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보건 사목 평의회(Pontificium Consilium de Apos-tolatu pro Valetudinis Administis)가 작성하고 신앙 교리성이 인준하여 1994년에 교황청 보건 사목 평의회 위원장 안젤리니(Fiorenzo Angelini, 1916~ ) 추기경의 이름으로 발표된 생명 윤리 지침서. '의료인 헌장' 이라고도 한다.
〔배경과 동기〕 인간 생명을 비롯해서 하느님이 창조한 다른 모든 생명들의 존엄성이 유례없이 심각하게 파괴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교회는 이러한 흐름을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필요성에서 <생명의 봉사자>를 발표하였다. 또 교회가 수차에 걸쳐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선포하고 생명의 존엄을 지상의 과제로 삼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시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생명을 위협하는 현상들이 규모나 종류 면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뿐만 아니라 비그리스도인들에게도 교회의 확고한 원칙을 재천명하고 주지시킬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게 된 것도 그 배경이다. 그리고 다른 모든 영역보다 의료 · 보건 영역에서 생명권 침탈 행위가 계속적으로 자행되고 있기 때문에 의료 종사자들에게 자신들의 직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필요성이 있었다. 특히 비그리스도교 의료 종사자들에게 모든 인간이 생명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줌으로써 의료인들이 직접 · 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는 생명권 침해 사례를 줄여 보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기존 문헌과의 차이 및 특성] 이전까지의 교회 문헌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비그리스도인들까지 귀기울이며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이 <생명의 봉사자>는 과거 문헌과는 달리 교회의 관심 영역을 비그스도인들에게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종교의 유무를 떠나 생명을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은 하느님이 준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직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동시에 이에 합당한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교회는 자원 봉사 또는 직업으로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의료인이라고 정의하고, "이웃에 대한 헌신과 사랑의 한 형태"(1항)를 실천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육체적인 활동을 보호하는 참으로 인간다운 행동"(1항)을 하며 보건 의료를 사랑의 봉사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생명의 봉사자(4항) 역할을 하는 의료인을 모범으로 제시하였다. 이처럼 과거와는 다르게 교회가 비그리스도인들에게도 호소하였다는 점에서 이 문헌은 특별하다. 또 생명 문제에 관한 교회의 윤리적인 지침을 집대성하고 있는 점에서 '헌장' (constitutio)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리스도교가 소수인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만의 노력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즉 현대의 과학 기술 특히 생명 공학이나 유전자 공학이 창조주의 영역인 생명의 창조와 변형을 꿈꾸는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러 창조계 전체의 존립조차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 문헌은 생명의 존엄성과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반생명적인 상황을 거스르도록 비그리스도교의 의료인들에게도 협력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내 용〕 이 문헌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서론인 '생명의 봉사자' 에서는 비그리스도인을 포함한 보건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은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 고귀한 직무를 맡은 봉사자라고 지칭하면서, 이들의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명 자체는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직무는 그 자체로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살아 있는 표지이기에(5항), 이러한 직무를 맡은 사람에게는 "윤리적 · 종교적 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7항).
두 번째 부분인 '출산' 에서는 유전자 조작 · 출산 조절 · 인공 출산을 다루었는데, 특히 앞으로 큰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분야인 유전자 조작에 대한 부분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 문헌에서는 공식적으로 치료적인 개입은 허용하되, 실험적으로 변형시키는 조작 행위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12~14항). 이것은 새로이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미리 단속하려는 의지가 들어 있다. 출산 조절과 인공 출산에 대해서는 교회가 기존에 강조해 온 윤리적인 원리를 재확인하고 있다.
세 번째 부분인 '생명' 역시 교회의 일반적인 원리들을 재확인한 것이다. 언급된 항목으로는 생명의 시작과 출산 · 생명의 가치 · 생명의 포기 불가능성과 불가침성 · 생명권 · 예방 · 질병 · 진단 · 태아 진단 · 치료와 재활 · 무통과 마취 · 환자의 고지된 동의 · 연구와 실험 · 장기 기증이나 장기 이식 · 약물 의존 ·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 흡연 · 향정신성 의약품 · 심리학과 심리 요법 · 병자에 대한 사목적인 배려와 병자성사 등 다양하지만, 일관되게 인간의 생명권(46~47항)을 옹호하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문헌에서 강조하는 생명권은 "인간 존엄성에 합당하게 살 권리" (46항)를 의미하는데, 인위적으로 이러한 권리를 해치는 행위들을 단죄하고, 의료인들이 의도적으로 이러한 행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도덕적인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는 병자에 대한 사목적인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다. 이는 의료인 당사자나 의료인이 일하고 있는 병원이나 기타 의료 기관이 종교와 관련이 없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배려를 제공해 주라는 요구(108~13항)이다.
네 번째 부분인 '죽음의 문제' 에서는 주로 말기 질환 · 존엄한 죽음 · 말기 환자에 대한 진통제 사용 · 임종자에게 진실을 말해 주기 · 죽음의 순간 · 임종자들에 대한 종교적인 지원 · 생명의 정지 · 낙태 · 안락사 등을 다루고 있는데, 이 역시 대부분의 경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자연적으로 죽음에 이르는 것을 최상의 미덕으로 보면서 인위적으로 죽음의 시기를 조절하는 것은 인간에게 부여된 권리가 아니라는 점을 재강조하고 있다. 또한 죽음의 초자연적인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정지시키는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 치명적인 죄라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의료인들에게 : 한 층 더 큰 경각심을 갖도록 해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문헌은 생명 윤리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전통적인 입장을 확고하게 보여 주면서도 현대의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대해서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궁극적으로 생명 옹호와 증진이라는 참되고 거룩한 목표들을 지킬 때에만 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헌의 서문에서도 나타나 있지만, 보건 종사자들에게는 의료 기술 못지않게 생명의 옹호와 증진이라는 의료 활동의 목표를 심어 주고 일깨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른 문헌보다 더 중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즉 의료 분야의 종교적인 차원이 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평 가〕 <생명의 봉사자>는 교회가 생명과 관련된 분야에서 보여 왔던 기존의 윤리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문헌이며, 아울러 의료 분야에서 생명의 주제와 연결되는 모든 영역에 대한 윤리적인 판단을 집대성하고 있다. '의료인 헌장' 이라는 표제에 어울리듯이 의료 분야에서 생명의 옹호와 증진이라는 교회의 중심적인 목표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의료인들이 생명의 봉사자라는 점을 부각시켜 종교의 유무 여부를 떠나 모든 의료인들이 사목자 혹은 생명 옹호자의 임무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사회 구조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생명 문제에 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결점도 있다. 물론 이러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반생명적인 행위들이 크다는 것을 알지만 이 문헌은 어디까지나 의료 분야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하겠다. (→ 생명 ; 생명권 ; 생명 윤리 ; <생명을 주시는 주님> ; <생명의 복음>)
※ 참고문헌 A.E. Manier . H.A. Bender · R.L. Stewart, (NCE》8, pp. 734~7391 B. Haring, 소병욱 역, 《자유와 충실 : 사제와 신자들을 위한 윤리 신학》 3, 바오로딸, 1996/ K.H. Peschke, 김 창훈 역, 《그리스도교 윤리학》 2, 분도출판사, 1992/ 교황청 보건 사목 평의회, 《생명의 봉사자 : 의료인 헌장》,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98/ 안명옥, 《윤리 신학의 단편적 이해》,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89/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가정 공동체》,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4/ 一, 《평신도 그리스도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9/ 一, 《생명의 복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5. [朴文洙]
<생명의 봉사자>
生命 - 奉仕者
〔영〕Charter for Health Care Wor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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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모든 의료인은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 봉사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