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통상적인 개념에 의하면 계약이란 쌍방간에 일정한 권리와 의무를 서로 주고받기로 약속하는 법적 행위를 의미한다. 계약으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단어는 브리트' (כְּרִית, BBrit)인데 이 단어가 사용되는 경우를 보면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계약의 개념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구약성서에서 '브리트' 는 모두 287번 사용되는데 '약속' 또는 '의무' 라는 의미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계약을 맺다 라는 말은 '카라트 브리트' (karat BBrit)라고 표현하는데 직역하면 '계약을 자르다' 이다. 이 표현은 고대 근동에서 널리 알려져 있던 계약 체결 양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즉 계약을 충실히 지키겠다는 표시로 짐승의 몸을 둘로 잘라 놓고 계약 당사자들이 잘라 놓은 짐승 사이로 지나가면서 계약을 어길 경우 이 같은 운명을 당해도 좋다고 맹세하는 것이다(창세 15장). '자르다' 외에 '브리트' 명사와 함께 사용되는 동사로는 '세우다' , '들어가다' , '주다' '놓다' 등이 있다.
칠십인역에서는 '브리트' 를 대부분(287번 중에 260번) 고대 그리스어에서 원래 유언을 의미하였던 '디아테케'(διαθήκη)라는 단어로 번역하고 있다. 유언은 그 유언을 받은 사람에게 의무를 지운다. 따라서 칠십인역은 '디아테케' 를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인간이 따르고 지켜야할 '의무' 로 이해하는 것이다. 고대 라틴어 번역본도 칠십인역을 따라 유언을 의미하는 '떼스따멘뚬' (testamen-tum, testament)을 사용한다. 신약성서 역시 '브리트' 를 '디아테케' 로 번역한다.
〔구약성서에서의 계약〕 구약성서의 계약은 내용과 형식 면에 있어서 고대 근동, 특히 헷 왕족의 문서에서 볼 수 있는 조약들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이 조약에는 조약 당사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맺는 '쌍무 조약' 과 종주국의 왕과 속국의 왕 사이에 맺어지는 '봉신 조약' 이 있다.
사람들간의 계약 : 구약성서에서 사람들간에 맺어지는 계약에는 단순한 우정이나 우호 관계를 약속하는 것 또는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고 의무를 지는 것 등이 있다. 다윗과 요나단 간에 맺어지는 계약(1사무 18, 1-4)은 두 사람이 서로 형제처럼 사랑하며 변치 않는 우정을 간직하자는 것이 핵심을 이룬다. 아브라함은 자기가 판 우물의 권리를 확인하기 위해 아비멜렉과 계약을 맺는다(창세 21, 25-32 ; 참조 : 창세 26, 27-31의 이사악과 아비멜렉 간의 계약). 야곱과 라반은 돌무더기를 증거로 삼고 계약을 맺는다(창세 31, 44-50). 이 계약에서 야곱은 라반의 딸들을 구박하거나 다른 여자에게 장가들지 않기로 약속한다. 또 야곱과 라반은 돌무더기와 석상으로 경계를 지어 서로 침범하지 않기로 맹세한다. 기브온 주민들은 속임수를 써서 여호수아와 우호 조약을 맺어 목숨을 건진다(여호 9, 3-27). 비록 이 조약이 속임수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지만 맹세에 의한 조약이었기 때문에 기브온 주민들이 이스라엘인들을 섬긴다는 조건 하에 유효성을 지닌다. 다윗은 헤브론으로 자기를 찾아온 이스라엘 부족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의 왕으로 추대받는다(2사무 5, 1-3). 분명히 왕과 신하들 간에는 봉신의 관계가 성립되지만 어떠한 내용의 맹세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솔로몬은 티로의 왕 히람과 우호 조약을 맺고 성전 건축을 위한 목재를 공급받는 대신 히람에게는 양식을 제공한다(1열왕 5, 15-26). 이상의 예들은 모두 동등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간에 맺어진 계약들이다. 이에 비해 한편이 다른 편보다 우세한 입장에서 강제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야베스 사람들은 암몬 사람 나하스의 공격을 받자 그를 섬기겠다며 조약을 맺자고 제의하고 나하스는 제멋대로 조건을 제시한다(1사무 11, 1-2). 유다의 왕 시드키야는 바빌론 왕과 봉신 관계의 조약을 맺는다(에제 17, 13).
하느님과 사람들 간의 계약 : 정치 사회적 성격을 지니는 사람들간의 계약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는데 여기서 계약 당사자는 동등한 입장에 있지 않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는 일종의 봉신 관계에 비길 수 있으며 따라서 계약의 주도권을 갖는 이는 어디까지나 하느님 야훼이시다. 하느님의 주도에 의해서 맺어지는 계약은 내용상으로 볼 때 하느님이 일방적으로 의무를 지는 경우와 하느님과 이스라엘 쌍방이 의무를 지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약속에 해당된다 할 수 있고 후자의 경우가 엄밀한 의미에서의 계약이라 할 수 있겠다.
(1) 하느님의 일방적인 의무(약속)
1) 노아와의 계약(창세 9, 8-17) : 대홍수로 인류를 벌하신 하느님은 노아와 그 가족을 구해 내시어 노아와 계약을 맺으신다. 계약을 제안하시는 이도 하느님이시고 계약의 내용을 밝히시는 이도 하느님이시다. 하느님은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멸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시며 그 증거로 무지개를 보여 주신다. 여기서 노아는 계약을 맺는 데 있어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계약은 내용상으로 볼 때 하느님의 구원 의지를 확인하는 약속이다.
2) 아브라함과의 계약(창세 15. 17장) : 아브라함을 통하여 모든 민족들에게 구원을 선사하시기 위하여 그를 선택하여 부르신 하느님(창세 12, 1-3)은 아브라함에게 많은 후손과 그 후손들이 살 수 있는 땅을 '주시겠다' 고 약속하신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아무런 의무도 부과하지 않으시고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약속을 무조건 믿는다(15, 6). 아브라함의 믿음이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하느님은 당신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시겠다는 증거로 반으로 잘라 놓은 짐승 사이를 지나가신다(15, 15). 이 약속은 하느님께서 결코 깨뜨리실 수 없는 영원한 계약이다(17, 7). 이 계약의 증거로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은 남자의 경우 모두 할례를 받아야 한다.
3) 다윗과의 계약(2사무 7, 5-16) : 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안정을 얻은 다윗은 하느님 야훼께 거처하실 집을 지어 드리고 싶다고 나단에게 말한다. 이에 대해 하느님은 나단을 통하여 오히려 당신이 다윗의 집안을 튼튼하게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네 왕조, 네 나라는 내 앞에서 길이 뻗어 나갈 것이며 네 왕위는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라"(7. 16). 다윗은 스스로 이 하느님의 약속을 '영원한 계약' 이라고 표현한다(23, 5). 다윗 계약의 의미는 후대에 메시아 예언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즉 다윗 가문에서 하느님의 뜻을 올바르게 펼 메시아가 나오리라는 것이다(이사 11, 1-5 ; 16, 5 ; 에레 23, 5 ; 33, 14-16 ; 에제 34, 23-24 ; 37, 24-27).
이와 같이 노아와 아브라함, 다윗의 경우에는 하느님께서 일방적으로 의무를 지시고 인간에게는 아무런 요구를 하시지 않기 때문에 내용상으로 볼 때 이 계약은 약속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2) 하느님과 이스라엘 쌍방의 의무
1) 이 계약을 이해하는 데는 헷 왕국의 문서에서 발견된 봉신 조약이 좋은 표본이 된다. 이 조약은 여섯 가지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전문(前文) : 종주는 조약의 제안자로서 자신의 이름과 칭호를 소개한다( 나는 ···왕 ···이다' ). ② 역사적 서언(序言) : 종주는 조약 상대자와의 역사적 관계를 밝히는데, 주로 자신이 지금까지 봉신에게 베푼 은혜를 상기시킨다. 이 은혜가 조약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③ 조약 규정 : 여기서는 전시의 군사 파견, 조공 등 종주가 봉신에게 제시하는 요구 사항들이 언급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봉신이 다른 종주를 섬겨서는 안된다는 절대적 충성 요구이다. ④ 조약 문서의 보관 : 조약은 문서화되어 양국의 신전에 보관되며 해마다 공적으로 낭독되어야 한다. ⑤ 조약의 증인 목록 : 조약의 증인으로는 통상적으로 지역 신들의 이름이 열거되는데 종주국의 신들이 우위를 차지한다. ⑥ 축복과 저주: 봉신의 처신에 따른 축복과 저주가 명시된다. 봉신이 종주에게 충성하면 평화와 안녕이 보장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재앙이 내리리라는 것이다.
2) 시나이 계약(출애 19-24장) : 하느님과 이스라엘 간의 계약은 봉신 계약의 성격을 띤다. 계약 제안자는 어디까지나 하느님이며 계약의 조건들을 제시하는 이도 하느님이다. 그러나 이 계약은 하느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것이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이 그분의 구원 안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 이 계약을 '주시며' 이스라엘이 계약을 통해 계시되는 하느님의 뜻에 순종할 때 생명이 보장되는 것이다(19, 4-6). 헷 왕국의 봉신 조약과 비교해서 시나이 계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 ① 전문(20, 2) : 십계명의 첫머리에 하느님은 당신을 이렇게 소개하신다. "나는 야훼, 너희 하느님이다" (출애 20, 2). 하느님은 당신의 이름을 야훼로, 그리고 당신을 이스라엘 백성이 섬겨야 하는 주인으로 소개하신다. 이스라엘과의 계약을 세우실 분은 야훼라는 분이시다. ② 역사적 서언(20, 2) : 하느님은 당신이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냈다는 사실을 회상시킨다. 이 역사적 사건이 하느님이 이스라엘과 계약을 맺으시는 근거가 된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이 야훼를 섬기고 그분이 명하신 모든 것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이집트로부터의 해방 사건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③ 기본 계명(20, 3-5) : 하느님이 이스라엘에게 요구하는 기본 계명은 당신만을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어떤 신을 섬겨서도 안되고 그 모양을 본따 새긴 우상도 섬겨서는 안된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하느님인 야훼께만 절대적 충성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이 기본 계명과 이어 나오는 십계명의 다른 조문들은 모두 아무런 조건없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계명이다. 이러한 법을 단정법(casuistic law)이라 한다. ④ 구체적 계명(20, 7-17) :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 충성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요구 사항들이 열거된다. 헷 왕국의 봉신 조약에는 이 요소가 들어 있지 않다. 대신 조약 문서의 보관과 낭독에 대한 조항이 있는데 십계명에는 이 조항이 없다. 그러나 후기의 전승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나온다(신명 10, 5 ; 26, 1-11 ; 31, 9-13 ; 여호 4, 6-7 ; 8, 30-35). ⑤ 축복과 저주(20, 5-6) :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사람에게는 축복이 약속되지만 하느님께 충실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저주가 내린다. 신명기 27-28장에는 축복과 저주의 예가 상세히 열거되어 있다. ⑥ 증인의 채택과 계약 체결(24, 1-11) : 야훼 앞에서는 다른 신들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헷 왕국의 조약에서처럼 계약의 증인으로 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대신 모세는 열두 지파를 표시하는 돌기둥 열두개를 세워 계약의 증인으로 삼는다. 계약 체결의 요소는 헷 왕국의 조약 문서에는 없다. 계약 체결에 관해서는 두 가지 전승이 있다(24장 1-2. 9-11절과 3-8절). 하나는 하느님 앞에서 거행되는 친교의 식사 예절로 이루어지고 다른 하나는 피의 예절로 이루어진다. 모세는 희생 제물로 바치는 수송아지의 피의 절반을 야훼를 상징하는 제단에, 나머지 절반을 백성에게 뿌림으로써 하느님과 백성간의 계약을 체결한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야훼의 백성이 되고 야훼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된다.' 이것이 계약의 중심 내용이다. 이 특별한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 이스라엘은 하느님이 명령한 모든 계명과 규정을 잘 지켜야만 한다. 그러므로 계약은 곧 하느님의 말씀, 법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출애굽기 21-23장에는 여러 종류의 법령들이 실려 있는데 이 법령들은 실제로 정착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시나이 계약보다는 시대적으로 뒤에 제정된 법령들이지만 이 법령들 역시 시나이에서의 계약 정신을 토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여기에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이 법령들이 담겨 있는 부분을 흔히 '계약의 법전' 또는 '계약의 책' 이라 부르기도 한다. 예언자들도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에서의 하느님과의 계약에 얼마나 충실하였는가, 즉 하느님이 제정해 준 법을 잘 지켰는가에 기준을 두고서 그들에게 설교하였다. 이스라엘의 행복과 불행, 생명과 죽음은 모두 이 계약에 대한 충실도에 달려 있는 것이다.
3) 세겜 계약(여호 24, 1-28) : 여호수아는 온 이스라엘 지파들을 세겜으로 소집하여 야훼와 이스라엘 간의 계약을 새로이 확인한다. 일종의 시나이 계약의 갱신이라 할 수 있다. 세겜 계약은 시나이 계약과 거의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특징적인 것은 '역사적 서언' 부분, 즉 야훼가 이스라엘을 위해 해준 일을 열거하는 부분이 상당히 길다는 점이다(24, 2-13). 야훼 하느님이 아브라함을 부를 때부터 시작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에 들어오게 할 때까지의 긴 구원의 역사가 일종의 신앙 고백 형태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 다음 여호수아는 백성에게이 야훼를 섬길 것인지, 다른 신들을 섬길 것인지 선택을 하라고 요구하고 백성은 야훼를 섬기겠다고 맹세한다(24, 14-18. 21-24). 그리고 야훼를 잘 섬길 경우에는 축복이, 그분을 배반할 때에는 저주가 내리리라고 한다(24, 19-20). 여호수아는 백성과 계약을 맺고 하느님의 법전에 기록한 다음 큰 돌을 세워 증거로 삼는다(24, 25-28).
새 계약(예레 31, 31-34) : 신명기계 학파의 영향을 받은 예레미야서 31장 31-34절에서 야훼 하느님은 새 계약을 예고한다. 이스라엘은 시나이에서 그들의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깨뜨렸다. 계약으로 그들의 하느님이 된 야훼를 충실히 섬기지 않고 그분이 내려준 계명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써 시나이 계약은 파기되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스라엘의 선조 아브라함과 맺은 계약, 즉 당신 스스로 맹세한 약속 때문에 이스라엘을 저버릴 수가 없다(창세 17, 7-8). 이 계약, 약속은 영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야훼가 예고하는 새 계약은 시나이에서처럼 돌판 위에 새겨진 법이 아니라 절대 파기되지 않도록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 안에 새겨진 법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야훼는 영원토록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야훼의 백성이 될 것이다' (31, 33). 이 새 계약의 결과가 이스라엘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용서로 표현된다(31, 34). 결국 새 계약은 완전하고 영원한 계약이 된다. 신약성서의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이 새 계약이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에 의해 이루어진다.
〔신약성서에서의 계약〕 신약성서에서 '디아테케' 는 모두 26번 나오는데 그중 23번이 구약성서와 관련되어 사용된다. 그리고 갈라디아서 3장 15-17절과 히브리서 9장 16-17절에서만 모두 계약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옛 계약을 폐지하시고 예언자들이 예언한 새 계약을 인간과 맺으셨다' 는 것이 신약성서 계약 사상의 중심이다(2 고린 3, 14). 하느님이 당신 아들을 구세주로 보낸 것은 당신이 선조들에게 한 약속에 대한 충실성 때문이다(루가 1, 72). 다시 말해서 계약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쌍방이 의무를 지닌다는 측면보다 하느님의 은총에서 비롯된 것이며 선조들에게 한 약속이라는 측면이 더 강조되는 것이다(사도 3, 25 ; 로마 9, 4 ; 11, 27 ; 에페 2, 12 ; 갈라 3, 17). '최후 만찬 말씀' 은 새 계약의 선포를 들려주고 바울로와 히브리서는 새 계약과 옛 계약 간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최후 만찬 말씀 : 마르코(14, 24)와 마태오(26, 28)는 최후 만찬 석상에서의 새 계약의 선포를 시나이에서의 계약 체결과 연결시킨다. 즉 시나이에서 제단과 백성에게 뿌린 짐승의 피로써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었듯이(출애 24, 6. 8) 예수께서 흘리는 피로써 새 계약이 맺어진다는 것이다. 마르코와 마태오 모두 예수가 흘리는 피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라는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그분을 희생 제물로 자기를 바치는 '야훼의 종' (이사 53장)으로 여긴다. 마태오는 여기에 '죄의 사함을 위하여' 라는 말을 첨가하여 예수의 죽음의 구속 성격을 강조한다. 루가는 구약에서 예언된 새 계약(예레 31, 31-34)이 예수가 흘린 피로 성취되었음을 강조한다 :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이 피를 흘리는 것이다" (루가 22, 20 : 1고린 11, 25). 새 계약은 인간에게 의무를 지우는 일 없이 오로지 하느님의 주도로 이루어진 은총의 선물인 것이다.
바울로 : 바울로도 '디아테케' 를 유언의 의미로 한 번 사용한 경우(갈라 3, 15)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칠십인역에서처럼 '약속' , '율법' 의 의미로 사용한다. 갈라디아서 3장 15-17절에서 바울로는 '유언' 이라는 것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아무도 그것을 무효화시키거나 다른 것을 첨가시킬 수 없듯이(3, 15)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 역시 그보다 뒤늦게 제정된 '율법' 이 무효로 만들 수 없다고 설명한다(3, 16-17). 즉 시나이에서 맺어진 계약(율법)이 아브라함과의 계약(약속)을 취소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바울로는 이것을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와 여종 하갈에 비유하고 있다(4, 22-24). 시나이 계약(율법)은 인간을 종으로 만들지만 다른 계약은 인간을 자유인으로 만든다(5, 1). 고린토 후서 3장 1-18절에서 바울로는 옛 계약과 새 계약을 대립시키면서, 자신을 새 계약의 봉사자라고 한다(3, 6). 새 계약의 봉사직은 바로 '화해의 임무' 를 맡는 직책이다(5, 18).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는 그리스도가 흘린 피를 통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바울로에게 있어서 하느님과 인간 간의 화해를 가능케 한 그리스도의 피를 통한 죄의 용서가 하느님의 '디아테케' 의 중심 내용인 것이다(로마 11, 27 ; 이사 59, 20-21). 그리고 바울로는 이 모든 것의 근거를 하느님이 선조들에게 한 약속에서 찾는다(로마 9, 4 ; 갈라 3, 15. 17 ; 창세 15, 18 ; 17, 2-4. 19. 21).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 : 히브리서에서 중심 개념인 '디아테케' 는 모두 17번 사용되는데 계약에 대한 구약성서의 말씀과 관련하여 '디아테케' 의 신학적 의미와 중요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히브리서는 예레미야서의 새 계약에 대한 예고를 인용(8, 8-12 ; 10, 26-27)하면서 옛 계약과 새 계약을 불완전하고 완전한 계약, 일시적이고 영원한 계약으로 구별한다. 이 점을 특별히 9장 1-10절과 18절에서 옛 계약의 제사와 새 계약의 제사를 비교 설명함으로써 새 계약의 우위성을 강조한다. 옛 계약의 예배에 의하면 대사제가 자신과 백성의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짐승의 피를 가지고 일년에 한 번 지성소에 들어가 속죄판 위에 뿌리지만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은 여전히 막혀 있다. 그 이유는 대사제, 제물, 예절 모두 불완전하고 흠이 있기 때문이다(9, 6-10). 그러나 그리스도는 완전한 대사제로서 흠있는 짐승의 피가 아니라 당신 자신의 피로써, 그리고 형식적인 피의 예절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순종과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곧 성령을 통하여 제사를 바치셨기 때문에 인간의 죄를 용서하고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인간의 유언이 유언자가 죽음으로써 효력을 지니듯이(9, 16-17) 그리스도의 피로써 새 계약이 맺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새 계약의 중재자' 이다(9, 15). 그리스도는 단 한 번 피흘려 죽음으로써 죄를 없이 하셨기 때문에(9, 26-28) 새 계약은 그리스도의 피로 거룩하게 된 사람들을 영원히 완전하게 해준다(10, 14). 그리고 이 새 계약이 이루어진 원동력은 하느님의 뜻에 대한 그리스도의 철저한 순종이다(10, 9-10).
신약성서의 계약은 구약에서 예고된 새 계약이 실현된 것이다. 이 계약은 시나이에서 맺은 계약처럼 사람들에게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과의 계약에서처럼 하느님의 약속에 의한 은총의 결과이다. 새 계약은 짐승의 피로 맺어지고 돌판에 쓰여진 옛 계약과는 달리 그리스도께서 당신 피로써 사람들의 마음 안에 새겨 주신 것이기 때문에 하느님과 인간을 화해시켜 "나는 너희 하느님, 너희는 나의 백성" 이라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완전하고 영원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 구약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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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契約
〔라〕foedus · 〔영〕coven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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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과 멜기세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