유식한 교우가 지은 것이 그의 이름으로 세상에 유포되었거나 간에 그의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진 천주 가사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다른 문헌적인 근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구전에 따라 그 작자를 최양업 신부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이 <.향가> 외에 <선종가>, <사심판가>(私審判歌) , <공심판가〉(公審判歌), <향주 삼덕가>(向主德歌), <칠성사가>(七聖事歌) 등이 그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형식 및 내용〕 <ᄉᆞ향가>는 이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4 · 4조, 4음보(音步, foot)의 형식으로 구성된 426구 952행에 달하는 장편의 가사이다. 이 가사는 그 제목 자체가 주제를 설명해 주고 있는데, 곧 인간의 본향이 어디인가를 생각하라는 노래이다.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가 지은 《기인십편》(畸人十篇) 하권의 천향(天鄕) 조에 보면 "인류는 본디 하늘 나라의 백성이다. 그러므로 그 완전한 복은 오직 하늘 나라에 있을 뿐이다. 인간이 나그네로서 타계(他界)에 유배되어 와 있기 때문에 항상 본향을 바라며, 항상 탄식을 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고, 《성경직해》(聖經直解) 권3에서도 "본향은 천당"이라 하였다. 'ᄉᆞ향가' 라는 제목은 바로 이러한 가르침에 바탕을 둔 것이다.
<ᄉᆞ향가>의 내용은 대략 15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제1 단락에서는 인간의 본향이 어디인가를 알고 그 본향을 찾아가야 함을 노래하고 있으며, 제2 단락에서는 천당의 영원한 복과 지옥의 영원한 괴로움을 노래하였고, 제3 단락에서는 세속 사람의 어리석음과 죽은 뒤의 엄한 심판을 노래하였다. 그리고 제4 단락에서는 교오 ·질투 · 탐도 · 분노 · 사음 · 해타 등 칠죄종(七罪宗)을 겸손 · 인애 · 시사 · 함인 · 정절 · 흔근 · 담박의 칠덕(七德)으로 이겨내고 천당 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노래하였으며, 제5 단락에서는 미신 숭봉, 불교 신봉, 재물 탐린, 헛 맹세 등을 하지 말 것을 노래하였고, 제6 단락에서는 천주의 존재, 천지 창조, 영혼 불멸, 천당과 지옥, 신마유분(神魔有分), 천주 강생, 동정 생자(童貞生子), 예수의 부활과 승천, 예수의 구속, 사심판과 공심판, 사후 상벌 등 교리에 관한 세인의 비판을 노래하고 있다. 이어 제7 단락에서는 천주교가 외국에서 온 도(道)라고 배척하는 데 대해 외국 문자인 한자(漢字)는 어찌 쓰며 주자(朱子)의 가례(家禮)와 상례(喪禮)는 외국에서 온 것이 아니냐고 변박하였고, 제8 단락에서는 영혼 삼사(三司), 삼혼 분별(三魂分別), 화(火) ·기(氣) · 수(水) · 토(土)의 사원행(四元行), 사말(四末), 원조 범명(元祖犯命), 천주 강생(天主降生) , 수난, 부활,승천, 혈세 보속 등을 노래하였으며, 제9 단락에서는 인간 영혼의 영능(靈能)과 천주의 전능과 그 은혜를 노래하였다. 제10 단락에서는 앞에서 노래한 구약의 세계에서 신약의 세계로 들어와 천주의 강생 구속을 노래하였고, 제11 단락에서는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천주를 알지 못하면 "의복 입은 짐승이오 말 잘하는 금조(禽鳥)”라고 비판하였으며, 제12 단락에서는 당시 선비들의 위선과 거짓 효양(孝養) 헛된 제례(祭禮)를 비판하였고, 제13 단락에서는 이 세상에서의 해로움이나 괴로움보다 죽은 후 무궁세의 괴로움을 생각하여 영혼의 구원을 꾀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리고 제14 단락에서는 제13 단락을 이어받아 현세의 잠생사(暫生事)만 생각하지 말고 통회 정개(定改)하고 인간의 영생사(永生事)를 도모하라고 깨우치며, 결사 격인 제15 단락에서는 천주교에 대한 수많은 비방과 훼방을 물리치고 본향을 찾아가서 대부모(大父母)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이처럼 <ᄉᆞ향가> 또한 일반적인 천주 가사들과 마찬가지로 신자들의 교리 이해와 실천이라는 교화적 측면에 주된 목적을 두고 저술되었다. 그러나 몇몇 천주 가사들이 현세에서의 육화론적(肉化論的) 영성과 순교를 통한 종말론적(終末論的) 영성을 함께 강조하고 있는 데 비해 <ᄉᆞ향가>는 매우 현실적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천주교 교리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면서도 유교와 천주교 간의 윤리의 갈등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한역 서학서 안에 들어 있는 서양의 중세 철학 사상을 잘 소화해 내고 있는 대표적인 천주 가사라고 할 수 있다. (→ 천주 가사)
※ 참고문헌  金東旭, 〈西教傳來 후의 天主讚歌〉, 《人文科學》 21, 延世大人文科學研究所, 1969/ 金約瑟, <카토릭 初期 聖歌에 대하여〉, 《문화 비평》 2권 1 · 2호, 1970/ 金真召, 〈天主歌辭의 研究>, 《敎會史研究》 3집, 한국교회사연구소, 1981/ 河聲來, 《天主歌辭研究》,성황석두루가서원, 1985. [河聲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