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 헌장>

啓示憲章

[라]Dei Ver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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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내어 놓은 네 개의 헌장 중 하나이며, <교의 헌장>과 더불어 두 개의 교의 헌장 중 하나. 추기경 옷타비아니(Ottaviani)를 주축으로 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준비위원회는 성서와 성전(聖傳)의 역사성에 대한 작업 끝에 "계시의 여러 원천들에 관하여"(De fontibus revelationis)라는 의안을 작성하였다. 그러나 이 의안은 1962년 11월 14일부터 20일까지 계속된 토론의 결과 3분의 2의 지지를 얻지 못하였다. 부결된 이유는 교회 일치의 측면이 덜 반영되었고, 사실 개념(事實概念)으로서의 계시(계시 자체)와 역사적 · 문화적 개념으로서의 계시(성서 전승의 계시)를 구분하지 않았고, 계시의 두 원천이라는 표현과 성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었다. 또한 반로마 학파의 반대도 한 가지 이유였다. 회기 중에 반로마 학파의 견해가 확산되자, 라너(K. Rahner)와 랏징거(J. Ratzinger)가 문서로 대안을 전달했는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신과 인간의 계시" (De revelatione Dei et hominis in Jesu Christo facta)는 계시를 종전의 호교론적이고 교의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구원사적이며 대화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결국 교황 요한 23세가 직접 나서서 이를 조정했다. 1963년 4월 "하느님의 말씀" (Dei Verbum)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제2 의안을 신학위원회(옷타비아니 추기경)와 그리스도교 일치 사무국(베아 추기경)의 합동위원회가 제출하였고, 많은 토론과 검토 후에 1965년 10월의 제4 회기에서 지금의 헌장을 반포하였다.
〔구조와 내용〕 이 헌장은 6장 26항으로 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계시 자체(De revelatione ipsa), 제2장에서는 계시의 전달인 성서와 성전, 제3장에서는 계시의 해석인 영감과 해석, 제4장에서는 구약성서와 그 권위, 제5장에 서는 신약성서와 그 권위, 그리고 제6장에서는 교회 생활 안에서의 성서를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1장(계시 자체)은 의안에는 없었던 것으로, 처음 준비위원회에서는 계시 자체에 대해 "하느님은 당신의 선하심과 지혜로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고 또한 당신 의지의 신비를 알려 주고자 하셨다”면서, 계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이 계시의 경륜은 행위와 말씀으로 실현되며 이 둘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즉 구원의 역사 속에서 하느님이 행하신 업적은 말씀으로 표시된 가르침과 사물을 밝혀 주며 확인하고, 말씀들은 업적과 거기에 포함된 신비를 밝히 선포한다. 이렇게 해서 이 계시를 통해서 인간의 구원에 관해서 뿐 아니라 또한 하느님에 관한 아주 심오한 진리가 계시 전체의 중재자요 동시에 충만함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밝혀진다" 이 정의는 근본적이다. 여기서 형식적으로 서술한 것을 4항에서 내용적으로 강조하고 그리스도교적으로 다루었다. "하느님은 예언자를 통하여 말씀하셨고 마지막으로는 아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다." 이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계시의 전체 개념으로 서술한다. 이렇게 세 요소들, 즉 형식적 계시 개념(2항)과 내용적이고 그리스도론적으로 강조한 계시 개념(4항), 그리고 이 경륜에 대한 신앙의 순종(5항)이 계시 헌장의 원리가 된다. 이와 함께 계시 헌장 제2장에서 다루는 계시의 원천에 대한 물음을 토론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트리엔트 공의회의 전통, 즉 예언자와 그리스도와 교회의 복음까지 거슬러 올라가 생각하도록 한다. 9항은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10항은 "성서와 성전은 교회에 맡겨진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단일한 거룩한 유산을 형성한다" 고 결론짓는다. 하느님의 말씀을 구속력을 가지고 선포하고 믿는 이들을 위해 생생하게 전달하며 해석하는 것은 교회의 과제이다. 성서와 성전의 일치는 복음의 일치에 근거한다. 복음은 성서와 성전을 이중 형태로 간직한 것이다.
제3장은 신학과 성서 주석의 관계 및 영감(靈感)과 성서 해석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영감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아래로부터' 서술하였다. 즉 계시의 진리를 권위있게 확정하는 성서 저자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성서의 저작을 위해 인간들을 선택하셨고, 그들의 능력과 역량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한 채 그들을 이용하셨다는 것이다(11항). 계시 헌장은 성서 전체의 영감을 강조한다. 역사적 기록에 오류가 있다 하여 성서를 단순히 세속적인 책으로만 간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영감받은 구원 진리와 영감받지 않은 세속적 진리의 구분을 부인한다. 이로써 계시 헌장은 성서 문헌의 문학적 유형에 대한 역사적 물음을 존중하도록 가능성을 열어 준다. 그리하여 12항은 성서 저자의 진술 의도를 알기 위해 문학적 유형, 전승, 언어 등을 주의깊게 탐구하기를 강조한다. 또 역사적 · 문화적 구성 요소와 실질적 · 신학적 구성 요소의 상호 종속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종속 규정에는 칼체돈 공의회(451)가 규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에 대한 정의를 암시하고 있다.
제4장은 구약성서도 영감으로 기록된 책임을 주장하였고, 제5장 18항은 복음서의 탁월한 위치를 서술하였다. 그 탁월성은 예수의 탁월성을 의미한다. 즉 예수가 계시의 정점이며, 예수와 함께 계시의 모든 내용이 다 이야기되었음을 말해 준다. 20항은 4복음서 외에도 성 바울로 서간들과 다른 사도적 기록물들이 성령의 영감으로 저술되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6장은 주석인 신학과 신약성서의 정경과의 그리스도론적 관계를 밝히고 있다. 교회는 성서를 성전과 함께 늘 신앙의 원칙으로 간주해 왔다. 또한 성서를 전체 신학의 영혼이며, 교회는 끊임없이 말씀에 봉사하도록 권유하고 있다(24항).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주제로서의 계시〕 인간과 하느님의 만남인 계시(말씀과 행위의 일치) : 하느님의 계시는 하느님 뜻의 비밀을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알리는 일은 인간의 중재를 통해 일어나고 표징과 기적을 통해서도 체험된다. 하느님 뜻의 비밀이란 인간과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구원 의지를 말하며,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것이다. 하느님의 계시는 구원의 계시이며, 여기서 계시하는 것은 하느님 자신이다. 그러므로 계시없이 인간의 구원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계시 헌장에서는 하느님을 지혜와 선하심으로 모든 계시의 시작이라 부르고 있다. 이로써 신 중심적이며 인격적인 관건을 제1차 바티칸 공의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조하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계시를 제1차 바티칸 공의회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자기 전달 자체(Seipsum revelare)로 기술하였다. 그렇지만 "당신의 의지의 결의를 계시하셨다" (decreta voluntatis suae revelare)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표현을 "당신 의지의 신비 성사"(sacramentum voluntatis suae)로 대체하였다. 법률적 시각의 자리에 성사적 전망(sacramentate perspehtive)을 놓은 것이다. 율법과 은총, 말씀과 행위, 복음과 상징이 성사의 일치, 신비의 일치 속에 성서적 의미로 합치된 것이다. 또한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훈적으로 강조하였던 계시 개념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대화적이며 현재적 요소로 확대되었다. 즉 하느님이 인간에게 말을 건네시고 인간과의 만남을 구하신다는 것이다.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계시 개념을 교의적으로 편협하게 다루었다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구원 경륜(oeconomin salutis)과 구원 역사(historia salutis)의 지평에서 다루었다(2항).
하느님의 구원 배려의 역사인 계시 : <계시 헌장>의 제3장은 전 역사가 처음부터 계시사(啓示史)로서 구원사,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느님께서 구원을 배려하시는 역사라는 확신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역사를 창조의 시작, 타락한 후의 역사, 성조 아브라함 이후의 이스라엘의 역사(특수 구원사)의 세 시대로 구분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자기 전달인 계시 : <계시헌장>에서의 예수 그리스도는 "전 계시의 중재자이며 충만하심"이다. 그는 하느님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하느님의 마지막 말씀이시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나타나심 이전에는(1디모 6, 16 ; 디도 2. 13) 아무런 새로운 공적 계시도 기다려질 수 없다"(4항)는 진술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충만된 계시는 능가될 수 없다는 데 근거하여 설명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여기서 언급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일어난 계시의 충만 외에 미래의 지평, 즉 오신 분이 동시에 오실 분으로 강조되고 있다.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신앙 개념이 교의적 표현 양식으로 축소된 데 비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순종하는 신앙에 대한 진술을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확대하였다. "계시하시는 하느님께는 '신앙의 순종' (로마 16, 26 ; 1, 5 ; 2고린 10, 5-6)을 드려야 한다. 신앙의 순종으로써 인간은 계시하시는 하느님께 지성과 의지의 온전한 순종을 드리고 그분이 주신 계시에 의지적으로 찬동하여 자기 자신 전체로서 하느님께 자유로이 내맡기게 된다."
〔평 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보다 사목적이고 성서적인 방향을 취하였다.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처럼 성서를 적극적이고도 상세하게 다룬 공의회가 없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계시 헌장>의 6장 중에 4장이 성서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계시 헌장>의 진술은 교회 일치에도 유념하였다. 계시와 신앙을 다루면서 진정 다리를 놓기 위해 그렇게 하였다. 계시와 신앙을 율법, 가르침, 교리의 관념으로서가 아니라 복음의 개념으로 해석하였다. 이로써 <계시 헌장>은 신앙을 이해하는 데, 교파간에 쌓였던 대립들을 화해시켰다. (→ 바티칸 공의회, 2차)
※ 참고문헌  J. Ratzinger, Einleitung von 'Dei verbum' 《LThK》 13, Herder, Freiburg-Basel-Wien, pp. 498~503/ Y. Congar, Erinnerungen an eine Episode auf dem II . Vatikanischen Konzil, E. Klinger (Hrsg), Glaube im Prozess, Christsein nach dem Ⅱ. Vatikanum. Für Karl Rahner, Herder, Freiburg-Basel-Wien, 1984, pp. 22~32. 〔李濟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