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종교학적 측면
세계의 모든 종교 전통들이 성스럽고 권위있는 것으로 존중하는 문헌. 한자로 경(經)은 피륙의 근간을 이루는 상하의 세로로 놓인 실로서 하늘과 땅을 묶는 일정 불변의 도리, 곧 상법(常法)을 상징하여 사물의 전거가 되는 책을 말한다. 그리스어의 kanon은 측량에 쓰던 대나무를 지칭하여 역시 규범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경전은 그 형태와 내용, 체제와 의도가 매우 다양하여 의례집, 율법집, 신화, 역사서, 계시록, 명상시, 교리서, 찬미가, 기도문과 같은 것들이 모두 경전이 될 수 있다. 경전의 종류가 이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포괄하는 일반적 개념 도출은 매우 어렵다.
여러 종교 전통의 경전들은 그 표현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경전은 문자로 쓰여진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부분 초기에는 모든 경전들을 입으로 전했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문자로 옮겨졌다. 베다(Veda)의 경우 3,000여 년 동안이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문자를 소유하지 않은 사회에서 문자를 소유한 사회와 똑같은 기능을 하면서 대대로 구전(口傳)되는 경전을 갖는 경우도 있다.
경전의 범위도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겉으로 경전의 형태를 온전히 갖추어도 진정한 권위나 성스러움의 확보 여부를 분별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반면 전통적인 경전의 조건을 갖추지 못해도 그 이상의 성스러움과 권위를 지니는 경우도 있다. 대승 불교의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유대교의 율법집, 미쉬나(Mishah), 이슬람교에서의 하디스(Hadith), 소승 상좌 불교 전통에서의 청정에의 길(Visuddhimaga) 등이 좋은 예이다. 이처럼 형태나 내용이 경전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러한 객관적인 기준보다 종교 전통에 속한 구성원들과의 생생하고 주관적인 상관 관계도 중요한 결정 요소이다. 한 책이 경전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 종교 전통의 구성원들에 의해서 다른 어떠한 책들보다도 거룩한 의미와 강력하고 초월적인 권능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경전의 성격은 책 자체로서보다는 그 책이 한 종교 전통 안에서 가지는 기능에 따라 정해진다.
〔개념의 기원과 발전〕 경전은 종교 현상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종교 연구에 있어서 경전의 개념을 확정하는 일은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이다. 경전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의 기원과 발전 과정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하늘로부터 계시된 책 : 경전은 거룩한 지식이나 율법을 담은 책으로서 하늘로부터 계시되었다는 생각은 고대 근동 지역 및 그리스 로마 세계를 비롯해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그리고 이슬람교의 전통에서 고대로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주요한 사상이다. 이런 책들은 '지혜의 책' , '운명의 책' , '행위의 책' , 또는 '생명의 책' 과 같은 형태를 취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지혜의 책' 은 시나이 산에서의 모세, 히라 동산에서의 무함마드의 예와 같이 신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주어진다. 인간 수명의 날짜와 마지막이 기록되어 있는 '운명의 책' 은 고대의 바빌로니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와 이스라엘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인간이 하는 선악의 모든 행위들이 기록되어 있는 '행위의 책' 은 고대의 바빌로니아, 이집트, 페르시아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 유대, 그리스도교의 전통에서도 발견된다. 하느님이 선택한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생명의 책' 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성서적 전통 안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개념이다. 이상의 개념들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경전들과 이슬람교의 코란과 같이 발전된 경전의 개념 안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다.
거룩한 책 : 종교사학자(宗敎史學者) 월프레드 캔트웰 스미스(Willfred Cantwell Smith)는 2세기부터 초대 그리스도교가 경전의 거룩한 권위에 대하여 점차 중요성을 강조하고 유대인들이 토라(Torah)를 거룩한 책으로 숭배하기 시작한 것이 경전 개념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3세기경 의식적으로 경전으로서의 거룩한 권위를 갖는 책들을 만들고자 한 마니(Mani)의 노력은 이 당시 종교 전통들이 자신들만의 경전을 가지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경우이다. 7세기 초에는 이슬람교가 코란을 가장 거룩한 책으로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경전을 거룩한 책으로서 중시하는 종교의 정점을 이루었다. 한편 초기 대승 불교 전통의 일각에서는 불탑 숭배에 대응하는 신앙 행위로서 경전을 가장 거룩한 대상으로 숭배하고 시크교는 경전 숭배의 정점을 이루고 있으며, 일본의 천리교도 경전 숭배에서 비롯된 종교라고 할 수 있다.
〔개념의 일반화 과정〕 경전(scriptue)이란 말은 인도 유럽어 계통의 어원상 '쓰기' 또는 '쓰여진 것' 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의 신약성서 기자들이 활약할 때부터 이 말은 점차적으로 거룩한 책, 특히 히브리 경전들과 신약성서의 여러 단편들을 지칭하는 특별한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의미는 지중해 지역 특히 남부 유럽 지역에서 그리스도교 문화가 승리를 거둠에 따라 더욱 일반화되었다. 이처럼 경전이란 개념을 고유 명사로서 그리스도교의 성서에만 제한하여 사용하는 태도는 그리스도교 세계에서는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경전을 성스럽고 거룩한 모든 문서를 지칭하는 일반적 의미로 사용한 것은 기껏해야 최근 2세기 정도이다. 18세기에 이르러 인도의 베다, 불교의 문헌들, 중국의 고전들이 서구 세계에 알려지면서 이것들이 자신들의 경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역할과 중요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19세기부터 경전을 하나의 유개념(類概念)으로 사용하였다. 1879년에 막스 뮐러(Max Müller)가 《동양의 성전들》(The sacred Books of the East)이라는 제목으로 세계의 위대한 경전들을 계속 번역한 것은 그리스도교 성서만을 알던 서구 그리스도교인들의 경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반영한다.
〔종 류〕 모든 종교 공동체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담고 있는 여러 문서들 중에서 가장 거룩하다고 여겨지는 것 들을 엄선하여 경전으로 삼는다.
유대교 경전 : 기원후 90년에 팔레스티나의 야브네(Yavneh)에서 열렸던 랍비 회의에서 오늘날 우리가 구약성서로 부르는 책들을 경전으로 채택하였다. 예수는 문서를 전혀 남기지 않았으나 그에게 깊은 영향을 받고 따르던 추종자들은 그 말씀과 자세한 행적들을 구두로 전승하였고 결국 이것들을 4복음서로 기록하였다. 이 4복음서에 사도들의 편지와 요한 묵시록이 첨가되어서 100년경 지금과 같은 형태를 취하게 되고 4세기 말에 교회의 인가를 받은 하나의 경전으로 굳어졌으니 이것이 신약성서이다.
힌두교 경전 : 쉬루티(Sruti)와 스므리티(Smrti)로 구별된다. 쉬루티는 '들려진 말씀' 이라는 의미로서 계시로 전해진 말씀이라는 뜻이고, 스므리티는 '기억된 말' 이라는 의미로서 최초의 계시된 말씀에 대하여 재해석된 말이라는 뜻이다. 쉬루티는 첨삭이 없는 그대로 완전하며 거룩한 말씀이다. 그래서 스므리티보다도 더 거룩하게 여겨진다. 힌두교의 경전들은 대단히 많고 다양하다. 이들은 고대의 종교적 문헌들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형태와 요소들을 가진다. 최초의 경전인 4개의 베다는 기원전 2000년경에 인도의 북서쪽에서 만들어진 듯하다. 이 4개의 베다와 그 보조 문헌들은 기원전 1000년경에 이르러, 제의(祭儀) 지침서와 그 주석서들인 브라흐마나(Brahmana), 금욕주의자들의 삼림 생활(森林生活)에 관한 책인 아란야카(Arayaka), 그리고 우주와 인생에 관한 철학적 논저들인 우파니샤드(Upanisad)의 순서로 형성되었다.
불교 경전 : 불타의 가르침을 수집한 것들이다. 불타는 인도의 한 방언인 마가디(Magadhi)어로 가르쳤다고 알고 있지만 인도 불교의 경전은 팔리(Pali어와 산스크리트(Sanskrit)어로 쓰여졌다. 대체로 테라바다(Theravada) 불교의 경전은 팔리어로, 그리고 대승(Mahayana) 불교의 경전은 산스크리트어로 작성되었다. 오랫동안 입으로만 전해 오던 불교의 경전들은 불타의 제자들에 의한 몇 차례의 편집 회의를 거친 끝에 문자로 기록되었다. 후에 대승 불교의 경전들은 티베트와 중국에서 티베트어와 한문으로 번역되었다. 그리고 이들 지역에서 다수의 대승 불교 경전들이 직접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경전의 중요성과 거룩함의 정도에 따라서 위계(位階)가 정해지기도 했다.
유교 경전 : 한대에는 오경(五經), 당대에는 구경(九經)에서 송초에는 더 확대되어 십삼경(十三經)으로 정착한 훈고학적 경전 개념과 신유학의 흥기로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 중시되면서 정착한 사서오경(四書五經)이라는 주자학적 개념이 있다. 이 책들은 계시에 의한 종교적 체험을 담기보다는 삶의 질서에 대한 윤리적 가르침에 가깝다. 도가(道家)의 경전은 도덕경과 장자(莊子)였는데 후에 방대한 불교의 대장경에 자극을 받아서 많은 경전들을 산출하였다. 유교와 도가의 경전들은 인간적 삶을 위한 인간적 윤리와 지혜를 담고 있는 책들이다. 그러나 이 책들 역시 다른 계시 종교의 경전에 못지않은 권위를 가진다.
이슬람교 경전 : 신앙의 기준이 되는 유일한 경전은 코란이다. 코란은 무함마드에게 계시된 하느님의 말씀을 무학자(無學者)인 무함마드가 그대로 기록했다고 한다. 코란에 대한 무슬림들의 신앙은 하느님의 말씀이 글자 그대로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고 믿기 때문에 대단히 경건하고 절대적이다.
〔기능과 역할〕 경전은 아주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한다. 어떤 종교 전통 안에서 경전이 성립된다는 것은 획기적이며 역사적 사건이다. 그것은 종교 조직체의 구체화와 체계적인 교리적 성찰을 통해서 고차원적인 종교 문화의 성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록된 경전은 무함마드나 불타와 같은 교단의 창시자들이 살아 있을 때 지녔던 권위를 대신하는 생생한 종교적 권위를 가진다. 이런 사실은 대부분의 종교 공동체들이 변화의 위기를 겪을 때마다 '경전으로 돌아가자' 는 운동을 펌으로써 그 종교 전통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반대로 새 경전의 창출을 통해서 새로운 전통의 확립도 가능해진다. 경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분명한 예는 경전을 베끼는 행위에 큰 종교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유대교, 이슬람교 모두 강한 경전 베끼기의 전통을 가진다. 마니교 역시 마찬가지며 불교 또한 경전 베끼기나 출판에 대단한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다.
경전은 정신 집중의 명상 수련을 위한 중요한 도구의 역할을 한다. 어떤 종교 전통에서든 경전의 묵독은 아주 드물며 대부분의 경전들은 의례를 위해서건 개인의 신앙심 고취를 위해서건 큰소리로 반복해서 낭송된다. 초기의 유대교 회당이나 그리스도교 교회에서 큰소리로 경전을 암송하는 것은 기본적인 종교 행위였고 경전을 통째로 암송할 수 있는 사람은 최고의 존경을 받았다. 대부분의 종교 전통에서 경전의 암송은 정신 집중의 수련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행하는 묵상도 기본적으로는 정신을 집중하여 '마음으로' 경전을 암송하는 데서 시작했다. 스리랑카의 테라바다 불교〔上座佛敎〕, 티베트의 밀교, 중국의 대승 불교, 이 모든 불교 역시 경전의 독송과 암송을 통한 정신 집중의 전통이 있다. 힌두교의 고행도 베다의 반복적인 암송에서 시작한다. 개인이든 공동체이든 정신을 집중하여 코란을 암송하는 것은 신에게 헌신하는 중요한 종교적 수련이다.
암송되는 경전이든 문자로 된 경전이든 경전의 가장 분명한 역할은 의례에서 나타난다. 상당수의 경전은 베다 전통의 브라하마나처럼 의례 자체를 규정짓고 설명하는 의례집이 된다. 또한 경전은 이슬람의 코란, 조로아스터교의 가타스(Gathas), 베다의 만트라, 신도(神道)의 노리토(祝詞)처럼 의례의 행위나 기도의 일부분으로서 의례 도중에 암송되거나 큰소리로 읽혀진다. 경전의 암송이나 독송은 경배 행위의 중심 요소는 아니지만 대단히 주요한 부분이다. 특히 입문식의 경우에 입문자들이 직접 또는 입문자들을 위해 경전을 비밀리에 암송한다. 특히 의례에 사용될 경우는 흔히 음악적 요소와 결부한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시크교 등 모든 종교 전통들이 개인 생활이건 공동체 생활이건 경전을 암송할 때에는 음악과 결합하여 영창(詠唱)이나 찬송의 형태로써 더욱 경건함을 자아낸다. 심지어 경전은 물리적인 실체 그 자체로서 경배의 대상이 된다. 시크교에서는 경전이 대표적인 성상(聖像)의 기능을 한
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수도원에 쌓아둔 경전의 순행(巡 行)과 무슬림들이 장례식에서 코란을 가지고 행진하는 것도 경전 숭배의 한 유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경전의 기능과 역할은 거의가 경전이 갖는 초자연적인 힘의 숭배와 관련된다. 불확실한 미래의 대비나 곤경에 처할 때 경전의 특정한 내용에 의지하는 것은 유서깊고 전통적인 방법이다. 질병을 앓는 아이를 위해서 성경점을 치거나 코란의 한 구절을 주문이나 부적으로 사용하거나 경전을 태워서 약으로 마시는 등의 행위는 경전의 성스럽고 신비한 힘에 의존하려는 것이다. 테라바다 불교에서는 스님들이 특정한 불경의 구절들을 암송함으로써 악령의 해침을 막고 부유함이나 건강과 같은 축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베다 전통에서는 경전의 정확한 암송은 신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까지 믿었다. 일본 불교의 한 종파인 일련종(一蓮宗)에서는 불교 경전 중의 하나인 법화경(法華經)의 한 구절에 세계의 모든 진리가 함축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발 전〕 시간과 공간의 계속적인 변화는 경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해석을 요구한다. 따라서 수많은 새 경전의 출현과 그에 대한 의문과 새로운 해석은 권위있는 정전(正典)의 확정을 요구한다. 그것은 계속되는 하나의 종교 전통이 변화하는 환경과 다양한 체험 속에서 확고한 정통성을 확립함으로써 종교적 권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경전의 확립은 한 개인이나 어떤 모임의 결정이나 명령보다는 다수 대중들의 폭넓은 인정으로 이루어진다. 그리스도교, 유대교, 불교는 어느 전통보다도 경전의 권위를 뚜렷이 확립하여 그 목록을 분명하게 확정했다. 반면에 마니교, 이슬람교, 시크교 같은 전통은 처음부터 하나의 경전만을 인정하여 다양한 경전의 출현과 그에 따른 정전의 확립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없었다. 힌두교의 경우는 4베다를 정전이라고 할 수 있는 쉬루티(Sruti)에 포함시키고 나머지 다양한 문서들은 스므리티(Smrit)에 포함시킨다. 또한 하나의 책이 경전으로 위치를 확보하면 광범위한 관심을 끌어서 신앙적인 신봉은 물론 학문 연구와 해석이 뒤따르며 이러한 해석은 경전과 그 신봉자들의 삶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신비적인 종교 전통들마저도 그들의 체험을 역시 경전의 해석에 기초한다.
한편 경전은 처음부터 거룩한 언어이기에 절대로 번역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오로지 처음 형태의 언어만이 영적인 의미와 소리를 정확하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특히 이슬람교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아랍어로 된 코란만이 바로 그대로 신의 참 말씀이기 때문에 다른 언어로 번역해야 할 때에도 반드시 옆에 아랍어 코란을 함께 나란히 적어 두어야 한다. 힌두 전통에서는 베다를 번역한 적이 없으며 마찬가지로 유대교에서도 히브리 경전을 본래대로 보존하는 데에 매우 중요성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된 경전도 그 자체로서 영적이며 거룩하다는 생각이 생겨났다. 헬레니즘화된 유대인들과 그리스도교 교부들은 기원전 3~1세기에 완성된 그리스어 역 구약성서인 70인역 성서를 영적이며 거룩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예로니모(347~420)가 펴낸 라틴어 역 성서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영적이며 거룩한 것으로 인정하였고 차츰 널리 읽혔다. 그리고 프로테스탄트의 여러 나라 말 성서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산스크리트어로부터 한문으로 번역된 불교의 경전들도 동북아시아의 불교 전통에서 거룩한 정전(正典)으로 신봉한다. 대체로 전교(傳敎)를 중시하거나 보편적인 종교를 추구하는 그리스도교, 불교, 마니교, 몰몬교 등에서는 경전번역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경전과 문화〕 하나의 종교 공동체에서 경전의 출현은 종교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문화와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데 가장 명백한 예는 언어이다. 경전은 그것이 원어이건 번역어이건 그 경전이 사용하는 언어 전체에 고전적인 문법과 문체의 표준을 제시한다. 아랍어에 대한 코란, 한문에 대한 유교 경전, 영어에 대한 흠정영역(欽定英譯) 성서, 독일어에 대한 루터의 성서 등이 좋은 예이다. 뿐만 아니라 경전은 그 언어 체계의 어휘, 비유, 은유, 언어적 관습 등을 풍부하게 해주는 원천이며 대부분의 전통 문화에서 궁극적인 문화의 원천으로서 엄청난 영향을 미쳐 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슬람 사회에서 코란은 모슬렘들의 모든 일상사에서 보증 수표와 같은 권위를 갖는다. 프로테스탄트 문화권에서도 성서가 같은 역할을 한다.
경전은 예술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끼쳐 왔다. 특히 경전을 베끼는 행위는 서체(書體)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경전에 담겨 있는 사상과 사건들의 묘사는 건축, 회화, 조각, 음악, 문학 등 예술의 전분야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힌두교는 경전에서 묘사되는 신들의 조상(彫像) 작업을 대단히 중시한다. 불교 전통에서는 자바 섬의 보로부두르(Borobudr) 대탑이 가장 놀랄 만한 예이다. 티베트와 동아시아 불교의 만다라(Mandala)는 경전에 담긴 주요한 사건들과 가르침을 회화적으로 압축하여 표현한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경전은 모든 종류의 음악 작곡에 주제를 제공한다. 유럽의 위대한 명곡들이 대표적이지만 힌두교나 이슬람을 비롯한 모든 종교 전통들 역시 마찬가지로 수많은 예들을 보여 준다. 또한 경전은 연극이나 무용에서 연출되는 이야기들, 시와 소설 등에 주제와 상상력을 제공하고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특히 경전이 신앙인들에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리와 선(善)을 실현하도록 자극하는 이상이 된 점에서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경전이 갖는 궁극적 중요성은 개인이든 공동체이든 모든 인간들의 신앙을 표현하고 상징화하여, 신심 깊은 사람이든 믿음이 없는 사람이든 간에 또 다른 신념이나 가르침의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다. (→ 대순전경 ; 대장경 ; 성서 ; 정경 ; 코란)
※ 참고문헌 Peter R. Ackroyd et al ed., The Cambridge History ofthe Bible, vols. 3,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63~1970/ Robert 0. Ballou ed., The Bible of the World, 1940/ Lewis Browne ed., The World's Great Scriptures, 1946/ Frederick F. Bruce · E.G. Rupp ed., Holy Book and Holy Tradition, Grand Rapids, Mich., 1968/ Hans von Campenhausen, The Formation of the Christian Bible, Philadelphia. 1972/ Brevard S. Childs, Introduction to the dTestament as Scripture, Philadelphia, 1979/ Thomas B. Coburn, Scripture in India, Joumal ofthe American Academy ofReligion 52, 1984, pp. 435~4591 Frederick Mathewson Denny · Rodney L. Taylor ed., The Holy Book in Comparative Perspective, Columbia, S.C., 1985/ William A. Graham, Scripture, 《ER》/ -, Qur'an as Spoken Word, Approaches to Islam in Religious Studies, ed. by Richard C. Martin, Tuscon, 1985/ Lin Yutang ed., The Wisdom of China and India, 1944/ Wilfred Cantwell Smith, The True Meaning of Scripture : An Empirical Historian's Nonreductionist Interpretation of the Qur'an, Intemational Journal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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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 성서학적 측면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된 성서를 일컫는 말. 우리말의 경전(經典) 또는 정경(正經)에 해당하는 '카논'(canon)은 그리스어 '카논' (kanon)을 라틴어로 음역한 것이다. 이 그리스어는 원래 갈대를 뜻하는 셈족어 단어(히브리어로는 '카네' 〔qaneh〕)의 음역이다. '카논' 은 여러 현대어에서는 문자 그대로 '갈대로 만든 어떤 것' 혹은 '갈대와 같이 곧은 것' 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비유적으로는 굳고 또 갈대와 같이 똑바른 어떤 것을 가리켰다. 또한 '카논' 은 자 또는 표준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전'의 이차적인 의미는 교회가 신앙과 관례를 위한 규범으로서 성령의 영감을 받아 쓰여진 성서로 인정하는 책들의 목록이라는 뜻도 있다.
라틴 교회의 교부들은 성서의 율법, 이상적인 인물, 신앙의 조례, 교회의 교리 목록, 목차, 성직자와 성인의 명단을 가리켜 경전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신약성서에서 '경전' (카논)이라는 말은 규칙, 또는 표준(갈라 6, 16), 한계(2고린 10, 13. 15-16) 등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교부 오리제네스는 아타나시오를 본받아 거룩하게 영감받은 책의 목록이라는 의미로 '경전' 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후 경전이라는 말은 성서 자체를 의미하는 명칭으로 사용되어, 성서가 신적인 권위를 가진, 확정된 행동의 법칙을 뜻하게 되었다.
〔구약성서 경전의 종류 및 배열〕 신약의 책들과 같이 구약의 책들도 성령의 영감을 받아 쓰여진 책들이다. 성령은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하는 데에도 작용하였다. 그래서 하느님의 백성들은 이 책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그 책들이 지니고 있는 권위에 완전히 순종하였다. 하느님의 특이한 섭리는 각 책들의 별개의 기원 문제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그 책들을 한데 모아서 집대성시키는 데에도 관여하였다. 각 책마다 이러한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구약의 수많은 책들은 조금도 가감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한데 모아졌다. 이것이 구약성서의 경전과 기원에 관한 근본적인 진리이다.
히브리 성서는 24권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크게 세 부분, 즉 율법서 · 예언서 · 성문서로 나누어지며, 다음과 같은 순서로 되어 있다.
율법서 :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예언서 : 여호수아, 판관기, 사무엘 상 · 하, 열왕기 상 · 하, 이사야, 예레미야, 에제키엘, 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디야, 요나, 미가, 나훔, 하바꾹, 스바니야, 하깨, 즈가리야, 말라기.
성문서 : 시편, 욥기, 잠언, 룻기, 아가, 전도서, 애가, 에스델, 다니엘, 에즈라, 느헤미야, 역대기 상· 하.
위의 배열에서 특징적인 것은, 첫째, 예언서들이 전기 예언서와 후기 예언서로 분류되어 있는 점(전기 예언서는 여호수아서부터 열왕기 하권까지, 후기 예언서는 이사야서부터 말라기까지)과, 둘째, 배열된 순서에 있어서 '축제 오경'이라고 불리는 다섯 두루마리들(룻기부터 에스델서까지)이 한데 묶여져 있다는 점이다.
가톨릭의 성서는 그리스어 성서와 라틴어 성서의 배열 순서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밑줄 친 책은 제2 경전).
오 경 :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역사서 : 여호수아, 판관기, 룻기, 사무엘 상 · 하, 열왕기 상 · 하, 역대기 상 · 하, 에즈라, 느헤미야, 토비트, 유딧, 에스델서 추가 부분, 에스델, 마카베오 상 · 하.
시서(詩書) :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 지혜서, 집회서.
예언서 : 이사야, 예레미야, 애가, 바룩, 에제키엘, 다니엘, 다니엘서 추가 부분, 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디야, 요나, 미가, 나훔, 하바꾹, 스바니야, 하깨, 즈가리야, 말라기.
위의 분류에 따르면, 오경 뒤에 역사서들이 먼저 나열되어 있다. 그 뒤를 이어 시가와 교훈서들(욥기부터 아가까지)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예언서들(이사야부터 말라기까지)이 나온다. 이러한 배열 형식은 70인역의 여러 사본에서 발견되며, 불가타 역에서도 이 순서를 따르고 있다. 현대어로 번역된 성서들도 일반적으로 이 배열 형식을 따르고 있다.
히브리어 경전이 없고 그리스어로 된 경전의 권위는 초기의 교회 공의회에서 인정되었다. 그 후 여러 공의회를 거쳐 가톨릭 교회는 1546년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토비트, 유딧, 지혜서, 집회서, 바룩(예레미야의 편지 포함), 다니엘서 추가 부분(아자리야의 기도, 세 아이의 노래, 수산나, 벨과 뱀), 마카베오 상 · 하권 등을 경전으로 공포하였다. 그 공인본이 된 불가타 역본이 1592년에 출판되었다. 이들은 제1차 바티칸 공의회(1870)가 재차 확인하였다. 이렇게 가톨릭은 히브리 경전에 없는 책들로서 불가타 역본에 첨가된 책들을 경전으로 인정하는 반면에, 프로테스탄트에서는 외경(外經)이라고 부르면서 경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구약성서의 경전화〕 예수와 그 제자들이 사용한 성서는 히브리어 성서였으나, 바오로와 그의 동료 개종자들이 사용한 성서는 그리스어 70인역이었다. 신약에서 구약에 대한 인용과 암시는 거의 80%가 70인역에서 따왔으며, 모든 신약의 저자들은 이것과 아주 친밀하다. 비록 신약의 저자들이 그들의 태도에서 차이가 있다 해도 그들은 구약이 영감을 거룩히 받은 것이며(2디모 3, 16),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예시하였다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신약에서는 구약이 일반적으로 하느님의 영감을 받은 말씀으로 간주되고 있다(마르 7, 13 ; 로마 3, 2 ; 히브 1, 1 ; 2디모 3, 16). 구약은 그리스도에게 인도하기 위해(갈라 3, 24), 하느님의 복음의 약속을 위해(로마 1, 2), 구원에 이르는 지혜를 얻게 하기 위하여(2디모 3, 15) 주어진 것이다. 예수는 율법과 예언서를 없애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마태 15, 17-19).
초대 교회는 처음부터 광범위하고도 가치 있는 거룩한 책으로 '구약성서' 를 유대교로부 터 물려받았다. 뿐만 아니라 초대 교회는 유대교로부터 이 구약성서가 바로 '하느님의 말씀' 이라는 사실도 물려받았다(로마 3, 2). 그래서 교부들은 자기들의 설교가 타당함을 증명하기 위하여 언제나 구약성서를 이용했다. 예수 자신도 구약성서를 하느님을 계시하는 최종적인 것은 아니지만 참된 수단으로 받아들여 이를 거부하는 어떠한 의도도 단호히 거부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자들의 말을 혁파하러 온 줄로 여기지 마시오. 혁파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습니다" (마태 5, 17)는 말은 이 점을 분명히 해주고 있다. 사도 바울로도 구약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로마 1, 2 : 3, 21). 초대 교회의 다른 저자들도 구약성서를 하느님 자신의 말씀, 또는 성령의 말씀으로 인용했으며, 어떤 때에는 "기록되어 있는 바와 같이" 혹은 "성경에 이르기를"이라는 말로 구약성서를 인용하고 있다.
초대 교회의 신앙인들이 이처럼 존중했던 성서들은 오늘날 사용되는 구약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거기에는 2세기 동안에 전설이나 역사 속에 나타나는 유명한 인물들(에녹, 에스라, 모세, 엘리야, 열두 성조)의 이름을 빌려서 발행된 묵시 문학적 문서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 중 몇몇은 신약에서 실제로 경전으로 인용되고 있으나, 그 영향은 그 인용들에서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했다. 바울로, 바르나바, 필립보가 개종해서 그리스 지역에서 선교할 때, 그들은 그리스어로된 70인역에 포함되어 있는 문서들 전부를 경전으로 사용했다. 실제로 신약에서 인용된 구약의 대부분은 히브리어 본문의 원래 의미를 무시하고 70인역에서 직접 인용한 것들이다. 대체로 70인역은 예수와 열두 제자들을 제외한 초대 교회와 신약성서의 모든 저자들에게 성서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신약성서 경전의 형성〕 그리스도교는 지나간 시대의 문서들에 나타나 있는 계시를 상속하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책의 종교였다. 그러나 신약 시대에 와서는 이전의 구약성서에 대한 자세와 새로운 신약의 시대에 행할 그 역할에서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온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성령의 현존이다. 먼저 그리스도교인들은 새로운 계시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계시의 성령께서 다시 그들 안에 활동하시고 하느님의 선물이 모든 믿는 이들에게 활동하신다는 것을 깨닫게되었다. 신약의 백성들에게 봉사자들은 "새로운 계약의 봉사자이며, 그것은 문자의 계약이 아니라 영의 계약이다. 실상 문자는 사람을 죽이지만 영은 사람을 살린다"(2고린 3, 6). 세례성사를 통하여 주어진 예수 그리스도의 영은 구약 시대의 성현들을 감동시켜 신탁들을 말하게 했으며 이 신탁들은 기록되어 옛 계약의 책들 안에 보존되었다. 구약성서의 시대뿐만 아니라 신약성서의 시대에도 동일한 성령이 활동하고 계신다. 그러한 성령의 영감을 받은 신약성서의 시대는 이러한 영감을 깨닫고 있기에 옛 구약성서의 책들에 얽매어 있을 수 없었다.
둘째, 율법학자들의 전통에 대한 배척이다. 신약의 시대에 와서 율법학자들의 구전 전승(口傳傳承)은 배척당하였다. 왜냐하면 그것이 "하느님의 말씀을 무력하게 만들었기 때문" (마르 7, 13)이다. 그 결과 신약 시대는 구약성서를 해석할 때에 율법학자들이 오랫동안 이루어 놓은 업적들에 구애를 받지 않고 많이 자유롭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은 구약성서를 더 이상 "계명과 규정으로 되어 있는 율법" (에페 2, 15) - 이것이 율법학자들의 거의 모든 관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중심으로 되어 있는 책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법에 속해 있지 않고 은총에 속해 있는 자들이며(로마 6, 14), 구약의 율법학자들과는 달리 교묘한 궤변의 체계를 구성하는 데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구약성서에서 찾고자 한 것은 일상 생활을 규제하는 법전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에 대한 증거였다. 그리고 그들이 구약 성서를 해석하는 모든 기준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약의 모든 예언이 성취되었다는 확신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들이 구약을 읽을 때에 그 마음에 너울이 가리워져 있는데 주께로 돌아갈 때에만 그것이 벗겨지게 된다고 확신했다(2고린 3, 14-16).
셋째, 예수의 말씀이 지니고 있는 권위이다. 구약성서와 더불어 그리스도인들은 아직 문서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예수의 말씀에도 처음부터 그 권위를 인정했다. 신약성서 경전의 기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록 그리스도가 구약성서의 책들을 경전으로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자신의 권위도 또한 선언했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분(마태 11, 17 ; 요한 5, 23-24)인 그리스도에게 하느님의 권능과 능력이 주어졌으며 그리스도는 그러한 권능을 행했다(마태 9, 6 ; 요한 5, 27). 그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순종을 요구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말과 행위 - 하느님의 말씀과 행위(요한 3, 17-18. 34-36)를 밝히 말하고 드러내었다. 그를 따르는 자들은 예수의 권위(마태 8, 8)를 인정하고 그에게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부여하였다(마태 14, 33 ; 16, 16). "친히 이르시는 주 예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도 29, 35)라는 말씀은 처음부터 그리스도인들의 최종적인 기준이었다. 예수의 말씀은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다. 라삐의 모든 말을 그를 따르던 제자들이 보존하고 기억한 것과 똑같이, 예수의 말씀은 처음으로 사도들이 보존하였으며 그 말씀은 성장해 가는 교회 안에서 주님의 말씀이 되어 아직도 교회 안에 살아 있으면서 그 삶을 지배하고 있다. 성령의 인도로 예수가 하신 말씀들은 사람들에게 교훈과 위로와 도전과 호소와 조언이 되었으며, 반대자들의 비판에 대한 대답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은 "일찍이 어떤 사람도 그렇게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요한 7, 46)라는 고백대로 하느님의 의지와 본성을 꿰뚫는 통찰력이 되었다. 복음서가 기록되기 이전에 오랫동안 제자들의 기억 속에 보존되어 입으로 전해 내려온 예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최종적인 권위의 역할을 했으며 또한 구약성서를 이해하는 방법을 결정하였다. 이때에 교회에서는 신약성서 경전의 중요한 부분이 싹트기 시작했다 . 그 당시에 교회에는 어떠한 문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복음서들이 기록되고 교회에서 점차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 복음서들이 권위를 지니게 된 것은 우선 그것이 거룩한 책이기 때문이 아니라 예수의 거룩한 말씀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말씀이 지니고 있는 권위이며 책이 지니고 있는 권위는 이차적이고 부차적이었다.
사도들도 역시 구약성서의 책들을 경전으로 인정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절대적인 "경전" 으로 선포했다. 바울로는 자신의 말과 주님의 말씀을 분명히 구분했다(1고린 7, 10-12). 초대 교회는 구약성서와 예수 그리스도의 언행 모두를 경전으로 인정했으며, 초대 교회의 교부들은 자신들의 책에 구약성서와 예수의 말씀을 똑같이 인용했다.
예수는 세상을 떠나시기에 앞서 교회로 하여금 자신의 권위를 계속 지닐 수 있게 했다. 그는 사도들을 뽑았으며, 이들은 성령의 인도를 받아 예수의 말씀을 선포하고 그분의 직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증인들로서 그가 행하신 것을 보고, 들은 것을 계승할 수있었다. 그들이 행한 복음 선포(Kerygma : 선포, 증언)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의 구원을 위해 오신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것이었다. 이 '케리그마' 라는 말은 '기쁜 소식' (복음)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믿는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있는 말씀은 구원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사도들은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성령을 받았다(사도 1, 8). 더욱이 그리스도는 그들을 통해 활동하심으로써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 관해 설교할 수 있도록 허락하심으로써 그들에게 권위를 부여했다. 그 결과 예수의 권위는 사도들의 말(사도 2, 42 : 10, 44 ; 15, 23-29 ; 16, 4)뿐만 아니라 그들의 편지(로마 15, 18-20 ; 1고린 2, 1-5 ; 1데살 5, 27 ; 유다 17장)에서도 드러났다. 교회들도 역시 사도들의 권위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에페소서 2장 20절에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놓은 교회의 "기초", , "모퉁잇돌"(에페 2, 20 ; 참조 ; 1고린 3, 11 ; 에페 4, 11)이라고 불린다.
초대 교회의 교부들(100년경)은 사도들(열두 사도와 바울로)이 선포한 거룩한 말씀들이 경전임을 인정했다. 분명히 교부들은 기록된 복음서들을 잘 활용했으며 바울로와 다른 사도들의 편지들을 수집했는데, 그들은 이러한 자료들에서부터 예수와 사도들의 말씀들을 인용했다. 그 당시의 교회들도 이러한 자료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어떤 공동체에 보내진 편지들이 그 모임에서 낭독되고 또 다른 교회들로 전수되었기 때문이다(골로 4, 16 ; 1데살 5, 27 ; 2베드 3, 15-16). 이러한 현상으로 말미암아 초대 교회는 오늘날 신약성서라고 불리는 책들을 경전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4세기 말에 접어들면서 동방 교회들 중 중요한 위치에 있는 교회들은 요한 묵시록, 요한 2서와 3서, 베드로 후서, 유다서를 제외한 22권의 문서만을 신약성서의 경전으로 받아들였다. 시리아 교회에서는 타시아누스의 디아데싸론을 4복음서 대신에 사용하였다. 400년경의 사도헌장에서는 오늘날의 신약 경전에서 요한 묵시록을 제외한 26권의 문서와 글레멘스 제1, 제2 서신을 경전의 목록으로 수록하고 있다. 이 경전 목록은 콘스탄티노플에서 692년에 있었던 퀴니섹스타(Quinisexta) 공의회에서 인준되었다. '서방 교회' 에서는 히포 공의회(393)에서 히브리서를 바울로 서신의 목록에서 제외한 것 외에는 오늘날의 경전 목록과 똑같았다. 카르타고 공의회(419)는 히브리서를 바울로 서신에 포함시킴으로써 오늘날의 신약 경전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 제2 경전 ; 외경 ; 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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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리아의 율법서 토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