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의 은총은 그리스도의 행위인 성사적 예절에 내재하는 힘에 의하여 주어진다는 이론. 직역하면 '사효적'(事效的)이다. 사효론은 성사가 교회의 의향에 따라 거행되면 집전자의 개인적인 성덕(聖德)과 관계없이 은총이 성사를 통해서 틀림없이 전해진다는 가르침이다. 왜냐하면 성사를 해서 본래적으로 활동하는 이는 그리스도이고, 성사 집전자는 단지 그의 도구(道具)이기 때문이다. 신약성서에는 사효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단지 세례의 효력은 세례받는 이의 올바른 행동에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에서 기인한다는 증언(디도 3, 5; 요한 3, 5)이나, 성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말씀이지니는 효력의 근원은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있다는 증언(1베드 1, 23 ; 히브 4,12) 등 간접적인 근거만 발견할 수있을 뿐이다.
〔역사적 변모〕 '사효적' 이라는 개념은 12세기 말에'인효적' (人效的, ex opere operantis)의 대립 개념으로 등장하였다. 하지만 사효론은 이미 내용적으로는 3세기의이단자가 수여한 세례의 효성 여부에 대한 논쟁에서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성행하던 여러 이단 종파의 추종자들이 모 교회인 가톨릭 교회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경우 다시 세례를 주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논쟁이 발생하였다. 대표적으로 카르타고의 주교 치프리아노(?~258)는 성령이 참 교회인 가톨릭 교회 안에만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참 교회 밖에서 이루어진 세례는 성령을전해 주지 못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로마교회에서는 세례는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교황 스테파노 1세(254~257)는 세례성사 때부르는 이름으로써 세례의 유효성을 근거 지웠다. 즉 어디서든 삼위 일체의 이름으로 성사가 베풀어지면 그 세례는 유효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로마에서는 이단자 교회에서 세례받은 이가 가톨릭 교회로 돌아올 때 단지 안수만 하였다. 스테파노 1세 교황은 로마교회의 관습만이 전 교회에 구속력을 갖는다고 선포함으로써(DS 110) 일시적으로 교회가 분열되기도 하였지만결국 로마의 입장은 관철되었다.
성사의 사효성은 교회 역사를 통해서 여러 번 도전을받았고 그때마다 재확인되었다. '암흑의 세기' 라고 일컫는 8~ 12세기 사이에 교회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특히 문제시되었던 것은 성직자들의생활이었다. 그들은 독신 생활에 충실하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많은 면에서 신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부패한 교회를 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평신도 운 동이 일어났는데, 발도파(Valdesi)와 가타리파(Cathan)가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엄격한 생활과 도덕 생활을내세우면서 타락한 성직자가 집행한 성사는 은총을 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고, 이러한 주장에 반대하여 교황인노첸시오 3세(1198~1216)는 성사 집전자의 성덕과 성사의 유효성과는 무관하다고 선언했다(DS 793). 또한 콘스탄츠 공의회(1414~1418)는 대죄 중에 있는 주교나 사제는 서품을 수여하거나 성체를 축성하지도 못하고 성사를 이루거나 세례를 주지도 못한다는 위클리프(J.Wycliffe,1330~1384)의 주장을 배격함으로써 성사의 사효성을 재확인하였다(DS 1154).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는 종교 개혁자들이 성사의 효과를 신앙과 엄밀히 결부시키면서 중죄의 상태에 있는 성사 집전자가 집행하는 성사는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에 반대해서 교회의 전통적인 입장인 성사의 사효성을 고수하였다. "만일 누가 새 계약의성사들을 통해서 은총이 사효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말한다면···파문되어 한다" (DS 1608).
그러나 성사의 사효성에 대한 가르침이 아무리 이론적으로 타당하다고 해도 일반 대중의 신심 생활에 있어서는 성사가 성사 집전자나 수령자들의 신앙적 협력 없이도 구원을 가져온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가르침의 법적인 운영에도 문제가있었다. 그 예로 교황 베네딕도 14세(1740~1758)를 들수 있다. 그는 1747년에 유대인 아이에게 그 부모의 뜻을 거슬러 세례를 주는 것을 용납하는 관습에 반대하였다. 그러나 일단 이렇게라도 베풀어진 세례는 유효하다고 간주하면서 그 경우 세례받은 아이는 유대인 부모에게서 떼어 내어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교육을 맡겨야한다고 주장하였다(DS 2562). 이로써 성사의 사효성에대한 해석은 이론과 실제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는 사태가 벌어졌다. 즉 성서의 증언과도 부합하는 하느님의 주권적 행동을 강조하는 가르침이 마술적인 '성사 자동주의' 로 전락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성사가사효적으로 작용한다는 가톨릭의 가르침은 종교 개혁 이후에 프로테스탄트측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 왔다.
〔교도권의 가르침〕 성사의 사효적 효력에 대한 가르침은 결국 성사의 유효성을 성사 집전자의 성덕과 결부시키려는 이들이 거듭 등장한 교회사를 배경으로 생겨났다. 가톨릭 교회는 이들의 주장에 반대해서 성사가 하느님 친히 제정한 것으로서 인간의 남용에 의해서 허사가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사효론은 부당한 성사 집전자에게서 신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본래의 목적이 있는 것이지 성사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신앙의 필요성을 면제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가톨릭 교회는 성사에 참여하는 이들의 신앙과준비를 결코 무시하지 않았다. 피렌체 공의회는 성사가유효하게 거행되기 위해서 성사 집전자는 '교회가 하는것을 하고자 할 의향을 지니고' (cum intentio faciendi quodfacit Ecclesia)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고(DS 1312), 트리엔트 공의회도 이 가르침을 수용하였다(DS 1611). 또한 트리엔트 공의회는 성사가 사효적 효력을 낸다고 천명하는동시에 성사를 받는 사람의 내적 준비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장애를 갖고 있지 않는 사람들에게' (non ponen-tibus obicem) 은총이 부여된다는 것을 거부해서는 안된다(DS 1606)고 밝혔다. 성사가 외적으로 유효하게 거행되었더라도 준비된 사람에게만 성사적 은총이 제대로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공의회는 유아 세례를 염두에 두고 '장애를 갖고 있지 않는 사람들' 이라는 소극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성사 수령자의 신앙과 내적인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던 것이다. 제2차바티칸 공의회도 "성사들은 신앙을 전제" (전례 59항)로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가톨릭 교회의 교도권은 성사가 사효적으로 효력을 낸다는 것과 함께 성사 집전자가 교회의 의향을 따를 것,그리고 성사 수령자가 자신의 마음을 열고 예비할 때에만 성사를 통해 전해지는 은총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것도 가르쳐 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성사의 사효성과함께 인효성도 아울러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두 가지 상호 보충적인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 성사를 통해서 본래적으로 활동하는 이는 그리스도이기에 성사의 효력이 집전자의 주관적 자세에 의존하지 않는다는점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성사 집전자나 성사 수령자의신앙과 준비 자세를 약화시켜서는 안된다. 반대로 성사집전자나 성사 수령자의 신앙과 준비가 강조된 나머지성사의 사효성을 약화시켜서 결과적으로 그리스도의 능력을 약화시켜서도 안된다.
1992년에 로마 교황청의 주도로 발간된 《가톨릭 교회교리서》는 이러한 교회의 전통적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 교리서에서는 "성사들은 '사효적으로'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그 사실 자체로 인하여) 효력을 가진다. 즉 단 한번 성취된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으로 말미암아 효력을가진다. 따라서 '성사는 그것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의 의로움이 아닌 하느님의 능력에 의해 이루어진다.'성사가 교회의 의향에 따라 거행되면 집전자의 개인적인성덕과 관계없이 그리스도와 그분 성령의 힘이 성사 안에서 성사를 통하여 작용한다"(1128항)고 하면서, 동시에 "성사는 합당한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서 열매를 맺는다"(1131항)고 덧붙이고 있다. (↔ 인효론 ;→ 가타리파 ; 발도파 ; 성사 신학)
※ 참고문헌 김경환, <성사의 유효성>, 《신학 전망》 36호(1977.봄), pp. 33~43/ 손희송,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나타난 성사 이해>,《신학 전망》 114호(1996. 가을), pp. 2~171 Giinter Koch, Ex opereoperato, Wolfgang Beinert Hrsg., Lexikon der katholische Dogmatik,Freiburg · Herder, 1987/ Theodor Schneider, Zeichen der Naihe Gottes,3rd., Mainz · Mattias-Grünewald, 1982/ lexander Ganoczy, Einführung indie katholische Sakramentenlehre, Darmstadt · WissenschaftlicheBuchgesellschaft, 1984. [孫熙松]
사효론
事效論
〔라 · 영〕ex opere oper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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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은총은 교회의 의향에 따라 거행된 성사를 통해 틀림없이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