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조나 질서 또는 제도와 관련된 윤리 문제에 대한 도덕적 규범의 총칭. 사회 윤리는 개인의 도덕적인 행위나 양심의 문제로 환원할 수 없는 자체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규범 윤리학으로서, 특히 사회의 기본 구조 · 질서 · 사회 제도의 틀을 거시적으로 문제 삼는 응용 규범 윤리학에 속한다.
: I . 일반 정의
〔범위와 영역〕 의미와 범위 : 사회 윤리라는 용어가 생겨난 역사적 · 사회적인 배경에서 살펴보면 사회 윤리의 의미는 두 가지 관점을 함축하고 있다. 첫 번째는 '사회'라는 용어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즉 사회 구조나 질서 ·제도는 단지 개인들의 행위로 환원시키기 어려운 나름대로의 구성 원리나 전개의 논리가 있다는 사회 이론적 내지 사회 철학적인 사실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윤리는 사회 문제의 원인과 처방을 개인의 심정 · 양심 · 의식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 · 제도 ·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사회 구조나 질서 · 체제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다. 이것이 개인 윤리를 언급하는 전통윤리와 구별되는 점이다. 이는 전통 윤리학이 윤리적인면을 함축하고 있는 현대의 주요한 여러 사회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현대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들은 대체로 제도상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들이고, 이것들은 제도에서 유래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결국 제도에 의해서만 해결될수 있는 문제라고 여긴다. 따라서 이때 갖가지 도덕적인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일을 할 수 있는 행위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제도이기에, 현대의 주요 문제들에 대한 윤리적인 접근이 집단적 · 제도적으로 결합된 인간 행위의 인과 관계에 대한 복잡한 사회 과학적인 이론에 의존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내 혹은 국제간의 부의 분배 문제 · 핵 저지 및 전쟁과 평화의 문제 · 생태계의 파괴 및환경 문제 등에 있어서 전통 윤리적인 처방으로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윤리의 문제가 그 자체로서 의도나 동기를갖는다고 보기 어려운 비인격적인 사회 구조나 제도가 아니라, 의지를 가진 행위 주체인 인간과 어떤 방식으로 든 관련을 맺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개인들의 행위가 목적의 성취를 위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들이 집단적 으로 산출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이해의 선행을 전제할 경우에만 그 문제들이 개인에게 있어서도 의미 있는 도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사회 윤리는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어찌할 수 없으며 책임질 수도 없는 제도·체제 · 상황 · 풍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 결정론이나 숙명론에 빠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사회 구조의 구속성을 자각하고 그 결정의 기제를 인지하여 사회 구속력으로부터 해방되어 인간의 목적에 맞게끔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지배하는 단서로 삼는 것이다.
주요 영역 : 개인의 행위는 대부분 직접 · 간접으로 다른 개인들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결과가 개인에게 귀속되어도 그것은 사회적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문제로 보이는 것도 구조나 제도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 윤리가 다루는 관심사는 응용 철학이자 생명-의료 윤리학에 속하는 임신 중절 · 안락사, 자살 문제와 성(性) 윤리에 속하는 성 해방 · 성 혁명의 문제이다. 그리고 사회 정치적인 쟁점들인 인종적 · 사회적 · 성적인 편견과 차별, 법과 시민 불복종, 범죄와 처벌 · 살인, 전 쟁과 폭력, 공권력과 개인의 자유, 분배상의 정의 문제 등이다. 또 최근 들어 중심적인 문제로 부상한 생태계 파괴와 관련된 환경 윤리 문제와 마지막으로 사회의 가장 기초 단위인 가정의 문제 등이 있다.
〔윤리학사 안에서의 위치〕 20세기에 들어서 한때 영미 윤리학은 메타 윤리학이 지배적이었다. 1930년대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영미 철학자들은 철학은 곧 언어 분석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는 언어 철학이 당시의 철학계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래서 메타 윤리학은 윤리학의 주 요 임무가 도덕적인 언어의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규범 윤리학의 기초 자료가 되는 도덕 판단들의 의미와 정당성을 철학적으로 해명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본 것이다. 이로써 메타 윤리학은 서유럽 윤리학사의 오랜 전통이었던 옳고 그름 · 좋음과 나쁨 · 해야 함과 해서는 안됨 등에 관한 이론인 규범 윤리학과 구별되었다. 그러나 점차 많은 철학자들은 윤리학과 규범 윤리학을 이런 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와 정당화에 대한 특정한 가정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의미와 정당화에 대한 특정한 가정 자체를 거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한 가정은 모든 윤리학자들이 따라야 할 자명한 원리로 간주되었고, 윤리학에 있어서 중대한실질적인 문제들은 점차 의미에 대한 물음들로 대치되면서 이러한 가정은 윤리학의 배경으로 밀려나게 되었다.그러나 메타 윤리학 안에서 실질적인 주제들이 망각되면서 윤리학은 점차 흥미 없는 논의로 변해 갔고, 이로 인해 1960년대에 이르러 메타 윤리학적인 연구 경향은 서서히 퇴보하였다.
한편 메타 윤리학으로 인해 과거와는 달리 규범 윤리학은 여러 가지 점에서 그 동안의 분석과 비판의 결과를 발전적으로 함축하게 되었다. 1960년대 이후에 이와 같은 규범 윤리학이 새로이 대두되면서 특히 사회 윤리의 제문제에 관한 윤리학적인 성찰이 요구된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당시의 사회적인 정세도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즉 1960년대에는 인종 차별에 항거하는 민권 운동 · 성차별에 반대하는 여성 해방 운동 · 월남전과 관련된 갈등과 고민 · 의학과 생물학의 괄목할 만한 발전으로 인한 삶과 죽음의 새로운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절실한 요구가 커져, 철학이나 윤리학이 더 이상 순수히 이론적인 작업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자각을 일으키는 데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물론 이외에도 1960년대는 이전 시대와는 다른 특징이 있었다.
첫째, 1960년대는 전통 사회가 가졌던 삶의 영역의 제한성과 구조와 조직의 단순성을 벗어나 삶과 삶의 관계가 전 사회적으로 복잡하게 상호 관련적 · 상호 의존적이 되었다. 그러므로 개인의 삶이 현저하게 개인의 영역에 국한되고 따라서 개인의 윤리적인 문제를 사회와 연관시켜 다루는 것이 그리 절실한 문제가 아니었던 이전시대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갖게 되었다. 둘째, 사회가 본격적인 산업 사회로 들어가면서 사회적인 변화가 고속화되어 윤리나 윤리학이 사회 변화 또는 상황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셋째, 윤리학이 도구로써 사용할 수 있는 사회 과학이 발달하였다. 달리 말하면 증대되는 사회적인 복잡성과 그에 대한 인간의 대처 능력사이의 격차, 즉 '인간적' 격차를 극복하는 방안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회학 · 지식 사회학 · 사회 심리학 등의 사회 과학이 발달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 윤리는 이전 시대와는 다른 1960년대의 독특한 배경에서 시작되었다.
〔그리스도교 사회 교리와의 관계〕 사회 윤리와 그리스도교 사회 교리가 다루는 영역은 유사하다. 그러나 양자는 접근하는 방법과 원리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사회 윤리가 접근 방법을 철학에서 이끌어 온다면 그리스도교윤리나 사회 교리는 인간과 사회를 하느님과의 관계 원리를 다루는 신학에서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양자는 접근하는 원리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인다. 사회 윤리가 사회적인 것에서 출발하는 반면, 사회 교리는 모든사회적인 원리에 앞서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중요한 원리로 보고, 다른 사회 원리들은 이원리를 수행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본다. 이외에도 사회 교리는 노동 문제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사회 윤리의 영역을 다루기는 해도 노동이나 경제의 영역을 제외하고는 전문성이 부족하다.
II .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
〔접근 방식의 차이와 구별〕 개인 윤리의 접근 방식 :개인 윤리는 도덕적 행위자인 개인의 도덕적인 자각에호소함으로써 문제의 해결을 추구한다. 개인 윤리는 다 음과 같은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사회 윤리와 구별된다. 첫째, 도덕적인 진리나 목적의 실현과 달성 또는도덕적인 문제의 해결을 개인의 도덕성, 곧 개인의 의지의 자유와 결단에서만 다룬다. 이를 가장 잘 대표하는 칸트(I. Kant, 1724~1804)의 심적인 윤리(psychologisch Ethik)가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둘째, 도덕적인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서만 보므로, 도덕적인 문제의 해결 역시 개인의 도덕적인 자각과 결단으로 해결하려 하고 또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종교인들이 흔히 빠지는도덕적인 감상주의와 환상을 낳는 원인이기도 하다. 셋째, 개인의 도덕성을 사회적인 영역으로 확장시켜 도덕적인 사회 문제의 해결을 추구한다. 그래서 전통 윤리학은 개인 윤리로서 사회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성격이 짙은 문제까지도 도덕적인 행위자인 개인의 도덕성 함양과발전에 의해서 해결하려 하고, 또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회 윤리의 접근 방식 : 사회 윤리적인 접근 방식은사회와 관련성이 높은 문제를 정책과 제도의 개혁과 창출, 그리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회적인 체제의 변혁을통하여 해결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그릇되고 불합리한정책 · 제도 · 권력 구조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개인의 도덕적인 힘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또한사회 윤리는 인간을 현저하게 사회에 의해서 제약을 받고 형성되는 사회적인 존재로 보는 인간 이해에 근거를두고 있다. 사회 윤리의 접근 방식은 구체적으로 개인 윤리의 접근 방식과 구별되는 다음의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예측할 수 있는 결과 특히 사회적인 결과를 현실적으로 문제 삼고 추구한다. 둘째, 도덕적인 행위나 문제의 사회적인 원인(social cause)을 문제 삼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추구한다. 개인 행위의 원인이나 사회적인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인 원인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일차적인 관심을 사회적인 원인에 둔다. 여기서 사회적인 원인은 매우 중요하며, 사회윤리에 그 특성을 부여할 때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다.셋째, 사회적인 원인의 해결이나 제거를 사회적인 정책과 제도 또는 체제의 차원에서 추구한다. 여기서 사회적인 원인이란 사회적인 정책이나 제도 또는 구조의 불합리성 혹은 그것들의 부재(不在)를 의미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원인의 해결이나 제거는 정책이나 제도 또는 체제의 차원에서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에는 사회적인 정책이나 제도 또는 체제의 개선이나 개혁으로 사회적인 원인의 해결이나 제거를 추구하는 방법과 사회정책이나 제도 또는 체제를 새롭게 창출하거나 제거함으로써 사회적인 원인의 해결이나 제거를 추구하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넷째, 정치적인 수단이나 방법을 이용하여 윤리적인문제를 다룬다는 점이다. 정치적인 방법은 대략 세 가지가 있다. ① 도덕적인 문제의 해결 또는 도덕적인 이념이나 가치의 실현을 정책이나 제도 또는 체제에 의해서 추구하는 방법이다. ② 강제성 또는 강제력(coercion)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정책과 제도및 체제는 개인 윤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강제력에 의해서 유지되고 기능을 발휘한다. 여기서 말하는 강제력은 정치적권력(political power)이니이나 법적 권력(legal power)을 의미한다. 사회 윤리는 이러한 강제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권력이나 법적 권력이 가지고 있는 힘이 도대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대해 많은 고찰을 한다. ③ 대응력(counter power) 또는 대항력(countervailing power)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정책이나 제도 또는 체제의 개혁 · 제거 및 창출은 기득권자의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마련이므로, 이러한 저항을 물리치고 개혁하거나 제거 또는 창출하기 위해서는 대응력또는 대항력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상황 및 컨텍스트(context)와 관련시켜 윤리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컨텍스트는 의미적인 맥락인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오늘날 전세계가 지구촌으로 변하고 단일 위성 문명권으로 변화하였으며, 전 인류는 경제적 · 정치적으로 공동 운명체가 되었고 환경 오염으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으며, 역사의 계속적인 발전을 신봉하였던 현대의 유토피아주의(ucopianism)가 파괴되었다. 이러한 상황 변화 속에서는 삶의 의미적인 맥락, 즉 컨텍스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 · 다른 인종과 국민 · 자연과 물질에 대한 우리의 관계가 새로운 의미적인 맥락 곧 새로운 컨텍스트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여섯째, 사회적인 규범과의 관련성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다룬다. 사회 윤리는상황과 컨텍스트와만 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규범과도 관련성을 갖는다. 사회적인 규범에 대한 관계에서의 사회 윤리학의 주된 과제는 사회적인 규범의형성과 기능을 밝히는 것이다.
구별의 필요성 :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의 혼동으로사회 윤리적인 접근 방법이 잘 활용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두 영역의 구별이 필요하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윤리적인 문제는 개인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을 모두다 가지고 있지만, 단지 어떤 문제는 개인적인 측면이 강하고 다른 것은 사회적인 측면이 강한 것일 뿐이다. 여기서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는 윤리 영역으로가 아니라 접근 방법으로 구별된다. 또한 집단과 집단 사이의 이해 관계에서 '집단 이기주의' (collective selfishness)로 인해 개인의 도덕적인 능력이 약화되거나 무력화되기 때문에 구별이 필요하다. 국가적이건 인종적이건 또 경제적이건 간에 사회적인 집단의 도덕적 · 사회적 행동에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가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러한 집단 이기주의의 이기성은개인 윤리, 즉 개인의 도덕적인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가 매우 힘든 사태를 발생시키기도 하는데, 이는 정치적인 방법이 가지는 독자적인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즉 첫째, 정치적인 방법은 정책이나 제도 또는 체제와 같은 사회적인 장치, 즉 사회적인 기구(social mechanism) 또는 제도적인 장치(institutional mechanism)에 의해서 도덕적인문제의 해결과 도덕적인 이념의 사회적인 실현을 추구한다. 이러한 제도적인 장치는 인간의 사회적인 관계에서강제적인 체제로서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하는 개인 윤리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둘째,정치적인 방법은 정치적인 권력이나 법적인 제재력의 뒷받침을 받는 강제력을 사용하며, 또한 대응력이나 저항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강한 제재력과 호소력을 가지고있다. 이러한 정치적인 방법은 개인 윤리의 심적인 윤리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는 상호 배타적이거나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호 의존적이고 상호 보완적이다. 개인의 내적인 동기를 강조하는 개인 윤리가없이는 목적이 수단을 무차별하게 정당화하기 때문에 윤리가 파괴된다. 그러나 반대로 현실의 구체적인 결과를무시하는 심적인 윤리는 무력한 자의적인 내면성의 리가 될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는 양자 택일의 성격이 아니라 상호 보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고유한 기능〕 개인 윤리의 독자성 : 서로 다른 접근방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는각각 독자적인 기능을 발휘하도록 요청되고 있다. 개인윤리의 독자적인 기능이 요청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도적인 장치의 한계성이 요청하는 도덕성 때문이다. 도덕적인 규범은 형식적인 법칙(mle)이나 원리(principle)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과 모든 구체적인 경우를 다 포괄할 수 없다. 가령 '살인하지 말라' 는 도덕적인법칙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처형으로서의 사형 · 전쟁에서의 살인 · 정당 방위를 위한 살인 등 그 법칙 안에 들지않은 경우들이 엄연하게 존재한다. 도덕적인 원리들 역시 그것들이 실현되는 내용과 범위가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서 달라진다. 도덕적인 규범들이 지닌 이 같은가변적인 성격은 그것들이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창조적으로 재해석되고 새롭게 적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창조적인 재해석과 재적용에 의하여 변화하는 상황과 상이한 처지와 경우에 대처하는 능력이 개인의 도덕성의 민감성과 구체성이다. 사회적인 장치는 기초적인 정의의 형식 즉 경계를 설정할 뿐이기 때문에, 그러한 장치로 하여금 상세하고 구체적인 고려를 하면서인간적으로 정의롭게 시행될 수 있게 하는 것은, 제도적인 장치의 정신을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인간적인 관심을가지고 시행하는 운영자의 높은 도덕성이다. 제도적인장치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공권력 담당자의 도덕성만이 요청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장치에 복종해야할 국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이 자율적으로 정책이나 제도에 복종하려는 도덕성이 높지 않으면 정책과제도는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정책과 제도와 같은 사회적인 장치는 필요 불가결한 것이지만 그러한 장치가 소기의 목적을 충실하게 성취하기 위해서는 장치의 시행자와 사회 구성원의 높은 도덕성이 요청된다.
둘째, 제도적인 장치의 발전과 기능적인 충실화가 요청하는 도덕성 때문이다. 사회 정의의 제도적인 장치가추구하는 것이 도덕적인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과제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서 그러한 장치가 보다높은 수준의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하여 개선되고 또는 개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제도적인 장치는 하나의 형식이어서 구체적인 경우를 고려할 수가 없는, 곧 니부어(R. Niebuhr, 1892~1971)가 말하는 '거친 정의' (roughjustice)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경우들을 가능한한 최대한 고려하면서 시행하여야 한다. 제도적인 장치로 하여금 사회 정의를 보다 높고 보다 깊게 실현하도록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그 제도를 운영하고 그 제도하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회 구성원의 높은 도덕적인수준이다. 왜냐하면 도덕적인 수준이 니부어가 말한 도덕적 유인' 또는 고무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셋째, 힘의 균형과 대항력의 행사가 요청하는 도덕성때문이다. 도덕이 없으면 힘의 균형은 쉽게 직접적인 폭력적 충돌로 이어진다. 힘의 마찰과 대립적인 긴장은 자 기의 힘을 과시하고 상대방의 힘을 과소 평가하는 유혹을 쉽게 받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도덕성이 힘의 남용과 악용을 견제하고, 만일 막지 않으면 힘의 균형이 지탱될 수 없고 쉽게 힘의 행사를 가하게 된다. 대항력 행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대항력 행사의 지도자가 높은 수준의 종합적인 지성과 성숙된 도덕성을 가지고 있을 때라야 그것은 사회 정의 실현의 기능을 건설적이고 생산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힘의 균형과 대항적인 압력의 행사는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서 필요 불가결한 것이지만, 높고 성숙된 도덕성이 그것들을통제하고 지도할 때라야 사회 정의 실현의 기능을 바람직하게 수행할 수 있다.
사회 윤리의 독자성 : 개인 윤리에서 빚어지는 다음과같은 문제들을 다루기 위하여 사회 윤리는 독자적인 기능을 필요로 한다. 첫째로, 집요한 이기심에 대한 견제와제재의 필요성 때문이다. 이는 집단 이기주의뿐만 아니라 개인적 이기주의도 도덕적 혹은 합리적인 설득만으로는 견제하고 극복하기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인간은누구나 어느 정도는 타인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고,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 관계가 관련된 문제를 볼 수 있고,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공동의 이익을 판단할 수 있는 도덕적 · 합리적 능력을 생득적(生得的)으로 가지고 있으며그것을 종교와 교육이 발전시킬 수 있다. 둘째로, 불합리하거나 불의한 사회적인 제도나 구조의 개선과 개혁의필요성 때문이다. 불합리하거나 불의한 제도나 구조의역기능은 개인의 도덕적인 자각을 호소하고 촉구하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고, 그러한 제도와 구조 자체의 개선과 개혁에 의해서 시정될 수 있다. 그러나 개인 윤리적인접근 방법에만 젖어 있고 사회 윤리적인 접근 방법을 알지 못하는 보수적인 인습적 사고는, 불합리하고 불의한제도와 구조를 수정하여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개인의도덕적인 각성과 결단에만 호소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또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에 문제가 된다.
셋째로, 도덕적인 이상과 목적의 전 사회적이고 일관성 있는 실현의 필요성 때문이다. 개인의 도덕성이 아무리 높고 강할지라도 개인적인 인간 관계에 제한된 좁은것이다. 또한 개인의 도덕성은 어떤 경우에만 실천되고다른 경우에는 실천되지 않는 불연속성과 단편성을 매우짙게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회적인제도와 구조는 그것들이 포함하지 못하는 예외적인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것들이 추구하는 도덕적인 이념과목적을 도와 질서가 적용되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실현하며, 그것들이 시행되는 한 일관성 있고 지속적으로 실행된다. 넷째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전 사회적및 지구적인 컨텍스트에서의 이해의 필요성 때문이다.오늘날 인간의 삶과 인간 관계의 공간은 전 국가적으로확대되었고 나아가 전 지구적으로 확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인류는 인간이 자연에 대해서 가져야 하는 관계와 태도 역시 중요한 윤리적인 문제로 다루지 않으면안되게 되었다. 이렇게 전 지구적으로 그리고 나아가 대자연적인 시각에서 도덕적인 이념과 목적의 실현을 다루어야 하는 오늘과 앞날의 윤리는 사회 윤리와 사회 윤리학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을 요청하고 있다.
〔상호 조화의 요청 및 비판〕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가상호 보완하는 가운데 하나의 통합적인 윤리를 이룰 때도덕적인 이상과 목적은 충실하게 실현될 수 있다. 정신적인 쇄신이 개인 윤리적인 과제라면 사회 질서를 변화시키는 것은 사회 윤리적인 과제이다. 계몽주의 시대는개인 윤리적인 접근 방법에만 집착하고 사회 윤리적인접근에는 착안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실패하였다. 반대로마르크스주의는 사회적인 체제와 구조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 윤리적인 접근 방법에만 열중하여 인간의 도덕성을 존중하는 개인 윤리적인 접근 방법을 완전히 무시하였기 때문에 실패하였다. 과거 그리스도교의 오류는사회적인 체제와는 상관없이 사랑과 정의를 주장하고 설득하기만 하면 그것들이 실현될 수 있다는 도덕적인 이념 만능주의 때문이다. 반면에 사회주의의 잘못은 인간도덕성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무시한 채 형제애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인 구조만 만들고, 수단과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시행을 강행하면 된다는 제도나구조 만능주의 때문이다. 형제애와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가진 인간이 형제애와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에 적합한 사회적인 장치를 창출하고, 그것을 성숙된 도덕성과 종합적인 지성에 의해서 운영하여야 한다.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의 조화로운통합이 요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사회 질서 ;→ 가톨릭 사회 교리 ; 사회 ; 윤리)
※ 참고문헌 고범서, 《社會倫理學》, 나남, 1993/ 박원기, 《기독교사회 윤리 : 이론과 실제》,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95/ 허영식,《사회 윤리, 이데올로기, 의사 소통》, 평민사, 1997/ 황경식, 《개방 사회의 사회 윤리》, 철학과 현실사, 1995/ C.E. Harris, 김학택 · 박우현역, 《도덕 이론을 현실 문제에 적용시켜 보면》, 서광사, 1994/ J.Rachels, 황경식 외 역, 《사회 윤리의 제 문제》, 서광사, 1983/ J.Messner, 《사회 윤리의 기초》, 인간 사랑, 1997/ K.H. Peschke, 유봉준역, 《그리스도교 윤리학》 3, 분도출판사, 1992/ Gibson Winter, SocialEthics : Issues and Society, New York, Harper & Row, 1966/ J.C. Benneted., Christian Social Ethics in a Changing World : An Ecumenical Theolo-gical Inquiry, New York, Association Press, 1966. [朴文洙]
사회 윤리
社會倫理
[라]ethica socialis · [영]social eth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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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사회로 들어서면서 윤리나 윤리학은 사회의 변화 또는 상황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