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이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베풀어 주는 은혜.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에 성령의 열매 9가지가 열거되어 있다. "영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착함, 신용, 온유, 절제입니다. 이런 것들은 어떠한 법에도 저촉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열매' (καρπὸς)라는 단어가 단수 명사로 쓰였는데, 이는 여러 가지로 표현된 성령의 열매가 실제로는 하나의 열매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열매는 예수의 인격 안에 나타난 열매이므로 '성령의 열매를 맺는다' 는 말은 곧 '예수의 인격을 닮는다' 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성령의 열매를 크게 나누면 다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열매] 사랑 : 사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그리스어는 세 가지이다. '에로스 (ἔρως )는 이성(異性) 사이의 성적(性的)인 사랑을 뜻하고, '필리아' (φιλία)는 형제적 사랑을 뜻하며, '아가페' (ἀγάπη)는 성령의 열매로서의 사랑을 뜻한다. '아가페' 는 예수 그리스도가 믿는 이들에게 보여 준 사랑인데, 이는 또한 하느님을 향한 사랑에서 시작되어 이웃에게 사심 없이 봉사하는 사랑이며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다. 사랑의 열매를 풍성히 맺으려면 자주 하느님께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의 능력을 더해 주시도록 기도하여야 한다. 또 자신 안에 있는 미움을 제거하기 위하여 내적 치유 기도를 하고, 사랑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하여 사랑의 훈련을 하여야 한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열매가 성장하려면 같은 행위라도 더 큰 사랑으로, 더 강한 사랑의 동기로 하도록 힘써야 한다.
기쁨 : 신약성서에는 기쁨에 관한 단어가 78번 나온다. 성령의 열매로서의 기쁨은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 그분의 현존을 체험하면서 느끼는 기쁨이다. 이 기쁨은 기뻐할 일이 없어도 마음에서 저절로 흘러 나오는 샘솟는 기쁨이며, 성령으로부터 흘러 나오는 삶의 태도이기에 고통 중에서도 기뻐할 수 있다. 기쁨의 열매를 성장시키려면 세상적인 것에 희망을 두지 말고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망덕(望德)을 키워야 하고, 시련 중에도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여(1데살 5, 16-18) 의지적으로 기뻐하는 훈련을 하여야 한다.
평화 : 신약성서에서 '평화' 라는 단어는 88번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성령의 열매로서의 평화는 소위 세상에서 말하는 평화가 아니라 세상의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유지되는 평화이다. 이 평화는 하느님과 이웃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데서 흘러 나오는 것으로 우리를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히브리어의 '살롬' (שָׁלוֹם) 즉 평화는 하느님과 화목하게 사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개인의 평화를 위해 하느님과 친밀한 사귐을 나누고 이웃과 화해하며 근심 걱정을 하느님에게 맡겨야 한다. 또 공동체의 평화를 위하여 평화를 깨뜨리는 행위를 멀리하고 다양성 중에서도 일치를 도모하여야 하며,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성모 마리아의 요청대로 기도와 희생을 바쳐야 한다.
〔이웃과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열매] 인내 : 비록 일이 지연되는 경우라도 실망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고 하느님이 마련해 주는 때를 기다릴 줄 아는 힘이 인내이다. 인내할 때에 신자들은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를 볼 수 있는 눈이 트이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며 일을 지혜롭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인내의 열매를 성장시키려면 주어진 환경과 어려움과 고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련이라고 해서 전부 나쁜 것이 아니며 자신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것이 하느님 안에 있다는 것을 믿을 때 신자들은 더 쉽게 인내할 수 있게 된다.
친절 : 친절이란 그리스어로 '크레스토스' (χρηστός)이다. '인자' . '용서' · '자비' . '호의' 라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이 말은 이웃을 따뜻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을 뜻한다. 성서에서의 친절은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언짢음에 보복하지 않고 용서하며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친절은 인내의 보조적인 덕목이다. 인내의 열매를 맺을 때 외적으로 친절할 수 있으며 인내하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친절하기가 어렵다. 또 지속적으로 이웃에게 친절하려면 이웃 안에 현존하는 예수를 생각하여야 한다. "너희가 이 지극히 작은 내 형제들 가운데 하나에게 해주었을 때마다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 40)라는 말을 기억하면 이웃을 친절하게 대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수와 성인들의 봉사 자세를 본받으려 할 때 친절할 수 있고, 아울러 평소에 이웃의 '작고 사소한 것' 에 관심을 가질 때 친절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착함 : 성령의 열매 중 착함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아가토스' (ἀγαθός) '양선함' 또는 '선행' 을 의미하기도 한다. 성서에서 뜻하는 착함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의미 정도가 아니라, 남이 곤경에 처하였을 때 호의적으로 관여하고 기꺼이 도와 주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을 가리킨다. 따라서 착함이라고 번역된 말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 재능 · 재물을 관대하게 하느님과 이웃을 위하여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즉 이웃에 대한 호의를 행동으로 옮겨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솔선하여 봉사하는 것이다. 착함의 열매가 성장하려면 자신의 것이 모두 하느님의 것임을 인정하고 그것을 하느님의 뜻대로 사용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기도 중에 이웃의 필요와 하느님의 뜻을 분별하고 선행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자신과 관련되는 열매〕 신용 : 신용이란 '믿음성' · '진실성' . '충실성' 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신용의 열매란 거짓이 없어 믿을 수 있고 착수한 일을 끝까지 완수하는 충실성을 의미한다. 이는 언제나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신뢰감이다. 신용은 자신의 마음에서 흘러 나와 생활 태도로 이어진다. 신용의 열매를 성장시키려면 먼저 자신에게 솔직하여야 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하느님께 충성을 다하며 자기에게 맡겨진 책임을 완수하는 훈련을 하여야 한다.
온유 : 조용하고 차분함과 관대한 중용이라고 하는 두 개의 관점을 갖는 온유는 그리스도와 그 제자들이 가진 특징이다(마태 11, 29 ; 갈라 6, 1 : 에페 4, 2). 온유는 자제된 힘이며 약자와 자신에게 해를 입힌 사람에게도 부드럽게 대할 수 있는 힘이다. 가난과 겸손이 포함되어 있는 온유는 지혜의 표징으로서 하느님께 순종하고 이웃에게 화를 내지 않도록 도와 주어 자신과 이웃의 분노를 가라앉힌다. 온유한 사람이 되려면 자신에게 있는 강한 힘을 자제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또 온유함은 자신과 타인의 입장과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함으로써 생기며, 온유의 모범인 예수와 성인들을 닮고자 노력함으로써 온유의 열매는 성장한다.
절제 : 절제란 자신의 생각 · 말 · 감정 · 욕망 · 육욕을 예수의 다스림 아래 복종시키는 힘과 능력을 의미하는데, 절제의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감정과 욕망의 노예 상태로부터 자유로워짐을 뜻한다. 즉 죄로 유인하는 잘못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절제의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면 육정이 빚어 내는 온갖 열매가 나타난다. 무절제한 몸에서 드러나는 열매로는 음행 · 방탕 · 과음 · 과식 · 과로 등이 있고 무절제한 감정에서 나오는 열매는 시기 · 분노 · 이기심 · 당파심 · 질투 · 탐욕 등이 있다. 절제의 열매가 성장하려면 고신 극기의 생활을 하고 자신의 무의식까지도 정화하는 기도를 계속하여야 하며 악습의 뒤에 있는 어둠의 영향력을 제거하여야 한다. 갈라디아서에 언급되는 성령의 열매 목록은 완전한 것이기보다는 하나의 표본이다. 성령의 열매는 성령의 도움을 받아 사는 이들이 행하는 유덕(有德)한 행위이자 활동이다. 성령의 열매는 덕과 성령 칠은(七恩)에서 나온다. 그런데 성령의 열매보다 더 완전한 것은 진복(眞福, beatitudo, 마태 5, 3-12)이다. → 덕 ; 성령 ; 성령의 은사)
※ 참고문헌 《가톨릭 사전》 박영식 역,《성령의 열매》, 성바오로출판사, 1998/ 불모임 엮음, 《성령 안의 성장 세미나》, 불모임, 1997/-, 《성령 세미나를 위한 성서 공부와 매일 묵상》, 불모임, 1984/이홍근 역, 《영성 신학》, 분도출판사, 1987 〔李範周〕
성령의 열매
聖靈
〔그〕καρπὸς τοῦ πνεύματος · 〔라〕fructus Spiritus · 〔영〕fruit ofthe Spirit
글자 크기
7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