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 알레니(J. Aleni, 艾儒略)가 유럽의 학문과 교육 제도를 동양 사회에 소개하기 위하여 저술한 책으로 1623년에 북경에서 간행되었다. '범' (凡)은 개요 또는 개론이란 뜻으로, 이 책의 내용이 간략하게 서술된 소책자임을 의미한다. 그 내용은 일반적으로 대동소이한 중세 유럽의 대학 교육 과정과 교수 내용, 졸업 후의 고시(考試) 임용 과정을 차례로 설명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우선 문과 · 이과(理科) · 의과· 법과 · 교과(敎科) · 도과(道科) 등 6개의 교수 내용과 각각의 학문적 특징을 소개한 다음, 그 교육 과정은 3단계인 초학(初學) 과정 · 철학 과정 · 전문 과정으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초학 과정인 문과는 기초 교양을 얻기 위한 문예지학(文藝之學)으로, 이를 이수하고 학업 성취 여부를 판정받은 뒤에야 철학 과정인 이과에 진학하며, 여기에서 다시 3~4년을 공부한 뒤 시험을 치르고 각자의 원의에 따라 전문 과정인 의과 · 법과 · 교과 · 도과에 진학하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아울러 유럽에서는 국왕이 이러한 학교를 각지에 설립해 놓고 있으며, 학생들을 후대하여 학문의 부흥을 도모하고 있으므로 교육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서학범》은 그 후 1629년에 간행된 이지조(李之藻)의 《천학초함》(天學初函)에 다시 수록되었으며, 1784년 봄 북경에서 귀국한 이승훈(李承薰, 베드로)이 이 책을 조선에 가져온 것이 확실하므로 《서학범》도 이때 조선에 전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801년의 신유박해 때 발각된 황사영의 〈백서〉(帛書)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이가환(李家煥)의 집에 《직방외기》(職方外紀)와 《서학범》이 보관되어 있었다" 고 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러나 조선의 지식인들이 유럽의 학문과 교육 제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서학범》보다는 《직방외기》의 영향이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 알레니 ; 한역 서학서 )
※ 참고문헌 李元淳, 〈職方外紀와 慎後聃의 西洋教育論〉, 《歷史教育》 11 · 12합집, 歷史教育研究會, 1969/ 一, 朝鮮後期 實學知性의 西洋教育論〉, 《교회사 연구》 2집, 한국교회사연구소, 1979/ 朴鍾鴻, <西歐思想의 導入 批判과 攝取>, 《韓國天主教會史論文選集》 1집, 韓國敎會史研究所, 1976/ Le P. Pfister, Notics Biographiques et Bibliographiques, Chang-Hai, 1932. [車基真]
《서학범》
西學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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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