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미를 지닌 음악 용어로서 좁은 의미로는 음계의 구조를 말한다. 다시 말해 음계에서 음 사이의 구조, 곧 온음과 반음의 위치 차이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같은 7음으로 이루어진 음계라 하더라도 온음과 반음의 위치 관계가 틀리면 서로 다른 선법을 형성한다. 반면에 넓은 의미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음계 조직이나 각 지방의 민속 음악에서 볼 수 있는 선율형의 기초가 되는 음의 배열 등을 가리키며, 좁게는 중세의 교회 선법만을 가리기도 한다. '선법' 을 뜻하는 라틴어 '모두스' (modus) 는 본래 도량형의 단위로 치수 · 척도 등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이 특별한 음악 용어가 되면서 모양 · 방법 · 양식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의미의 변천과 종류〕 1세기경의 선법은 일반적으로 선율을 뜻하였지만, 박자 즉 리듬을 뜻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 문헌들에서는 선법이라는 용어가 다음과 같이 4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① 조성(調性) : '모두스' 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 개념이 조성이다. 이 선법은 옥타브 이내의 8개의 음의 배열을 뜻하는데 이 음의 배열에 따라 정격(authentus) 선법, 변격(plagalis) 선법, 도리아(doria) 선법, 히포도리아(hypodoria) 선법이라는 용어들로 파생되었다. 그러다가 18세기에 이르러 장조(長調, modus durus, 혹은 major)와 단조(短調, modus mollis, 혹은 minor)의 구분이 생겼다. 최근에 와서는 선법성(modal, modality)과 조성(tonal, tonality)이 서로 다르게 사용되는데, 선법성은 중세의 조성 구조를 뜻하고 조성은 장 · 단조 개념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② 음정(音程) : 이러한 개념으로의 선법은 음정을 뜻하는 다른 용어들(intervallum, spatium, distantia, diastema)과 혼용되기도 했는데, 주로 9종류의 음정 개념들(unisonus, semito-nium, tonus, semiditonus, ditonus, diatesseron, diapente, semitonium cum diapente, tonus cum piapente)이 있었다.
③ 리듬 : 12~13세기의 예술 사조에서 쓰이던 '아르스 안티과' (ars antiqua)로, 다음과 같은 6개의 기본적인 리듬을 일컬었다.
제1 선법(tochaeus) 6/4
제2 선법(jambus) 6/4
제3 선법(daktylus) 6/4
제4 선법(anapast) 6/4
제5 선법(spondeus) 6/4
제6 선법(tibrachys) 6/4
④ 음의 길이 : 14세기의 예술 사조에서 쓰이던 '아르스 노바' (ars nova)로서 정량 기법 음악에서 여러 음의 길 이를 나타내던 용어이다. 주로 4개의 음표를 뜻하였는데, 제1 선법은 3개의 롱가(longa) 길이를 갖는 막시마(maxima), 제2 선법은 2개의 롱가 길이를 갖는 막시 마, 제3 선법은 3개의 브레비스(brevis) 길이를 갖는 롱가, 제4 선법은 2개의 브레비스 길이를 갖는 롱가를 뜻하였다.
제1 선법 : 1 maxima = 3 longa,
제2 선법 : 1 maxima = 2 longa,
제3 선법 : 1 longa = 3 brebis,
제4 선법 : 1 longa=2 brevis,
그러다가 현대 음악에 와서 선법은, 12음 기법에서는 모든 12음 음렬이 등장할 수 있는 4개의 기본 형태 즉 기본형 · 반진행형 · 역행형 · 반진행 역행형을 뜻하게 되었다.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 )은 "이조(移調)에 한계가 있는 선법"이라는 자신의 독특한 음렬을 창안하 여 자신의 음악 기초로 삼고 온음 음계 외에 6개의 선법을 만들었다.
〔교회 선법〕 정의와 종류 : 선법의 4가지 의미 가운데 '조성' 과 구분되는 선법을 특별히 '교회 선법' 이라 일컫는다. 이는 그레고리오 성가 시대부터 중세 음악을 거쳐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에 이르는 오랜 기간 동안 선율적으로 유럽 음악을 주도해 왔다. 오늘날의 장조와 단조 선 율이 옥타브 안의 8개의 음들 사이에서 반음의 자리에 따라 결정되듯이 각 선법 역시 그 반음의 위치에 따라서 결정되고 또 이에 따른 묘한 분위기의 차이를 갖는다. 마치 장조는 그 선율이 '도' 음으로 끝나고 단조는 '라' 음으로 끝나는 것이 정상이듯이, '레' 선법은 '레' 로, '미' 선법은 '미' 로, '파' 선법은 '파' 로, '솔' 선법은 '솔' 로 끝난다. 또 그 선율의 음폭이 마침음의 위에 있느냐 아니면 마침음을 중간에 두고 아래위로 있느냐에 따라 정격과 변격으로 구분된다. 교황 그레고리오 1세(590~604)는 이렇게 해서 8개의 선법을 정리하였는데, 이 선법들은 각기 그리스 선법의 명칭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불린다. modus protus authenticus 제1 선법(doria, 정격 도리아 선법) modus protus plagalis : 제2 선법(hypodoria, 변격 도리아 선법) modus deuterus authenticus : 제3 선법(frigia, 정격 프리지아 선법)modus deuterus lagalis 제4 선법(hypofigia, 변격 프리지아 선법) modus trius authenticus : 제5 선법(lydia, 정격 리디아 선법)modus trius plagalis : 제6 선법(hypolydia, 변격 리디아 선법)modus tetrardus authenticus : 제7 선법(mixolydia, 정격 믹소리디아 선법)modus tetrardus plagalis : 제8 선법 (hypomixolydia, 변격 믹소리디아 선법)
유래 : 위의 명칭이 모두 그리스어에서 따왔다고 해서 교회 선법이 그리스 영향을 받았다고 추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명칭만 그리스어에서 빌려 왔을 뿐 교회 선법은 그리스 선법과 구조가 전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 철학자들이 각 선법에다 붙였던 도덕적 혹은 교육적 인 특성(modalethos)도 교회 선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본래 이러한 선율의 교회 선법들은 유대인들이 시편을 노래하던 <시편 낭송율>(Psalmodia)에 바탕을 두고 유능한 가수들의 즉흥적인 꾸밈 혹은 장식 선율에서 발달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로마 성가집》(Graduale Romanum)을 보면 이 시편 낭송율도 크게<미사 시편 낭송율>과 <성무 일도 시편 낭송율> 두 가지로 구분되어 목적에 따라서 사용되고 있다.
시편의 각 절 시작과 끝에 약간의 선율적인 장식을 갖춘 시편 낭송율은 2음절 혹은 3음절 단위로 붙는 라틴어의 악센트에 적합하게 정리되었다. 그러다 보니 악센트가 있는 원어가 아닌 한글로 번역하여 부를 때 자연히 어려움이 있기도 하나, 한글 표준말이 비록 악센트가 있는 언어는 아니더라도 2음절이나 3음절 단위로 리듬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 없이 그냥 일률적인 음절 숫자에 따라 시편 낭송율에 시편을 붙여 부르는 일은 부르는 이와 듣는 이에게 불편함과 불명확한 의사 전달을 유발하게 된다. 왜냐하면 말의 리듬과 선율의 리듬은 항상 일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 그레고리오 성가)
※ 참고문헌 T.U. Mullaney, 《NCE》 9, p. 989/ Tran van Khe, 《EU》15, p. 562/ P. Crossley Holland, 《EB》 15, pp. 632~634/ Alberto Basso, Dizionario della Musica e del Musicisti-IL Lessico, Torino, Torinese, 1983/ 홍정수 · 조선우 편저, 《음악은이》 I , 세광음악출판사, 1992, pp. 90,175, 188. [白南容]
선법
旋法
〔라〕modus · 〔이〕modo · 〔영〕mode
글자 크기
7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