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성전을 유지하기 위해 유대인들에게 부과한 일종의 종교세. 유대인 남자는 매년 성전세로 은화 반 세겔(그리스 은전으로는 두 드락메, 로마 은전으로는 두 데나리온)씩을 바쳐야 했다(마태 17, 24).
〔기 원〕 정확히 언제부터 성전세가 의무적으로 부과되었는지 밝히기는 불가능하지만 출애굽기 30장 11-16절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야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스라엘 백성의 수를 세어 인구 조사를 실시할 때, 사람마다 자기 목숨 값을 야훼께 바쳐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인구 조사 때 재앙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인구 조사를 받을 사람은 누구나 성전 세겔로 셈하여 반 세겔을 내야 한다. ··· 이렇게 바치는 반 세겔은 야훼께 드리는 예물이다. 이십 세 이상의 남자는 누구나 인구 조사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야훼께 예물을 바쳐야 한다. 부자라고 해서 더 낼 것도 없고 영세민이라고 해서 덜 내어서는 안된다 ···." 쿰란 공동체에서는 출애굽기 30장 11-16절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일생에 한 차례만 성전세를 바치면 된다고 하였다(40 159, 6-7).
〔유대교의 성전세〕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70년 이전까지 유대인들은 매년 반 세겔의 성전세를 바쳤는데, 이는 로마 제국에 바쳐야 했던 세금(국세 · 인두세 · 가옥세 등)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말하자면 예루살렘 성전에 내던 종교세였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곳을 천연의 요새로 믿고 그곳에 두 드락메를 보관해 왔다. 그 돈은 다른 헌물이 아니라 조상들의 전례대로 하느님께 바치는 헌금이었다. 즉 이 도시는 그들의 은행인 셈이었다. 그곳에 보관된 헌금은 적당한 시기에 예루살렘으로 보내졌다" (요세푸스, 《유대 고대사》, 18, 312). 이 세금은 사제를 제외한 자유민의 지위를 가진 20세 이상의 모든 유대인 남성에게 부과되었고, 여성과 노예와 어린이는 납세의 의무가 없었다. 예수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팔레스티나 지역에 살던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국외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에게도 성전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었다.
66~70년에 벌어졌던 제1차 유대 독립 전쟁에서 유대 독립군이 로마에 패망하면서 예루살렘 성전은 파괴되었다. 따라서 성전세의 의무 역시 사라졌어야 했지만, 당시의 로마 제국 황제 베스파시아누스(Vespasianus, 69~79)는 매년 성전세 명목으로 세금을 바치라고 하였다. "카이사르(베스파시아누스)는 또한 유대 땅에 사는 유대인들에게는 세금을 부과하고, 전에 예루살렘에 세를 바쳤던 만큼 매년 두 드락메씩 로마 원로원 의사당에 바치라고 명령하였다" (요세푸스, 《유대 전쟁사》, 7, 218).
〔신약성서에서의 성전세〕 마태오 복음 17장 24-27절에는 예수가 성전세를 바쳤다고 언급되어 있다. 어느 날 예수가 가파르나움에 이르자 어떤 세리가 와서 세금 낼 것을 요구하였다. 당시 세리들은 매년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세금을 거두어 갔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세리의 말을 전하는 베드로에게 "세금이란 자녀가 아닌 남한테 받는 것이니 만큼 성전세를 낼 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즉 제자들은 하느님의 자녀이므로 하느님의 집인 예루살렘 성전을 위해 따로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예수는 세리나 제도권 종교인들의 비위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예수는 성전세를 내기로 하였는데, 세금은 낚시를 해서 낚은 물고기의 입 속에 들어 있는 스타테르 한 닢으로 내었다. 한 스타테르는 네 드락메에 해당하였으므로 이는 예수와 베드로 두 사람분의 세금 액수에 해당되었다.
예수가 성전세를 냈다는 마태오 복음의 기사는 오직 마태오 복음서에만 등장하는, 이른바 마태오의 특수 자료이다. 특히 이 기적 사화가 종교적인 규범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할라카' (הֲלָכָה)라는 유대교의 율법 해설 방식으로 쓰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마태오 복음 17장 24-27절은 유대계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비롯된 전승을 반영하는 성서 구절이다. 사실 마태오 복음서는 신약성서에 나오는 다른 작품들보다도 유대교 색채가 짙은데, 이를테면 예수가 "율법을 혁파하러 온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5, 17)는 말이나, 예수의 유년기 이야기를 모세의 이야기와 유사하게 묘사한 것 등의 예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마태오 복음사가는 모세 오경을 좇아 산상 설교(5-7장) · 파견 설교(10장) · 비유 설교(13장) · 공동체 설교(17, 22-18, 35) · 종말 심판 설교(24-25장) 등 다섯 개의 설교 모음을 구성하였는데, 17장 24-27절이 바로 교회 설교의 서두에 해당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마태오 복음 17장 24-27절에 나오는 예수의 가르침에 따르면, 제자들 혹은 나아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자녀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성전세를 낼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데, 이는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의지의 표출인 것이다.
할라카식 설명 방법이 갖는 특징을 십분 고려할 때 이 성서 구절의 내용은, 마태오가 속해 있던 공동체에서 제기되었을 질문, 곧 "그리스도인도 성전세를 낼 필요가 있는가, 만약 내야 한다면 왜 내야 하는가?"의 대답으로 나온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가 쓰여지던 때인 80~90년경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사이의 불신이 아주 깊던 시대였다. 그리고 70년에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후 그리스도인들은 더 더욱 성전세를 내야 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따라서 유대교식 종교 의식이나 관례에 대한 재평가가 그리스도교 내부에서 일어났고, 어떤 형태로든 입장 정리가 되어야 했을 것이다. 마태오 복음 17장 24-27절은 바로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비록 그리스도인이었으나 사고 방식이 상당히 유대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 같다. 이런 입장은 유대교의 제단에 예물을 바칠 때 주의 사항을 거론한 마태오 복음 5장 24절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 성전[聖殿)
※ 참고문헌 정양모 역주, 《마태오 복음서》, 천주교 200주년 기념 성서, 분도출판사, 1990/ 정태현 편역, 《성서 비평 사전》, 성서와 함께, 1993/ G. 란츠콥스키, 박태식 역, 《종교사 입문》, 분도출판사, 1997/ 《기독교 대백과 사전》 9, 기독교문사, 1980/ J. Gnilka, Das Matthäusevangeium, 《HThNT》 1, Freiburg, 1986/ U. Luz, Das Evangelium nach Matthäus 2, 《EKK》 Ⅰ-2, Neukirchen, 1990/ R. Schnackenburg, Matthäusevangelium Ⅱ Echter Bibel NT 1-2, Würzburg, 1987. 〔朴泰植〕
성전세 聖殿稅 〔라〕taxa templaris 〔영〕temple t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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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예수는 물고기 입 속의 스타테르 한 닢으로 성전세를 내었다.
