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6년 5월 18일에 발표한 교회 생활과 세상의 삶에 있어서의 성령에 관한 회칙. 그 해 성령 강림 대축일에 서명한 이 회칙은 앞서 발표한 일련의 회칙, 즉 하느님 아버지(성부)에 관한 회칙인 <인간의 구원자>(Redemptor Hominis, 1979. 3.4), 하느님의 아들(성자)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회칙인 <자비로우신 하느님>(Dives in Misericordia, 1980. 11. 30)에 이어, 성령에 관한 동 · 서방 교회의 전통 가르침을 개괄하면서 현대 세계에서 이 세상을 새롭게 변혁시키는 성령의 역사를 부각시키고 있다. 성령을 강조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특징을 감안할 때 이 회칙은 공의회의 가르침에 대한 필수적인 보완이라고 할 수 있다. 총 3부 67항으로 이루어진 이 회칙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리스도 탄생을 기원으로 하는 2000년의 '대희년' 을 앞두고 전세계와 인류의 죄악에 대한 각성 그리고 이에 따르는 회개와 화해를 촉구하였다.
〔주요 내용〕 성령에 대한 교회의 신앙과 사명 : 교회는 성령에 대한 신앙을 표현하면서, 성령이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분"이라고 선포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가르침을 받고 오순절의 성령 강림 체험과 사도시대 역사를 겪으면서 체득한 바에 따라 처음부터 성령에 대한 신앙을 선포하였다. 성령은 생명을 주시는 분, 하나이며 삼위로서 그 깊이를 헤아릴 길 없는 하느님이 인간들에게 자신을 건네 줄 때에 그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분, 인간들 안에 영원한 생명의 샘을 만들어 주는 분으로 선포해 온 것이다. 교회가 끊임없이 고백해 온 이 신앙을 하느님의 백성은 그 의식 속에서 항상 새롭게 되살리고 더욱 깊이 뿌리내리게 하여야 한다. 교회의 이 신앙은 우리 시대에 와서 다시 한번 성령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새롭게 하고, 생명을 주는 분으로서 그분에 대한 믿음을 쇄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류 가족과 함께 그리스도 이후 2000년의 종결점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이 때, 교회는 성령을 선포해야 하는 자신의 사명을 다시 한 번 새롭게 깨닫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물"이 용솟음치는 샘이며 진리이고, 구원의 은총인 성령에 대한 그리스도의 말씀들을 두고 묵상하며, 신앙인들과 모든 사람에게 이 말씀들을 상기시키는 한편, 그리스도교 역사가 2000년대에서 3000년대로 넘어가는 대희년을 경축할 준비를 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 회칙을 통하여 "성령께서 교회를 충동하시어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그 구원의 원리로 삼으신 하느님의 계획을 온전히 실현하는 데 협조하도록 하셨음"을 깨닫게 하고자 한다.
성령의 은총과 회개 : 성자께서 세상에서 성취하도록 하느님 아버지께 받은 사명을 다 마친 후, 오순절날에 성령을 보내셨다. 이 성령은 교회를 영구적으로 성화시킬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믿는 이들을 유일한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에게로 인도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오순절을 교회의 탄생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락방의 고별사에서 예수는 당신의 '떠나심' 을 대신하여 올 성령을 알려 주며 약속하였다. "그분이 오시면 세상을 책망하시며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대해서 밝혀 주실 것입니다" (요한 16, 8). 아들로부터 구속 사업을 전해 받은 성령은 구원을 위하여 "죄를 밝혀야 하는" 의무도 같이 떠맡은 것이다. 죄를 드러내는 일은 동시에 성령의 능력으로 죄의 용서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회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죄를 밝히 드러내야 한다. 회개는 양심의 내적 심판을 요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진리의 영이 인간의 가장 깊은 마음속에 작용함을 나타내는 증거를 볼 수 있으며, 이는 동시에 은총과 사랑의 새로운 선물이 시작됨을 뜻하기도 한다.
성령은 양심을 밝혀 주는 빛이 됨으로써 "죄를 들어 밝히신다." 인간이 자신의 악을 깨닫도록 하고 동시에 그를 선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성령의 일곱 가지 선물을 통해 모든 악은 분쇄되고, 대신 모든 선이 실현된다." 그러므로 성령의 도움으로 죄의 용서를 위하여 필요 불가결의 조건인 인간 마음의 회개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진리의 영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이루어지는 "죄를 들어 밝히는 일"은 인간에게 있어 양심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올바른 양심의 첫 번째 결과는 선과 악을 정확히 식별해 내는 일이다. 온갖 종류의 살인 · 집단 학살· 낙태 · 안락사 · 고의적인 자살과 같이 생명 자체를 거역하는 모든 행위와, 지체의 상해 · 육체와 정신의 고문 · 심리적 탄압과 같이 인간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와, 인간 이하의 생활 조건 · 불법 감금 · 유형 · 매춘 · 노예화 · 인신 매매 · 노동의 악조건과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모든 행위 등이 우리 시대에 너무나 자주 또 너무나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모든 행위와 또 그에 준하는 다른 모든 행동들은 실로 파렴치한 것들이다. 그것들은 인간 문명을 부패시키는 행위들이며, 그 행위를 당하는 사람 못지않게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을 한층 더 더럽히는 행위로서, 창조주에 대한 극도의 모욕이다. 우리 시대에 와서 이런 정신과 마음의 상태는 죄에 대한 감각의 상실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령에 의해 "죄가 밝히 드러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정의와 사랑"을 두고도 그분의 역할을 똑같이 받아들인다. 사람들과 사람의 양심을 도와 죄의 진리를 깨닫게 하는 진리의 영은 정의의 진리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령의 인도를 받아 회개하는 사람은 '심판' 의 고뇌로부터 벗어나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정의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세상의 죄를 들어 밝히시는" 성령, 아버지와 아들의 영은 이런 정의를 통해 자신을 계시하고, 영원한 생명의 영으로서 인간 안에 현존하게 되는 것이다.
생명을 주는 성령을 맞이하는 교회 : 교회가 2000년에 경축하게 될 대희년을 바라보며 그 생각과 마음이 향하는 곳은 성령이다. "생명을 주시는" 성령의 업적은 육화 신비에서 그 정점에 이른다. 육화의 신비를 통해 이 신적 생명의 원천이 인류 역사 안에 새로운 방식으로 분출되어 나타났는데 그분이 바로 성령이다. 그분은 모든 나라, 모든 민족, 모든 지역과 문화, 모든 언어와 대륙의 사람들의 머리가 되어 그들을 구원으로 부르는 것이다. 대희년에 드러나게 될 모습 그대로 교회의 모든 생활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 생명을 주는 성령을 맞이하러 나가는 일을 의미한다. 2000년의 대희년은 성령의 활동을 통한 해방의 소식을 담고 있다. "주님의 영이 계신 곳에 자유가 있다."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 환멸 · 희망 · 포기 · 재출발 등의 과정을 걸어가면서도 교회는 자기 기원의 신비에 항상 충실하다. 교회는 사도들처럼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꾸준히 기도하고 있다.
"성령과 신부가 주 예수께 말씀하십니다. 오소서!"(묵시 22, 17) 교회는 하느님 안에서만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행복을 성령께 간청한다.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기쁨,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정의와 평화와 성령 안에서의 기쁨"을 청한다. 평화의 길이 결국 사랑을 통과하게 되어 있고 사랑의 문화를 창조하기 때문에, 교회는 아버지의 사랑이며 아들의 사랑이신 분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점증하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계속 신뢰를 가지고 지상에서 평화를 위해 간구하며 사람들 사이에 평화를 이룩하기 위하여 봉사하고 있다.
〔의 의〕 세계 교회가 대희년을 준비하는 것에 토대를 마련한 이 회칙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과학 기술 문명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인류가 불확실성으로 위협받고 있는 이 시대에, 이 희망의 메시지는 바로 확신의 회복이다. 이 확신은 우리의 창조된 세계에 창조되지 않은 선물인 성령이 현존한다는 확신이며, 생명을 주는 주님인 성령이 우리의 손으로 퍼뜨리고 있는 온갖 죽음에서 우리를 살려 주는 분이라는 확신이다.→ 성년 ; 성령)
※ 참고문헌 Ioannes Paulus PP. II , Litterae encyclicae Dominum et Vivificantem de Spiritu sancto in vita ecclesiae et mundi, 1986. 5. 18, Vatican City/ Enchiridion Vaticamum 10, 1990, pp. 286~461/ 이병호 역, 《생명을 주시는 주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6/ Cardinal Hamer, Press Conference on Dominum et Vivificantem, L'Osservatore Romano 23(1986. 6. 9), pp. 16~17. [姜大仁]
<생명을 주시는 주님>
生命 - 主 -
〔라〕Dominum et Vivifican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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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성령은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분"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