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3월 25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에 관하여 반포한 회칙.
이 회칙은 1991년 4월 4~7일 로마에서 개최된 특별 추기경 회의에서 인간 생명에 대한 위협 문제를 다루면서 이 문제에 관하여 교황에게 응답해 줄 것을 청원함으로써 마련되었다.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에 대한 교회의 입장 표명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 헌장 27항과 51항에서 찾을 수 있다. 또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 1967. 3. 26) 8항 및 45~46항, <세계 정의에 관하여>(De Justitia in Mundo, 1971. 11. 30) 35항, <자유의 전갈>(Libertatis Nuntius, 1984. 8. 6) 6항과 76항, <사회적 관심>(Sollicitudo Rei Socialis, 1987. 12. 30) 23항과 33~34항, <가정 공동체>(Familiaris Consortio, 1981. 11. 22) 50~74항, <평신도 그리스도인>(Christifideles Laici, 1988. 12. 30) 38항, 교황청 보건 사목 평의회가 발표한 <생명의 봉사자 : 의료인 헌장>(Charter for Health Care Workers, 1994) 등에도 나타나 있다.
〔구성과 내용〕 회칙 <생명의 복음>은 서론을 비롯하여 제1장 인간 생명에 대한 현대적 위협(7~28항), 제2장 생명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메시지(29~51항), 제3장 하느님의 신성한 법(52~77항), 제4장 새로운 생명 문화를 위하여(78~101항), 그리고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론 : 회칙은 서두에서 예수가 전파한 메시지의 핵심이 생명의 복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예수의 구원 사명은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요한 10, 10)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생명' 안에서 인간 생명의 모든 양상과 국면들이 충만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현세적인 존재의 차원을 넘어선 충만한 생명, 즉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도록 부름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 생명은 비교될 수 없고 측량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현세적인 생명은 궁극적인 실재가 아니고 준궁극적인 실재이다.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천명하고 있는 이 회칙은 생명의 복음이 믿는 이만이 아니라 믿지 않는 이에게도 공감을 주고 있음을 아울러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현대 상황에서 인간 생명이 다방면에서 위협을 받고 있음을 <사목 헌장> 27항을 인용하여 상기시키면서, 의학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의료 윤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하였다(4항). .
제1장 : 생명에 대한 폭력의 기원을 성서의 카인과 아벨 이야기(창세 4, 8 이하)에서 찾으면서, 이후 인류 역사 안에서 자행된 생명 파괴의 예로 살인 · 전쟁 · 집단 학살 · 가난 · 영양 실조 · 기아 · 낙태 · 안락사 · 대규모의 출산 통제 계획 등 반생명적인 현실들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오늘날 생명 위협의 주된 요인으로 자유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개인주의적인 자유 이해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개인적인 상황의 불가피성을 넘어서 문화적 · 사회적 · 정치적 차원으로까지 확산되었음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생명 위협의 현실들은 직접적으로 생명 존중을 거스르는 공격이며 인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인 셈이다. 이에 이 회칙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가 되기보다는 거부당하고, 소외되고, 뿌리뽑히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사회가 되어 가고 있음"(18항)을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약화되는 현실에서 세속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적 · 문화적 풍조의 전형인 하느님 의식과 인간 의식의 실종을 내다보았다. 즉 하느님 의식이 실종될 때, 인간 의식 또한 사라진다는 것이다(21~24항). 이러한 하느님 의식과 인간 의식의 실종은 실천적 유물론에서 비롯되었으며, 이 유물론은 개인주의 · 실용주의 · 쾌락주의를 낳고 있다고 하였다(23항). 이러한 풍조에서 육체는 더 이상 고유한 인간적인 실재, 즉 타인과 하느님과 세계와 관계를 맺는 표징과 장소로 여겨지지 않는다.
또 인간 의식과 하느님 의식의 실종이 윤리 의식의 핵심을 거스른다고도 하였다. 즉 개인 양심 문제와 사회 윤 리 의식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가 생명에 반하는 행위를 옹호하고 있는 것을 매우 위험하게 보았다. 따라서 현 세계는 "진리를 불의로 짓누르는 인간들의 모든 불경과 불의"(로마 1, 18)로 구성되어 있다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이 회칙은 생명 위협에 대한 비난만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려는 자발적인 움직임 · 생명 후원 센터 · 자원 봉사자 단체 · 안락사와 낙태 등 생명 옹호에 대한 사회적인 각성을 촉구하는 운동 · 전쟁 반대 운동 · 생명 윤리학(bioethics)의 보급 · 사형 제도에 대한 공적인 반대 · 삶의 질과 생태계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을 희망의 표징으로 보았다(25~28항).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생명을 옹호해야 할 책임을 부과하였다.
제2장 : 생명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메시지에 대해 언급하면서 생명의 복음이 구체적이고 인격적인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즉, 예수의 인격 자체를 선포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요한 14, 6). 따라서 인간은 예수의 언행과 인격 자체를 통해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에 대한 완전한 진리를 터득하여야 한다. 아울러 생명에 관한 충만한 복음 메시지는 구약성서에서 이미 준비되어 왔다(출애 1, 15-22 : 욥기 3, 20-21)고 설명하였다. 또 "생명은 언제나 선하다"고 선언하였다. 왜냐하면 인간은 비록 진흙으로 빚어졌지만(창세 2, 7 ; 3, 19), 이 세상에 하느님을 증거하는 존재이고 그분이 존재한다는 표징이며, 그분의 영광의 흔적이기 때문이다(창세 1, 26-27 ; 시편 8, 6). 이 회칙은 이 같은 언급으로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음을 강조하여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모상이 회복될 때 인간은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고 궁극적인 완성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36항)
이 회칙은 특히 인간 생명의 주인은 오로지 하느님임을 언급하면서(39항)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일체의 현실 들과 인간의 이기적인 자유를 비난하였다. 그리고 인간 생명이 보호되고 존중되어야 하는 책임은 인간 스스로 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자신의 생명권 못지않게 타인의 생명권 역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생명의 복음이 십자가 나무 위에서 완성되었다고 천명하였다(50항). 지상적인 생명은 그 자체로 고유한 존엄성을 지니고 있지만 예수처럼 생명을 버릴 때 그 생명이 더욱 충만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3장 : 여기에서는 '살인하지 못한다' 는 계명에 초점을 맞추었다. 인간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고 인간 생명은 하느님의 창조 행위와 관련된 신성한 것이며, 그 생명의 유일한 목적인 창조주와 특별한 관계로 맺어져 있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인간 생명을 파괴할 수 없다. 그래서 이 회칙에서는 사형 제도 · 낙태 · 유전자 조작 · 안락사 모두를 거부하였다. 또한 반생명적인 현실들을 국가의 법이 용인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하였다. 여기에는 윤리적인 상대주의가 그 밑바닥에 깔려 있으며, 윤리적인 상대주의의 모순을 드러내 주는 것이 바로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아울러 국가법의 참된 목적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인간에게 본래적으로 속한 기본권들, 즉 모든 법이 반드시 보호해야 할 권리들을 존중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71항).이 권리들 중에서 첫 번째이며 기본적인 권리는 모든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이 지닌 불가침권이다.
제4장 : 먼저 인간 생명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파견 소명에 대해 언급하였다(78~80항). "이 생명의 복음의 빛을 받는 우리는 그것을 선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며, 그 놀라운 참신함을 증언할 필요성을 느낍니다"(80항). 한편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의 복음 선포 이전에 모든 사람들을 오묘하게 창조한 생명의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길러야 한다. 즉 회칙은 모든 생명체 안에서 발견되는 창조주의 반영을 찾을 것을 강조하였다(83항). 아울러 생명의 복음이 무엇보다도 우리의 일상 안에서 발견되고 경축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 안에서 발견되는 하느님의 선물, 생명의 선물에 대한 책임 있는 응답과 수용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한 노력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인간 생명 증진을 위한 사랑의 봉사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자원 봉사 활동 · 사회 활동 · 정치적 투신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자연적인 출산 조절을 위한 센터 · 혼인과 가정 문제 상담 기관 · 원조 센터 · 약물 중독 치료 단체 · 미성년자들과 정신 질환자들을 위한 거주 공동체 · 에이즈 환자 보호 구제 센터 · 장애인들과의 연대를 위한 협회 · 의료 분야 종사자들의 특별한 의무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끝으로 '생명의 성역' 인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92~93항), 최근 노령화가 증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노인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도 잊지 않았다(94항) .
결론 : 여기에서는 예수 강생의 신비와 그 생명을 받아들인 성모 마리아에 대한 묵상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이의 이름으로, 모든 이를 위해서 '생명' 을 받아들이신 분은 동정 성모 마리아이십니다"(102항). 요한 묵시록 12장 4절이 전하고 있듯이 성모 마리아가 생명을 위협하는 악의 세력 앞에 서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이 회칙은, 궁극적이고 영원한 죽음의 단죄로부터 인간 생명을 구원하는 데 동참하였기에 성모 마리아가 생명을 지키는 수호자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끝에 "오 마리아, 새 세상의 빛나는 새벽이며, 살아 있는 이들의 어머니시여! 생명의 모든 원리를 당신께 맡겨 드리나이다"라고 고백하였다.
〔의 의〕 회칙 <생명의 복음>은 현대 사회 안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생명적인 현실과 '죽임의 문화' 에 대항하여 '생명의 문화' 를 이끌어 가기 위한 교회의 선도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초기부터 존재하였던 반생명적인 현실이 현대에 이르러서도 살인 · 전쟁 · 집단 학살 · 낙태 · 안락사 · 자살 · 사형 제도 · 가난 · 기아 · 주거 환경 악화로 인한 유아 사망 등으로 인간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회칙은 생명에 대한 가치와 불가침성에 대한 종전의 교회의 입장들을 종합하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생명 수호를 위하여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생명 ; 생명권 ; 생명 윤리 ; <생명을 주시는 주님> ; <생명의 봉사자>)
※ 참고문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생명의 복음》,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 1995/ B. Hairing, Free and Faithful in Christ : Moral Theo-logyfor Clergy and Laity, vol. 3, Crossroad Publishing Co., 1981(소병욱역, 《자유와 충실 : 사제와 신자들을 위한 윤리 신학》 3, 바오로딸,1996/ 소병 욱,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위한 윤리>, 《神學展望》 105호 (1994. 여름), 광주 가톨릭대학 전망 편집부, pp. 2~281 안명옥, 《윤리신학의 단편적 이해》,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89. [朴文洙]
<생명의 복음>
生命 - 福音
〔라〕Evangelium Vit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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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회칙 <생명의 복음>은 반생명적인 현실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생명 수호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