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인도하심(영감)에 의해 인간의 말로 기록된 하느님의 계시(말씀)를 신앙과 이성으로 파악하려는 학문적인 노력. 그런데 하느님 계시의 기록은 이스라엘 백성과 교회의 삶 안에서 태어난 '신앙 고백서' 이기 때문에, 성서 신학은 하느님 계시에 대한 신 · 구약 두 신앙 공동체의 이해와 응답을 탐구하는 학문, 곧 주석 작업을 통하여 밝혀진 성서의 의미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정리하고 설명하는 학문이다.
I . 역사적 발전
〔17~18세기〕 성서 신학적인 노력은 비록 성서 신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인문주의의 영향을 받은 종교 개혁자들의 신학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성서만이 계시의 유일한 원천(sola scriptura)임을 주장하던 종교 개혁자들은 자신들의 교의 신학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콜레지아 비블리카' (Collegia biblica)라는 성서 본문 모음집들을 만들었는데, 1671년에 발간된 슈미트(Schmidt)의 《콜레지움 비블리룸》(Collegium Biblicum)이 그중 가장 대표적이다. 경건주의자들 역시 신학에서 성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지만 보조 학문 이상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하였다.
18세기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성서학에서 문학 비평과 역사 비평의 방법이 대두되면서 교의 신학과 구별되는 고유한 성서 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여기에 큰 공헌을 한 대표적인 학자는 뵈슈잉(A.F. Buesching)과 제물러(S. Semler)였다. 1787년에 성서 신학을 교의 신학과 구별하여 독립된 학문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 가블러(J. Ph. Gabler)는 철학의 도움을 받는 교의 신학에 비해 성서는 역사적으로 고찰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리고 가블러의 역사적 방법론을 이어받은 바우어(GL. Bauer)는 구약성서 신학(1796)과 신약성서 신학(1800~1802)을 구분하였고, 드 베테(W.M.L. de Wette, 1780~1849)는 자신의 저서 《구약과 신약의 성서 교의 신학》(Biblische Dog-matik des AT und NT, 1813, 1816)에서 구약과 신약의 계시 역사를 각각 '구약의 종교 와 '신약의 종교 로 표현하면서 구약의 종교는 모세와 유대인들의 종교로, 예수의 가르침과 사도들의 가르침은 신약의 종교로 구별하였다.
[19세기] 19세기의 성서 신학은 헤겔의 역사 철학에 서 영향을 받아 이스라엘과 초대 교회의 종교사에 관한 연구에 집중되었다. 구약성서의 경우, 바트케(W. Vatke)는 저서 《구약성서의 종교》(Religion des AT, 1835)에서 구약 시대를 예언자 이전 시대 · 예언자 시대 · 예언자 이후 시대로 구분했다. 그리고 그의 이론은 그라프(K.H. Graf, 1815~1869) · 쿠넨(A. Kuenen) · 벨하우젠(J. Wellhausen, 1844~1918) 등에 의하여 더욱 발전되었고, 그들의 영향으로 구약성서 신학은 이스라엘의 종교사 연구로 귀착되었다. 이에 따라 카이저(A. Kayser)의 저서 《신학》(1886)은 1897년 개정판부터 《이스라엘 종교사》(Geschichte des israelitischen Religion)로 제목이 바뀌게 되었으며, 스멘트(R. Smend)는 자신의 저서에 《구약성서 종교사》(Alttesta-
mentliche Religionsgeschicte, 1893)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와 같은 노선은 20세기에 들어서서도 카우츄(E. Kau-tsch, 1911), 부데(K. Budde, 1910), 쾨니크(E. Koenig, 1915) , 키텔(R. Kittel, 1921), 횔셔(G. Hoelscher, 1922) 등의 학자들로 이어졌다. 종교사가 구약성서 신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은 궁켈(H.Gunkel, 1862~1932)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하였는데, 궁켈로 대표되는 소위 종교사 학파는 '종교' 와 '역사' 를 성서 이해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여겼으며, 더 나아가 다른 종교들과의 역사적인 관계에서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를 고찰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약성서 신학의 경우도 구약성서 신학과 비슷한 발전 과정을 거쳤다. 헤겔의 정(正) · 반(反) · 합(合)의 변증법적 원리를 초기 그리스도교에 적용한 바우어(F.C. Baur, 1792~1860)의 견해에 따르면, 신약성서의 기본은 예수의 가르침이지만 이 가르침은 종교일 뿐이지 아직 신학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학적 고찰은 율법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한 바오로에게서 시작되었으며, 바오로가 정(正)이라면 율법에 충실하려는 유대교 그리스도인들은 반(反)이다. 이 정과 반의 대립 과정을 거쳐 합(合)인 신약성서가 탄생하였다는 것이다. 또 1852년에 로이스(E. Reuss)는 신약성서 신학은 그리스도교 교리 역사의 시작이고 이 역사는 예수라는 인물의 등장과 그분의 가르침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으며, 1868년에는 바이스(B. Weiss, 1827~1918)가 성서 신학은 '역사적 · 서술적' 이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다이스만(A. Deissman, 1893)과 크뤼거(G. Krueger, 1896)는 신약성서 신학이 초대 교회의 종교사와 문학에 관한 연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브레데(W. Wrede, 1897)와 바이넬(H. Weinel, 1911) 역시 신약성서 신학 대신에 초대 교회의 종교사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하였다.
〔20세기 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구약성서 신학에는 기존의 역사적 접근 방법 일변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의 연구가 시도되었으며, 고고학의 발견은 팔레스티나의 과거 역사와 그 당시 주민들의 종교 의식을 더 깊이 알아내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W.G. Graham, H.G. May). 프레이저(J.E. Frazer)와 외스텔리(W. Oesterly)는 인간학에, 베버(M. Weber)는 사회학적인 요인에, 그리고 구테(E.Guthe)와 달만(G. Dalman) 등은 지리학적인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들과 고고학의 도움으로 알트(A.Alt, 1883~1956), 올브라이트(W.F. Albright, 1891~1971), 노트(M. Noth, 1902~1968), 엘리거(K. Elliger) 등에 의해 이스라엘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새로운 설명이 제시되었다. 모빙켈(S.O.P. Mowinckel, 1844~1965)과 엥넬(J. Engnell)을 중심으로 한 소위 '스칸디나비아 학파' 는 경신례를 구약성서의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왜냐하면 1929년에 라스 샤므라' (Ras Shamma=우리트)에서 발견된 쐐기 문자로 기록된 문서들이 가나안 사람들의 종교와 경신례가 이스라엘의 경신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었다.
구약성서에 나타나는 주요 신학 주제에 대한 조직적인 설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도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슈토이어나겔(C.Steuernagel, 1925)과 아이스펠트(O. Eissfeldt, 1926)는 이스라엘 종교사의 중요성을 옹호하는 동시에 구약성서 안에 드러나는 진리를 조직적으로 설명할 것을 주장했는데, 이러한 입장에서 쓰여진 첫 번째 구약성서 신학이 1933년에 나온 셀린(E. Sellin, 1867~1945)의 저서(Alttestamentliche Theologie auf religionseschi-chtlicher Gnundlage)이다. 이 책에서 셀린은 먼저 이스라엘의 종교사를 다른 뒤 하느님과 세상, 인간과 죄, 심판과 구 원의 주제로 나누어 구약성서의 신앙과 가르침을 설명했다. 이에 반해 프로크(0. Prockch, 1950) · 아이히로트(W.Eichrodt, 1930) · 콜러(L. Koehler, 1936) 등은 종교사를 배제한 채 특정한 주제만을 선택해 조직적으로 다루었다.
반면에 신약성서 신학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변화나 발전 없이 종교사적인 입장이 지속되었는데, 1897년의 브레데(W. Wrede, 1859~1906)의 종교사적 방법론에 이어 바이넬(H. Weinel, Biblische Theologie des NT, 1911)과 카프탄(J.Kaftan, Neutestamentliche Theologie, 1927)은 신약성서 신학을 '초기 그리스도교의 종교사' 로 발전시키고자 애쓰면서 예수와 초기 그리스도교를 '구원을 위한 윤리 종교' 로 묘사하였다. 그리고 부세(W. Bousset, 1913)는 종교사적 방법론을 더욱 발전시켜 초기 그리스도교를 '그리스도교의 시작에서 이레네오에 이르기까지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의 역사' 로 표현하였고, 슐라터(A. Schlatter)는 신약 성서 안에 그리스 사상보다는 히브리 사상이 더 자리잡고 있으며 이것이 초기 그리스도교의 배경이 되었다고 인식하였다(Theologie des NT, 1909~1910). 신약성서 신학이 획기적인 전환을 맞게 된 것은 불트만(R. Bultmann, 1884~1976)에 이르러서였다.
II . 현대 성서 신학의 방법론
〔구약성서〕 현대 구약성서 신학의 대표적인 방법론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조직 신학적 방법론 : 이 방법론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리스도교 신학의 관점에서 구약성서의 메시지를 찾으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구약성서 저자가 사용하는 개념과 그들의 사상을 교의 신학적 주제별로 설명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브리첸(T.C. Vriezen)은 계시를 구약성서 신학의 기본 개념으로 보면서 하느님, 인간,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 대 인간의 관계(하느님의 공동체), 하느님의 통치와 미래의 희망 등을 다루었다(Hoofdlijnen des Theologie van het OudeTestament, 1950). 반면에 자콥(E. Jacob)은 살아 계신 하 느님을 계시와 신앙의 중심으로 보며, 여기에서 하느님의 이름 · 발현 · 거룩함 · 정의 · 충실함 · 사랑 · 분노 · 지혜 등을 다루었다(Théologie deL'Ancien Testament, 1955).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의 수단은 '영' 과 '말씀' 이고 하느님은 만물의 창조주이며 역사의 주인이라고 한 자콥은 이어서 죄와 구원, 죽음과 내세, 마지막 전쟁과 메시아 나라를 규명하였다. 하지만 나이트(A.F. Knight)는 브리첸처럼 교회론적 관점에서 구약성서 신학을 다루고자 하였는 데, 그가 다룬 주요 주제는 하느님 · 하느님과 창조 · 하느님과 이스라엘 · 하느님의 열정 등이었다(A Christian Theo-logy ofthe OldTestament, 1959).
역사적 방법론 : 이 방법론의 목적은 하느님께 대한 이스라엘의 증언 그 자체를 묘사하는 데 있다. 즉 하느님이 이스라엘에게 무엇을 말씀하셨고, 무슨 일을 하셨는지를 통시적(通時的)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이 방법론의 대표적인 학자 폰 라트(G. von Rad, 1901~1971)는 알트(A.Alt) 학파의 신학자로,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 방법론을 거부하고 구약성서의 역사서 · 예언서 · 지혜 문학서 등에 나타난 본질적인 '케리그마' (κήρυγμα, 복음 선포의 내용과 행동)를 탐구하였다(Theologie des Alten Tes-taments, 1957, 1960 ;V in Israel, 1970). 그의 방법론은 전승 비평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었는데, 《구약성서신학》 제1권의 대부분은 여호수아서를 포함한 소위 모세 육경' 과 신명기계 역사서를 다루고 있다. 육경의 출발은 '작은 역사적 신경' (신명 26, 5b-10 : 6, 20-24 : 여호 24, 2b-13)이며,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기 위하여 모일 때마다 되풀이해서 듣고 고백해야 하는 내용 즉 선조들의 역사 · 이집트로부터의 해방 · 약속된 땅의 차지 등을 담고 있다. 시나이 전승은 다른 기원과 전승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뒤에 가서 야휘스트가 이 전승을 이집트 해방 및 가나안 땅의 정착 전승과 합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제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하느님의 구원 행위에 대한 이스라엘의 응답 곧 시편과 지혜를 다루었고, 제2권에서는 예언서들을 다루었다.
라이트(G.E. Wright)는 하느님의 계시가 이루어지는 곳은 역사라는 전제하에서 자신의 신학을 전개하였는데(God Who Acts-Biblical Theology as Recital, 1952), 이 계시에서 결정적인 것은 하느님의 이스라엘 선택을 통하여 드러난 그분의 행동이다. 그러므로 구약성서 신학이란 결국 역사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행위를 신앙 고백의 형식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중심 주제의 방법론 : 이 방법론은 역사적 방법론과 조직 신학적 방법론의 혼합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조직 신학적 방법론이 구약성서 안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주제들을 교의 신학의 주제에 따라 설명하는 데 비해서 이 방법론은 하나의 중심 주제를 선택하여 역사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학자인 아이히로트는 역사적 방법론과 조직 신학적 방법론을 결합시켜 이스라엘의 종교를 '계약' 이라는 중심 주제 안에서 고찰하면서, 구약성서의 다양한 주제들은 모두 모세 시대에 기원을 두고 있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계약 이라는 기본 개념에서 파생한다고 주장하였다(Theologie des
AltenTestaments, 1933~1939) . 이스라엘의 신앙이 역사적 발전 과정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은 처음부터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맺어진 계약 관계의 틀 안에서 전개된다는 것이 그의 견해였다. 그는 계약을 하느님과 백성, 하느님과 세상,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에서 다루었다.
포러(G. Fohrer)는 실존주의적 신학을 전개하면서 중심 개념으로 하느님의 통치권 및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었고(Theologische Grundstrukturen des Alten Testaments, 1972), 구약성서를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대한 기록으로 이해한 매켄지(JL. McKenzie)는 경신례 · 계시 · 역사 · 자연 · 지혜 · 정치-사회 제도 · 이스라엘의 미래를 다루었으며(A Theology of the Old Testament, 1974), 치멀리(W.Zimmerli)는 야훼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에게 계시된 하느님 · 인간 · 심판과 구원(위기와 희망)이라는 주제를 언급하였다(Grundriss der alttestamentlichen Theologie, 1972). 그리고 베스터만(C. Westerman)은 '구원과 강복' 이라는 중심 개념으로 구약성서 신학을 소개하였는데, 그는 구원자로서의 하느님은 출애급 사건과 같은 해방과 구속 행위에서 만나게 되며, 세상을 섭리로 돌보시며 복을 내리시는 하느님은 창조 행위에서 만나게 된다고 하였다(Theologie des AT in Grundzuegen, 1978) .
[신약성서] 케리그마 중심의 방법론 : 신약성서 신학을 '케리그마' 를 중심으로 통일하려는 시도는 불트만에게서 시작되었으며, 그는 신약성서 신학의 목표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목적과 이유, 그리고 그 결과를 밝히는 데 있다고 하였다(Theologie des Neuen Testaments, 1948~1953) . 맨 먼저 그리스도교 신앙이 있었고 다음으로 그리스도교 케리그마가 나타났는데, 케리그마의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 곧 십자가에 못박히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하느님의 종말적 구원 행위라고 선포하는 것이다. 이 케리그마를 탐구하는 것이 신약성서 신학의 본질이라고 주장한 불트만의 연구는 주로 바오로와 요한의 신학에 집중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바오로 신학에서 초기 그리스도교 특별히 그리스계 공동체의 케리그마를, 그리고 요한계 문헌에서는 바오로 이후 초기 교회 케리그마의 발전을 발견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콘철만(H.Conzelmann)은 자기 스승인 불트만의 방법론을 견지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수정 · 보충했다(Grundriss der Theologie des Neuen Testaments, 1967). 그는 불트만처럼 초기 교회 공동체와 그리스계 공동체의 케리그마를 고찰한 뒤, 불트만의 신학에서 부족한 공관 복음의 케리그마와 복음서 저자들의 신학을 다룬 데 이어 바오로의 신학과 바오로 이후의 신학, 그리고 요한계 문헌의 신학을 다루었다.
구원사적 방법론 : 이 방법론은 케리그마보다는 '구원의 역사 라는 토대 위에서 신약성서 신학의 통일성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갖고 있다. 첫째, 구약과 신약은 하나의 성서라는 입장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둘째, 성서는 구원의 역사로 해석되어야 하며, 따라서 먼저 역사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행위를, 그 다음으로는 교리적인 면을 살펴야 한다. 셋째, 과거(구약)와 미래(종말)의 중심이며 약속의 성취자인 예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곱펠트(L. Goppelt)는 불트만의 신학에서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의 지상 활동에 관한 전승이 케리그마에 밀려 부수적인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다고 비평하였으며, 예수의 가르침 · 그의 구원 행위(기적) ·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예수의 자아 의식 같은 문제들도 부활 사건 및 부활에 대한 케리그마와 더불어 신약성서 신학의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주장하였다(Theologie des Neuen Testaments, 1975, 1976). 그리고 제1권에서 예수의 생애와 활동의 신학적 의미를 고찰한 뒤, 제2권에서는 그리스도에 대한 사도들의 증언이 지니고 있는 통일성과 다양성을 고찰하였다.
역사 · 실증론적 방법 : 이 방법론은 역사 비평 방법을 토대로 하여 신약성서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것이다. 퀴멜(W.G. Kuemmel)은 신약성서의 주요 증인들의 순서대로, 곧 공관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복음 선포, 초기 공동체의 신앙, 바오로의 신학, 요한 복음서와 서간들에 들어 있는 예수의 가르침 순으로 신약성서 신학을 썼다. 그러나 그는 예수와 바오로와 요한을 신약성서의 핵심으로 다루면서 에페소서 · 사목 서간 · 가톨릭 서간 · 히브리서 · 묵시록 등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불트만과 콘철만의 케리그마 중심의 방법론을 철저히 배격하고 역사상 예수의 메시지와 초기 교회의 전승을 역사 비평적 으로 고찰하였기 때문이다(Die Theologie des Neuen Testaments nach seinen Hauptzeugen Jesus, Paulus, Johannes, 1969). 예레미아스 (J. Jeremias) 역시 역사상 예수의 가르침을 신학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예수 어록 전승의 신빙성, 예수의 사명, 구원의 여명기, 은총의 시기, 새로운 하느님 백성, 자신의 사명에 대한 예수의 증언, 부활 등의 순으로 예수의 가르침을 다루었다(Neutestamentliche The-ologie, I. Teil ; ;Die Verkuendigung Jesu, 1971).
조직 신학적 방법론 : 교의 신학처럼 신약성서 신학을 커다란 주제별로 다루는 방법으로 대부분의 현대 가톨릭 학자들이 취하는 방법론이다. 셀클레(K.H. Schelkle)는 자신의 저서(Theologie des Neuen Testaments, 1968~1976)에서 구약 성서 · 유대주의 · 신약성서에 나오는 내용들을 교의 신 학 주제별로 고찰하였는데, 제1권에서는 창조(세상 · 시간 · 인간)를, 제2권에서는 계시와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을, 제3권에서는 그리스도교 윤리, 그리고 제4권 1부에서는 창조와 구원의 성취, 제4권 2부에서는 초기 공동체와 교회를 언급하였다.
Ⅲ . 성서 신학의 주요 내용
〔구약성서〕 구약성서의 계시는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적 체험 안에서 이루어졌으므로 구약성서 신학은 계시의 역사적 성격을 토대로 고찰되어야 한다. 역사적 성격을 띠는 계시의 출발점은 하느님 자신이다. 하느님이 먼저 말씀하시고 행하셨으며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응답하였다. 이 계시와 응답의 관계가 구약성서의 내용을 이루고 있으며, 이 관계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해 주는 말이 바로 '계약' (ברית, covenant)이다. 계약은 구약성서 어느 한 부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직접적으로 계약에 대해서 말하는 본문뿐만 아니라 비록 계약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본문들에도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계약 관
계가 기본 정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신약성서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구약에서 비롯된 하느님과 이스라엘(인간)의 계약 관계는 이스라엘의 배반으로 파기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하여 새로운 계약 관계가 성립되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새 계약의 중재자"(히브 9, 15)인 것이다. 따라서 계시의 역사성을 존중하면서도 보다 체계적인 설명과 이해를 위해서 구약성서 전체에 담겨 있는 계약이라는 기본 개념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되는 주제들, 곧 계약의 당사자인 하느님과 이스라엘(인간)과 계약의 내용 등을 살펴보는 것이 구약성서 신학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하느님 : 구약성서의 하느님은 역사의 하느님이다. 그분은 인간 역사 안에서 말씀하시고 행동함으로써 자신을 계시하신다. 그래서 하느님의 이름 역시 역사성을 띤다. 사제계 전승에 의하면 이스라엘 선조들에게 나타나기 전까지 하느님은 '엘로힘' (Elohim, 창세 1-11장)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엘' (El) 또는 '엘로하' (Eloha)의 복수 형태인 엘로힘은 하느님이 세상의 창조주이고 유일한 신임을 드러내는 이름이다. 그러나 같은 하느님이 이스라엘의 선조들에게는 '엘 샷다이' (El Shaddai, 창세 12-50장)로 소개되고 있는데, 이스라엘 선조들에게 복을 내리고 그들을 온갖 곤경에서 지켜 주며 인도해 주는 '전능하신 신' 을 뜻하는 이름이다. 같은 하느님이 모세에게는 자신을 '야훼' (Jahwe, 출애 6장)라고 하였다. 항상 존재하며 당신 백성을 도와 주고 함께하시는 분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다르게 소개되는 하느님의 이름에서 계시의 역사적 발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이름이 그분의 본질을 설명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름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본질은 구약의 역사가 묘사하는 하느님의 말씀과 행동에서 그대로 증명되고 있다. 구약의 하느님은 세상과 인간의 창조주이시고 당신의 권능으로 인간을 지켜 주며 이끄시는 분이고, 또 항상 인간과 함께하며 당신의 도우심을 베푸시는 생명의 하느님이다. 결국 구약의 하느님은 인간과의 관계 안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분이다. 인간과 가까이 하는 하느님을 설명하기 위하여 구약성서는 '의인화법' (擬人化法, anthropomor-phism)을 즐겨 사용하였으며, 인간과의 관계에서 계시되는 하느님을 '선조들의 하느님' · '온 누리의 하느님' . '거룩하신 하느님' . '살아 계신 하느님' · '두려운 하느님' 등으로 표현하였다.
인간과 계약 : 인간의 기원에 관한 계시의 내용은 창세기 1장 26-30절과 2장 4-7절 및 18-22절에 언급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기원은 하느님에게 있다. 하느님의 뜻과 일에 의해서 생겨난 인간은 하느님의 본질을 나누어 받았으며 그분에게서 생명을 얻었다. 하느님은 인간을 모두 동등하게, 그리고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이것은 인간의 불완전성과 하느님께의 종속성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하느님에 비하여 인간이 불완전하고 연약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성서는 하느님이 인간을 "흙의 먼지"로 만들었다고 묘사하였다. 인간의 존재와 본질은 오로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며, 인간은 하느님 안에 머물고 그분의 말씀을 따를 때에만 생명을 얻을 수있다. 이를 위하여 하느님이 제안한 것이 바로 계약이다. 이스라엘과의 계약 안에서 하느님은 당신이 원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지를 분명히 드러내 보이셨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맺어진 계약의 기본 내용은 "주님(야훼)은 이스라엘의 하느님, 이스라엘은 주님의 백성" 인데, 이 말은 이스라엘이 주님만을 자신들의 하느님으로 섬겨야 하고 그분이 명하는 모든 계명을 충실히지켜야 하며, 이스라엘이 주님께 충실하면 그분은 이스라엘에게 온갖 복을 내려 주실 것임을 의미한다.
계약의 내용 : 계약의 정신과 기본 내용은 십계명(출애 20, 2-17 : 신명 5, 6-21)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계약의 핵심은 '하느님께 대한 충성' 곧 우상 숭배를 배격하고 철저히 주님만을 하느님으로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께 대한 충성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지켜져야 하는데, 모든 인간은 똑같이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 창조되었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공동체가 하느님을 섬기는 데 있어서 예배는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 하느님을 모시는 성전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백성 사이에서 지켜야 하는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는 많은 법과 규정들도 모두 계약의 백성에게 요구되는 하느님의 뜻이었다.
구약성서의 주요 내용 : 모세 오경은 창조와 인간의 범죄, 이스라엘 조상들의 역사에서 하느님의 섭리와 구원 의지를 알려 주며(창세기), 이집트로부터의 이스라엘 해방과 광야 생활, 그리고 시나이 산에서의 계약 사건에서 하느님의 구원 활동을 명백히 증거하고 있다(출애굽기 민수기). 또한 예배와 계약 공동체의 생활을 위한 여러 가지 법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이 어떻게 이스라엘 안에서 실천되어야 하는지를 일러주고 있으며(레위기, 신명기), 신명기계 역사서(여호수아, 판관기, 사무엘 상 · 하, 열왕기 상 · 하)는 하느님의 인도하심과 강복으로 약속의 땅에 정착하게 된 이스라엘이 하느님과의 계약을 얼마나 충실히 지켰는지를 역사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계약에 대한 충실도에 따라서 이스라엘에게는 축복과 심판, 생명과 죽음이 약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신명기계 역사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예언서들은 한결같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과 맺은 계약에 충실할 것을 촉구하였으며, 우상 숭배를 끊고 정의를 실천하여 하느님의 계명을 지킬 것을 요구하였다. 또 죄의 생활에서 회개하지 않으면 심판이 내릴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렇지만 예언자들은 하느님께서 심판을 내리시더라도 그것은 결정적인 것이 아니며 그분께서는 이스라엘을 용서하시고 구원하실 것이라는 위로와 희망의 말 또한 잊지 않았다. 이 구원의 약속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인물이 '메시아' 이다.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반드시 성취될 것이고 하느님의 구원 약속을 성취시키는 주인공은 메시아인 것이다. 신약성서의 증언에 의하면 이 메시아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시편은 이스라엘 백성이 구체적인 상황 안에서 하느님의 계시에 응답하는 찬양과 기도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스라엘 백성 전체 또는 개인이 하느님과의 계약 관계에서 겪는 체험이 고백 · 탄원 · 감사 · 신뢰 · 찬양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교훈 문학과 지혜 문학은 계약의 백성으로서의 합당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하느님께 충실한 인물들의 모범과 지혜의 가르침으로 제시하고 있다.
요약하면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적 체험 안에서 다양한 신학적 주제들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느님과 이스라엘(인간)의 관계, 더 구체적으로는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계약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계시를 담고 있다. 그리고 구약성서의 다양한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의미를 드러내고 완성 된다.
[신약성서] 신약성서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체험에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신앙 공동체가 생겨났고, 공동체의 삶 안에서 복음서와 바오로 서간을 비롯한 다른 신약성서들이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신약성서 신학은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과 해석을 고찰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공관 복음서 : 공관 복음서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 사건에 비추어 그분의 생애와 가르침과 행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세 복음서의 공통된 결론은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며 그리스도 곧 메시아라는 사실이다. 예수의 활동은 '하늘(하느님) 나라' 의 선포로 시작되었다. 예수는 당신이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였음을 강조하면서 구약의 예언자들처럼 '회개' 를 요구하였으며, 율법 학자들을 능가하는 권위로 구약성서에 기록된 하느님의 참된 뜻을 설명하고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위한 조건들을 가르쳤다. 그들을 가르칠 때에는 구약의 예언자들과 지혜 문학처럼 비유를 즐겨 사용하였다. 그리고 그분의 가르침 안에서 하느님의 계시가 완전히 드러났으며 사람들은 뵐 수 없는 하느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수의 가르침은 그분의 행적과 일치한다. 예수는 기도, 죄인들을 용서함, 세리와의 식사, 특별히 병자들을 낫게 하고, 빵을 많게 하며, 죽은 이를 살리는 기적 등을 통하여 당신 안에서 하느님의 나라 곧 하느님의 통치가 실현됨을 보여 주었다. 그의 가르침은 무엇보다 사랑의 의무에 대한 강조에서 정점에 이르는데, 예수는 율법의 모든 계명을 사랑의 계명으로 요약하였다. 또 예수는 당신의 구원 사업을 세상 끝날까지 계속하기 위하여 열두제자를 선택하고 그들을 사도로 삼았으며, 제자들에게 요구되는 기본 자세는 그분을 따르는 것이었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그분처럼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그분의 뜻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분이 한 것처럼 세상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여 그들이 모두 하느님 나라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예수는 당신의 가르침과 행적을 통하여 당신이 누구인지를 점차적으로 보여 주었다. 그는 하느님의 예언자로 인정받기도 하고, 스스로를 '사람의 아들' 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으며, 그리스도 곧 메시아라는 베드로의 고백을 얻어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신원이 완전히 드러난 것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였다.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예수는 자신이 '하느님의 아드님' 이시며 사람들의 구원을 실현한 '그리스도' 임을 증명해 보였다. 그리고 이 구원 사건을 체험한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그분을 '주님' 이라고 고백하였다.
예수가 성취한 구원은 성령 안에서 교회를 통하여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예수는 성사를 제정하고 열두 사도들을 통하여 교회를 세웠던 것이다. 교회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증인이자 그분이 성취한 구원의 은총을 모든 사람에게 베풀어 주는 구원의 공동체이다.
바오로계 문헌 : 유대교와 그리스 사상의 영향을 받은 바오로는 부활한 예수와의 만남이라는 역사적인 체험을 통하여 자신의 신학적 토대를 얻게 되었으며, , 여기에 초기 교회의 전승과 자신의 전도 여행이 그의 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바오로 신학의 주요 내용은 그리스도 중심의 구원론과 인간학 및 윤리관을 들 수 있다. 바오로의 신학은 그리스도 중심의 구원론이다. 곧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가 그의 신학의 중심인 것이다.
바오로의 신학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드님'이다. 이 말은 예수가 영원으로부터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계시며 아버지와 같은 본질을 가지신 분이심을 뜻한다. 그리고 부활한 예수는 '주님' 이라는 칭호를 받는다. 바오로는 초기 교회 전승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던 이 칭호를 예수에게 적용시킴으로써 예수가 부활하신 분으로서 현재 사람들에게 지배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구약에서 하느님을 가리키는 '주님' 이라는 칭호로 예수가 구약의 하느님과 같은 분임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 안에서 이루어졌는데, 바오로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이 사람들을 위한 대속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분의 수난과 죽음 안에서 예수가 '하느님의 아드님' 임이 분명히 드러났고, 예수의 부활은 그의 수난과 죽음이 가져다 주는 결과를 설명해 주었다. 수난과 죽음에 따르는 부활은 예수의 구원 역할을 증명해 주는 결정적 사건이며, 이로써 예수 그리스도는 : '주님' 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예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은 사람들을 하느님과 화해시켜 주고 율법으로부터의 자유를 가져다주었으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창조를 이루어 주었다. 바오로가 강조한 것은 예수의 구원 행위 안에서 하느님의 정의가 드러나며 이 예수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 사람들은 의롭게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오로의 인간학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가 오기 전의 인간은 스스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살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곧 죄와 죽음의 속박에 갇혀 있었으며, 세상의 잡신 및 율법의 종살이 상태에 있었다. 바오로는 인간이 이러한 상태에 놓여진 것은 인간의 '육적' 인 조건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예수 그리스도가 오기 전의 인간 생명은 '육' (σάρξ)에 따라 살던 생명이었다. 육적인 조건은 연약한 인간의 본성을, 자연적이고 지상을 향하는 경향들에게 지배되는 인간 전체를 가리킨다. 이러한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로운 인간 곧 영적인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그분을 믿으며 그분께 순종함으로써 인간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이론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그분께 자신의 전 존재를 내맡기는 실존적 차원의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가진 신앙인은 오로지 하느님의 뜻만을 찾고 그분의 뜻에 순종한다. 이 실존적 믿음의 기본적인 표현이 세례이며, 바오로는 신앙인이 이 세례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묻힘과 부활에 참여한다고 가르쳤다.
신앙과 세례의 효과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일치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바오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διά) · '안에서' (ἐν) · '함께' (σύν) · '안으로' (εἰς) 등의 전치사를 사용하여 그리스도와의 일치의 중요성을 표현하였다. '그리스도의 몸' 역시 그리스도와 신앙인들의 일치를 잘 표현해 주는 말인데 그리스도는 머리이고 신앙인들의 모임인 교회는 그의 몸인 것이다. '그리스도의 몸' 은 성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성체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신앙인들이 일치되며 신앙인들 사이의 일치도 이루어진다.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창조물" (갈라 6, 15)이 되었고 그 사람 안에 그리스도가 생활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존재 양식에 자기의 의식 행위를 맞춰야 한다. 즉 새 사람으로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이며, 선하고 완전하고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것이 무엇인지를 분간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로마 12, 2). 새로운 그리스도인의 생활이 어떠한 것인지를 이해시키기 위하여 바오로는 구체적으로 양심 · 자연법 · 기도와 극기 · 결혼과 독신 생활 · 국가 · 사회 · 노예 제도 등에 대한 교훈을 주었다.
요한 복음서 : 구조 면이나 신학적인 내용에서 공관 복음서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 요한 복음서의 신학은 한마디로 그리스도론'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한은 복음서를 쓴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런 일들을 기록한 것은 여러분이 예수는 그리스도요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또한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20, 31). 요한은 예수의 말씀과 일 안에서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고 일하심을 강조하였다. 예수는 아버지의 완전한 계시자이고, 그런 의미에서 예수는 말씀' 이다.
요한은 빛과 어두움' · '생명과 죽음' · '진리와 거짓' · '영과 육' 등의 상대적 개념으로 예수에 대한 믿음과 불신의 자세를 대립시켰다. 예수를 믿는 이는 영의 사람이고 진리를 비추는 빛을 따르는 사람이며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예수를 믿지 않는 이는 육에 따라 사는 사람이고 거짓을 따르며 어두움 속에 머물고 죽음을 맞이한다. 생명은 오로지 예수에 대한 믿음에 달려 있다. 당신께 대한 믿음을 갖도록 하기 위하여 예수는 당신이 존재 면에서나 일하는 데 있어서 아버지와 똑같은 분이심을 가르쳤고, 표징(σημεῖον) 즉 기적을 통해 증명해 보였다. 예수를 믿는 이는 현재의 생명뿐만 아니라 종말 때의 영원한 생명 역시 얻게 된다.
요한 복음서에서 예수의 수난과 죽음은 공관 복음서처럼 고통받는 메시아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죄와 죽음에 대하여 승리를 거두시는 왕의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그래서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들어 올려지심' 곧 '영광을 받으시는 것' 으로 표현되었다. 인간의 생명은 오로지 예수를 그리스도이며 하느님의 아들로 믿는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Ⅳ. 새로운 성서 신학의 시도와 전망
가블러 시대부터 독자적인 신학 분야로 연구가 시작되었던 성서 신학은 바우어 이후로 구약과 신약의 성서 신학으로 구분되어 발전되어 왔다. 그런데 20세기 중반부터 구약과 신약을 연결시켜 하나의 성서 신학으로 다루려는 시도가 일어났는데, 이러한 시도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방법론상 차이가 있다.
구원사적 관계 : 구원사(salvation history)의 개념은 이미 19세기에 소위 에를랑겐(Erlangen) 학파에 의해 도입 되었는데 이 개념의 대표적 인물인 호프만(J.C.K. Hof-mann)은 "예수가 역사의 마지막이자 중간이기도 하며 그분이 사람이 되신 것은 마지막의 시작" 이라는 말로 구원사의 의미를 정의하였다. 이러한 그의 주장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 사건 이전에 일어난 모든 역사는 '예고' 이며, 이스라엘 안에서 시작된 역사는 그리스도 사건 안에서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구약과 신약의 구원사적 관계를 강조하는 현대 학자로는, 그리스도 사건이 구원사의 중심이며 구원사의 과거와 미래는 모두 그리스도 사건에 집중되어 있다고 주장한 쿨만(O. Cullmann)을 들 수 있다.
예형적 관계(typology) : 이는 구약성서의 인물 · 사건 · 일 등을 신약성서의 인물 · 사건 · 일들의 전조나 예형으로 보는 견해이다. 예를 들어 고린토 전서 10장 1-6절에서 사도 바오로는 출애급을 세례의 예형으로, 로마서 5장 14절에서는 아담을 예수의 예행으로 해석한 것 등이다. 폰 라트와 굽펠트 같은 학자들이 이러한 예형적 관계를 옹호하였으며,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서의 영적 해석에 적합한 방법으로 이 예형적 관계를 받아들이고 있다.
약속과 성취의 관계 : 폰 라트와 치멀리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관계를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약속' 과 '성취' 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예를 들어 '땅의 약속과 성취' 처럼 구약의 약속이 구약 안에서 성취되는 것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며 최종적인 성취는 신약성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공통 개념 : 이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서 공통으로 언급되고 있는 기본 개념을 연결하여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스툴마허(P. Stuhlmacher)는 구약성서의 '부활에 대한 희망' 과 예수 '부활에 대한 신앙' 을 연결시켰다. '계약'(Campbell, 1954), '선택' 과 '하느님의 통치' (Gray, 1979), '약속 (W.C. Kaiser, 1974, 1978) 등의 개념도 구약과 신약을 연결시켜 주는 주제로 제안되었고, 아빙(Abbing, 1983)은 구약과 신약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주제들을 계시 · 역사 · 인간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테리앤(S. Terrien, 1978)과 세바스(Seebas, 1982) 같은 학자들은 구약성서의 '주님(야훼)' 께서 예수를 부활시키셨으며, 예수 안에서 구약의 주님께 대한 새로운 이해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결 론 :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역사적 발전 과정은 나름대로의 고유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두 성서 신학 연구 역시 각자의 고유성에 적합한 방법론을 택할 수 있다. 그러나 구약성서에서 자신을 계시하신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다. 같은 하느님의 계시의 연속이라는 기본 전제를 두고 볼 때 구약성서 신학과 신약성서 신학은 각자의 고유성을 존중하면서도 두 성서간의 연결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은 물론 예수의 부활이지만, 이 신앙은 분명히 구약성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미사 전례 중에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말씀을 동시에 듣는 것은 두 성서가 하나의 말씀임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묵상이나 강론 때에도 두 성서를 모두 다루어야 할 것이다. 구약성서의 본문을 인용하거나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신약성서의 본문들과, 두 성서에 모두 나타나는 공통 주제들을 신중하게 살펴봄으로써 동일한 계시 안에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구약성서 신학 ; 신약성서 신학 ; → 성서 ; 성서 문헌 가설 ; 성서 배경학 ; 성서 연구 방법론 ;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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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신학
聖書神學
〔라〕theologia biblica · 〔영〕biblical the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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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창조주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으며(왼쪽), , 그 계약의 정신과 기본 내용은 십계명에 명시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