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혼설

三魂說

[라]tres animae · [영]three sou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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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중국에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들이 중세 스콜라(scholostica) 철학에서 설명하는 세 가지 혼(魂)을 한문으로, 번역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한 철학 용어. '혼삼품설' (魂三品說)이라고도 한다. '삼혼' 이란 모든 생물의 근본 질료(質料) 즉 원질(原質)을 이루는 원료로서의 형상(形相, 에토스)인 세 가지 혼(魂)을 말한다. 이 용어와 의미는 그 후 한역 서학서(漢譯西學書)를 통해 조선에도 전달되어 당시의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본래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383~322/321)는 스승 플라톤(Platon, 기원전 427~347)과는 달리 형상이 질료에 내재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삼혼' 을 식물의 혼인 생혼(生魂, ame végé tale), 동물의 혼인 각혼(覺魂, ame des betes), 인간의 혼인 영혼(靈 魂, ame, 즉 anima)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이 중에서 생혼은 유기체로서의 식물이 형태와 생명 등 가장 본질적인 기능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초질료적(超質料的) 인원리이고, 각혼은 생혼의 기능을 갖는 동시에 감각적인 기능까지 소유하는 동물의 혼을 말하며, 영혼은 이 둘의 기능을 포함하는 가장 우월한 인간 각자의 영적인 체형(體形)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 후 스콜라 철학의 융성기에 활동한 성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는 인간의 혼은 "개성을 가진 영적인 체형으로 육신의 형상이 된다" 고 설명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철학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의 원리가 중국 선교사들에게 그대로 원용되었으며, 한역 서학서를 저술하면서 '삼혼설' 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우선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는 《천주실의》(天主實義)의 혼삼품설을 통해 초목지혼(草木之魂)인 생혼과 금수지혼(禽獸之魂)인 각혼은 초목과 금수가 죽으면 혼 또한 사라지는 데 반해 인혼(人魂)인 영혼은 영구히 불멸한다고 설명하였다(제3편 論人魂不滅大異禽獸). 마찬가지로 삼비아시(F. Sambiasi, 畢方濟)도 《영언여작》(靈言蠡勺)을 통해 특히 아니마(亞尼瑪, anima)를 영혼으로 번역하면서 이를 생혼 · 각혼과 구별하여 불멸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상권, 論亞尼瑪之體) . 이것이 바로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혼백(魂魄)의 원리와 다른 서양의 영혼 불멸설(靈魂不滅說)이다.
이와 같은 삼혼설은 한역 서학서의 조선 전래와 함께 지식인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은 동양의 전통 사상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죽은 뒤에 "혼백은 없어지거나 흩어지고 만다" (魂魄消散)라고 이해해 왔으며, 조선 후기에는 이와 관련하여 인성과 물성의 동이론(同異論)에 대한 논쟁이 심화되고 있었다. 그러므로 우선 신후담(愼後聃)은 《둔와 서학변》(遯西學辨)을 통해 삼비아시의 영혼론을 설명하면서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였고, 안정복(安鼎福)은 <천학문답>(天學問答)에서 서양의 삼혼설이 순자(荀子)가 화수(火水) · 초목(草木) · 금수(禽獸) · 인간을 구분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하였다. 반면에 권철신(權哲身) · 일신(日身) 형제는 한역 서학서를 통해 삼혼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정약용(丁若鏞)은 한유(韓愈)의 성삼품설(性三品說)을 비판하면서 서양의 혼삼품설에서 영향을 받아 초목 · 금수 · 인간의 새로운 '성삼품설' 을 주장하기도 하였고, 정하상(丁夏祥)은 <상재상서>(上宰相書)에서 이 삼혼설을 그대로 이어받아 설명하였다. (→ 영혼 ; 《영언여작》)
※ 참고문헌  天主實義》 《靈言蠡勻》 J. Bobik, 《NEC》 13, pp.447~4481 《가톨릭 사전》 Richard P. McBrien ed., The HarperCollins Encyclopedia ofCatholicsm, San Francisco, Harper Co., 1995/ 《ODCC》 Johannes Hirschberger, Geschichte der Philosophie, Herder, 1960/ 崔東熙, 《西學에 대한 韓國實學의 反應》, 高麗大學校 民族文化研究所, 1988/琴章泰, 〈丁茶山 思想에 있어서 西學의 影響과 그 意義〉, 《國際大論文集》 3집, 1975/ 車基真, 〈茶山의 西學 인식 배경과 西學觀〉, 論文集》 8집, 韓國學大學院, 1993. 〔車基真 · 梁蕙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