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영생을 준다는 초자연적인 나무. 창세기 2장 9절에 언급된 에덴 동산 한가운데 있는 '생명 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선악과나무' 중 전자를 말한다.
〔고대 신화 및 민담〕 나무는 오랜 세월 대지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하늘로 치솟으며, 옆으로 크게 뻗고 많은 열매를 맺어 뭇 생명을 살린다. 고대인들은 하늘과 땅을 이어 주고 병을 치유해 주며, 생물들의 생명을 보호해 주고 풍요롭게 하며 영원히 지속시켜 주는 힘이 특별한 나무에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의 대표적인 표상이 고대 신화와 민담에서 세계의 축으로 숭배받았던 우주 나무(cosmic tree, 宇宙木) 또는 세계 나무(world tree, 世界木)이 다. 성서에도 이런 표상의 흔적은 여기저기에 나타나는데 가령 가나안 사람들의 나무 신앙(이사 1, 29 : 예레 2. 20. 27 : 호세 4, 12), 마므레의 상수리나무(창세 12, 6 ; 13, 18)와 오브라에 있는 상수리나무(판관 6, 11. 19) 등 에 나타난 신적인 존재의 현현(2사무 5, 24 : 1열왕 19, 5), 거대한 우주 나무의 모습(에제 17, 22-24 : 31, 2-9 ; 다니 4, 7b-9) 등이다.
우주 나무의 의미는 두 가지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하늘과 땅 즉 신적 세계와 인간 세계를 잇는 수직적 차원으로, 신탁(神託)이나 특별한 신적 지혜가 여기에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의 중심이 배꼽이라는 수평적 차원으로, 모든 생명력과 풍요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 나무도 이러한 믿음에서 유래하였다고 추정된다. 본래 죽어야 할 존재로 창조된 인간이 특별한 나무의 열매 같은 거룩한 물질을 먹거나 마시면 신만이 누릴 수 있는 영원한 생명을 가질 수 있다고 꿈꿔온 것은 아주 오래되었으며, 동서고금에 두루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성서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고대 근동 문헌에는 사람에게 영생 또는 영원한 젊음을 가져다 주는 특별한 식물이나 음식, 물 등이 자주 등장한다. 잘 알려진 예가 메소포타미아의 영웅 길가메쉬(Gilgamesh)가 얻은 풀인데, 이 풀은 생물의 기운을 되찾게 해주는 회춘 식물이었다. 그러나 길가메쉬는 이 풀을 뱀에게 빼앗기고 만다(<길가메쉬 서사시> 11토판, 263~291 ; 《ANET》 96). 이 밖에도 '생명의 음식' 과 '생명의 물' 은 여러 근동 문헌에서 등장하며(《아다파 신화》 67~68, 《ANET) 101~103 : 《이쉬타르의 하강》 34. 38, 《ANET) 107~109), 특히 특별한 치유력을 지닌 키스카누 나무가 아카드의 마법서에 소개되어 있다. 또한 메소포타미아의 각종 기념물 · 비석 · 원통형 인장 등에도 신화적 동물과 함께 나무가 새겨진 예들이 있는데, 이 나무들은 거룩한 나무 · 지식의 나무 · 생명 나무등으로 해석된다.
〔성서에서의 생명 나무〕 창세기의 낙원 설화 : 구약성서에 나오는 생명 나무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중 첫 번째가 낙원 설화(창세 2, 4b-3, 24)에 언급된 생명 나무이다. 이 나무는 에덴 동산 한가운데에 있던 두 그루 나무 중 하나로, 이 나무의 열매를 먹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3, 22). 낙원 설화에 나오는 나무중에는 생명 나무 외에도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도 있었다. 창세기에 보면 생명 나무 열매를 따먹는 것이 처음에는 금지되지 않았으나(2, 16) 인간이 죄를 지은 다음에는 생명 나무로 가는 길이 완전히 차단되었다(3, 24). 사실 구약성서에서 '생명' 이라는 개념은 육체적 목숨(נֶפֶשׁ)의 지속만을 가리키지 않고 의미가 충만한 삶(חַיִּים)까지 포괄하는 폭 넓은 개념이었다. 반면에 '생명 나무 에서 '생명' 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 히브리어는 '하이임' (חַיִּים)이다. 생명 나무는 낙원 설화의 처음과 끝에만 등장한다. 결국 성서의 이 설화에서 생명은 하느님과 무관한 어떤 독립적인 실체(나무 같은)에서 유래하지 않고, 하느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 안에서 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생명 나무의 개념이 '영원한 생명' 과 '하느님의 동산' 이라는 기본 소재에 있어서 근동 문헌과 일맥 상통하지만,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근동 문헌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물질을 강조하였으며 그런 물질이 독립적이고 주술적인 실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의 샘 곁에 자라는 나무 혹은 바빌로니아에서는 대추야자나무를 생명 나무라고 부르기도 하였고, 팔레스티나에서는 테레빈 나무(옻나무과)를 생명 나무라고 불렀다는 견해도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또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이 나무 열매를 한 번만 먹어도 되는가 아니면 계속 먹어야 되는가 따위의 논의도 있었다.
구약성서에서의 비유적인 표현 : 생명 나무에 대한 구약의 두 번째 모습은 지혜 문학서인 잠언에 나온다(잠언 3, 18 : 11, 30 : 13, 12 : 15, 4 : 참조 : 칠십인역 이사 65, 22). 잠언에서 생명 나무는 생명의 길 (10, 17 : 15, 24) 이나 생명의 '샘' (13, 14 : 14, 27 : 16, 22) 같은 표현처럼, 생명을 보존해 주는 힘을 가리키는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나무가 지닌 신화적 표상이 배경 속에 희미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창세기에 나오는 생명 나무와 구분된다. 그러나 비록 신화적 이미지의 농도 차이는 있지만 구약성서에서 생명과 지혜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있다. 주님의 법(토라)과 계명을 지키는 이는 생명에 이르며(잠언 4, 13 ; 6, 23 : 10, 17 ; 11, 19 : 12, 28 등),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은 하느님의 지혜를 찾는 것이다. 생명은 지혜와 동일하거나(3, 18) 밀접한 것이며(3, 2. 22 ; 4, 10 : 8, 35 : 9, 11 : 15, 4), 의로운 이가 생명의 나무라는 결실을 얻는다(11, 30 ; 13, 12). 주님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은 "그 잎사귀가 시들지 아니하고 제철따라 열매 맺는"(시편 1, 3a) 나무와 같다. 비록 이 나무가 생명 나무라고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야훼 하느님에 의해 생명이 유지되는 나무임을 암시하고 있다. 또 의인은 주님의 집에 심어진 레바논의 백향목같이 늘 푸르를 것이라고 하였다(시편 92, 13-14). 이러한 구절에서 보듯이 생명 나무도 지혜와 연관되고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지혜와 연관된다는 점에서(창세 3, 6), 본래 우주 나무라는 한 나무 이야기가 후에 두 나무 이야기로 발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묵시 문헌에서의 표현 : 생명 나무의 관념은 신구약 중간기의 묵시 문학에도 등장한다. 구약성서의 위경인 제1 에녹서에도 마지막 날 하느님이 즉위할 옥좌를 둘러싼 향기로운 나무가 언급되어 있다. 이 나무의 열매는 큰 심판의 날이 있는 날 뽑힌 의인과 겸손한 사람들에게 생명으로 주어질 것이라고 하여 종말 때까지 유보된다(1에녹 24, 3-25, 5). 낙원에 있는 생명 나무에 관해 다른 문헌들도 비슷한 표현들을 사용하였다(《레위의 계약》 18, 10-11 :
4에즈 7, 123-124 : 8, 52 ; 참조 : 1 QH 8, 5-6).
요한 묵시록에서의 표현 : 신약성서에서 생명 나무는 요한 묵시록에만 나타난다(묵시 2, 7 : 22, 2. 14. 19).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 중 에페소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승리자들은 하느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 나무에서 먹을 것을 받으리라는 약속을 받는다(2, 7). 요한은 새 예루살렘에 대한 환시를 보았는데(21, 9-22, 5), 생명 나무는 하느님의 옥좌로부터 흘러내리는 생명수의 강 양쪽, 하느님의 도성의 거리 한가운데서 자란다(에제 47, 1-12 참조). 그리고 그 나무는 일 년에 12번 매달 열매를 맺고 그 나무의 잎들은 민족들을 치유하는 데 사용된다(묵시 22, 2) . 의인들은 생명 나무에 참여할 권한을 얻을 것이며(22, 14), 요한 묵시록 말씀들 가운데서 무엇을 빼는 자는 생명 나무에서 얻을 그의 몫을 빼앗기게 된다(22, 19).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생명 나무의 배경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나무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크우론'(ξύλον)은 목재 · 몽둥이 · 막대기 등은 물론(마태 26, 47 : 마르 14, 43) 교수대인 십자가를 뜻하기도 한다(사도 5, 30 : 10, 39 ; 13, 29 : 갈라 3, 13 : 1베드 2, 24). 그래서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생명 나무가 십자가를 빗댄 표현이라고 보기도 하고, 칠십인역 성서(특히 창세 2-3장)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표현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요한 묵시록은 창세기에 나왔던 생명 나무라는 표상을 이용하여 하느님과 하느님의 어린 양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생명과 구원이 이미 풍성하게 주어졌으며, 구원의 역사가 완성되는 종말에 이루어질 낙원인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확신과 희망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임인 교회가 현존하는 생명 나무라고 한다면, 이 나무에 대한 옛 믿음을 보여 주는 흔적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 수 있다. (⇦ 선악과나무 ; → 낙원 ; 아담)
※ 참고문헌 E.D. James, The Tree ofLife : An Archaeological Study, Leiden : E.J. Brill, 1966/ R. Cook, The Tree of Life, Themes & Hudson, 1988/ G. Widenren, The King and the Tree ofLife in Ancient Near Eastem Religion, Uppsala, 1951/ R. Marcus, The Tree of Life in Proverbs, 《JBL》 62, 1943, pp. 117~120. [李鎔結]
생명 나무
生命
〔라〕lignum vitae · 〔영〕tree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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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에덴 동산 한가운데 있는 생명 나무와 선악과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