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재잠

敬齋箴

글자 크기
1
이상정이 지은 주해서 《경재잠집설》.

이상정이 지은 주해서 《경재잠집설》.

송대(宋代)의 주자학자 주희(朱熹, 1130~1200)가 지은 경(敬)에 관한 잠언. 장식(張拭)의 주일잠(主一箴)을 보완하여 저술한 것으로, 주희는 이를 자신의 재실 벽에 붙여 놓고 스스로 경계하였다. 이 잠(箴)의 내용에서는 유교 수양에 있어 핵심이 되는 경(敬)의 실제 조목을 마음과 언행, 정(靜)과 동(動)의 여러 입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구조와 내용〕 경재잠은 40개 구절 160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구조는 내용상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첫째 부분에서는 홀로 있을 때와 수족을 움직일 때 가져야 할 마음 자세와 몸가짐에 대해 말하고, 둘째 부분에서는 대인 관계와 일 처리 등에 있어서 내적 · 외적으로 유의해야 할 신중함에 대해 설명한다. 셋째 부분에서는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처지에 있든 마음이 갈라지지 않고 전일(專一)함으로써 경(敬)을 유지하도록 촉구하며, 넷째 부분에서는 경(敬)에 어긋나고 괴리가 생길 때 초래되는 폐해에 대해 경고하면서 스스로를 경계하고 있다. 그 세부 내용과 전문을 오림천(吳臨川)의 분류에 따라 다시 10장으로 나누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홀로 있을 때〔靜]는 의관을 바르게 하고 쳐다봄을 높이하며, 잠심(潛心) 중에 거처하면서 상제를 대해 모시고, ② 수족을 움직일 때〔動]는 발걸음을 중후하게 하고 손짓은 공손하게 하며 땅은 골라서 밟되 개미 둑에서 굽이 들 듯 할 것이다. ③ 공적으로 행위함에 있어 외적(表)으로는 문밖을 나가면 손님을 대하듯 하고 일을 하면 제사를 드리듯 하며, 조심하고 두려워하여 감히 잠시도 안이하지 말고, ④ 내적[裏]으로는 일을 지키기를 병마개를 막듯 하고, 잡 생각 막기를 성문 지키듯 하며, 성실하고 진실하여 감히 잠시도 경홀(輕忽)히 하지 말 것이다. ⑤ 어떤 일을 하든가 동(東)으로써 서(西)로 가지말고 남(南)으로써 북(北)으로 가지 말며, 일을 당해서는 보존하고 다른 데로는 가지 말며, ⑥ 어떤 처지에서든지 하나에 둘을 겹치지 말고, 둘에 셋을 겹치지 말며, 오로지 마음을 전일(專一)하게 하여 만 가지 변화를 살필 것이다. ⑦ 그리고 이상의 가르침을 총체적으로 요약하여 말하기를, 여기에 힘쓰면 이것이 경을 지킴〔持敬〕이니, '움직임이나 고요함에나 어기지 말고 밖이나 안이나 서로 바르게 하라' 고 하면서, ⑧ 경에 어긋남으로써 야기되는 마음의 병폐로는, 잠시라도 틈이 생기면 만 가지 사욕이 일어나 불길이 없는데도 뜨거워지고 얼음이 없는데도 차가워지며, ⑨ 일의 병폐로는, 털끝 만큼이라도 틀림이 있게 되면 하늘과 땅이 뒤바뀌고, 삼강이 무너지고 구법(九法)이 역시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⑩ 결론적으로 자기 자신을 경계하여 '오호! 소자(小子)여! 깊이 생각하고 조심하라! 먹글로 써서 경계를 삼아 감히 마음에 고하노라' 고 맺는다.
〔주해서〕 조선 시대 경재잠에 대한 주해서로 유명한 것은 이황(李滉, 1501~1570)의 <경재잠도>(敬齋箴圖)와 이상정(李象靖, 1710~1781)의 《경재잠집설》(敬齋箴集說)이 있다. 이황은 성인(聖人) 됨을 향한 수양에 있어서 무엇보다 경을 중시하여, 경재잠을 도설(圖說)로 설명했으며, 이 <경재잠도>를 유학의 요체를 뽑아 만든 <성학십도>(聖學十圖)에 넣었고, "십도가 다 경(敬)을 주로 한다"고 하였다. <경재잠도>에서 이황은 그림 중앙에 마음을 그려 놓고 경재잠 전문 40개 구절을 상하와 좌우로 갈라서 서로 연결되도록 교묘하게 배열한 다음 결론적으로 "경이 성학(聖學)의 시작과 마침"이라고 언명하면서 성인이 되려는 사람은 경을 음미하고 체득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상정은 경재잠에 대한 여러 유자들의 해설을 수집하고 경(敬)에 대한 경전과 선유(先儒)의 가르침을 모아 《경재잠집설》을 지었다. 그리고 그 권두(卷頭)에는 자서(自序)와 왕백(王柏)의 <경재잠도>(敬齋箴圖)를 싣고, 본문에서는 경재잠 전문을 10장으로 나누어 유자들의 해설을 곁들여 설명하였으며, 권말에서는 다시 경과 성(誠)에 대한 경전과 선유들의 설을 집성하여 놓았다.
〔의의 및 영향〕 경재잠이 주제로 삼고 있는 경(敬) 사상은 유교 수양론의 핵심이 된다. 천 · 지 · 인 삼재(三才) 중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유교는, 인간이 무엇이냐는 형이상학적 문제보다는 어떻게 인간다운 인간이 되느냐 하는 수양론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자아 완성과 군자 성인을 향한 수양론이 유교 사상 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경은 수양론뿐만 아니라 유교 사상 전체의 바탕이 된다.
《대학》(大學)에서는 그 수양 방법으로 지적인 면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 , 의지와 정감 면에서 정성스럽고 바르게 하는 성의정심(誠意正心)을 들고 있다. 성리학에서는 이 두 방법을 궁리와 거경(居敬)이라고 표현한다. 궁리와 거경은 마치 두 발과 같이 상호보완적이며, 경을 바탕으로 해서만 궁리도 제대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주희는 경이 배움의 처음과 끝이 되는 철상철하(徹上徹下)의 방법이라고 하였다. 이황(李滉)은, "마음〔心)은 일신(一身)의 주재(主宰)요, 경(敬)은 일심(一心)의 주재"라고 역설하였다. 한편 거경 공부에는 두 방면이 있으니, 홀로 고요히 있을 때〔靜時〕 존심양성(存心養性)하고 무엇을 행할 때〔動時〕 성찰수렴(省察收斂)하는 것이다. 이 경의 내용에 대한 설명으로는 정이(程頤)의 주일무적(主一無適)과 정제엄숙(整齊嚴肅) 외에 항상 깨어 있음〔常惺惺法], 순수수렴(純粹收斂) 등이 있는데, 주희는 이러한 여러 설을 집성하여 경재잠을 지었으며, 따라서 경을 주제로 하고 경에 대한 가르침을 집약한 경재잠은 유교 수양론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재잠이 후세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동북 아시아(중국, 한국, 일본)의 유자들은 이 잠을 애송하면서 경공부에 힘써 왔다. 조선의 경우 성균관 명륜당에 이 경재잠을 써서 걸어 놓고 유생들로 하여금 음미하고 체득하도록 했으니, 오늘날까지 송준길(宋浚吉, 1606~1672)이 쓴 경재잠이 명륜당에 걸려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 천주교회 발상의 효시가 되는 천진암 · 주어사 강학회에서도 권철신(權哲身)이 준 규정에 따라 "아침 일찍 일어나 찬물에 세수한 뒤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을 외우고, 해가 뜨면 경재잠을 외웠으며, , 정오에는 사물잠(四勿箴), 해가 지면 서명(西銘)을 외웠다." 이처럼 해가 뜰 때 경재잠을 외운 것은 하루의 일과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궁극자를 대면하고 의식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매사에 정성을 다하기 위함이었다.
※ 참고문헌  朱憙, 《朱子大全》, 《子語語類》/ 程顥 · 程頤, 《二程 全書》/ 李滉, 《退溪全書》/ 丁若鏞, 《與猶堂全書》/ 李象靖, 《敬齋箴集 說》/ 柳仁熙, 《朱子哲學과 中國哲學》, 凡學社, 1980/ 金夏泰, 《東西哲 學의 만남》, 종로서적, 1985. 〔崔基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