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물

聖物

〔라〕res sacrae · 〔영〕sacred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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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와 신심의 실천에 사용되는 모든 물품들을 통틀어 '성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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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와 신심의 실천에 사용되는 모든 물품들을 통틀어 '성물'이라고 한다.

전례와 신심의 실천에 사용되는 모든 물건. 즉 전례가 거행되는 장소나 복장, 시설물, 성화상과 상징물, 신심의 실천이나 기도 때 사용되는 여러 가지 물품 등을 통틀어 성물이라고 한다. 성물들은 일상 생활에서 늘 만나거나 사용되기도 하고 공동 전례 때에 전례 용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 성화상처럼 상징이나 표징적 의미를 지닌 것 들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사용되든 모든 성물은 "사소한 물품이라도 예술적 원칙을 지켜야 하고, 언제나 고상한 단순성과 청결에 유의해야 한다" (《미사 경본의 총지침》312항).
〔역사적 변천〕 초기 교회에서는 일상 생활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기물과 전례 거행을 위한 성물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었다. 그 까닭은 성상을 만들지 말라는 유대교적인 영향과 이교인들의 종교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한금령 때문이었고, 그리스도교가 이방인들의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발생한 박해로 인해 교회의 특성을 표시할 만한 것들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하였다. 그래서 초기 교회로서는 전례 용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고 다만 전례를 거행할 수 있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였다. 그러나 점차 이러한 기물들을 더 아름답고 품위 있게 만들려는 경향들이 생겨나면서 실천적인 기능성과 예술성이 혼합되었고, 그 기물들이 전례만으로 용도가 고정되면서 성물로서 구별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성물은 구원 사건의 외적인 표징으로서 중요성을 지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후 성물은 각 시대와 민족의 문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과 같은 선상에서 계속해서 새롭게 발전되었으며, 때로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럼으로써 오히려 성물과 관련된 그릇된 신심을 정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그리스도교에서 고유하게 전례를 위한 용도만으로 쓰이는 성물이 나타나게 된 시기는 7세기부터였다. 이후 12세기는 전례 용구를 만드는 데 최고로 창조성이 발휘되었던 절정의 시기였는데, 이 시기에 특정한 양식에 따라 전례만을 위해 사용되는 성물을 축복하는 예식이 널리 퍼졌다. 최초의 축복 양식은 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2세기 이후에는 성물의 형태와 장식이 단순해지기 시작하였고, 19세기부터는 성물 형태의 단순화가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개혁 안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구 분〕 종교의 역사와 문화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전례와 여러 예식에서 사용된 성물은 크게 실용적인 것과 상징성을 갖는 것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성물은 성(聖)과 속(俗)을 연결하고 유지해 주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사람들은 성물을 신적인 세계와 접촉하게 만드는 중개 수단으로 생각하였다. 그것들 가운데는 어떤 이들을 성품(聖品)에 오르게 하는 축성이나 축복 그리고 즉위식이나 대관식 같은 장엄한 예식에서 특별한 상징적의미를 드러내는 것들도 있다.
성화상과 상징물 : 그리스도교 성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은 하느님이나 예수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러한 형상화는 조상(彫像)이나 성화로 표현되는데, 자주 그 존재 자체와 동일한 것으로 여겨졌다. 즉 그 성상이나 성화를 그것이 표현하는 존재의 항구한 화신(化身)으로 여긴 것이다. 이로 인해 성상 자체를 예배하는 듯한 모습들이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성상 자체를 예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성모 마리아와 성인들의 성상들도 있는데, 이러한 성상들은 개인이나 가족 기도 때 이들을 더 쉽게 공경하며 기억할 목적으로 작게 만들어 가정에 모시기도 한다.
전례복 : 전례복은 5세기까지는 평상복과 차이가 없었다. 평상복 가운데 더 아름다운 옷을 전례복으로 입었다가 궁정 관리들의 옷을 입는 경향들이 생겨나면서 점점더 고급스런 재질을 사용하여 전례 때 입는 옷들을 만들게 되었다. 그러던 중 바이에른인의 침입과 그 영향으로 일반인들의 복장이 달라지면서 이러한 경향과는 반대로 일반인들의 복장과 구별되는 교회의 고유한 전례복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전례복은 거행하는 예식에 따라 더 다양해지고 세분화되었다. 미사를 거행할 때에는 개두포에서부터 장백의 · 띠 · 영대를 포함하여 제의를 다 갖추어 입지만, 미사 없는 세례성사나 고해성사를 거행할 때 와 그 밖의 다른 작은 예식을 거행할 때에는 수단 · 중백의 · 영대만 갖추면 된다. 그러나 어떤 장엄한 행렬을 할때에는 갑바를 갖추어 입어야 할 때도 있다. 주교와 대주교는 각기 그 품위를 나타내는 특별한 복장을 하거나 장식을 한다.
예배와 제사의 장소 : 고대에는 흐르는 물과 동굴이 있는 강이나 산 등의 자연적인 장소이면서도 신비로운 현상이 있었던 장소를 거룩한 곳으로 여겨 그곳에서 예배와 제사를 드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예배와 제사의 공간으로 사람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곳 가까이에, 또는 그 가운데에 그러한 자연을 모방한 인공적인 성전을 세우게 되었다. 또한 산 · 나무 돌 · 물 등 자연의 네 가지 주요 요소가 일정한 공간에 상징적으로 표현되었다. 신전이나 그리스도교 성당의 큰 기둥이나 거기에 새긴 무늬는 산에 곧게 뻗은 굵은 나무를 연상시키도록 한 것이고, 제대는 일반적으로 돌로 만들며, 세례소나 세례대는 돌과 물로 만들어 그 상징성을 보존하였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신의 세계와 신전의 동질성을 보존하려고 한 고대인들의 사고가 그리스도교 성당들에도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거룩한 시설물 : 거룩한 시설물 가운데 으뜸가는 것이제대이다. 제대는 그리스도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 제대는 그리스도교 이전에는 솔로몬 성전이나 이집트의 신전들에서 보는 것처럼 번제물이나 향을 드리기 쉽도록 신전 또는 성전 밖에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에서는 이 제대를 성당 안에 배치하였는데, 그리스도교에서 성당은 제사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회중이 그 안에 들어가 모일수 있는 집회의 장소이자 기도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옛 신전이나 성전은 다만 신의 거처일 뿐이었다. 집회는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졌는데, 유대인들도 말씀의 봉독과 기도의 공간으로 따로 회당을 가지고 있었다. 제대는 본래 한 성당에 하나만을 놓았었으나, 6세기경에 한 성당 안에 여러 개의 소경당들이 생겨나면서 제대들도 많이 놓이게 되었다. 제대와 매우 밀접히 관련된 시설물로는 감실과 독서대가 있다. 감실은 초기에는 뚜껑을 덮은 바구니를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요즈음에는 나무나 금속 또는 돌로 견고하게 만들어 잠금 장치를 하고 있다. 독서대도 제대와 같은 재료로 만들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말씀의 봉독과 강론이 행해지고 화답송 등의 찬가도 여기에서 한다. 이 밖에도 관련이 있는 부수적인 시설물로는 빛을 밝히는 촛대와 감실에 성체가 모셔져 있음을 알리는 성체등이 있다.
성체성사 거행에 사용되는 성물들 :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데에는 먼저 성체와 성혈을 이룰 빵과 포도주를 담을 성반 또는 성합과 성작이 필요하다. 그전에는 제대에 성인의 유해를 담은 성석도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의무가 아니다. 성작과 성합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재료와 모양에 큰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특별히 성작과 성합을 만드는 데에 주의할 사항은 제대 위에 놓아 쓰러지지 않도록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과 성혈이 성작 안 표면을 통하여 흡수되지 않도록 재질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성체성사 거행을 위하여 쓰이는 소품으로는 물과 포도주를 담는 주수병과 손 씻을 물을 담는 그릇이 있다. 또 성찬 전례의 중요한 순간에 신자들의 주의를 집중하게 할 목적으로 종이나 징을 사용한다.
향로와 향 그릇 : 향을 사용하는 것은 여러 종교들 안에 널리 퍼져 있는 관습으로서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정화를 뜻하기도 하고 하느님께 올리는 기도와 예물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또 그리스도에게서 흘러 나오는 향기를 뜻할 때도 있고, 그리스도인들과 예수 그리스도의 합치를 보여 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뜻을 지닌 분향을 위하여 향로와 향 그릇을 사용한다.
성수 그릇과 성수채 및 성수반 : 다른 종교들처럼 가톨릭 교회에도 악을 쫓는 예식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성수를 뿌리는 예식이다. 여러 축복 예식에서도 사용되는 성수는 악의 세력을 쫓아 삶의 환경을 정화하고 신자들을 보호하려는 의미에서 사용한다. 그러나 성수 예식을 할 때마다 무엇보다 먼저 신자들은 자신이 받은 세례를 기념하고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에 참여할 것을 기억해야 한다. 축복 예식들에서 성수채로 성수를 뿌리면서 하는 기도문은 이 성수 예식의 의미를 잘 일깨워 준다. "이 성수로 이미 받은 세례를 기념하며 수난과 부활로 우리를 구원해 주신 그리스도를 상기합시다." 성당입구에 놓인 성수반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성수반은 속(俗)의 세계를 떠나 성(聖)의 세계로 들어가려는 이의 정화를 목표로 한다.
성광 : 성체 공경 신심이 발달하면서 신자들에게 성체를 보여 주고 묵상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생겨난 것으로 모양은 화려하고 다양하지만, 성체가 보이도록 성체를 담은 가운데 부분을 유리나 투명한 재질로 만든다.
유해함 : 순교자 공경으로 시작된 성인 공경의 신심이 발달하면서 성인들의 유해를 특별한 모양의 유해함에 담아 보존하고 신자들에게 보여 주는 관습이 생겨났다. 유해함의 형태는 매우 여러 가지로, 성당이나 탑의 모양을 한 것도 있고, 성인의 형상으로 만들어 그 안에 보존하거나 흉상 또는 손이나 발의 모습을 한 것들도 있다.
기도 때 사용하는 성물 : 많은 종교들에서 기도할 때 숫자를 헤아리거나 잡념을 쫓을 목적으로 어떤 물건들을 사용하는데, 가톨릭 교회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묵주이다. 이는 신자들의 대중 신심 안에서 매우 중요하게 사 용된다.
신자들의 신심을 높여 주는 성물 : 가톨릭 교회에서 신자들이 자신의 신심을 높이기 위해 축성하여 사용하는 성물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성패(聖牌), 소형 십자가, 성당이나 경당이 아닌 장소에 모실 상본, 성의, 화관등 신심 증진을 위한 용품들이다(《축복 예식서》 1162항).특히 성패는 동전 모양의 금속판에 예수 · 성모 마리아 ·성인 · 교회 · 종교적인 사건 등을 새겨 놓은 것으로, 카타콤바에서도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기원을 초기 교회 때부터 찾을 수 있다. 중세에는 성지 순례자에게 순례지 성당에서 성패를 수여하던 관습이 있었고, 오늘날에는 로마나 루르드 등 주요 성지에서 성패를 구입할 수 있다.
〔현 교회의 입장과 규정〕 교회 안에서의 의미 :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헌장>(Sacrosanctum Concilium) 7장과 《미사 경본의 총지침》 Institutio Generalis MissalisRomani) 253~312항에 따르면, 오늘날 교회는 세속적인 목적에 사용되는 기물들과 성물을 분명히 구분하려고 하고 있다. <전례 헌장>에서는 "교회는····거룩한 전례에 속하는 제구가 참으로 품위 있고, 어울리고, 아름답고, 천상 사물의 표시와 상징이 되도록 미술의 고귀한 봉사를 계속 요구해 "(122항)고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교회는 거룩한 전례에 속하는 전례 용구를 다른 기물들과 구분하고, 이에 대한 교회의 계속적인 관심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혔던 것이다.
《미사 경본의 총지침》에서도 "거룩한 건물이나 하느님공경을 위한 사물은 실로 적합하고 아름답고 천상 사물의 표지와 상징이 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 (253항) 또는 "장소와 사용되는 도구의 본질과 아름다움이 신자들의 신심을 북돋아 주며 미사 성제의 성스러움을 드러내야 한다" (257항) 등의 언급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성당의 장식은 화려함보다는 단순하면서도 고상해야 한다. 장식품을 선택할 때에는 진실성을 잃지 말아야 하며 바라보는 교우들에게 보탬이 되고" (279항), "전례에 사용되거나 기타 교회에 사용되는 물품들은 제 목적에 적합한 품위 있는 것이어야 한다"(311항)고 가르치고 있다.
재료와 형식 : 위에 언급한 두 문헌에서는 전례 용구및 성물의 재료와 형식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교회는 거룩한 제구가 전례의 품위 있고 아름다운 장식이 되도록 특별한 열성으로 보살펴 왔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공예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재료, 형식 그리고 장식의 변화를 인정한다"(전례 122항)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 개혁에 따라 성물의 조형에 관한 교회의 규정들도 개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전례 용구와 제의의 재료와 모양에 대해 언급하면서는 "이는 특히 품위 있고 목적에 상응한 성당의 건축, 제대의 모양과 제작, 감실의 고귀한 외양과 장소, 안정성, 세례소의 올바르고 품위 있는 설비, 또한 성화와 장식과 장비를 합당히 다루는 규정들에 해당된다"(전 128항)고하였다.
《미사 경본의 총지침》에서도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지침을 찾아볼 수 있다. "성물을 만드는 재료를 선택하는데에 관해서도 관습상의 전통적 재료 외에도, 현대 감정에 따라 고상한 것이고 견고하며 거룩한 사용에 적합하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288항). 그리고 <전례 헌장>의 정확한 실행을 위한 세 번째 훈령 <리투르지체 인스타우라시오네스)(Liturgicae instaurationes, 1970. 9. 5)에서도 전례 용구와 제의, 성물에 관하여 좋은 지적을 하면서"그것들의 재료와 형식에 관하여 커다란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것은 다양한 민족과 예술가들에게 거룩한 전례를 위하여 더욱 정열을 쏟을 수 있는 가능성을 더 크게 열어 주기 위한 것이다"(8항)라고 하였다.
제작과 처분 및 축성 : <전례 헌장>은 성물의 재료와 모양과 관련해서 어떤 필요성이나 지역 관습에 적응시킬 권한을 각 나라의 주교 회의에 부여하였고(128항), 《미사 경본의 총지침》은 재료나 모양에 있어서 "지역별로 각 주교 회의가 판단한다"고 하였다(288항). 주교 회의다음으로 각 교구 직권자는 성물들이 성미술 규정에 적합하게 만들어지도록 보살펴야 하고(전례 124항), 하느님의 집을 장식하고 있는 거룩한 전례 용구와 귀중한 미술품들이 처분되거나 소멸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전례126항). 이러한 규정들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는 성물에 대해서도 적용된다(성직자성, <교회의 역사적 · 예술적유산의 관리에 관한 회람> : 《AAS》 63, 1971, pp. 315~317 Enchi-ridion Vaticanum, vol. 4,pp. 400~405 참조). 그리고 각 성물들은 교회에서 정하는 각각의 축복 예식에 따라 축성되어야 한다.
〔예술적 · 종교적 의의〕 성미술과의 관련성 :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선포한 성미술에 관한 일반 원칙에 비추어 보면, 교회는 자신의 고유한 미술 양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모든 시대의 미술 양식을 다 받아들였다. 오늘날에도 모든 민족과 국가의 미술에 표현의 자유를 주고 있다(전례 123항). 그러나 "참으로 성미술을 장려 보호" 하기 위해서는 "사치에 치우치기보다는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지향" (전례 124항)하여야 한다. 또 미술가들은 "그들의 작품은 가톨릭 교회의 예배와 신자들의 교화와 신심 그리고 종교 교육을 위한 것(전례 127항)임을 기억하여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미사 경본의 총지침》 여러 곳(254항, 279항, 287항, 312항)에서 다시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전례 헌장>의 정확한 실행을 위한 첫 번째 훈령<인테르 에쿠메니치〉(mer oecumenici, 1964. 9. 26)에서도 "성당과 경당, 성물 일반 그리고 전례복은 현대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참된 그리스도교 미술의 형식이 드러나야 한다"(13항)고 권고하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7년 12월 4일 제2차 니체아 공의회(787) 1,200주년을 맞아 <두오데치뭄 세쿨룸〉(Duodecimum saeculum)이라는 교서를 발표하면서 그리스도교의 예술 표현이 갖는 가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종이로 된 책의 봉독이 주님의 살아 있는 말씀을 이해하게 하듯이 그림으로 표현된 성화상을 보여 주는 것은 그것을 묵상하는 사람에게 (눈으로) 봄을 통하여 구원의 신비에 다가가게 한다"(10항).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의 믿는 이들은 신비를 표현하려는 미술품들을 보면서 기도와 영성 생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11항). 이 밖에 이 교서의 몇 가지 중요한 언급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술은 하느님의 세계와 관계를 맺지 못하면 그리스도교적으로 이해될 수 없다. 외형은 어떤 모습을 취하더라도 모든 양식의 성미술은 교회의 신앙과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성미술은 우리 신앙의 모든 차원에 시각적인 종합을 제공해야 한다. 교회 미술은 요한 다마셰노(Joannes Damascenus, 675?~749)가 말한 것처럼 "육화의 언어를 말씀하시고 물질의 세계 안에 살려고 오시며 물질을 통하여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한 분을 물질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교의 성상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지극히 높으신 분에게 우리의 눈을 돌리게 하는 형상이며 영적이고 종말론적인 세계에 우리를 접근하게 해준다. 아름다움의 언어는 감히 성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분에게 사람들의 마음이 도달하도록 이끌고 우리 깊숙한 곳에서 그분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말씀과 성상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며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스도교 미술은 신상(神像) 자체를 섬길 목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앙의 다양한 진리를 깨닫고 묵상하도록 정신과 마음을 들어 높이려는 의도에서 생겨나고 발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떤 예술표현도 하느님을 참으로 합당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하였다. 교황 그레고리오 1세(590~604)는 이 점에 대하여 성화상 반대론자인 마르세유의 주교 세레누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잘 설명하였다. "그림을 숭배하는 것과 숭배해야 하는 분을 역사적 그림을 통하여 배우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다. 성서가 글을 아는사람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을 그림은 문맹인들에게 가르쳐 준다. 사실 무지하고 성서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림 안에서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보고 읽는다. 그러므로 그림은···성서를 보충해 준다 . · · 그러므로 숭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다만 무지한 사람들의 정신을 교육하기 위하여 성당 안에 배치해 놓은 성상을 파괴해서는 안된다 . ··· 그러므로 전통은 거룩한 장소에 성인들의 역사를 그림으로 나타내도록 허락하였다" (Epistolae II 269).
초자연적 실재에 대한 표징과 상징 :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물이 초자연적 실재의 표징과 상징이 되도록 미술의 고귀한 봉사를 계속 요구해 왔다" (전례 122항 ; 《미사 경본의 총지침》 253~254항)고 밝히면서, 성미술에 대한 교회의 계속적인 관심을 표명하였다.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성물은 풍요롭고 다양하게 제공되고 표현되는 하느님의 은총과 그리스도교 진리를 말해 주고, 그것을 통해서 신앙을 키우는 데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성물 특히 성화상은 종교를 '볼 수 있는 종교' (visiblereligion)로 드러낸다. 엄격한 신상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서도 신상을 만들려는 시도들이 계속 있었듯이 그리스도교 안에도 하느님과 예수 그리고 성인들을 형상화하려는 노력들이 초기부터 있어 왔다. 말씀을 통하여 하느님을 체험한다고 하지만 감성적인 인간은 시각적인 형상을 통하여 좀더 구체적으로 지각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형상을 교육적인 차원에서 활용하였는데, 성서는 문자로 된 상징을 강조하였고 성화상은 말씀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효과를 냈다. 시각적인 묘사는 문자 묘사보다 훨씬 더 상세하고 직관적이다. 언어를 통하여 얻어지는 의미들은 하나하나 이어져 개념이 되지만, 시각적인 형태를 통하여 주어지는 의미는 한 번에 전체를 지각함으로써 이해된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도교는 예술 표현들을 활용하여 자신을 '볼 수 있는 종교' 로 드러냈던 것이다.
그리스도교 역사를 보면 매우 일찍부터 전례와 신자들의 신앙 생활 안에서 성물이 큰 비중을 차지해 왔음을 알수 있다. 하나의 성미술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작가의 손을 떠나 '성물' 이 되고, 신자들은 그것을 통하여 '거룩함' 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교회의 값진 재산이며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표징이다.
교회 역사와 오늘의 상황을 볼 때 주술적으로 성물을 대하기도 하였고 또 그렇게 하기도 하지만, 교부들과 교회 권위는 성물에 대하여 언제나 표징의 차원을 넘어 설명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 안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성물이라는 표징을 통하여 하느님의 풍요로움을 더 크게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의 어떤 표현으로도 초월적인 하느님을 다 담아 낼 수는 없다. 그러나 작가가 지닌 각기 다른 시각과 체험을 통하여 다양하게 표현되는 성물이야말로 하느님의 풍요로움을 더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물은 실용성을 넘어서 초월의 세계를 체험하게 하는 표징인 만큼 풍부하게 종교적 체험으로 이끄는 예술성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예술성이란 전해 주고자 하는 '진리' 를 표현하되, 그 시대의 독특함을 지니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 또는 통시성(通時性)을 지님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물은 상징 속의 표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성패 ; → 가톨릭 미술 ; 성모상 ; 성상 ; 성화 ;성화상 논쟁 ; 이콘 ; 전례 용구 ; 제의)
※ 참고문헌  <전례 헌장>,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4/ 주교 회의 전례위원회, 《미사 경본의 총지침》,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8/ 《축복 예식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6/ Ioannes Paulus Ⅱ, Epistula apostolica Duodecimumsaeculum ad universos cclesiae catholicae episcopoos duodecimo expletosaeculo a concilio Nicaeno I celebrato, 《AAS》 80, 1988, pp. 241~2521 En-chiridion Vaticamum, vol. 10, pp. 1590~1613/ A. Cuva, Arredi · Vesti, inD.Sartore e A.M. Triacca ed., Nuovo Dizionario di Liturgia, Roma, 1984, pp.102~110/ J. Auboyer, Ceremonial and Ritualistic Objects, 26, pp.822~830/ Enrico Cattaneo, Arte e liturgia dalle origini al Vaticano IMilano, 1982. 〔金宗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