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에 실존 철학이 여러 가지 흐름으로 발전되는 가운데 생겨난 철학 사조. '삶의 철학' 이라고도 불리
는 이 철학은 획일적이고 분명하게 구별되는 철학의 방향이나 분과 학문은 아니지만 역사 안에서는 여러 가지 뜻으로 응용되었다.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는 생활하는데 도움이 되는 삶의 지혜나 인생관을 의미한다. 또 도덕 생활의 목표와 규범을 다루는 학문인 윤리학이 삶의 철학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였다. 그래서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처럼 실천적인 윤리와 삶을 파악하는 데 큰 비중을 두는 철학 체계를 삶의 철학이라고도 하였다.
〔기원과 역사적인 위치〕 '생의 철학' 은 주로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발전하고 보급되었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널리 보급되지 않았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독일 철학에서 '생의 철학' 이라는 개념이 자주 사용된 시기는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와 20세기 초반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두 시기는 각각 약 50년씩 계속되었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 10년대에는 '생의 철학'이 실천적인 삶을 위한 철학으로 발전하였다. 이론 철학과 실천 철학을 구별해 오던 합리론적인 (대학에서의) 강단 철학에서 유래되어 18세기 말경에는 생의 철학이라는 명칭이 붙은 철학으로 발전하였다. 따라서 이 생의 철학은 분명한 개념적인 구별도 없이 '삶의 철학' , '실천 철학' , '모든 이를 위한 철학' , '삶의 지혜' , '삶의 학문(과학)' 및 '삶의 기술' 등등으로 표현되었다. 지난 세기말에 생겨난 진정한 의미의 생의 철학은 삶의 개념을 실천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이론적인 영역에도 적용하였다. 생의 철학은 괴테(J.W. von Goethe, 1749~1832)와 독일 낭만주의에서 다른 삶의 개념을 통해 준비되었다가 기계론적인 자연 과학이 우세해지고 19세기 들어 기술이 진보되면서 이런 사조에 반대하는 철학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볼프(C. Wolf, 1679~1754)와 크루시우스(C.A. Crusius, 1715~1775)는 일상 생활을 위한 실천 철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삶의 철학' 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쓴 사람은 슐레겔(F. von Schlegel, 1772~1829)인데, 그는 헤겔(G.W.F. Hegel, 1770~1831) 연구로부터 내적인 삶의 경험쪽으로 연구의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이 말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생의 철학' 을 최초로 주장한 사람은 헤겔의 이성주의에 반대하여 '의지의 철학' 을 주장한 쇼펜하우어 Schopenhauer, 1788~1860)이다. 키에르케고르(S.A. Kierkegard, 1813~1855)의 저작들도 같은 방향이었는데, 그의 저작은 변증법적 신학과 실존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실존 철학과 삶의 철학 양쪽에서 커다란 공적을 세운 철학자는 키에르케고르 라고 할 수 있다.
'생의 철학' 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장된 것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사이의 신칸트 학파(Neukantianer)의 비판 철학(批判哲學)과 실증주의(實證主義)에 대한 대립부터이다. 실증주의 철학은 과학적 방법을 참다운 학문의 방법으로 생각하였고, 비판주의적 철학은 과학의 정초를 자신의 임무로 생각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생의 철학' 은 이성과 과학으로서는 인간의 참다운 삶을 도저히 파악할 수 없다고 하여 이성주의 · 비판주의 · 실증주의에 대해서 예리한 비판을 가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부터 '생의 철학' 이 적극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실존 철학이 논의되었을 때 한국에서도 이 삶의 철학을 바탕으로 실존 철학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었으므로, 실존 철학이 곧 삶의 철학인 것처럼 이해되기도 하였다.
〔사유의 특성과 흐름〕 학문적인 연구를 목표로 삼고 있는 이론 철학이 원리 원칙을 미리 정해 놓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실천 철학 즉 삶의 철학은 윤리적 · 실용적인 행동 원칙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그 대상은 '생의 철학' 의 전문가가 아니라 실천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면 때문에 계몽주의 철학이 삶의 철학이라는 개념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진정한 뜻의 '생의 철학' 은 삶을 실천적이고 윤리적인 뜻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철학과는 구별된다. 그렇지만 기계론적 · 기술적인 사조에 반대되는 철학을 가리키는 삶의 철학도 그 성질이 다 같은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는 현실의 본래적인 근거와 내용이 '삶' (생명) 안에 개념적으로 완성되어 들어 있다고 보았다. 이때 삶이란 정적(靜的)인 것과 기계적인 것과는 반대로, 역동적(力動的, dynamic)이고 생성적(生成的)이며 안(內面)으로부터 발전하여 밀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이해되었다.
리케르트(H. Rickert, 1863~1936)는 주로 두 가지 방향으로 '생의 철학' 을 구별하였으나 그 내용이 서로 공통되는 경우가 많았다. 첫 번째 방향은 삶을 생물학적인 뜻으로 파악하고, 이렇게 해서 얻어진 범주들을 현실에 적용 해 나가는 것으로서 생물학주의를 의미한다. 두 번째 방향은 삶을 오히려 내적인 체험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이 내적인 체험은 절대로 단순한 인식이 아니며, 특히 단순한 추상적 · 학문적인 인식이 아니다. 즉 삶은 모든 정서(情緒)의 힘들이 온전히 활동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굳어진' 개념들로써는 완전히 표현할 수 없는 것, 마치 계속해서 흐르는 강(江)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 방향은 전체적인 문화가 이런 내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해서 해석되고 이해되는 정신 과학에 가까운 것이다.
삶의 철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철학자인 니체(F.W. Nietzsche, 1844~1900)는 '생의 철학' 의 대표자로서 '생의 철학' 을 연구하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연구 대상이다. 니체는 특히 삶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문화를 비판 하였는데, 이때 그는 방법론적으로 삶과 체험을 전통적인 철학의 주제인 존재와 인식의 대립처럼 맞세웠다. '초인' (超人) 사상에 표현되어 있는 것처럼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선(善)은 삶의 충만이요 힘(권력)이었다. 그러므로 인식은 그저 삶에 이바지하는 것일 뿐인 것으로 여겨졌다. 또 니체는 참(진리)과 거짓에 대한 물음은 필요 없는 것이라고 보았으며, 중요한 것은 오직 삶을 촉진시키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뿐이라는 실용주의(實用主義)적인 입장을 고수하였다. 즉 그는 삶을 촉진시키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상을 본받아서 개인으로부터 인종과 민족으로 대상을 전환시킨 인종 철학(人種哲學, Rassenphilos-ophie)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 철학의 대표자인 고비노(A. Gobineau, 1816~1882)와 챔벌린(H.S. Chamberlain, 1855~1927)과 로젠베르크(A. Rosenberg, 1893~1946)에 따르면, 인종이란 유전되는 여러 가지 외부적인 특징들일 뿐만 아니라 영혼이 밖으로 드러난 것, 즉 인종의 내면적인 측면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인종이란 현실에서 궁극적인 것이요, 우리의 사고와 연구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고 하였다. 특히 로젠베르크는 이러한 관점에서 모든 문화 · 예술 · 학문 · 종교 · 역사가 이해되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들에게 있어서 인종을 초월한 척도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상은 훗날 나치의 이론에 악용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는데, 즉 나치는 순수한 독일 민족인 아리안족과 유대인들을 가려내기 위해 인종 철학적인 의미의 삶의 철학을 응용하였던 것이다. 또 이런 뜻하지 않은 악용이 삶의 철학의 발전을 저해하고 비난을 불러일으킨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프랑스와 기타 여러 지역에서 삶의 철학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인물이 베르그송(H. Bergson, 1859~1941)이다. 진정한 뜻의 삶의 철학자였던 그는 '삶의 약진' (élan vital), 즉 생명의 약진력과 창조적인 진화 (évolution créatrice) 곧 창조적인 진화 충동(衝動) 이론을 가지고 삶의 철학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는 이 진화의 충동이 첫 번째 단계에서는 동물들의 본능에서 드러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인간의 지성에서 드러난다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이러한 인간의 지성은 인간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적으로 제약을 가하는 도덕을 만들어 내었으며, 더 나아가서는 이 삶으로의 충동이 역동적인 종교의 위대한 예언들 속에서는 종교적인 신비로 승화되기도 하고, 전 인류를 구속하는 도덕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고는 자연을 외적 · 기술적으로 지배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주었다.
한편 삶의 표현과 형식으로서의 역사 · 문화 이해를 통하여 삶을 파악하려고 하였던 딜타이(W. Dilthey, 1833~ 1911)와 짐멜(G. Simmel, 1858~1918)은 직관적이고 비합리적인 삶의 철학을 극복하고 합리주의적인 삶의 철학을 확립하려고 시도하였다. 즉 이들은 정신 과학적인 삶의 철학을 주창하였는데, 특히 딜타이가 이러한 성향의 철학적 입장을 고수하였다. 그러나 그 역시 삶을 삶 자체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삶의 내재적 해석의 입장에 서 있었다. 그는 그 기초를 분석적 · 기술적 심리학에 두고서 삶을 단지 생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것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것으로 생각하였다. 짐멜은 삶을 '삶과 삶의 초월과의 통일' 로 생각하였다. 이 초월에는 '보다 더 많은 삶'과 '삶 이상의 것' 이 있는데, 그는 후자를 형식 또는 이념이라고 하였다. 그는 삶은 반드시 삶을 초월한 것, 즉 형식 또는 이념을 지향하고 그것을 자신에 부여하고 그것과 더불어 존재한다고 하였다. 그가 말하는 이러한 형식 또는 이념은 곧 문화의 원천이다. 즉 정신적인 삶은 의미와 법칙을 가지고 있는 문화를 산출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딜타이와 짐멜 등의 삶의 철학은 현대에 와서 야스퍼스(K. Jaspers, 1883~1969)와 하이데거(M. Heidegger,1889~1976)로 대표되는 실존 철학과 셀러(M. Scheler, 1874~1928)의 철학적 인간학에 의해 계승 발전되었다.
〔평가와 의의〕 오늘날은 극도로 발달한 물질 문명이 지나치게 합리주의와 과학 만능주의 사상에 사로잡혀 인간 본연의 생의 약동이 무시되어 있으며, 또 합리적인 유물론과 유심론이 제각기 현실을 초월한 존재 파악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추상적인 이상주의들이 남아 있어 인간의 참다운 현실적 존재를 망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서 탈피하여 인간 본연의 삶을 되찾기 위해서 시도된 비합리적이고 직관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삶의 철학 즉 '생의 철학' 은 많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이처럼 생의 철학은 논란할 여지도 없이 합리론적 · 기계론적인 문화에 대해 거세게 대항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철학 사조는 특히 이런 문화를 잘못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더욱 단호히 항거하였지만, 본래의 목표를 훨씬 넘어서 있는 면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생의 철학은 존재(Sein)나 생성(Werden) 두 가지를 다 문제 삼지 않고 생성에 치중해 있었던 면도 비판의 소지가 된다. 왜냐하면 분명히 모든 현실은 신(神) 즉 절대적인 삶(생명)에 뿌리를 박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생물과 무생물이 아무런 구별도 없이 똑같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므로 존재와 생성 두 가지를 다 알맞게 깊이 파악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각양각색의 구체적인 사물들과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사물들은 단순한 개념만을 따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현실을 전체적으로, 즉 안과 밖을 동시에 함께 볼 필요성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 베르그송, 앙리 ; 실용주의 ; 실존 철학 ; 실증주의)
※ 참고문헌 M. Müller · A. Halder, Kleines philosophisches Worter-buch, Freiburg, Herder-Bücherei, 1971, pp. 150~151(강성위 역, 《철학 소사전》, 이문출판사,p 139)/Werner Stegmaier, 《EKL》 3, pp.56~57/J.M.Somerville, 《NCE》 8, pp. 745~7471 Johannes Hirschberger, Geschichte der Philosophie II , Herder, Freiburg, 1958, pp. 519~525, 530~534/ Hans Michael Baumgarmer, 《SM》 2, pp. 315~317/ Karl Albert, 20, pp. 583~584, 591/ H. Kuhn, 《LThK》 7, pp. 865~867/ 《세계 철학 대사전》, 교육출판공사, 1987, pp. 529~531. [姜聲渭]
생의 철학
生 - 哲學
〔독〕Lebenshillosophine · 〔영〕life phi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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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