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하여 그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형벌. '생명형' 또는 '극형' 이라고도 하는 사형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형벌이지만, 인간의 생명을 박탈한다는 가혹함 때문에 18세기 이후 인간 존엄성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 제도를 폐지한 나라가 독일 · 프랑스 등 34개 국에 이른다. 반면에 이 사형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기보다는 보완하여 다른 형벌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널리 확산되어 벨기에 · 그리스 등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나라도 26개 국에 이르고 있다.
〔사형 제도의 역사〕 사형 제도는 고대 중동 국가들의 법전에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살인이나 종교적 범죄 혹은 성범죄에 사형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피의 보복과 사적으로 행해지는 형벌을 금지하는 인도적 수단으로 사형 제도가 제정된 반면에, 구약성서에서는 사형 제도의 근거가 그렇게 많지 않다. 먼저 보복 사상에 의한 동태 복수법(同態復讐法, talio)에 근거하고 (출애 21, 23 이하 : 신명 19, 21), 보속의 의미를 지닌 근거(신명 19, 13 : 21, 9 : 레위 21, 9 : 민수 35, 33 이하)도 있으며, 동시에 경각심(신명 13, 12 : 19, 20 : 21, 21)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근거도 있었다. 그래서 "남의 피를 흘리는 사람은 제 피도 흘리게 되리라"(창세 9, 6)고 선언하였고, 더 나아가서는 "요술쟁이 여인은 살려 두지 못한다. 짐승과 교접하는 자는 반드시 사형에 처하여야 한다. 다른 신들에게 제사를 드리는 자는 죽여야 한다. 제사는 야훼께만 드려야 한다" (출애 22, 17-19)고 선언하였다. 이스라엘 율법은 살인죄로 살인(출애 21, 12 : 레위 24, 17 : 민수 35, 16-21), 안식일 위배(출애 31, 14), 유아 유괴(출애 21, 16 : 신명 24, 7), 부모에 대한 불경죄(출애21, 15 : 레위 20, 9 : 신명 21, 18-21), 간음과 성범죄(레위20, 10. 13-17), 우상 숭배(출애 22, 19), 신성 모독(레위24, 15) 등을 들었다. 그러나 "누구든지 악의로 흉계를 꾸며 이웃을 죽였을 경우에는 그가 나의 제단을 붙잡았더라도 끌어내어 죽여야 한다"(출애 21, 14)고 하여 자발적인 살인과 비자발적인 살인을 명확히 구분하였다. 사형 집행 방법으로는 교수형 · 참수형 · 화형 등이 종종 이용되었는데, 돌로 쳐죽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바빌론의 함무라비 법전은 과실 치사와 살인죄를 구분하면서 동태 복수법을 인정하였는데, 이때는 사형과 신체 절단형을 형벌 방법으로 자주 이용하였다. 아시리아 법전에도 사형과 신체 절단형이 언급되어 있으나 이러한 형벌들이 어떻게 집행되었는지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 로마법에는 사형과 함께 이보다 덜 가혹한 형벌인 종신 강제 노동이 있었으며, 사형은 로마 공화국 시대에는 주로 군대에서 발생한 범죄에, 그리고 황제 통치하에서는 매우 폭 넓게 여러 차원의 범죄에 적용되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일반적으로 살인죄 ·반역죄 · 신성 모독죄가 중대 범죄였는데, 이후 로마법에는 동일한 범주에 방화범 · 위조 화폐범과 같은 범죄들이 포함되었다.
구약성서에는 범죄자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가 이렇게 언급되어 있다. "내가 맹세한다. 죄인이라고 해도 죽는 것을 나는 기뻐하지 않는다. ··· 죄인이라도 마음을 바로잡아 버릇을 고치고 사는 것을 나는 기뻐한다"(에제 33,11). 하지만 이 말이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자를 처형하는 국가의 힘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인식되지 않았다. 신약에 이르러 절대적 사랑을 선포한 예수는 동태 복수법을 다음과 같이 새롭게 해석하였다. "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라고 말씀하신 것을 여러분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악한 사람에게 맞서지 마시오. 오히려 누가 당신의 오른편 뺨을 때리거든 그에게 다른 편 뺨마저 돌려 대시오"(마태 5, 38-39). 바오로 사도는 "공권은 그대의 선익을 위한 하느님의 심부름꾼입니다. 따라서 그대가 악을 저지르거든 두려워하시오. 사실 그는 공연히 칼을 차고 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으로서 악을 행하는 자에게 진노를 집행하는 것입니다"(로마 13, 4)라고 함으로써 국가 권력에 의하여 행사되는 통치 및 형벌 집행 권한을 인정하였다. 중세 이전 유럽에는 두 가지 중형이 있었는데, 게르만 법과 아일랜드와 같은 몇몇 나라들의 경우에서처럼 살인죄에 대해 개인의 생명을 박탈(사형)하거나 그의 재산을 빼앗는 형벌(재산 몰수)이었다. 중세 시대에는 영국 · 프랑스 · 라틴계 민족들이 여러 유형의 죄에 사형을 선고하였으며, 그 방법으로는 화형 · 목졸라 죽이기 · 교수형 ·능지처참형 등이 있었다. 이 시기 동안 교회는 범죄자를 처형하는 국가의 법적 권한을 암묵적(暗默的)으로 승인하였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사형이 정의와 관련하여 부과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고, 유혈의 공포를 강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이 일반 처형 제도를 지지하고 있어 이를 용인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변화와 도전〕 교회는 정당하고 이성적인 형벌에 대한 필요성과 그 형벌을 집행할 때 신중을 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지만, 역사적으로는 범죄자를 처형하는 국가의 권한 혹은 사형 제도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것은 교회가 국가의 징벌권만이 사회 질서와 정의를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중세 시기와 민족 국가의 탄생을 통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실제로 보다 많은 범죄에 대항하면서 자주 사형 제도를 이용하였다. 영국의 경우 16~18세기까지 사형에 해당하는 죄목이 200개가 넘었는데, 18세기에 들어 인도주의에 입각한 계몽주의 사상가들, 즉 몽테스키외, 볼테르 등에 의해 사형 제도를 제한하라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현대에 와서 사형 제도에 관한 논쟁은 1764년 발표된 베카리아(Cesare Beccaria)의 저서 《범죄와 형벌》(Deidelitti e delle pene)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이 저서에서 사회 계약설에 근거하여 시민의 생명에 대한 국가의 권한을 배척하며 사형 폐지론을 이론적으로 전개하였다. 이후 많은 학자들이 사형의 폐지를 주장하였는데, 그 의 사형 폐지론은 오스트리아(1787,벨기에(1867),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 크게 영향을 미쳤으며 그 후 영국, 프랑스, 독일에까지 파급되었다.
사형 제도의 폐지와 존속 : 사형 제도가 폐지되어야 하는 6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인도주의에 위배되며, 둘째는 이 형벌이 잔인하기 때문이 아니라 비효과적이기 때문이고, 셋째로는 보복 · 응보 이외의 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이며, 넷째는 재판 과정에서 오판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섯째는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 이외에 피해자의 구제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는 범죄의 원인에서 환경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사형에 대한 의식 조사에서 나온 응답을 보면, 사형 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형 제도를 존속시키고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각각 29.6%, 52.5%인 반면에 폐지를 주장하는 견해는 17.8%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사실은 가톨릭 신자들 중 존속과 보완을 주장하는 응답이 76.2%에 이르고 폐지는 23.8%라는 점이다. 참고로 프로테스탄트는 존속과 보완이 80.7%이고 폐지는 19.3%였다.
대체로 사형 제도를 존속시켜야 할 이유로 사형에는 범죄 억제 효과가 있으나 종신형의 경우에는 범죄 억제 효과가 없다고 보는 입장을 들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행사하는 사형권은 공동의 복지를 보호할 수 있다고 전제할 때 사형을 다른 형벌로 대체할 수 있다. 국가가 사형에 처할 권리를 무조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독재 정치로 민중을 탄압할 때와 같이 국가가 행사하는 사형권의 남용은 인간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 세계의 동향 : 19세기 말경 서독 및 라틴 아메리카에서 사형 제도를 폐지한 데 이어 1940년대에는 이스라엘과 이탈리아에서 폐지되었고, 1965년에는 영국에서 이를 폐지하였다. 그리고 1970년대에는 포르투갈, 덴마크, 베네수엘라, 오스트리아, 브라질, 스위스, 캐나다 등 많은 나라들에서 반역죄와 해적 행위를 제외하고는 법정형으로서의 사형이 폐지되었으며, 사형 판결이 거의 혹은 전혀 내려지지 않는 나라들도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사형을 규정하고 있는 주(州)도 있고 그렇지 않은 주도있다. 1972년에 연방 대법원은 당시 사형을 규정한 법률들이 위헌이라고 결정하였으나, 그 후 많은 주가 사형에 해당되는 범죄 혹은 사건 정황에 대해 열거하라는 법원의 요구에 부응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늘어나는 살인범에 대한 응징으로 프랑스 국민 59%가 사형 제도 부활을 원하는 것으로 여론 조사 결과 밝혀졌으나 1981년에 사형 제도가 폐지되었다. 한국의 현행 형법은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41조). 절대적 법정형에는 여적죄(餘滴罪)가 있고, 상대적 법정형으로는 내란죄 · 외환죄 ·폭발물 사용죄 · 방화 치사상죄 · 음용수혼독 치사상죄(飮用水混毒致死傷罪)가 있으며 법관의 재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자유형을 과할 수 있다. 그러나 18세 미만의 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사형을 인정하지 않는다(소년법 59조).
〔교회의 입장〕 교회는 전통적으로 국가가 정의를 실천하고 범죄자를 합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인간이 사회 전체에 속하기 때문에 "만일 어떤 사람이 공동체에 유해하거나 죄 때문에 부패한 사람이라면, 전체 공동체의 공동선과 생명을 보존하기 위하여 죽이는 것이 마땅하다" 고 하였다(《신학 대전》 2a 2ae, 64. 2). 하지만 그는 보복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할 것을 제안하였다(《신학 대전》 2a 2ae, 66. 6). 테르툴리아노(Tertullianus)와 락탄시오(Lactantius)는 어떠한 경우에도 하느님의 법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일을 예외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고, 아우구스티노(Augustinus)는 로마서 13장 4절을 주석하면서 사회 질서를 위하여 엄격한 방법을 취하는 것을 옹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적인 엄격함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교황 레오 1세(440~461)와 니콜라오 1세(858~867)는 교회가 환도(環刀)의 사용을 멀리할 것을 주장하였고, 675년의 톨레도(Toledo) 교회 회의와 1215년의 제4차 라테란 공의회에서는 성직자가 세속적인 권한과 직위를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사형 선고나 집행에 가담하는 것을 교회법으로 금하였다. 또한 교황 비오 12세(1939~1958)는 사형 제도를 옹호하기는 했으나(AAS47, 1955, pp. 81~82), , 죄와 벌에 대한 교서와 담화문에서는 사형 제도와 그 집행에 대한 국가의 권한을 명백히 옹호하거나 배척하지 않았다. 교황 요한 23세(1958~1963)는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mis)에서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새롭게 강조하였는데, 그것은 자연법과 인간의 본성,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현대 세계에 대한 교회의 숙고를 표명하였던 사회에 대한 역동적 개념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형 제도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인 효과 혹은 사회적 필요성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사회 정책의 문제로서이 제도를 채택하는 국가의 기본 권리를 포괄하고 있다. 한편 어느 시대보다 생명에 대한 사상이 지배적인 현시점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간이 자신의 존엄성에 합당하게 살 권리 즉 생명권을 갖고 있으며, 이 생명의 주인은 오직 하느님임을 천명하고 인간과 국가가 이 생명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생명의 복음>39항). 또한 교황은 하느님의 절대 불가침성을 반영하는 인간의 불가침성이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에서 근본적인 첫 표현을 찾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평신도 그리스도인> 38항 ; Insegnamenti XI-4, p. 2133). (→ 생명권)
※ 참고문헌 D.R. Campion, 3, pp. 79~81/ T. Sellin, (EB) 4,pp. 847~848/ Encyclopedia Americana, vol. 5, Grolier Inc., 1991, pp.596~599/ K.H. Peschke, 유봉준 역, 《그리 스도교 윤리학》 3, 분도출판사, 1992/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연락위원회 편, 조철현, <한 그리스도교 신학자가 본 사형 제도>, 《사형 제도의 이론과 실제》, 까치, 1989, pp. 237~259/ 一, <歹死刑制度에 대한 論考〉, 《신학 전망》 64호(1984.봄), pp. 98~100/ 생명문화연구소 편, 윤여덕, <생명에 대한 사회 의식 조사>, 《생명 연구》 생명 문화 총서 1집, 1993, pp. 15/《신법 률학 대사전》, 법 률신문사, 1992, p. 885/ 강구진, <사형 폐지의 이론과 실제(상 . 하)>, 《고시계》 1980. 4~51 김종민, <국가에도 없어야 할 사람 죽일 권리>, 《샘이 깊은 물》 1989. 71 손해목, <사형 제도론(상 · 하)>, 《고시 연구》 1983. 11~12/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Chisitideles Laic),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9/ --, 회칙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5/ 金政友, <사형과 인간의 존엄성( I ~Ⅵ)〉, <현대 가톨릭 사상》9~14집(1993~1996), 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 [朴文洙]
사형
死刑
[라]poena capitalis · [영]capital punis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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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은 그 가혹함 때문에 이 제도를 폐지하는 나라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