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연구 방법론

聖書研究方法論

〔라〕methodologigia ad studium biblicum · 〔영〕methodology of biblical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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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하는(왼쪽) 성서 연구 방법론 중 하나인 '본문 비평' 에 많은 공헌을 한 사해 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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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하는(왼쪽) 성서 연구 방법론 중 하나인 '본문 비평' 에 많은 공헌을 한 사해 사본.

성서의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성서에 담긴 지혜와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학문 방법.
[기 원] 19세기 이전까지 성서를 읽는 데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신앙심이었고, 이성의 힘은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으로 보았으나, 계몽주의와 합리주의가 확산되면서 '이성과 계시' (Vernunft und Offenbarung)의 관계와 차이에 대한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시인이자 철학자인 레싱(G.E. Lessing, 1729~1781)은 《영과 힘의 증명에 대해》(Über den Beweis des Geistes und der Kraf)에서 "예언이 완성되었다는 소식 자체가 예언의 완성은 아니며, 기적에 대한 소식 자체가 기적은 아니다" 라는 말로 그 시대를 대변하였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성서학계에서도 19세기 이후 다른 과학 분야들처럼 하느님의 선물인 '이성' 을 이용하여 성서를 분석하는 일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는데, 특히 학계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진 '역사 비평적인 주석 방법' (historisch-kritische Auslegungs-methode)은 그런 경향을 잘 대변하는 방법론이었다.
[역사 비평 방법론] 역사 비평적인 방법론은 총체적인 개념이고, 실제로 본문을 분석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세부적인 방법론들이 요구된다.
본문 비평(textual criticism) : '원전 비평' 또는 '원문 비평' 이라고도 하는 본문 비평은 성서 본문의 원래 단어와 문장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현존하는 서로 다른 사본들을 비교하여 가상적인 원전을 만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어떻게 본문이 형성되었는가, 그리고 교회사에서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신앙 고백을 통하여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 왔는가도 밝힌다. 이러한 본문 비평을 하는 데에 있어서 일반적인 기준은 사본 혹은 필사본(manuscript, MS, MSS)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사본학' (Textkritik)이라고 한다. 한 본문의 각 사본은 이론적으로 그 본문의 다른 모든 사본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사본들을 하나의 커다란 사본 계보 안에 속한 소계보로, 곧 족보 안에서 다룰 수 있다. 사본의 이 소계보들을 사본군이라고 부르거나 단순히 계보들이라고 부른다.
성서가 기록된 것은 대략 1,900~3,000년 이전의 일이다. 물론 처음에 성서를 저술한 원래의 필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신앙인들의 필요에 따라 성서를 대량으로 제작하여야 했고, 이런 이유에서 그 후 수없이 많은 필사가 들이 등장하였다. 이들에 의해서 셀 수도 없이 많은 필사본들이 나왔으며, 그 결과 오늘날에도 새로운 것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필사 당시의 상황이 열악하였으므로 필사 과정에서 많은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본학이란 바로 이 같은 실수를 가려내어 성서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오늘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성서는 본래 쓰여진 원문이 아니라 많은 수사본들 가운데에서 선택하여 구성해 놓은 '비평적 성서본' (critical text)이다. 이 비평적 성서본에는 방대한 비평적 각주(critical apparatus)가 붙어 있는데 여기에는 본문상의 이문(異文)과 고대 수사본들, 번역본들, 초기 주석학자들의 저술 등 많은 고대 문헌들이 포함되어 있다. 구약성서의 수사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3세기의 것이며, 신약성서에서 가장 오 래된 수사본은 서기 2세기 초의 요한 복음 단편이다. 기원전 3세기에 구약성서가 그리스어로 번역된 데 이어 시리아어와 라틴어를 포함한 다른 고대어로도 번역되었으며, 신약성서 역시 처음에는 시리아어와 라틴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들로 번역되었다. 이렇게 많은 수사본들과 고대 번역본들과 다른 고대 문헌들을 비교 · 조사하여 원문에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추정되는 본문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본문 비평' 이다. 그리고 이 본문 비평에 많은 공헌을 한 것이 1947년에 사해 근처의 쿰란 동굴들에서 발견된 소위 '사해 사본' (Dead Sea Scrolls)이다. 현대의 번역본들은 일반적으로 '비평적 성서본' 을
번역 대본으로 삼고, 방대한 비평적 각주 대신에 번역상 중요한 이문을 설명하는 각주를 붙이고 있다. 따라서 성서 주석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비평적 성서본과 각주가 제공하는 자료들을 비교 · 검토하여 정확한 주석에 필요한 본문, 곧 가상적 원전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성서의 언어(히브리어, 아람어, 그리스어)와 중요한 고대 언어들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이스라엘과 독일 등지에는 사본학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들이 있는데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의 결실로 원어 성서들이 출판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네슬레-알란트(Nestle-Aland)의 《그리스어 신약》(Novum Testa-mentum Graece, NTG, 27판, Stuttgart, 1993)과 구약성서로는 《슈투트가르트판 히브리어 성서》(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 4판, Stuttgart, 1990)이다. 이들 연구소에는 세계적인 사본학 전문가들이 있어, 여기에서 출판된 성서들은 그 권위를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사본들마다 차이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원어 성서가 출판되기까지에는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성서 원문을 재구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 하나는 필사본끼리 비교할 때 '보다 이해하기 어 려운 것일수록 원본에 가깝다' (lectio difficilior probabilor)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 짧은 구절일수록 원본에 가깝다' (lectio brevior potior)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어느 필사본이 다른 필사본을 낳게 만들었을까를 고려해야 하며, 짧은 필사본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저자의 특징적인 문체 · 어휘 · 사상이 드러나는 필사본을 더 진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문학 · 역사 비평(literary-historical criticism) : 성서 본문의 사료, 저자 문제, 역사적 배경, 저술 의도 등을 다루는 것이 '문학 · 역사 비평' 이다. 성서 본문 안에 묘사되어 있는 역사적인 배경과 본문이 쓰여질 당시의 역사적인 배경은 일부의 경우 예를 들어 바오로 사도의 서간 등을 제외하고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오늘날에는 성서의 많은 작품이 한 사람의 저자에 의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사람의 손에 의해 수정 · 첨가되고 마지막으로 편집되었다는 사실이 널리 인식되어 있다. 모세 오경이 완성되는 데는 500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었으며, 더구나 모세 오경 본문 자체의 역사적 배경은 저술 시대보다 훨씬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세 오경의 기원과 형성에 관한 답변은 '문헌 가설' 이 제공해 주고, 공관 복음에 관한 답변은 '이출전설' (二出典說, Zweiquellentheorie)이 제공해 주고 있다. 이사야서 1-39장의 역사적 배경은 아시리아 제국이 근동을 지배하던 시기였고, 40-55장은 바빌론 유배 시기(기원전 587~538)를 배경으로 하였으며, 56-66장은 유배 시대 이후 성전 공동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 부분에서 드러나는 역사적 배경과 문학적 차이를 확인함으로써 이 세 부분이 각각 다른 저자와 저술 시기, 그리고 저술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요한 복음서와 요한 묵시록 역시 문학 · 역사 비평에 의해 각각 다른 상황에서 다른 저자들이 저술하였음이 증명되었다. 문학 · 역사 비평을 위해서는 특별히 성서 본문에 묘사된 인물 장소 · 풍습 · 역사 등에 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는 성서 사전 · 대백과 사전 · 이스라엘의 역사서 · 지도 등이 큰 도움이 되며,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학 등 성서와 관계되는 비성서 문학과 고고학 역시 성서 본문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대단히 유용하다.
단락 나누기 : 현재 출판되는 성서를 보면 제목 · 장 · 절 구분이 있는데, 이를테면 산상 설교는 마태오 복음 5-7장, 주님의 기도는 산상 설교 중에서 6장 9-13절에 실려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원래의 성서에는 장 · 절의 구분은 물론 제목도 붙어 있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세기에 들어 비로소 제목이 붙여졌고, 장 · 절은 13~16세기에 붙여져 지금까지 교회의 관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기존의 제목과 장· 절이 적당하지 않은 곳도 있다. 예를 들자면 마르코 복음 9장 1절은 분명히 8장의 마지막 절이 되었어야 하는데 9장 2절부터 "엿새 후에" 라는 말로 새로운 내용이 시작되는 것 등이다.
제목과 장 · 절은 관례에 따르지만 내용 구분에 있어서는 아직 통일된 성서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한글 성서들을 보면 단락이 구분되어 있고 소제목까지 붙어 있어 독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모두 임의로 붙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본문을 분석할 때에는 우선 단락을 구분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단락 나누기' (Textanalyse)를 할 때에는 내용의 단일성이라든가 앞뒤 문맥의 차이점, 전체 맥락 등에 주의하여야 한다. 그러나 초보자에게 있어서 이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므로 전문적인 성서 주석서(그리스어나 히브리어 원어를 분석에 사용하는 주석서)를 따르는 것이 좋다.
출전 비평(Quellenkritik) : 복음서 저자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복음서를 구상하면서 나름대로 예수의 말씀과 행적에 대한 자료들을 모았을 것이다. 따라서 집필 자료의 출처가 어디인지 찾아 나가는 작업이 '출전 비평' 이다. 1776년에 레싱은 마태오 복음 · 마르코 복음 · 루가 복음 등 세 복음서가 히브리어 혹은 아람어로 쓰여진 '원 복음서' 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였는데, 이것이 '원 복음서 가설' (Urevangeliumshypo-
these)이다. 그 후 슐라이어마허(F.D.E. Schleiermacher, 1768~1834)는 1817~1818년에 복음서란 개별적인 전승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작업으로 이루어졌다는 학설을 내세웠다. 그는 특히 루가 복음 1장 1절에 나오는 '이야기(보도)' 라는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는데, 이 때문에 등장한 용어가 '보도 가설' (Diegesenhypothese)이다이다. 그리고 19세기 후반에 들어 빌케(C.G. Wilke, 1786~1854)와 바이세(C.H. Weile, 1801~1866)가 기초를 놓고 홀츠만(H.J.Holtzmann, 1832~1910)과 베른레(P. Wernle, 1872~1939)가 완성시킨 '이출전설' 이 등장하여 인정을 받게 되었다.
출전 비평은 성서가 쓰여진 원천을 찾아 나가는 작업이므로 대단히 중요하다. 출전 비평의 결과 세 복음서를 동시에 놓고 읽어야 한다는 뜻에서 '공관(共觀) 복음서' (Synopsis Evangeliorum)라는 말이 등장하게 되었고, 따라서 복음서를 읽을 때면 복음서들을 병행으로 비교하며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 출판된 대조 성서로는 《네 복음서 대조》(정양모 외 2인, 분도출판사, 1992)가 있다. 이외에도 전승의 성격을 들어 출전의 테두 리를 정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베드로와 관련된 전승을 '베드로 전승' ,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 이후의 전승을 '오순절 이후 전승' , 팔레스티나에서 형성된 전승으로 여겨지는 것은 '팔레스티나 전승' 이라고 구분하는 식이다.
전승 비평(tradiion criticism) : 넓은 의미로 전승 비평은 구전 전승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 가는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승 비평은 일반적으로 양식 비평 · 본문 비평 · 문학 비평 · 편집 비평과 구별된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성서 비평 방법들의 적용 범위와 방법론이 엄격하게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전승 비평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성서 비평 방법들과 겹쳐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양식 비평과 같은 것으로(G. von Rad), 그 연장으로(C. Koch), 또는 문학 비평의 관점들에 의존하는 방법론으로(M.Noth) 보는 학자들도 있다. 또 다른 학자들은 근본적으로 이런 방법들과 반대되거나(I.Engnell) 구별되는(W.Richter) 것으로 보는가 하면, 그 모든 방법들을 혼합시킨 것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전승 비평의 주요 관심은 대체로 구전 전승의 역사에 집중된다. 일반적으로 한 문학 단위의 역사 전체를 그 가설적 기원에서부터 구전 과정을 거쳐 문헌으로 작성되고 최종적 편집을 거쳐 완성되기까지 총망라하여 다룬다. 또는 전승의 배경 혹은 풍조들이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승의 풍조란 예언자나 사제 그룹과 같은 전통주의자들의 사회적 · 종교적 분위기를 말하는데, 이 분위기 안에서 하느님과의 계약을 매년 갱신시키는 축제적 경신례와 같은 전승의 요체가 꼴을 갖추게 되고 의미를 부여
받게 된다. 여러 전승들의 기원과 관련된 장소들도 특별한 탐구 대상이다.
문헌으로 기록되기 이전의 구전 단계에 대한 관심은 18세기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19세기에 이에 대한 관심이 잠재적으로 묻혀 있다가 20세기 들어 궁켈(H. Gun-kel, 1862~1932)과 그레스만(H. Gresmann) 등 일부 학자들에 의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승 비평의 대변자로 평가되는 학자는 독일의 폰 라트(G. von Rad, 1901~1971)와 노트(M. Noth, 1902~1968) , 스칸디나비아의 모빙켈(S.Mowinckel, 1844~1965)과 앵넬(I. Engnell, 1906~1964) 등이다. 신약성서 연구에서 전승 비평은 바오로 이전 시대인 30~50년경의 전승이 어떻게 발전되었는가를 다룬다. 특히 세례와 성찬, 교리 교수, 복음 선포 안에서의 가장 오래된 전례적 단편들, 찬미가, 소송 양식들이 주요 관심 대상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초대 교회 공동체의 신앙이 어떻게 성장하고 신앙의 표현과 실천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모세 오경은 서로 다른 삶의 배경과 문학적 특성을 지닌 네 가지 사료(J, E, D, P)가 오랜 세월에 걸쳐 전승되어 문헌화되고 편집된 작품이다. 신약성서의 많은 부분도 비록 구약성서보다는 훨씬 짧은 전승 과정을 거쳤지만 그 성장과 발전 단계는 구약성서와 비슷하고, 복음서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그리고 전승 연구를 통하여 하느님 백성의 신앙적 배경과 신학적 관심사를 엿볼수 있다. 예를 들어 안식일에 관한 계명은 출애굽기 20장 8-11절과 신명기 5장 12-15절에 언급되어 있는데 안식일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서로 다르게 설명되어 있다. 안식일의 준수를 출애굽기는 세상의 창조와, 신명기 는 이집트로부터의 해방과 연결시켰다. 전승 비평은 두 본문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형성되었고 어떠한 배경에서 쓰여졌는가, 그리고 신학적인 관점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하는 점들을 고찰한다.
양식 비평(fom criticism) : 성서가 문자로 기록되기 이전의 표현 양식을 연구하는 방법론으로, 궁켈이 창시자이다. 그는 문헌의 양식을 산문과 시문으로 구분하였는데, 산문에는 신화 · 민담 · 전설 · 역사적 설화 등이 속하고, 시문에는 지혜 · 예언 신탁 · 찬미가 · 시편 등이 속한다. 그리고 이러한 양식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을 배경으로 형성된다. 곧 양식은 '삶의 배경' (Sitz im Leben)에서 생겨나고 삶의 배경은 양식의 내용과 의도를 밝혀준다. 예를 들어 장례식에서는 조사의 양식이 생기고, 결혼식에서는 축문의 양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양식과 '삶의 배경' 관계를 가장 잘 보여 주고 있는 시편은 이스 라엘 백성의 신앙을 표현해 줄 뿐만 아니라 그 신앙을 뒷받침해 온 이스라엘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창세기 1장의 창조 설화가 실제 역사 기록이 아니라 원인론적 설명을 담고 있는 설화라는 양식이고, 그 삶의 배경은 유배 시대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이 작품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구전상의 양식이 기록화됨으로써 일정한 '문학 유형' 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역사서 · 율법서 · 예언서 · 복음서 · 서간 · 묵시록 · 교훈 문학 등이 큰 단위의 문학 유형들이고, 이 큰 단위의 문학 유형 안에서 족보 · 가족사 · 전례문 · 비유 · 환시 · 찬미가 같은 작은 문학 유형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구전 양식과 문학 유형과 그 삶의 배경을 연구함으로써 성서 본문이 어떠한 의도에서 쓰여졌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신약성서의 경우 예수에 관한 이야기가 최초로 만들어진 시기는 예수가 지상에서 활동하던 때이다. 이때 예수를 따라다니며 그의 말과 행적을 직접 보고 들은 이들 즉 '일차 전승 집단' 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구두로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옮겼을 것이고, 이 이야기들은 시간과 장소를 바꿔 가며 두루 퍼져 나갔을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자료들을 '전승' (傳承)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구두 전승' [口傳]과 글로 쓰여진 '기록 전승 으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시간과 장소는 비록 다르더라도 예수 전승들이 가지는 원래의 모습이 가능한 한 변함없이 전달되려면 그에 걸맞는 문학적인 틀이 필요하다. 이런 전승의 틀이 '양식' 樣式)이다. 예를 들어 "(남을) 심판하지 마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심판받지 않을 것입니다”(루가 6, 37 ; 마태 7, 1)라는 예수의 말은 마치 속담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퍼져나갔을 것인데, 그 이유는 이 말이 대구법(對句法, paral-lelismus membrorum)을 사용해 쉽게 기억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스로 생명력을 가진 전승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예수의 말씀 : 비유(마르 4, 26-29. 30-32), 단절어(마르 2, 21-22 : 7, 15 : 12, 38-40), 우화(마르 12, 1-12), 상징어(마르 2, 21-22 : 3, 23-27 : 4, 21. 24 : 8, 15), 설교(1고린 7, 10 : 11, 26-34 : 마태 5-7장), 기도문(마태 6, 9-13 : 11, 25-27 : 마르 14, 35-36), 찬양시(요한 1, 1-18 ; 루가 1, 46-55. 67-79), 만찬례문(마르 14, 22-25 : 마태 26, 26-29 ; 1고린 11, 23-25) 등. ② 예수의 행적 : 단화(短話) 혹은 상황어(apophtheg-
mata, 마르 2, 15. 28 : 3, 20-21. 31-35 : 8, 10b-12. 31-33 : 9, 38-39 ; 10, 13-16. 28-30. 41-45 : 12, 41-44 : 13, 1-2), 논쟁(마르 3, 1-6 ; 7, 1-7. 9-13 ; 10, 1-9 : 11, 27-33 : 12, 18-27), 대담(마르 10, 17-22. 35-40 : 12, 13-17. 28-34), 소명 사화(마르 1, 16-20 ; 2, 14 : 3, 13-15), 치유 기적 사화(마르 1, 29-31. 40-45 : 2, 1-12 : 3, 1-6), 구마 이적 사화(마르 1, 21-28 : 5, 1-20 : 7, 24-30), 자연 이적 사화(마르 4, 35-41 : 6, 45-52 : 11, 12-14. 20-21), 음식 이적 사화(마르 6, 30-44 ; 8, 1-9), 혼합 양식(마르2. 1-5a. 5b-10. 11-12 : 5, 21-24. 25-34. 35-43), 수난 사화(마르 14, 1-16, 8), 전사(前史, 마태 1-2장 : 루가 1-2장) 등.
이러한 구분은 복음서가 집필되기 이전에 단편적으로 만들어진 예수의 전승들을 각 유형별로 나눈 것이다. 이러한 '양식 비평' 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발전되었으며, 지금도 신약성서 학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개념사 비평(Begriffsgeschichte) : 신약성서에는 다양한 신학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것들은 1세기의 교회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이해하였는지, 그를 통한 하느님의 섭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보여 주는 귀중한 척도가 된다. 이러한 신학 개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내용이 변화되었는데, 이렇게 성서에 등장하는 신학 개념들이 형성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작업이 '개념사 비평' 이다.
이 연구 방법에서는 우선 한 가지 개념이나 낱말에 관심을 가진다. 예를 들어 마태오 복음에서는 '산' 이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예수가 하느님의 나라에 관한 설교를 한 장소가 산이고(산상 설교 : 특히 마태 5, 1), 세 명의 제자들 앞에서 자신의 참모습을 드러낸 곳도 산이며(변모 이야기 : 마태 17, 1-8, 특히 1절),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라는 명령을 주어 파견한 곳도 산이다(마태 28, 16-20, 특히 16절). 따라서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산' 은 일반적인 의미의 '산' 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신약성서 학계에서는 흔히 마태오 복음의 '산' 을 하느님의 계시가 드러나는 장소로 간주한다. 신약성서의 다른 작품들에 나오는 '산' 과는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개념사 비평이란 사실 상당히 방대한 방법론이다. 예를 들어 신약성서에 나오는 '복음' (εὐαγγέλιον)이라는 낱말의 뜻을 찾는다면, '복음' 이라는 낱말이 그리스어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사용되었으며, 구약성서의 그리스어 번역본인 칠십인역(LXX)과 유대교에서 쓰인 용법, 그리고 신약성서에 나오는 76회의 '복음' 들을 일일이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특히 바오로 사도의 용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하는데, 이 낱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 바오로이기 때문이다. 개념사 비평을 위한 보조 도구로 갖가지 사전류들이 있는데, 키텔(Gerhard Kittel, 1888~1948)이 편집한 《신약성서 신학 사전 (Theologischer Wor-terbuch zum Neuen Testament, ThWNT, 총 10권)은 이 분야에서 금자탑과도 같은 작품이다.
종교사 비평(Religionsgeschchte) : 신구약 성서의 배경이 되는 이스라엘은 주위의 영향에서 독립된 섬 같은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팔레스티나의 입지 조건은 주변 환경에 완전히 노출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 외적인 종교적 · 철학적인 환경(고대 유대교, 이방 종교 등)과 그리스도교 계통의 문헌들을 비교 · 연구하는 방법이 '종교사 비평' 이다. 이를 통해서 양쪽이 공유하고 있거나 서로간에 의존하고 있는 점들을 밝혀 낼 수 있고, 궁극적으로 성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게 된다. '종교사학' (宗敎史學)이라는 말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활동하였던 독일 괴팅겐 대학교의 '종교사학파' (Religionsgeschichtliche Schule)에서 유래한 것으로, 궁켈 브레데(William Wrede, 1859~1906) , 바이스(Johannes Weiss, 1863~1914) 등이 속해 있었다. 특히 궁켈은 '삶의 자리' (Sitz imLeben, 삶의 배경)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종교사학파의 대표적인 업적들로는 그리스 세계의 밀교가 신약성서에 끼친 영향을 밝혀 낸 것과 '하느님의 나라' 가 갖는 종말론적 · 묵시적인 성격이 유대교의 묵시 사상을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을 정립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성서가 고대 근동 문서 중의 하나라는 사실에 중점을 두는 방법론인 '사회 사학적인 성서 해석' (Sozialge-schichtliche Auslegung)도 넓게 보아 '종교사 비평' 과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사회 사학적인 성서 해석에서는 사회적인 환경에 따라 성서를 규정하고, 사회적인 환경이 바뀌면 신념과 행위도 바뀐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남아메리카의 '해방 신학' 이나 한국의 '민중 신학' 에서도 이 방법론을 사용한다.
편집 비평(redactional criticism) : 복음사가들은 예수의 전승들을 모아서 복음서를 집필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전승을 자신의 복음서에 수록할 때 무작위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전승들을 수집한 다음 세심하게 살펴보고 과연 예수의 가르침과 그분의 인품을 어떻게 하면 더 잘전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로 고민하였을 것이다. 복음서가 집필되는 과정과 그 이전의 전승이 복음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반영된 편집 사상과 의도를 살펴보는 작업이 '편집 비평' 인데, '편집 비평' 의 연구 방향은 다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복음사가가 속한 공동체의 상황이 전제되어야한다. 복음사가들은 혼자 외딴 곳에 떨어져 복음서를 집필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염두에 둔 독자는 당연히 자기 공동체의 구성원들이었다. 따라서 복음사가들이 예수 전승들을 취사 선택할 때에도 가능한 한 자기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전승에 우선 순위를 두었을 것이다. 따라서 만일 현대의 독자가 복음서가 쓰일 당시의 배경을 알지 못하고 복음서를 읽는다면, 틀림없이 심각한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복음사가들은 저술을 남긴 '작가' 이다. 복음서를 써 내려가는 과정은 마치 위인의 전기를 엮는 작가의 작업에 비견될 수 있다. 위인의 말이나 그의일화 등을 모아서 짜임새 있게 배치하고, 적절한 편집 과정을 거쳐 위인의 일생을 재구성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내용을 구분하고, 인물의 몇몇 위대함을 잘 보여 주는 일화들을 부각시키거나 가능한 한 좋은 표현들을 사용한다든가 하는 작업을 말한다. 복음사가들도 이와 비슷한 작업을 하였다. 그들의 집필 작업을 역추적해 나가는 연구의 범위는 방대하고 전문화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수많은 보조 개념들이 사용되고 있다.
셋째, 복음서에 실린 편집 사상은 곧 1세기 그리스도교의 '신학' 이다. 복음서를 보면 온통 예수 이야기뿐이다. 그러나 '역사의 예수' 에 대한 보도를 하였다고 해서 네 복음서의 내용이 천편일률적이지는 않다. 복음사가들이 보는 방향과 입장에 따라 '신앙의 그리스도' 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처럼 복음서에서 예수를 보는 시각을 두고 복음서의 그리스도론' 이라고 부르는데, 각 복음서에 담긴 그리스도론은 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할 필요성이 있다. 또 1세기의 그리스도인들은 유대교나 밀교 등 주변 종교와 싸워 나가면서 자신들의 공동체를 지키고 방어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렇듯 복음서 에는 교회에 대한 1세기 그리스도교의 입장이 반영되어있는데, 이를 복음서의 '교회론'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론과 교회론 외에 종말론 · 인간론 · 성서 윤리 · 성사론 · 구약적인 신학 개념을 어떻게 수용하는가 등의 문제를 복음서에 나오는 신학적인 주제로 부각시킬 수 있지만, 이것들은 대체로 그리스도론과 교회론으로 귀결되는 주제들이다. 즉 그리스도론과 교회론은 복음서 신학을 받쳐 주는 두 개의 커다란 기둥인 셈이다.
편집 비평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승 비평과 양식 비평의 통찰과 신학적 관점을 전제로 한다. 편집 비평은 구약성서에서 신명기와 판관기, 그리고 신약성서에서 복음서들과 사도 행전같이 한 작품 안에 확인할 수 있는 사료들이 나타날 때에만 제 기능을 발휘한다. 구약성서에서 편집 비평을 도입시킨 대표적인 학자는 폰 라트와 노트인데, 폰 라트는 모세 오경에, 노트는 신명기와 신명기계 역사서에 이 비평을 적용하였다. 예를 들어 사무엘서와 역대기에 묘사된 다윗의 모습은 이 작품들의 편집자들이 강조하고자 하는 신학적 관점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신약성서의 경우에는 편집 비평이 공관 복음의 연구에 아주 적절하게 사용된다. 공관 복음의 편집 비평에 필요 불가결한 도구들 가운데 하나는 '공관 대조서' (Synopsis)이다. 공관 대조서의 도움으로 동일한 사건이나 말씀이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때로는 요한 복음서까지 첨가할 경우 네 가지 이야기들에서 보고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편집 비평은 마르코 복음서와 예수 어록(Q)을 마태오 복음과 루가 복음의 주요 사료로 받아들이는 이출전설에 바탕을 둔다. 각 복음서들이 전하는 예수의 말씀과 행적들을 서로 비교하여 복음사가들의 공통된 또는 고유한 신학적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복음사가들
은 단순한 편집자들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전승의 '원초적 주석가들'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향사 비평(Wirkungsgeschichte) : 역사 비평적인 방법론을 사용하는 학자들은 최근 들어 성서 해석의 역사를 연구하는 이른바 '영향사 비평' 을 그 세부 방법론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성서 해석의 역사가 비단 일회적인 사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그 시대에 끼친 영향을 통해서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온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독일의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에서 합작으로 출판하는 주석서 시리즈 《복음 교회적 · 가톨릭적인 주석)(Evangelisch-Katholischer Kommentar, EKK)에서는 '영향사 비평' 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구조주의 방법론〕 어떤 현상을 통합적으로 관찰하고 서술하는 방법론으로서 인문 · 사회 · 자연 과학 전 분야에 적용되는 구조주의(structuralism)는 실존주의와 더불어 20세기 초에 일어났다. 성서 비평학에서는 레비 스트로스(C. Lévi-Straus)의 구조주의 인류학과 소쉬르(F. de Saussure)의 언어학 이론을 합성하여 성서 본문을 해석하려는 방법론을 일컫는다. 구조주의에서는 성서 본문의 역사적 특성은 무시되고 오로지 본문 자체만이 중요시되므로, 본문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끼친 저자나 편집자가 누구인지,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일단 표현되고 형성된 이상, 본문은 그 자체로서 생명력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그 나름대로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법론의 관심은 성서 본문의 언어 구조인데, 구조주의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일정한 구조들에 따라 움직이며 이 구조들은 실재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 구조들이 언어를 통해서 본문 안에 기호화되어있으며, 구조주의 주석의 임무는 이 구조를 분석하여 본문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다. 구조주의는 역사적 고찰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역사 비평적 방법론들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성서학의 역사적 특성을 감안할 때 성서 비평학에서의 구조주의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성서 주석과 관련해서 구조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 과제를 안고 있다.
[해석학] 주석 : 넓은 의미에서 주석(註釋, exegesis)은 수신자에게 전해지는 발신자의 구체적 표현인 본문을 조직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다. 성서 주석에서는 오직 본문 자체 및 그것과 관련된 본문들만이 '발신자-본문-수신자' 의 삼각 관계에 접근하는 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 일정한 주석 방법은 없으며, 해석자에 따라 각기 다르다. 일반적으로 모든 비평 방법들이 종합적으로 기능을 발휘하지만 주석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강조하는 방법론들이 다르다. 역사 비평적인 방법들은 저자 · 편집자 · 문학가로서의 발신자에 관심을 집중시키거나(고전적 문학 비평 · 역사 비평 · 편집 비평 · 수사학 비평), 사회적 모형으로서의 발신자(경신례 · 왕권 · 법적 제도)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거나(양식 비평과 전승 비평), 아니면 신학자로서의 발신자에게 핵심적 관심을 모은다(일부 편집 비평과 전승 비평). 수신자 역시 여러 가지 점에서 분석 작업의 중요한 요인이 되며, 특히 신약성서의 서간들과 구약성서의 예언서들의 경우에는 수신자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시편의 어떤 경우에는 하느님이 수신자인데, 이 경우의 본문들은 발신자의 상황과 믿음에 대해 반성한다.
실존론적 분석과 신해석학은 삼각 관계에서 발신자의 본문과 본문의 수신자 양쪽을 다 같이 강조하였다. 예를들어 복음서의 비유들은 발신자 예수의 자기 이해와 수신자들(당시의 청중과 오늘의 독자)을 위한 실존의 새로운 이해를 동시에 드러낸다는 것이다. 수신자들의 경우 그들은 비유를 통하여 새롭게 이해된 실존을 자기 것으로 만들도록 초대된다. 여기서 본문의 실제적 표상들은 주석의 부수적 대상이고 그 표상들이 내포하는 실존의 이해가 주석의 본격적 대상이다. 구조주의는 역사적 형성 배경 · 본문의 발신자나 수신자 · 개별 본문의 복합적 특성 등에 대한 지식은 전혀 필요로 하지 않고 오직 본문에만 매달린다. 구조주의적 주석에 있어서 발신자는 인간이나 하느님이 아니라 실재 자체의 구조 또는 적어도 인간 두뇌의 구조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구조주의적 주석의 대상은 기록된 본문이 아니라 본문 뒤에 숨어 있는 구조이다. 물론 이러한 견해에 대하여 구조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 신학적 주석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 다소 거리가 있는데, 성서 본문에 대한 이 접근 방법은 어떤 의미에서는 하느님 자신이 본문의 발신자라는 믿음을 갖게 만든다. 주석에 의해서 밝혀진 본문의 메시지는 현대인들에게도 적용된다.
따라서 올바른 주석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① 주제로 선정할 본문을 선택하고 그 시작과 끝을 주의해서 살펴본다. ② 그 본문의 문맥과 기능을 보다 광범위한 문학 단위 안에서 규정한다. ③ 여러요소들의 상관 관계를 고려하면서 그 본문의 개요를 정리해 본다. ④ 사전에서 신학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들을 확인하고, 어휘 색인을 통해 다른 본문들과의 병행 구절들을 점검한다. ⑤ 여러 번역들을 비교한다. ⑥ 본문에 특별한 요소들, 이를테면 고유한 문체 · 사상 · 구조 · 관점 등을 살펴본다. ⑦ 본문의 형성 배경을 알아본다. ⑧ 그 본문의 기능이 무엇인가 살펴본다. 교훈적인가 복음 선포적인가 아니면 정서적인가, 청중에게서 어떤 반응을 요구하는가, 이러한 기능과 본문의 내용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등이다. ⑨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질문들에 잠정적 답변을 시도해 본다. ⑩ 의문과 문제되는 부분들의 목록을 작성한다. ⑪ 보조 문헌들을 참고한다. 질문들에 통찰력을 제공해 줄 주석서와 정기 간행물의 소고들을 살펴본다. ⑫ 이제까지 이루어진 조사와 연구한 내용들을 간결하게 정리한다. 이 내용들은 원초적인 맥락 안에서 본문의 의미가 된다. ⑬ 마지막으로 신학적인 주석에 따라 본문의 의미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던져 주는가 묻는다.
해석학적인 반성 : 현대의 신약성서 연구 방법론 지침서들은 마지막으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해석학적인 반성' 을 제시하고 있다. 성서 연구의 과제는 비단 신구약 성서라는 고대 근동 지역의 문헌을 당시의 역사적인 제반 조건들에 따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에서 선포해야 할 내용으로 오늘날의 언어를 동원하여 오늘날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해석학(Hermeneu-tics)을 역사 비평적인 방법론으로 끌어들인 바탕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구체적으로, 오늘날 대한 민국이라는 공간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신약서 본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또는 어떻게 설명할지' 를 찾아가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해석학적인 반성이란 곧 '본문이 뜻하는 바 를 밝히는 방법론이다. 그러므로 듣는 이의 입장에서 어떤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돕는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학적인 반성은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가진다고 정의할 수 있다.
역사 비평적인 방법론이 추구하는 것은 지난 역사의 어느 시점을 정확하게 객관화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여기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조건은 분석자의 판단을 중지한 채 가능한 한 편견 없이 분석 대상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종교사 비평 · 양식 비평 · 편집 비평 등에는 이와 같은 냉정함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이는 자칫 분석자의 편견으로 인해 지난 역사의 재구성에 허점을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투명하게 본문을 분석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그런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한 독일의 철학자 가다머(H.G. Gadamer, 1900~ )는 해석학이란 그 자체로서 "사고라는 실제적인 경험에 대한 이론"이라고 하였다(Wahrheit und Methode, XXIV). 그에 따르면 이해와 적용은 나눌 수 없는 것이고, 역사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현재라는 지평과 과거라는 지평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두 가지 지평이 한데 섞여 들어가 있다면서 이른바 '지평의 융합' (Horizontverschmelzung)라는 개념을 도출시켰다. "독자는 결코 독립된 주체가 아니라····진의 문제를 안고 본문에 다가와 선택을 하고 해석을 가하게 되며 마침내 성서를 읽어 가다 직접 영감을 얻어서 더 발전적인 일을 창조하거나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는 것이다(<교회 안의성서 해석>,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p. 224). 가다머의 지적을 통해 역사 비평적인 방법론으로 성서를 분석하려는 이들의 이제까지의 입장, 즉 이런저런 방법론을 동원하여 성서 본문을 분석하면 과거를 완벽하게 재구성해 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에 제동이 걸린 것은 분명하다. (⇦ 본문 비평 ; 성서 해석학 ; 양식 비평 ; 역사 비평 ; 원문 비평 ; 전승 비평 ; 종교사 비평 ; 출전 비평 ; 편집 비평 ; 주석 ; → 공관 복음서 ; 구조주의 ; 성서 사본 ; 성서 신학 ; 성서학)
※ 참고문헌  《200주년 기념 신약성서》, 분도출판사, 1981/ 교황청 성서위원회 편, 정태현 역, <교회 안의 성서 해석>,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창간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6, pp. 193~288/ J.A.피즈마이어, 이봉우 역,《그리스도란 어떤 분이신가?》, 분도출판사, 1997/ 정태현 편역, 《성서 비평 사전》, 성서와 함께, 1993, Pp. 189, 191, 213~214, 232~2341 W.G. Kiimmel, Einleitung in das Neue Testament, Hei-delberg, 1964/ W.Egger, Methodenlehre zum Neuen Testament, Herder, 1987/ A. Weiser, Was die Bibel Wunder nennt, Stuttgart, 1975/ G. Strec-
ker . U. Schnelle, Einfuhrung in die Neutestamenticiche Exegese, Göttingen, 1985/ H.G. Gadamer, Wahrheit und Methode, Tubingen, 1986. 王子 [朴泰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